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는 2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사건 항소심 판사였던 김시철 사법연수원장(재판 당시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 부장판사)을 대법원 부조리신고센터에 고발했다.
환수위는 이날 “김 원장은 노소영 이혼소송과 관련해 직권남용 청탁판결 등 의혹이 짙다”며 고발장을 대법원 부조리신고센터에 제출했다.
환수위는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김 원장은 해당 가사재판 당시 판사로서 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직권을 남용해 군사정권의 비자금 조성 범죄를 비호하고 노소영 등 노태우 일가와 특별한 관계임에도 사건을 기피 또는 회피하지 않고 재판을 그대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사법부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명백한 법조비리이므로 대법원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김 원장 조사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환수위는 “김시철 판사의 석연치 않은 판결과 관련해 여러 언론에서도 김시철-노소영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고발장에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여러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 원장은 노 관장과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임에도 이런 특별관계를 숨긴 채 최태원-노소영 재판을 맡았다”며 “대한민국의 판사는 특별관계 등으로 인해 공정한 재판이 어려운 때에 배당된 사건을 기피·회피해야 하지만 김시철 원장은 법관으로서 양심을 버렸다”고 비판했다.
환수위는 “김 원장의 이 같은 행위 이면에는 노 관장과 특별한 친분이 있었다”며 “김 원장은 개인적으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안이 노태우 집안과 친분이 매우 두터운 특별관계임에도 이를 숨기고 재판을 맡아 상식 밖의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된 불법성은 대법원과 수사 당국이 철저히 밝혀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환수위는 고발장을 통해 “김 원장은 증거능력이 없는 ‘김옥숙 메모’를 근거로 노소영의 손을 들어줬다. 아무리 판사의 고유권한이라는 게 있다지만 이는 명백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또 환수위는 복수의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을 근거로 “해당 재판이 김시철 판사에게 배당된 과정은 여러 면에서 석연치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의 항소심 재판은 지난해 1월 서울고법 가사3-1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그러자 노소영 측은 돌연 지난해 2월 15일 조 부장판사 매부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K 법무법인 소속 김 아무개 변호사를 선임했다.
재판장 친인척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을 선임한 것인데 이에 서울고법 가사3-1부는 지난해 2월17일 해당 재판에 기피 신청을 냈고, 서울고법은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로 사건을 재배당했다. 사건이 재배당되자 문제의 김 변호사는 다른 법무법인으로 옮겨 노 관장 사건을 계속 맡고 있다는 것이다.
환수위에 따르면 여기서부터 법조비리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김 원장은 노 원장의 사건이 자신에게 배당되자 이를 기피 또는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 사건을 받아 재판을 진행했다. 앞선 조 부장판사의 경우보다 더 심각한 재판회피 사유가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 등을 통해 밝혀진 사실을 보면 김 원장의 집안은 노태우 집안과 그야말로 가족이나 다름없는 관계다. 김 원장의 아버지는 김동환 변호사라는 인물이다. 그는 노태우 대통령의 경북고 1년 후배로서 5공화국에서 국가정책자문위원과 선관위원 등을 두루 맡았고 노태우 대통령이 집권한 6공화국 시절 언론중재위원과 KBS 이사를 지내면서 노태우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과거 김 변호사 부친상엔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조문을 가기도 했다. 여기에 김 원장의 형인 김시범 안동대 교수와 노 관장은 국제미래학회에서 각각 미래전통위원장과 미래예술위원장을 맡고 있고 그 관계도 각별하며 같이 찍은 사진도 미래학회 홈페이지 등에 공개돼 있다.
또 환수위는 고발장에 “노소영과 관련된 모든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상원 변호사의 숨겨진 관계도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11년 판사 경력의 이 변호사는 이 변호사는 '노태우 정권의 실세', '6공(공화국)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장관의 사위다. 박 전 장관은 김옥숙의 고종사촌 동생으로 박 전 장관은 김 원장의 아버지 김동환 변호사와는 경북고, 서울대 선후배로 둘은 매우 절친한 관계라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박 전 장관의 딸이자, 이 변호사의 아내인 박지영씨는 노 관장과 재계 안주인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봉사 단체인 미래회의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이런 관계가 있음에도 최-노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을 재배당받은 김 원장은 지난해 5월 “최 회장은 노 관장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같은 점들을 감안할 때 김 원장의 최태원-노소영 항소심 재판 판결을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환수위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법부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는 국민이 적지 않다”며 “대법원은 김 원장에 대한 감찰조사를 당장 진행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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