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매머드 특검 3인방’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현미경 대고 메스 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대한민국의 굵직한 사건들을 조사할 어사 3인방이 출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3대 특검에 조은석, 민중기, 이명현을 지명하며 빠르게 어사화를 씌웠다. 각기 다른 배경과 경력을 지닌 이들은 ‘매머드 특검팀’을 이끌며 수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밤, 내란특검법, 김건희특검법, 채상병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를 지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13일 공식 발표를 통해 “전날 오후 11시9분, 대통령실로부터 3대 특검 지명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수사 준비
본격 돌입

이 대통령은 내란 특검에 조은석 전 감사원장 직무대행, 김건희 특검에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각각 임명했다. 국회가 특검 후보자 추천을 마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 대통령이 특검을 지명해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법조계와 학계의 다양한 추천을 바탕으로, 이들 특검이 수사 능력은 물론 조직 통솔력과 성과 도출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천됐다”고 밝혔다. 내란 특검으로 지명된 조은석 전 직무대행과 김건희 특검으로 지명된 민중기 전 법원장은 민주당 추천, 채상병 특검으로 지명된 이명현 전 부장은 조국혁신당 추천을 받았다.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수사하게 된다. 내란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의혹을, 김건희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다룬다. 채상병 특검은 2023년 7월 발생한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의혹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앞서,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 취임 이틀째인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으며, 지난 10일 이 대통령 주재의 국무회의에서 제1호 법안으로 의결됐다. 이후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민주당과 혁신당에 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했으며, 두 당은 전날 오후 각각 후보자를 추천해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기간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돼, 3대 특검팀의 출범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특검으로 지명한 조 특검은 내란 특검을 맡게 됐다. 조 특검은 검사 출신으로서 수십 년간 쌓아온 풍부한 수사 경험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그는 과거 여러 차례의 중요한 사건을 맡아 성공적으로 수사를 이끌었던 인물로, 내란 사건을 맡게 된 이번 특검에서도 그 역량이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 특검은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한 기수 후배다. 그의 수사력은 검찰 업무와 더불어,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수많은 의혹을 파헤치며 대형 사건들을 처리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조 특검이 처음 주목을 받은 사건 중 하나는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의 검경 합동 수사였다.

진용 갖추는 3대 특검
속도 내며 가동 임박

당시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둘러싼 청와대 및 법무부와의 갈등이 심화됐고, 조 특검은 2014년 대검 형사부장직에서 물러나 청주지검장으로 좌천된 적이 있다. 당시 조 특검은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사건을 수사하면서 해경청장의 기소를 진행함으로써 강한 수사 성향을 각인시켰다.

해경123정장이 당시 구조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국가 책임 문제를 법정에서 다루게 됐다. 당시 박정부와 법무부, 청와대와의 갈등 속에서도 조 특검은 끝까지 수사를 밀고 나갔고, 해경123정장이 기소된 후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그는 강경한 수사로 인해 박정부와의 갈등이 심화 됐고, 그 결과 청주지검장으로 좌천됐다. 이로 인해 재수사 전문 검사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조 특검은 세월호 사건뿐만 아니라,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주요 수사에 참여하며 뛰어난 수사 역량을 발휘했다. 1997년 서울지검 특수1부 검사로서 경성 비리 사건을 재수사하며 당시 민주당 정대철 전 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을 구속 기소한 바 있다.

또 1999년 옷 로비 사건에서 최순영 신동아그룹 전 회장을 구속 기소하는 등 재벌 및 정치인들을 상대로 한 수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03년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에서는 주임 검사로서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을 구속 기소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조 특검의 수사는 여야를 불문하고 진행됐다. 2010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로서 청목회 입법 로비 사건을 수사하며 여야 의원 11명의 지역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현직 의원 6명을 재판에 넘겼다. 여야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았지만, 조 특검은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고 사건을 철저히 수사했다.

이는 조 특검이 정치적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으며, 오직 법과 사실에 입각해 수사한다는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됐다.

