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7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시도가 또다시 무산됐다.
지난 1일에 이은 두 번째 강제구인 불발 사태로, 전직 대통령의 완강한 저항과 이를 제압할 뚜렷한 법적 수단이 없는 현행 사법 시스템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은 딜레마에 빠졌고, 법조계 안팎에선 윤 전 대통령의 대응이 법적 실익보다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재시도했으나 1시간40여분 만에 철수했다. 특검팀은 “물리력을 행사했으나 피의자의 완강한 거부로 ‘부상 우려’가 있다는 현장 의견을 받아들여 집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팔을 잡고 의자를 들어 옮기려 해 윤 전 대통령이 넘어지고 허리와 팔에 통증을 호소했다”며 “목적이 조사가 아닌 망신주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피의자에게 조사를 강요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향후 조사에도 불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1차 체포 시도 당시 수의도 입지 않은 채 바닥에 누워 특검팀의 영장 집행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진술거부권’을 체포영장 집행 거부의 핵심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어차피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므로 조사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피의자 신문이 단순히 피의자의 변명을 듣는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으로서는 다른 공범이나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들을 제시하며 피의자를 압박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수사 절차”라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그 사실 자체를 조서에 남기는 것이 수사 기록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달리 말하면 진술거부권이 영장 집행 자체를 거부할 권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는 다른 재소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낳고 있다. 일반 수용자가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1시간 넘게 물리적으로 거부했을 때, 교정 당국이 ‘부상 우려’를 이유로 이를 중단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제100조에 따르면, 교도관의 강제력 행사는 도주, 자해, 시설 파손, 타인 위해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앞서 김현우 서울구치소장은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의 현장점검에서 “전직 대통령이라 예우한 것이 아니라, 교도관이 물리력을 행사할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수사당국의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이 일개 수용자의 저항에 무력화되고 있는 현실은 사실상 ‘옥중 특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특검이 굳이 ‘부상 우려’를 이유로 철수한 배경에는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강경 저항은 ‘정치 탄압에 맞서는 투사’ 이미지를 구축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특검이 무리하게 강제력을 동원해 윤 전 대통령이 끌려 나오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될 경우, 이는 지지층을 강력히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 때문에 특검으로서는 수사의 정당성이 ‘과잉 수사’ ‘정치 보복’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특검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다. 체포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수 있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결국 대면 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핵심 피의자의 진술 없이 재판에 넘기는 것은 수사의 완성도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이런 탓에 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입법도 민주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구속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영장 집행을 거부할 경우 교도관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형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윤석열 체포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원의 결정이 무력화되는 상황을 막고 수사의 실효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민 의원은 “피의자 윤석열의 영장 집행 거부 사태는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법 질서와 사법 정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형사사법 절차가 흔들림 없이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의 ‘옥중 저항’은 사법 절차를 정치 투쟁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의 제도적 허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검이 어떤 선택을 하든, 이번 사태는 법치주의의 원칙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사이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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