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빼는’ 노소영 미술관 부실경영 해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7.30 09:54:53
  • 호수 1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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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 혈세로 돌린 아트센터 나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때아닌 부실 경영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법원이 아트센터 나비에게 서린동 SK사옥 4층에서 퇴거하고, 1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리면서다. 이후 아트센터 나비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창립 이래 노소영 관장이 상근이사직을 맡으며 운영해 온 아트센터 나비는 최근 5년간 혈세로 운영되면서 실제 예술을 위한 전시 사업은 소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센터 나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약 34억원, 연평균 7억원에 달하는 정부보조금을 받아왔다. 아트센터 나비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고 있다. 미술관을 육성하고, 예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버티다
나갔다

지난 15일 법원은 노소영 관장 측에게 ‘아트센터 나비’가 SK 본사 건물에서 퇴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 관장 측은 이날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해 온 미술관 인도 소송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며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은 민사법상으로는 SK 측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은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예술의 감성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서 “피고(아트센터 나비)는 부동산을 인도(퇴거)하고 손해배상금 10억4560만281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부동산 인도가 완료될 때까지 매달 2400여만원의 관리유지비 등을 내야 한다고 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4층에 자리한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이다. 노 관장이 이끄는 아트센터 나비는 2000년 12월 이곳에 개관했다. SK서린빌딩은 SK그룹의 실질적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빌딩 임대차계약이 2019년 9월 종료됐고 리모델링 등을 한다며 지난해 4월,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사실상 공간을 비워달라는 부동산 인도 소송을 냈다. 당시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1심 결과(2022년 12월)가 나온 직후였다.

이에 나비 측은 “이혼소송 1심 판결이 나오자, SK 측이 돌연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혼이라는 사적 감정으로 소를 제기한 것은 계약위반이자 회사 이익에 반하는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퇴거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결과가 나왔고, 2심 재판부는 SK이노베이션이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노 관장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 관장 측은 “그 부분(이혼 판결)과 관련해서 저희는 원고 측이 그 취지를 검토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지만, 소송은 계속됐고 법원은 “이 소송은 계약에 따른 해지 통보와 부동산 인도 청구이기 때문에, 이를 계약위반이나 배임으로 볼 증거가 없고, 이혼소송의 결과를 기다려야 할 특수성도 없다”며 퇴거 소송서 SK 측의 손을 들어줬다.

퇴거 통보 후 실체 들여다보니···
5년간 전시 일자 230일에 불과

이 변호사는 이를 지적하며 입장문에 “SK서린빌딩에서 나가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 등이 소 취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혼소송과 관련해선 최 회장 측이 상고하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재판은 결국 대법원서 최종 결론이 나게 됐다.

아트센터 나비의 서린사옥 4층 전시관 내 전시 일자는 약 230일에 불과했다. 일주일에 하루도 채 안 되는 꼴이다. 아무리 코로나19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실제 예술 진흥에 관심이 있었는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2020년에는 보조금을 7억8000만원 상당 수령하고, 15일간만 전시관을 열었다. 2022년에는 5억5000만원을 받았음에도 2주간만 전시를 진행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도 전시 일수는 53일에 불과했다.

정부보조금을 전액 전시에만 쓴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과 소송서 ‘퇴거하면 운영이 어렵다’는 취지로 여러 번 말했듯이 전시가 미술관의 사업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전시 하루당 국가세금이 1500여만원이 소요된 셈이다.

전시 내용을 봐도 ‘2022년 나비 보드게임 데모데이’(8월31일), ‘나비 보드게임 플레이데이’(10월26일), 2023년 ‘창의적인 게임 창작을 위한 행위성과 유머 창작 커뮤니티’(10월7일) 등 목적을 뚜렷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전시가 많았다.

거액의 정부보조금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아트센터 나비의 누적적자는 48억원에 달한다. 2019년 200억원에 달했던 자산은 2023년 말 145억원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최근 미술관의 수익은 정부보조금 외에 거의 없다. 기부금을 모금하거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수익사업은 전무했다.

