<이슈&인물> 술로 망한 이재룡

거짓말, 또 거짓말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개가 똥을 끊지”라고 했던가. 이번이 벌써 3번째 음주 운전이다. 이제는 더 이상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걸 알았는지 거짓말까지 해가며 숨겼지만 덜미가 잡혔다. 확실한 건 이재룡의 남다른 술 사랑은 40년 연기 인생에 독이 됐다는 점이다. 방송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 이재룡은 1986년 MBC 1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40년 가까이 연기활동을 이어온 중견 배우다. 1964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태어난 그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뒤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녹아드는
연기 호평

이재룡은 오랜 시간 꾸준히 활약해 온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는 드라마를 중심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얼굴로 자리 잡았다.

이재룡은 <상도> <불멸의 이순신> <제왕의 딸 수백향>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드라마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여러 작품에서 안정적으로 역할을 소화하며 중견 배우로 자리 잡았다.

다수의 메디컬 드라마에서 의사 역할을 맡으며 ‘의사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았다. 그 시작점으로 꼽히는 작품이 1994년 방송된 MBC 드라마 <종합병원>이다.

이재룡은 <종합병원>에서 외과 레지던트 1년 차 김도훈 역을 맡으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당시 <종합병원>은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수술 장면과 의료 현장을 본격적으로 다루며 큰 관심을 모았고, 이재룡 역시 해당 작품을 통해 주목받았다.

이후 2008년 <종합병원2>에서 같은 역을 이어받아 외과 의사로 등장했다. 전공의에서 시작해 전문의로 성장한 모습을 그린 설정으로, 다시 한번 의사 역할을 맡았다.

이재룡은 <종합병원>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촬영하면서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 처음 들어갔던 시체실에서 맡았던 냄새, 강원도로 의료봉사를 갔던 장면 등이 기억난다”며 “<종합병원>은 정말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당시 작품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병원 이야기를 제대로 다루면서 수술 장면까지 보여준 드라마는 <종합병원>이 처음이었다”며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를 했기 때문에 흥행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때는 그렇게까지 잘될 줄 몰랐다”고 머쓱해했다. 역할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어설픈 가짜 의사로 보일까 봐 걱정해서 배역이 정해지자마자 병원을 찾아 의학 용어와 도구 사용법 등을 배우며 준비했다”며 “힘든 일상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 날에는 일부러 머리를 감지 않거나 면도를 하지 않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이재룡은 <종합병원2>를 촬영하면서 달라진 환경을 체감했다. “CPR 방법도 바뀌었고, 기구 사용법이나 용어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수술 장면에서 피를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그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며 격세지감을 표현했다.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에 대해서도 “당시 함께했던 신은경, 김지수, 전광렬 등의 배우들이 드라마 방영 이후 모두 스타가 됐는데, 그 작품을 통해 성장했다”고 말했다.

‘소주 4잔’ 이실직고 최악의 불명예
3번째 음주 운전에 ‘술타기’까지…

이재룡은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해 “김도훈이라는 인물은 ‘진실’이라는 코드로 이어지는 캐릭터였는데, 나는 살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기할 때도 그런 인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캐릭터가 단조롭게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제작진은 김도훈에게 진중한 느낌을 원했다”며 “배우 입장에서는 다소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신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의사 캐릭터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대해서도 “드라마에서 의사의 실수나 의료사고를 다루는 경우가 있는데, 단순히 개인의 잘못으로만 볼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며 “상황적인 요인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이재룡은 2016년 KBS2 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에서 병원 기조실장 역으로 또 다른 의사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미지를 굳혔다.

작품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 1995년, 배우 유호정과 결혼했다. 두 사람은 1993년 드라마 <산다는 것은>에 함께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연인으로 발전해 결혼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방송에서 연애 시절 이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서로 첫인상이 아주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는 이재룡은 “우리는 연애할 때 서로를 인정하고 만났는데, 그 당시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서 더 편하게 만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유호정은 “(이재룡과) 연기를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연기 연습을 할 때 옆에서 손을 잡고 계속 함께 연습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관계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재룡은 여러 방송에서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출연 당시 그는 “남자들이 하자가 많은데 그걸 다 안아주는 사람이 아내”라며 “장가를 가장 잘 간 사람은 나”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방목 중”이라고 덧붙이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아내에게 의지하는 일상도 함께 언급했다.