윤정부에서도 조 특검은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감사원 감사위원으로서 전 정권의 표적 감사와 현 정부의 봐주기 감사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며 내부 견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조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관련된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에 대한 재심의 지시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뇌물 혐의 수사 요청 등을 통해 다시 한번 입지를 다졌다.

‘재수사’
전문 검사

이제 조 특검은 내란 특검을 맡아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파헤칠 예정이다. 조 특검은 검찰 내부 및 정치권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언제나 법의 정의를 따르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번 수사에서도 그 누구도 예외 없는 철저한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으로 지명된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문재인정부 시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민 특검은 대전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및 서울중앙지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다양한 법원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동·행정법 분야의 전문가로서 평가받는다.

민 특검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 서울-양평고속도로, 공천 개입 의혹 등과 관련된 사건들을 중점적으로 파헤치게 된다. 그는 법원 내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를 위한 판결을 다수 선고하며 노동법 및 행정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경력이 있다.

2017년, 민 특검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사건 해결을 위한 전국판사회의에 고위 법관으로 참석했으며, 이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사건 조사를 주도했다. 이 위원회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박정부와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과 관련해 유착된 정황을 발표한 바 있다.


민 특검의 이 같은 조사 경험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특검은 채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지명됐다. 그는 군법무관 출신으로, 병역비리 사건에서 수사 외압을 폭로한 법조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특검은 해병 순직 사건의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임명됐으며, 군법무관으로서 쌓아온 수사 경험과 군 내부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이 특검은 1962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성남서고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0년 제9회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군법무관으로서 1991년 중위로 임관해 20여년 동안 군 법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육군 제9군단 심판부장으로 군 생활을 시작해 제30기계화보병사단 법무참모, 육군본부 법무감실 군판사, 육군본부 법무감실 송무과장 등을 거쳤다.

군법무관
출신 검사

이후 국방부조달본부 법무실장, 방위사업청 법무지원팀장,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 등 다양한 보직을 맡으며 군 법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특검이 주목을 받게 된 큰 사건 중 하나는 바로 1998년 제1차 병역비리합동수사본부에서 국방부 팀장으로 활동하던 때였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아들의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인물로 잘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맡은 수사에서 직속 상관인 국방부 검찰부장과 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부터 수사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그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 문서는 나중에 ‘이명현 보고서’로 불리며 언론에 공개됐고, 수사 외압 진위 논란을 일으켰다. 이 사건을 통해 이 특검은 그동안 군 내부에서 비밀스럽게 억압됐던 수사 외압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일로 이 특검은 법조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이 특검은 병역비리 사건 외에도 여러 대규모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발생한 대규모 병역비리 사건인 박노항 원사 사건 수사에 참여했으며, 이후 이 사건과 관련된 여야 장성과 대령 상당수의 연루 여부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그에게는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서 군 조직 내부의 복잡한 구조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군 조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수사에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특검이 맡은 이번 채상병 사건 특검 역시 군 내부의 비리와 외압을 파헤치고자 하는 그의 특성에 비춰봤을 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명한 특검 3인방은 본격적인 수사 준비에 돌입했다. 각 특검은 약 100~200명 규모의 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특검 후보자들은 각기 다른 배경과 경력을 가진 인물들로, 각 사건의 특성에 맞춰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윤 부부 잡는 조·민
채해병 진상 쫓는 이

내란 사건을 맡은 조 특검은 검사 출신으로서 검찰 내부 지원을 요청하며 수사 실무진 확보에 빠르게 나섰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할 민 특검은 판사 출신으로서, 특검보 인선을 우선시하며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 채상병 사건을 맡은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서, 군 조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건희 여사 사건을 담당하는 민 특검은 가장 먼저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보 4명을 임명하며 수사 지휘부를 꾸린 민 특검은 곧바로 검찰 핵심 간부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은 검찰 출신인 김형근(사법연수원 29기), 박상진(29기), 오정희(30기)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인 문홍주(31기) 변호사를 특검보로 임명했다. 이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서울 서초동 임시 사무실에서 첫 회의를 열고, 추가 수사팀 구성과 역할 분담, 수사 일정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대검찰청과 경찰청에 수사 인력 파견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민 특검은 특검보들과 함께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맡고 있는 박세현 서울고검장, ‘정치 브로커 명태균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전성배 의혹을 맡고 있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민 특검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중앙지검에서 이첩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법에 따라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또 민 특검은 이날 금융감독원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검찰은 김 여사 관련 수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서울고검은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해 김 여사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했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요 인물인 김 모씨도 최근 재소환해 조사했다.