그럼에도 관리비용은 한 해 십수억원이 발생해 적자 폭을 키웠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도 크게 줄지 않았다. 2022년에는 금융평가손실 및 외환차손익으로 약 8억원, 2023년에는 6억원을 손해봤다. 인력을 줄이거나 투자만 잘했어도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펑펑 쓴
보조금

국민 혈세 논란, 비서의 26억원 횡령 사건, 적자 심화에도 이사진은 수년째 바뀌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이다. 아트센터 나비 공익법인 결산보고에 따르면, 현재 나비의 이사는 총 6명이다. 이 중 노소영 관장을 비롯한 3명은 최소 5년 이상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2021년 선임된 3명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외부 문제에도 이사진이 경영활동 및 감시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실상 노 관장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비서 A씨는 노 관장을 사칭해 ‘상여금’ 5억원을 미술관 공금서 쉽게 이체받아 횡령한 바 있다. 상여금, 보수 등은 이사회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중요 의사결정인데, 이 같은 과정조차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노 관장은 “비서가 지난 5년간 개인계좌와 공금서 약 26억원을 빼돌렸다”고 나비에 근무하는 직원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지난 5월 구속 기소됐다. 당시 직원의 범행 방식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거액의 현금을 확인 없이 이체하며 수개월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나비의 내부 시스템과 불성실 경영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심지어 ‘노 관장이 공익법인인 아트센터 나비를 사유화했다’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특히 노 관장을 사칭한 휴대폰 문자메시지만으로 미술관 재무담당자 B씨가 현금 5억원을 개인통장에 입금한 사실에 대해 업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당시 A씨는 B씨에게 “관장님의 세컨드 폰이라며 번호를 입력해두라”며,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 며칠 뒤 A씨는 B씨에게 해당 번호로 노 관장을 사칭해 “빈털터리가 돼서 소송자금이 부족하니 상여금으로 5억원을 송금하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B씨는 A씨가 관리하는 통장으로 요청액 전액을 송금했다.

계좌도
털렸다

의혹이 불거진 이유는 비상식적인 B씨의 행동에 있었다. 그는 “관장의 말투를 따라 해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나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공금 5억원을 개인계좌로 입금했다는 점은 ‘평소에도 유사한 지시가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산다는 지적이다.

공익법인은 국가보조금, 기부금 등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자금의 쓰임에 대해 직원의 ‘교통비’까지 공시자료에 기입할 정도로 꼼꼼하게 관리한다. 하물며 공금 5억원을 개인계좌로 입금하라는 ‘횡령’ 지시를 받았다면 거부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B씨는 7개월간 노 관장에게 사실을 확인하기보다는 상여금을 통해 발생하는 세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상의하려는 정황을 보였다.

만약 B씨가 송금한 5억원이 노 관장의 개인계좌가 아니라 ‘차명계좌’로 들어갔다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는 B씨가 평소에도 노 관장의 지시에 따라 공금을 차명계좌를 입금해 비자금을 형성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무담당자 B씨가 A씨를 노소영 관장이라고 믿고 보너스 5억원을 일시 지급한 사실도 상식에서 너무 벗어났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비서 A씨는 관계자를 속이기 위해 인건비인 ‘상여금’을 명목 삼아 B씨에게 5억원을 송금을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도 B씨는 절차를 무시한 행동을 보였다. 공익법인은 공익법 제5조에 따라 상근임직원에게 승인된 보수만 지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업계획에 연간 인건비 지급 기준을 포함한다.

이 역시 법인세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 등 근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B씨가 5억원을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한 5월은 통상 공익법인이 사업계획을 신고하는 1월과 시차가 크다. 특히, 아트센터 나비의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16명의 직원에게 지출한 고정성 인건비는 7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이 중 상여금 5억원은 65%에 달했다. B씨의 행동에서 평소 아트센터 나비의 운영 실태가 보인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공익법인인 아트센터 나비가 어떻게 거액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 미술관은 90억원에 가까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금 마련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0년간 축적한 보조금, 기부금 등을 쓰지 않고 쌓아 놓은 탓이다.

연간 적자 23억···26억 빼돌린 비서
관리 부실 및 사유화 “감시 없었다”

다만, 공익법인의 존재 이유인 ‘공익목적사업’에 지출은 한 해 5억원 정도(예술 진흥, 교육 등)에 불과한데, 현금을 100억원 가까이 비축해둔 이유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불과 몇 해 전에는 아트센터 나비가 보유한 현금만 2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부실 운영에 대한 정황이 돋보인다. 나비는 2022년 약 23억원, 지난해 약 17억원 등 최근 2년간 약 40억원의 막대한 손실을 냈다. 한 해 소액의 목적 사업만 진행하는 이 미술관이 거액의 적자를 낸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투기성 투자’에 집착한 것 아니냐는 구설수가 나오기도 했다.