가정 내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는 “집안의 모든 명의는 아내 앞으로 돼 있다”고 말하며 유호정이 가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호정 역시 방송에서 “결혼 후에도 서로를 존중하려고 노력한다”며 부부 관계를 설명했다. 가족과 관련된 일화도 공개했다. 두 사람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종합병원>
존재감 ↑

“밖에서는 친구들과 편하게 지내지만 집에서는 아내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려고 한다”는 이재룡의 말에 유호정은 “아이들이 아빠를 편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육 방식에 대해서는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하자 유호정도 “가족끼리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동감했다. 두 사람은 봉사활동에도 늘 함께 참여해 왔다.

인터뷰에서 “직접 현장에 가서 집을 짓거나 기부, 재능 기부 등을 하고 있다”고 밝히며 일상 외 활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지만 가정생활이 평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이재룡은 술 문제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르며 유호정과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술 사랑은 지나쳤다. 이재룡은 총 3번의 음주 운전에 적발됐다. 가장 먼저 시작된 건 2003년이다. 이재룡은 3월21일 새벽 2시10분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사거리 인근에서 음주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당시 아내의 벤츠 승용차를 몰던 그는 택시의 측면부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직후 그는 자신이 운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음주 측정을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연행된 이후에도 한동안 이를 부인하다가, 결국 조사 과정에서 음주 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그는 집에서 대학원 동기들과 술을 마신 뒤 술이 부족해 다시 술을 사기 위해 포장마차로 이동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이재룡은 음주 운전과 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입건됐고,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이후 한동안 별다른 사건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2019년 다시 음주로 인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9년 6월11일 새벽, 이재룡은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만취 상태로 볼링장 입간판을 넘어뜨려 약 5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당시 길을 지나던 중 입간판을 손으로 치거나 넘어뜨리는 방식으로 파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은 뒤늦게 알려졌고, 경찰은 재물손괴 혐의로 이재룡을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검찰은 피해 금액이 크지 않고, 이재룡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전액 배상했으며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재룡 측 역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인정하며 피해 금액을 즉시 보상했고, 피해자에게 사과를 전했다.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음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구설에 올랐다.

2003년
첫 적발

이후 최근 또 다시 한번 음주 운전 사건이 발생했다. 이재룡은 지난 6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남구 삼성중앙역 인근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현장을 벗어난 혐의를 받았다. 차량은 중앙분리대를 잇달아 들이받으며 수십미터 구간을 파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CCTV 영상에 따르면, 차량이 교차로에서 우회전한 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그대로 주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도로에는 파손된 중앙분리대 파편이 흩어져 있었고, 차량 역시 앞 범퍼 일부가 파손된 상태로 확인됐다.

이재룡은 사고 직후 현장을 벗어나 자신의 집에 차량을 주차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후 지인의 집으로 이동해 머물다 다음 날인 7일 오전 2시쯤 경찰에 검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사고 이후의 행적도 논란이 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재룡은 사고 직후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지인들과 합류했고, 이 자리에서 증류주와 고기를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술을 마신 정황이 확인되면서 이른바 ‘술타기’ 의혹이 제기됐다.

사고 이후 술을 더 마셔 사고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어렵게 만들려 했다는 의혹이다.

이재룡은 경찰 조사에서 “소주 4잔을 마신 뒤 운전했다”며 “중앙분리대에 살짝 접촉한 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운전 당시에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다”는 입장도 함께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음주와 관련해서는 “증류주를 맥주잔으로 한 잔 정도 마셨을 뿐이며 원래 약속된 자리였다”며 음주 측정을 방해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식당 관계자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들어왔고 술에 꽤 취한 상태로 보였다”며 “사고 직후 대책을 논의하는 분위기였고 나갈 때까지 계속 통화를 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주변 CCTV 등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음주 운전과 사고 후 미조치, 음주 측정 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술을 더 마시는 행위 역시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경찰은 해당 혐의들을 적용해 이재룡을 검찰에 송치했다.