김 여사는 이전에 관련 의혹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그와 관련된 거래 상황을 문서로 전달했을 가능성에 대해 진술을 바꿨다. 검찰은 김 여사의 사전 인지 여부를 파악하며,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이모 대표와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 등 핵심 인물들의 추가 소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3개 특검은 각각의 사건 성격에 맞춰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공통적으로는 철저한 준비와 신속한 수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검들은 수사팀 구성과 더불어 사건의 쟁점을 분석하고, 수사 전략의 얼개를 짜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검법상 수사 준비를 위한 기간은 최장 20일이며, 이르면 7월 초, 늦어도 7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번 3대 특검은 규모와 수사 기간 면에서 역대 최대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원하게
밝혀낼까

3개 특검에 파견될 검사는 총 120명에 달한다.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이 파견된다. 조 특검이 이끄는 내란 특검은 단일 사건 기준으로 최대 인력을 투입하는 ‘매머드급 특검팀’으로 불리며, 최대 170일간 수사가 가능하다. 김건희 특검 역시 최대 170일간 수사를 진행할 수 있고, 채상병 특검은 140일간 활동하게 된다. 채상병 특검은 특검 1명과 특검보 4명, 파견 검사 20명 등 최대 105명 규모로 구성된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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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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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미국 정계가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하는 흐름을 타 강경 보수 노선과 장외 집회로 기세를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8개월여를 앞둔 지방선거에 정치 생명이 달린 정치인의 현실을 고려해 “극우 방식으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빙글빙글 도는 장 대표의 ‘용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앞세워 “왜 미국에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질타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평에서 비판으로 일각에선 “이 대통령도 이런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왓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우리 군사기지까지 들어갔다”며 “한국에서 숙청·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에 가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저자세로 나가면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자극했다. 국내에선 평소 강경한 정치 성향을 유지하는 이 대통령의 ‘저자세’를 유연함으로 해석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호평은 금세 비판으로 바뀌었다. 당시 체결됐던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은 ▲상호 관세율 15%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달러(약 485조원) 등이었다. 문제는 3500억달러가 우리나라 총 외환 보유고의 84%에 달하는 액수란 것이다. 아울러 두 대통령의 공동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에 “자동차·반도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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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공정하거나 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으면, 한국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사무총장을 지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가 진행돼 내가 큰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부정선거론을 주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지난 1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 권력을 약화하려는 극좌 급진주의자들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고, 두 사람의 보수 철학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강경 보수 진영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 8일 ‘대통령·부산시 교육감 선거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손 목사와 손잡고 함께 시위를 주도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로부터 채널 수익 창출 중단 통지를 받았다. 수익 창출이 중단된 이유는 “민감한 콘텐츠 관련 정책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분한 전씨는 “언론 탄압이자 보수 우파 죽이기”라며 “구글코리아 내 좌파 직원이 판단한 거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달 26일 당선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 표심에 지지를 호소해 당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선 이후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국민의힘 4선 김도읍 의원을 다시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다. 트럼프의 양동 작전 김 의장은 평소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고, 장 대표는 김 의장을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군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소리 낼 때, 전씨는 당 밖 의병으로서 그 소리를 증폭하고 적을 막는 역할을 했다”며 “당 밖 의병이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1등 공신임을 자처하던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씨는 지난달 30일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을 한다”며 “저는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역할은 안 한다”고 말하는 등 장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도 지난 1일 “많은 사람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영남 지방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4개 자유 우파 정당에 양보하면 된다”며 “이에 응하지 않아서 4개 정당이 영남 전 지역에 후보를 내면 국민의힘은 이길 수 없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혔던 “더 강하게, 더 넓게 500만 당원과 함께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같은 날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국회 본관 앞에 모여 ‘야당 말살 정치 탄압 특검 수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지도부가 가장 강력한 방식의 투쟁을 하기로 했고, 장외투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외투쟁 명분은 ▲검찰청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반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수사 기간 연장 반대 ▲내란 특검의 국민의힘 의원 압수수색 규탄 등이었다. 