적자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예술사업과 무관한 ‘투자’ 부분에서 발생한 막대한 부실이다. 아트센터 나비는 2022년 ‘금융상품 손실’과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차손’으로 약 10억원 상당의 ‘사업비용’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굴리는 자금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아트센터 나비가 평가액 등락이 큰 고위험 투기상품에 투자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공시 내용상 미술관이 보유한 주식이 없고, 일반적인 현금성 자산 상품(예·적금, 채권)으로는 큰 폭의 손실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환 변동에 따른 손해도 수억원에 달해 금융당국의 시선을 피해 해외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A씨의 횡령사건에 대해 노소영 관장이 ‘피해자’라고 단순히 볼 수 없는 이유는 아트센터 나비가 매년 5~10억원가량의 국민 세금을 받고 있다는 점에 있다. 재무제표상 아트센터 나비의 수익 95%가 ‘정부 보조금’이다. 2022년 총 수익이 5.8억원이었는데, 이 중 보조금이 5.5억원이었고, 기타 매출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더욱이 정부 보조금 집행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어디에 지출되고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더 큰 문제다. 아트센터 나비는 정부 보조금을 ‘기타 인력비용’으로 약 3억원, ‘기타(잡비 성격)’로 8000만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구체적인 항목 확인이 어려운 ‘운영 잡비’로 2021부터 22년까지 2년 동안 5.4억원을 지출했다. 직전 2년에는 2100만원 지출에 불과했던 항목이다. ‘꼬리’를 알 수 없는 비용이 25배나 증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아트센터 나비가 ‘공익법인 사유화’라는 논란을 비켜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비서 A씨는 ‘관장’의 일정관리 등 보조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A씨가 노 관장의 인감도장과 신분증 등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반인 노소영씨’의 개인 업무도 처리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그래도
당당하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개인간 사기가 아닌 일부 공익법인의 관리 부실과 사유화라는 사회적 측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한 개인이 수십년간 외부의 감시와 견제 없이 공익법인을 장악했을 때 부작용을 파악해 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트센터 나비는 이번 횡령 금액을 회계에 반영해 결산보고, 감사보고서 등에 반영해야 한다. 지난 4월 마지막 주에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분을 공개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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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장동혁 다음 스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15대 1로 승리할 것이라던 예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접전 지역에서 일부 성과를 거둘 경우, 귀속을 놓고 다시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축으로 이기든 지든 아비규환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6·3 지방선거 판세 분석에 대해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서울·부산·대구·울산·경남·전북 등 광역자치단체 6곳을 접전 지역으로 지목했다. 이어 전남·광주·인천·대전·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제주 등 10곳을 민주당이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는 광역자치단체라고 지목했다. 펼쳐질 삼국지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후보자들의 지지율 상승 기류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영남 중심으로 보수 결집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며 “어느 정도 활성화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어 “보수 결집이 이뤄지면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도 결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에 대해선 지난달만 해도 “민주당이 경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해 15대 1로 이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전망이 결정적으로 깨진 변곡점은 일명 ‘조작 기소 특검법’으로 알려진 새 특검법이다. 민주당은 지난 4월30일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취지는 ‘윤석열정부 당시 검찰의 수사·기소 과정 내 불법·조작 의혹을 규명한다’는 것이다. ‘조작 기소 특검법’은 이 법안의 통칭이다. 법안에 따르면, 특검의 수사 범위에는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재판 ▲위증교사 항소심 재판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이 대거 포함된다. 아울러 ▲수사 기간 최장 180일·준비 기간 포함 200일 안팎 ▲파견 검사 30명 ▲특별 수사관 150명 등 최대 규모로 구성된다.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됐던 것은 특검의 판단에 따라 법원에 계류 중인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슨 죄를 지어도 감옥에 안 가는 사람은 북한의 최고 존엄 김정은”이라며 “이 대통령은 최고 존엄 넘버 2라도 되고 싶은 거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여전히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꺼릴 정도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에서 오 후보 등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오 후보는 동행 유세를 하지 않았고, 유세 동선을 다르게 잡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지방선거 판세는 민주당에서도 최소한 ‘보수의 활성화’를 인정해야 할 정도로 경합으로 바뀐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작 기소 특검법 논란이 보수 성향 유권자의 위기감을 자극해 결집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도 인정한 보수 결집…원인은 이 공소 취소? 무조건 버틸 장…비결은 벙커가 된 최고위원회의 정치사회학·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특정 정치 세력이 급격한 제도 변화나 가치 의제를 추진할 때 반대 성향의 유권자가 이에 반발해 결집하는 현상을 백래시 효과라고 설명한다. ‘15대 1’이란 승패 예측이 공공연하게 거론된 것에 대한 반감도 이 백래시 효과에 일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민주당은 행정권·입법권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장악하게 된다. 