“차라리 여자를 만나”
유호정 발언 재조명

이재룡이 음주 운전 및 술타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며 논란이 되자 과거 아내 유호정의 발언이 파묘되며 화제가 됐다. 유호정은 과거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연애 시절 술 때문에 많이 싸웠다. 일찍 들어간다고 해놓고 새벽까지 술을 마신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주일에 몇 번만 마시겠다, 몇 시까지 들어오겠다는 각서를 쓰고 지장까지 찍었는데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 문제로 약 3주간 별거를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룡 역시 해당 방송에서 “시작은 술이었다”고 언급하며 당시 상황을 인정했다.

또 다른 방송에서는 유호정이 “술을 마시느니 차라리 여자를 만나라”고 말한 일화도 공개됐다. 이재룡은 결혼 초기 술자리로 인해 갈등이 반복되자 이 같은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유호정은 인터뷰를 통해서도 남편의 술 문제에 대해 “술로 사고 치고 오면 한동안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단호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재룡 역시 여러 방송에서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해 아내에게 사과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갈등이 반복됐음을 인정했다. 한 차례는 아내의 화를 풀기 위해 집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는 일화도 전해졌다.

심지어 이재룡은 최근 지인 안재욱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신의 주량에 대해 과시하기도 했다.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해 배우 안재욱, 성지루, 윤다훈 등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는 모습을 공개했다.

해당 콘텐츠는 출연진들이 실제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고, 자연스럽게 술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이날 방송에서 이재룡은 직접 준비해 온 맥주와 테킬라를 꺼내 보이며 술 이야기를 꺼냈다.

함께 출연한 안재욱은 이재룡에 대해 “이겨본 적이 없고 취한 걸 본 적도 없다”고 말하며 그의 주량을 언급했다. 이어 “젊었을 때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마실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과거 술자리 일화를 전했다. 또 “1차, 2차, 3차를 가도 끝까지 멀쩡했다”며, 술자리에서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다른 출연진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이재룡의 주량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재룡 역시 “그래도 아직까지는…”이라며 웃으며 답했고, 과거에 한번 크게 취했던 적이 있다고 거들었다.

해당 영상은 공개 당시 큰 문제 없이 넘어갔지만 음주 운전 사고가 알려진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사건 직전까지 술을 주제로 한 방송에 출연해 주량과 술 이야기를 나눴던 모습이 다시 회자되면서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짠한형 신동엽’ 측은 이재룡이 출연했던 영상을 공개 약 2주 만에 비공개 처리했다. 음주 운전 전과가 있는 연예인을 음주 방송에 출연시켜 논란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음주 측정
방해 목적

이에 누리꾼들은 “음주 운전 전과자들을 모아놓고 술 먹방이라니 세상 좋아졌다” “아내인 유호정조차 저렇게 말한 건 평상시에 문제가 많았던 것” “음주 운전은 예견된 일이었다” “안재욱 2번이나 음주 운전했는데 역시 끼리끼리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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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정원 남편 연루 주가조작 ‘리니언시 1호’ 사건 전말