장 대표는 지난 8일엔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과의 대화를 차단했다. 당시 장 대표는 단군 신화를 인용해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도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등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영수회담은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장 대표도 자신의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모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장 대표는 다시 장외투쟁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분은 손 목사 구속이었다. 지난 14일 부산을 방문한 장 대표는 첫 일정으로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날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게 제 소명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장외투쟁 이어 지난 17일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된 것을 계기로 장외투쟁을 언급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장기집권을 위해 차근차근 야당을 말살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냥 야당인 게 죄인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된 것 ▲정부·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민주당의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장외투쟁 근거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의 장외 집회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인근에서 진행됐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 중도 공략 필요성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과 장 대표의 현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파면·구속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7%를 기록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 지지층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불과 8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이기기 위해선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를 공략해야 한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데, 참패 시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각국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고,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MAGA 진영이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21세 청년 타일러 로빈슨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극우 논객 찰리 커크 ‘터닝 포인트 USA’ 대표와 모린 배넌 ‘스티브 배넌 워룸’ 대표는 한국 극우를 부추기는 미국 정계 논객들이다. 이들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빌드업 코리아 2025’에 참석했다. 커크 대표는 “최근 한국 정치는 혼란스러웠다.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은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으로부터 독립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산주의자들이 정치 검사를 앞세워 우파를 탄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국 정부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북한의 공산주의에 맞서는 여러분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이고, 필요하다면 내가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모린 대표도 “한국은 공산주의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관성은 오직 한동훈 축출 돌연 “극우론 안 돼” 유턴 손 목사는 커크 대표·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 일부 개신교 교단과 MAGA 진영이 김민아 대표가 이끄는 빌드업 코리아와 연결돼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빌드업 코리아의 모태는 커크 대표가 이끄는 터닝 포인트 USA로 전해졌다. 극우 성향 교단과 미국 극우는 강경한 반공 성향을 매개로 연결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교단의 세가 강했던 지역은 평안도였다. 이들은 북한 정부 수립과 6·25 전쟁 이후 모두 월남했고, 강경한 반공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도 소련과의 냉전을 계기로 매카시즘 광풍이 크게 일어나 복음주의 교단을 중심으로 한 반공 세력이 맹위를 떨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도 복음주의 교단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 기반과도 연결되는 미국 정치의 흐름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정치 방향은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패널 인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몫인 각종 방송 출연분 중 80% 이상을 친한계가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엔 방송 출연을 위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원외 인사들이 많다. 장 대표의 방침에 대해선 “친한계의 숨통을 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대해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근거 있는 확신을 한다고 했다”며 “그 확신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의 참고인 소환을 2회 거부했고, 내란 특검은 서울중앙지법에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한 전 대표 증인신문은 오는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연이은 당내 선거 패배와 안 좋게 결별한 장 대표의 당선으로 위기에 몰려 자신의 정치적 상징인 ‘비상계엄 반대’조차 자신 있게 내세우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나경원 의원 등 지난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안팎으로 이어지는 내우외환에 일각에선 장 대표가 다시 강경 보수를 대상으로 한 장외집회에 전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지난 16일 공개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연 “우리가 설득하는 방식이 극우와 같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께서 공감하지 않는 방식으론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층의 확고한 신뢰 없이 성급하게 중도층 마음을 얻겠다고 나아가면 실패할 거라고 본다”는 의견도 남겼다. 내친 김에… 용꿈의 조건 같은 인터뷰에서도 빙글빙글 돌고 있단 느낌을 줄 소지가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 용꿈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명확히 밝혀 대중의 지지를 얻은 다음 노려볼 수 있다. 장 대표는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다. 굳건한 의견 없이 빙글빙글 돌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장 대표의 빙글빙글 회전 정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