이에 대한 견제 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취지의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은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각지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는 분석도 마찬가지다.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중도층이다. 중도층이 국민의힘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분석도 그렇다.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가 STI에 의뢰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유권자 1701명을 상대로 유무선 RDD 및 통신사 가입자 패널을 활용 조사해 지난 14일 밝힌 유권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53.3%였다. 반대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34.1%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48.9%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23.8%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100% RDD 방식을 활용한 ARS 여론조사를 진행해 지난 13일 밝힌 결과에서도, “국정 지원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51.5%였다. 반대로 “정권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41%였다. 중도층에서는 국정 지원론에 힘을 실어준 유권자가 54.8%로 집계됐고, 정권견제론에 힘을 실어준 유권자는 36.8%로 확인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으로서는 애초 거론됐던 압도적 참패 예상에서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접전 양상으로 변화했다는 것에 고무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국민의힘 자체의 호감도 상승이라기보다 민주당의 조작 기소 특검법 추진 논란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사이익 접전 양상 그런데 정치인은 정치적 현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구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유력 주자들은 아전인수격 해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귀인 오류 혹은 자기 기여 편향이라고 설명한다.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을 왜곡해 잘못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인지적 편향을 의미한다. 정치인은 대체로 승리·성과 등 긍정적인 부분을 자신의 덕분으로 돌리고, 실패는 타인·상황·언론 등 외부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귀인 오류는 곧바로 프레이밍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정계에선 ‘프레임 설정’이라고 한다. 프레이밍은 특정 사안의 일부 측면을 선택적으로 부각해 대중의 해석 방향을 유도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정당 내부 권력투쟁에서는 선거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한 공로·책임 구도로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들은 현재의 접전 양상을 자신의 당권 유지 및 장악 시도의 근거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가 지원 유세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도 현장을 누비는 것에 대해선 “선거 이후에도 당권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장 대표 체제가 붕괴하거나 장 대표가 책임론의 중심에 서게 될 경우, 그는 향후 정치적 밑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다. 강경 보수 노선을 앞세워 선거를 지휘했다가 참패 후 당 중심에서 밀려난 사례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거론된다. 이후 부정선거론의 선두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황 전 대표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평택을에 출마했지만,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10%대 초반 지지율에 머무르는 등 뚜렷하게 두드러지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거취를 놓고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버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지도부가 붕괴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기준은 최고위원회의의 기능 상실 여부다. 구체적으로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의가 해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의 최고위원회의에는 김민수·김재원·조광한 등 장 대표와 의견을 함께 하는 강경 보수 성향 최고위원들이 포진해 있다. 강경 보수 성향과 거리가 멀면서도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닌 양향자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출마했다. 지방선거 출마 등에 따른 최고위원 궐위는 비대위 전환이 아닌 보궐선거로 처리하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 마련됐다. 장 대표 체제를 흔들기 더 어려워진 것이다. 선출직 최고위원 사퇴로 무너졌던 지도부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체제였다. 당시에는 한 전 대표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론에 대한 당내 반발을 이겨내지 못해 지도부가 무너졌다. 3명의 최고위원이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장 대표와 의견을 함께하는 한 당시와 같은 지도부 붕괴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최고위원회의는 장 대표의 벙커가 된 지 오래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따라 장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이어지더라도 최고위원회의는 내부 참호전을 치를 요새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끝나지 않은 내부 전쟁 오 후보는 5선을 위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3월 1차 공천 마감 시한까지 공천을 신청하지 않는 등 사실상 장 대표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적이 있다. 당시 그는 혁신 선대위 구성 등 사실상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그는 공천을 신청하면서도 장 대표 등 지도부에 혁신을 요구하면서 대립각을 이어갔다. 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한때 50%를 넘는 압도적 지지율을 얻었다. 