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팔고 잠적한 노소영,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0.15 09:33:12
  • 호수 1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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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당당하더니 숨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서 불거진 ‘노태우 일가 부정 재산’ 의혹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려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무부 국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내인 김옥숙 여사, 노 관장과 남동생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면서다.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노 관장 남매는 법무부 국감을 불과 이틀 앞두고 전화기를 꺼두는 등 국회의 연락을 일체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노재헌·노소영 증인에게 다른 날짜를 요청했으나 노재헌 증인은 해외, 노소영 증인은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정청래 위원장은 지난 8일 법무부 국정감사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것임을 예고했다.

숨바꼭질

국회 조사관이 노 관장 남매에게 증인 출석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수 차례 자택, 회사로 직접 방문했으나 전달에 실패했다. 우편으로 보낸 요구서는 부재로 반송됐다. 김옥숙 여사만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출석요구서가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경우, 출석 의무가 발생되지 않아 고발 및 동행명령장의 법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이에 남매가 의도적으로 ‘국감 숨바꼭질’을 하며, 출석요구를 회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노 관장은 지난달 26일 광주 비엔날레에 방문했다고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주 차녀의 결혼식이 서울서 예정된 만큼 한국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쟁점을 촉발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무책임하게 잠적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노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2심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제시한 ‘김옥숙 메모’가 결과적으로 노태우 일가의 비리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앞서 법원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그간 노 전 대통령 측은 이 추징금을 모두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정치권에선 추가 은닉자산이 더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위원장 측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노태우 불법비자금이 환수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정 위원장 측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2008년, 검찰과 국세청이 김 여사가 차명으로 은닉하던 보험금과 장외주식 등에 대한 진술서, 확인서를 받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는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차명으로 농협중앙회에 210억 원의 보험료를 납입했다. 1998년 904억원 메모를 작성한 직후로, 추징금 884억원을 미납하고 더 이상 돈이 없다고 호소하던 시기였다. 

노태우 비자금 깐 일가
국감 증인 줄줄이 회피

김 여사는 지난 2007년 국세청 조사에서 210억원 차명보험이 적발되자 기업들이 보관하던 자금을 차명통장을 만들어 김씨에게 건네준 122억원, 보좌진과 친인척들 명의의 43억원, 본인 계좌 33억원, 현금 보유액 11억원을 합한 돈이라고 해명했다.

차명계좌에 보관되던 은닉자금을 모아 차명으로 다시 은닉한 것으로 명백히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임에도 국세청은 확인서만 받고 아무런 조치 없이 묵인했다.


또 김 여사는 지난 2008년 검찰에 장외주식 거래 정황이 포착됐다. 김 여사는 진술서에서 비서관을 통해 장외주식 거래가 이뤄졌으며, 정기예금으로 갖고 있던 4억원의 자금으로 시작한 것으로 얼마 동안 어떻게 증식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소명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수사를 개시하지 않고 덮었다.

검찰은 지난 2005년에도 김 여사 계좌서 출처가 불분명한 5억여원을 발견했지만 ‘부부별산제’라며 추징하지 않았던 바 있다.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하면서 확인된 김 여사의 904억 비자금 메모, 지난 2007~2008년 적발했지만 덮은 214억+α, 지난 2016~2021년까지 노재헌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 2023년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 등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은닉, 돈세탁, 불법증여는 현재진행형이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및 부칙은 이 법이 시행된 2001년 이후 범죄수익을 은닉한 행위가 드러날 경우 법 시행 전 조성된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은 한 푼의 수입도 없다. 반 초상집 같은 분위기에 체면도 차려야 하고, 병원비 부담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금전지출 부담이다. 유산은 아버지가 쓰던 담요 한 장 등 노태우 일가는 생활고에 시달린 보통 사람 흉내를 내며 추징금 납부는 외면한 채 뒤로는 탐욕적으로 은닉자금을 세탁 및 은닉하고, 주식 투자 등을 통해 계속해서 비자금 증식에만 몰두해온 증거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증스러운 노태우 일가 변명을 받아들여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눈 감은 것은 검찰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김옥숙씨의 메모 904억, 2021년까지 기부금 형태로 아들에게 불법 증여된 152억, 2007~2008년 확인된 차명 보험 등 214억여원 등 노태우 일가가 은닉하고 있는 불법 비자금의 행방을 모두 수사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 이것이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검찰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옥숙 건강상 불출석
노씨 남매는 연락두절

이번 국감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30년 만에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온 ‘노태우 비자금’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서 지난 5월 항소심 재판부는 904억원이 적힌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노태우 일가의 자금이 SK 성장에 기여했다며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선고했다.

904억원이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노태우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재조사와 환수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다. 소득 활동이 없던 김 여사가 차남 노재헌씨의 재단에 2016~2021년까지 152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최근 추가로 밝혀지면서 국감서 이를 따져보자는 의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범죄자의 경우 사망 후에도 범죄수익 모두를 몰수 추징하는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사망·공소시효 완성에도 범죄 수익을 몰수하는 ‘독립몰수제’를 도입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이번 국감서 노태우 비자금 관련해 ▲김 여사 메모 진위 여부와 김 여사가 관리한 비자금 실존 여부 ▲노재헌 원장 재단으로 흘러든 자금의 출처 및 탈세 의혹 ▲비자금의 역외 은닉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전망이다.

한편, 노 관장 증인 채택을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진 이혼소송의 당사자지만 아직 (판결이)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과연 강제로 증인으로 불러 국정감사를 하는 것이 맞는지 법사위서 숙고해봤으면 한다”며 “법사위 질문이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사는?

그러자 장 의원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면서도 “사유서에 그런 내용을 제출했다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지만 사유서가 없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분의 이혼소송이나 개인 재산분할이 아닌 제5공화국 세력의 정치 비자금이 은닉, 상속되는 과정서 어떤 비자금이 기업에 영향을 주고, 메모가 어떻게 증거가 됐는지 조사 대상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노 관장에 대한 재출석을 요구하기로 의결하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할 경우, 검토 후 양당 간사가 협의하기로 정리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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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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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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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