[단독] 양정원 남편 연루 주가조작 ‘리니언시 1호’ 사건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 주가조작 사건이 현직 경찰 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시세조종 사건으로 시작됐던 수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뒤를 경찰이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확대된 것이다. 경찰은 관련 인사들에 대한 인적 쇄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가 직접 보도자료까지 배포할 정도로 이례적인 규모의 사건이다. 검찰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리니언시(자진 신고 감면)’ 제도를 활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약 3개월 만에 시세조종 조직의 구조와 자금 흐름, 경찰 상대 청탁 정황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주가조작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금 30억원의 주인이자, 투자자로 알려진 차모씨가 자진 신고하면서 수사에 탄력을 받았다. 검찰은 이를 ‘시세조종 리니언시 1호’ 사건으로 지칭했다. 자진 신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자칭 영화 <작전> 실제 모델이라고 주장해 온 시세조종 전문가 김모씨(이하, 작전주 김씨)가 기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대신증권 부장 출신 전모씨, 유명 인플루언서 양정원의 남편으로 알려진 이모씨, 전직 축구선수 김모씨까지 가세한 조직형 범행이었다. 김씨는 과거 승부조작을 주도해 선수직을 박탈당했다. 이들은 코스닥 상장사 특정 종목을 타깃으로 삼아 차명계좌와 대포폰, 현금 30억원 등을 동원해 본격적인 시세조종에 나섰다. 검찰은 실제로 현금 30억원이 담긴 캐리어가 대신증권 사무실로 전달되는 장면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 주식 거래를 둘러싸고 30억원대 현금 이동과 차명계좌 운용, 반대매매, 투자금 반환 분쟁 등이 얽힌 정황이 담긴 내부 조사 자료가 확인됐다. 지난 3월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여행용 캐리어에 담긴 현금 전달부터 다수 명의 계좌 개설, 투자자문사와의 주식 양수도 계약, 수십억원대 자금 이동, 이후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날짜별로 상세히 기재돼있다. 본지가 확보한 ‘조사 기초자료’에 따르면 사건의 출발점은 지난해 12월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노원역 인근 한 카페에서 차모씨는 “코스닥 상장사 씨유박스 만기 전환사채(CB) 70억원을 인수할 수 있으며, 20억원 상당의 권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구조가 변경되며 70억원 전체 인수가 아닌 일부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차씨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후 논의는 듀오백 주식 거래로 이어졌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2일 서울 강동구 한 카페에서 차씨는 “듀오백 2대 주주가 보유한 200만주를 주당 2700원, 총 54억원에 인수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어 “54억원 규모 인수 자금과 별도로 30억원의 주식 매수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기록됐다. 차씨의 지인 문모씨는 2024년 8월경부터 김씨의 사무실을 오가며 관련 정보를 듣고 있었다. 앨터스투자자문이 보유한 듀오백 보통주 200만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실제 현금 이동은 같은 달 27일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자료에는 지난해 12월27일 오후 4시경 대신증권 일산WM지점에서 전직 야구선수 김모씨와 문씨가 대신증권 전 부장 전모씨 및 작전주 김씨에게 30억원을 전달했다고 기재돼있다. 형태는 ‘여행용 슈트케이스 및 쇼핑백’으로 적시됐다. 자금을 4인 명의 계좌로 나눠 입금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텔레그램을 통해 계약자 4인의 명의로 전씨에게 일체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 파일이 전달됐으며, 작전주 김씨의 부인 송씨·양정원의 사촌동생 김모씨와 소모씨, 그리고 이모씨 등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휴대전화 4대도 이들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적혀 있다. 30억 중 7억만 돌려받은 현금 주인 폭로 반대매매 발생 후 투자금 손배소로 번져 자료에는 “대신증권에서는 현금 보관이 불가능하다고 해 작전주 김씨가 직접 수령해 이동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이후 자금은 금융기관을 통해 입고됐다. 지난 2025년 1월3일 새마을금고 영등포본동지점에서 차명주 A씨의 명의로 현금 30억원이 입금됐고, 현금 확인에만 4시간이 소요됐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또 문씨에게 은행 입고 사실을 전달했다는 기록도 포함됐다. 본격적인 계약은 지난 1월14일 진행됐다. 자료에 따르면 이날 방배동 스타벅스에서 앨터스투자자문과 계약을 위한 사전 미팅이 진행됐다. 당시 최초 54억원 지급 계획과 관련해 양정원 남편 이씨가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고, 30억원 중 일부 자금으로 앨터스투자자문이 보유한 듀오백 주식 150만주를 우선 계약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날 앨터스투자자문 사무실에서는 150만주에 대한 계약이 체결됐다. 자료에는 4명의 차명주 명의로 각각 37만5000주씩 계약이 진행됐다. 이씨는 양정원 사촌동생 소씨의 대리인 자격으로, 야구선수 김씨는 차씨의 부인 송씨 대리인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적혀 있다. 계약 상대방은 앨터스투자자문 회장 유영근이다. 