하지만 과거 폭행 전과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접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의뢰로 여론조사 업체 에이스리서치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 거주 만 18세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통신 3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를 이용해 진행한 후 지난 22일 공개한 ARS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 후보는 41.7%의 지지를 얻었고, 오 후보는 41.6%의 지지를 얻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혼전 양상이 거듭되고 있어서 두 후보 간 승패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오 후보는 아직 정 후보를 제친 여론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얻지는 못했다. 오 후보에 대해선 “공천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혁신 선대위를 요구하는 등 장 대표와 대립각을 내세울 때 당락을 떠나 당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따라서 오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면, 장 대표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하면서 본격적으로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최고위원회의 자체가 장 대표의 벙커이기 때문에 자신의 중도층에 대한 설득력을 앞세워 여론을 조성한 후 대외적 압박에 나서는 형태로 장 대표에게 도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승리하면, 오 후보가 한국 정치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의 정치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여당 자유민주당과 각외 협력을 하는 일본유신회는 오사카에서의 강한 지지를 바탕으로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오사카 부지사를 겸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국민중심당을 창당해 일시적으로 당 대표를 겸임했던 적이 있다. 이 같은 모델은 광역자치단체장 권력을 기반으로 중앙당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유신회는 오사카 지역을 강력한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어 요시무라 대표의 오사카 부지사가 가능하다. 심 전 지사는 자신이 도지사를 맡았던 충남을 기반으로 지역 정당을 창당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수도권을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구 친윤(친 윤석열)계도, 친한계도 아니다. 따라서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돼 당의 상징으로 주목받으면, 국민의힘의 변화와 쇄신을 상징할 수도 있다. 대립각 유지하는 오…당락 떠나 당권 도전 가능성 한, 지면 정계 은퇴? 이겨도 쉽지 않을 국힘 복귀 하지만 구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은 매우 뿌리가 깊다. 이 갈등 조정 자체가 오 후보에겐 새로운 시험대가 된다. 아울러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장이 당의 얼굴이 돼 당무 전면에 나선 사례는 앞서 언급한 심 전 지사밖에 없었으며, 그마저도 일시적이었다. 따라서 오 후보로선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하면, 자신은 당의 상징 역할을 하면서 장 대표 체제 붕괴를 압박한 후 대리인을 비대위원장으로 파견하는 간접 지배 형태를 선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결국 오 후보의 승패와 무관하게, 그의 향후 행보는 장 대표 체제의 외부 압박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전 대표도 최근에는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추월하는 등 선전하고 있어 당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부산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부산 북구갑 지역구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조사를 진행한 후 지난 2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38.2%의 지지를 얻었다. 하 후보는 34%의 지지를 얻었고,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23.3%의 지지를 얻었다. 한 전 대표는 부산 북갑에서 무소속 출마를 하는 등 필연적으로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박 후보와 양분해야 했다. 따라서 중도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하 후보로부터 일정 부분 빼앗아오지 못하면, 낙선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한 전 대표를 둘러싼 정계 은퇴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승리하면 한 전 대표의 몸값은 급상승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당 복귀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가 여전히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몸값이 급상승한 한 전 대표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를 정치학에서 말하는 ‘양면 게임’과 유사한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한 전 대표는 한편으로는 부산 북갑 유권자를 상대로 당선 경쟁을 벌여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힘 내부 복귀와 당권 경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한 전 대표의 근본적인 정치적 목표는 국민의힘 복귀·당권 장악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전장에서 승리한 직후 곧바로 2차전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단기 결전인 1차전과 달리 2차전은 참호전 양상의 지루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내부인 아닌 내부인’으로서 공천권·징계권 등 국민의힘 내 제도적 권력의 높은 벽을 실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내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세력은 한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크다. 한 전 대표로서는 원내 입성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제도적 권력의 높은 벽을 실감하면서 신당 창당 혹은 국민의힘 내부 변화 관망 등 선택지를 검토하면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일부 보수 성향 매체의 강한 두둔을 업고 있지만, 그들은 국민의힘 밖에 있다. 밖에서 미는 힘에는 한계가 있다. 한 전 대표가 승리하더라도 장 대표 체제 안으로 곧장 흡수되기 어렵다. 따라서 양측의 충돌은 선거 이후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는? 아비규환 국민의힘의 고질적 문제로는 통합형 리더십 부재가 거론됐다. 6·3 지방선거에서 ‘약간의 성과’를 거두더라도, 그 성과가 오히려 공로 다툼과 분열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 중심에는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버틸 가능성이 큰 장 대표가 있다. 국민의힘은 이기든 지든 이어질 아비규환을 피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