이 과정에서 보유 주식 수량이 부족해 추가 매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고, 계약 체결일은 2025년 1월15일 자로 작성됐다. 또 앨터스투자자문 고객 4인이 보유한 총 49만5000주에 대해 차명주 A씨와 별도의 양수도 계약도 체결된 것으로 정리돼있다. 실제로 자금 이체도 이뤄졌다. 같은 해 1월15일 A씨는 150만주 계약금 명목으로 각 5062만5000원씩 총 2억250만원을 앨터스투자자문에 송금했다. 같은 날 49만5000주 계약금 10%에 해당하는 총 1억3365만원도 지급됐다. 세부 내역에는 B씨 3만5000주 945만원, C씨 8만주 2160만원, D씨 15만주 4050만원, E씨 23만주 6210만원 등이 기재됐다. 이들의 수법은 전형적인 주가조작 패턴을 따른다. 복수 계좌를 활용한 이른바 ‘배수 계좌’ 구조를 통해 물량을 분할하고 반복 매매를 진행했다. 배수 계좌주는 전 축구선수 김씨로 알려졌다. 통정매매와 가장매매, 고가 매수 주문 등을 반복하며 듀오백 주가는 단기간 급등했다. 1900원대였던 주식은 장중 4000원 이상까지 치솟았고, 거래량도 최대 400배 가까이 폭증했다. 검찰은 이들이 최소 200억원 이상 규모의 시세조종 거래를 벌여 14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월17일에는 대신증권 차명주 김씨의 계좌에서 양정원에게 2억원이 송금됐고, 같은 날 소씨 계좌에서는 문씨에게 1억원이 송금됐다. 이후에도 특정 인물의 지시에 따라 수억원 단위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동했고, 일부 자금은 개인 계좌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후 주가 흐름과 반대매매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는 2025년 3월경 반대매매가 발생했다고 기재돼있다. 이후 차씨가 30억원 반환을 요구했고, 이씨 측은 듀오백 인수 구조와 120억원 규모 코인 자금, 향후 주가 목표 등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특히 자료에는 “목표가 8000원”, “최종적으로 1만7000원”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자료에는 차씨가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후 관계자들 사이에 갈등이 심화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뚜렷한 줄기 나왔는데 놓아준 경찰? 유착 정황 포착···인적 쇄신으로 끝? 실제로 2025년 3월14일 반대매매로 주가가 무너지면서 작전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30억원의 실소유를 둘러싼 분쟁이 본격화됐다. 차씨는 “30억원은 자신의 자금”이라며 반환을 요구했다. 자금이 자신의 동의 없이 이동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제보에 따르면, “이씨 측에서 차씨에게 반환한 현금은 7억원가량”이라며 “23억을 못 돌려받으면서 차씨가 반환을 요구하면서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대신증권 내부 감사도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2025년 5월 대신증권 감사실에 관련 진정서가 접수됐으며, 전씨에 대해 정직 6개월 조치가 내려졌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자료 마지막 부분에는 차씨가 대신증권 외 2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핵심 인물이자 양정원의 남편 이씨가 서울 강남권 경찰 관계자들에게 각종 형사사건 무마 청탁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씨가 과거 양정원이 연루된 사기 사건 해결을 부탁하며 현직 경찰관들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공소 사실에는 경찰관들에게 유흥주점 접대를 제공하고 금품까지 건넨 내용이 포함됐다. 수사선상에는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강남경찰서 압수수색까지 진행했다. 이어 서울경찰청은 강남서의 수사·형사과 인력을 전원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수사라인 교체는 강남서 소속 송 모 경감이 이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뤄졌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2일 오후 상반기 경정급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강남서 신임 수사 1과장 자리에는 경북경찰청에서 전입해 온 손재만 경정이, 수사 2·3과장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전입해 온 유민재·채명철 경정이 맡는다. 형사 라인의 경우 1과장에는 김원삼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1과장이, 2과장에는 염태진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이 각각 자리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11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착 의혹과 관련 강남권 수사 부사에서 경정·경감급에 대한 근무 기강을 포함한 내부 평가를 고려해 순환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서 수사 라인 물갈이는 2019년 ‘버닝썬’ 사태 후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강남서는 최근 강남권 외 경찰서 수사 경력자 등을 지원 조건으로 하는 ‘수사·형사과 보직 공모’를 경찰 내부적으로 공고했다. 경감을 대상으로 한 두 자릿수 모집이다. 버닝썬 후 최대 물갈이 공고에 따르면 팀원·팀장을 구분해서 모집하지만 강남권 경찰서 5곳(강남·서초·송파·방배·수서) 이외 26개 관서에서 근무 중인 경감이어야 한다는 게 필수 조건으로 내걸렸다. 이씨의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수사 과정에서 그가 평소 친분이 있던 경찰청 소속 A 경정을 통해 당시 강남서 수사1과 팀장이던 송 경감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하고, 룸살롱 접대 등 향응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