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이혼에 꺼낸 노태우 비자금 민낯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7.15 13:42:23
  • 호수 1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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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넘어간 수상한 검은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거론됐다. 최 회장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이 ‘노태우 비자금’이었다는 노 관장 측의 주장이 나오면서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제목을 연상케 하는 시점이다. ‘노태우 비자금’이 SK로 흘러갔다는 의혹을 노 관장이 스스로 들춰낸 의도는 다분해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이 SK 측으로 흘러갔다”는 그의 주장은 최 회장 일가서 줄곧 부정해 왔던 사안이다. 노태우 비자금 논란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논리다.

치명적 오류
잘못된 재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판 2심 결과가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결과와 관련해 법원과 SK그룹 사이의 논쟁이 벌어지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소송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 

소송의 결과는 두 사람의 개인적인 차원뿐 아니라 SK그룹 임직원이나 상장 계열사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지난 5월30일,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최태원)는 피고(노소영)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한민국 가사소송 역사상 최고액의 재산분할이었다. 법조계 어느 누구도 이 정도의 재산분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판결 이후 최 회장 측은 판결문에 나온 SK 주식 가치 산정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같은 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판결을 경정했지만 주문 결과는 수정하지 않았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착오가 있는 계산을 바탕으로 과실상계했다면 대법원 파기 사유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인정했다. 노 관장 측이 제출한 300억원어치 ‘약속 어음’도 SK의 신사업 진출 자금에 활용됐다고 봤다. 최 회장 측의 “계열사 자금을 활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대비 재산분할액과 위자료가 모두 20배나 오르면서 반발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3층 수펙스홀 기자회견장에 직접 나타났다. 그는 “개인적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사과드린다”면서도 “‘SK 성장이 불법적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는 판결 내용으로 저뿐만 아니라 SK그룹 구성원 모두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심 판결 두고 “이상하다” 목소리
300억 줬다는데 SK에 진짜 쓰였나

최 회장 변호인 측은 이날 판결문이 잘못됐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항소심 판결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산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한텔레콤 주당 가격을 최 회장 취득 당시인 1994년에는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에는 100원, 2009년엔 3만5000원 정도로 계산했다. 기업 성장에 대한 기여 부분을 회장으로 취임했던 1998년 직전과 직후로 나눠 선대회장 기여가 12.5배, 최 회장이 355배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최 회장 변호인 측은 1998년 당시 주식 가치는 주당 1000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새로 계산하면 선대회장 기여분은 125배로 늘고, 최 회장 기여분은 35배로 줄어든다. 잘못된 계산으로 사실상 100배 왜곡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을 수정하는 ‘경정’ 결정을 했다. 최 회장 측의 주장대로 수치를 수정한 것이다. 판결 경정은 판결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등을 법원의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그러나 “재산분할 비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커진다 하더라도, 최 선대회장에게 노 전 대통령이 자금을 지원한 만큼 피고의 기여분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최 회장 측은 지난달 20일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냈다. 나흘 뒤에는 ‘경정 결정’에 대한 재항고장도 제출했다. 재산분할 대상과 비율을 재상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혼 소송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여기서 법조계 의견이 갈렸다. 대법원이 가사소송 사건 대부분을 ‘심리불속행 기각’한다는 점을 들어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한 축을 이룬다. 또 다른 인사들은 1심과 항소심 판결이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대법원이 일단 심리는 해볼 것으로도 관측한다.

과거사
재조명

재판부가 이례적 경정을 했다는 점 역시 대법원이 다시 들여다볼 이유로 꼽힌다.

일각에선 1조3800억원대의 재산분할을 명한 법원의 과도한 잣대가 노 전 대통령의 과오를 미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알다시피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과 주축을 이뤄 신군부인 하나회를 결성했다. 이어 1979년 12월12일부터 13일까지 신군부 세력은 최규하 대통령의 승인 없이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대한민국 육군 참모총장, 정병주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 김진기 육군 헌병감 등을 체포했다. 

이후 1980년 5월 전두환을 중심으로 하는 신군부는 5·17 쿠데타를 일으켰다. 5·17 쿠데타에 반항한 광주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은 사건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다. 전두환은 그해 8월22일에 육군 대장으로 예편했고 1980년 9월1일 대한민국 제11대 대통령이 됐다.

사실상 전두환의 ‘폭군 정치’를 묵인하고, 오히려 두 손 잡고 도모한 인물이 노 관장의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이었던 셈이다. 12·12 군사 쿠데타 심판 과정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가 민심에 불을 지폈다.

이는 1995년 문민정부 시기 검찰에 고발된 신군부 관련 내란죄 등 기소건에 대해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장 장윤석 검사가 이를 불기소처분하며 밝혔다고 알려진 발언이다. 이 발언은 대중적 공분이 불타오르는 계기가 됐고, 여론에 힘입어 신군부 처벌은 역설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12·12 군사 쿠데타 심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으로부터 비롯됐다. 1993년 8월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되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보유설이 나돌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막힌
노림수

1994년 당시 무소속 서석재 의원에 의해 4000억 비자금 설이 제기되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반박했다. 1995년 서 의원 등에 의해 그의 비자금 조성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같은 해 민주당 박계동 의원에 의해 전직 대통령 비자금 수수설이 제기돼 수사에 들어가면서 비자금 수수가 사실로 드러났다.

1995년 10월19일 박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서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주)우일양행 명의로 예치된 110억원의 예금계좌 조회표 사본을 제시하며 “노태우 비자금 4000억원”이라는 발언을 강조했다. 노태우의 비자금 4000억원이 시중은행에 흩어진 여러 차명계좌로 분산 예치돼있다는 의혹이었다. 

1995년 10월20일부터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계좌를 수사, 추적한 끝에 그의 경호실장 이현우가 검찰에 자진 출두해 “우일양행 명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은 노태우가 재임 중 조성해 사용하다가 남은 돈이며, 전 청와대 경호실 경리과장 이태진이 관리해 왔다”고 진술해 정치 비자금이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의 수사 결과 비자금 수수가 드러나자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 사실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재임 중 기업체로부터 5000억원가량을 받아 사용하고 1700억원가량이 남았다”고 밝혔다.

그는 1995년, 포괄적 의미의 뇌물죄가 적용되어 이전에 대통령 재직 시 조성한 비자금 수수와 뇌물 조성 혐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 등의 죄목으로 전격 구속됐다. 그해, 법원 재판에 회부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같은 해 11월16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이후 옥중서 항소했고, 항소심서 징역 15년에 262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이를 계기로 12·12와 5·18에 대한 재수사 여론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민정부를 표방했던 김영삼은 취임 직후부터 5·18 정신을 계승한 정부임을 천명하고 12·12와 5·18에 대한 재수사를 지시했다. 1995년 10월, 노 전 대통령은 “문화대혁명 때 수천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보면 광주사태 저것은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발언으로 국민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논리?
회고록에도 특혜·지원 전혀 없어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서 재판부가 6공 특혜를 판결의 주요 근거로 삼으면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주목받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옥중서 육필로 작성했던 대학 노트 30여권의 메모를 바탕으로 2011년 1112쪽에 이르는 회고록을 출간한 바 있다.

회고록서 그는 “분명히 말하지만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청와대나 내가 개입한 일은 절대 없었다”고 주장했다.

2심은 SK(당시 선경)가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서 노 전 대통령의 무형적 기여가 작용했다고 결론내렸다. 노 관장 측은 소송서 SK가 청와대 후광을 이용해 경쟁사를 배제시켰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최태원 회장의 무선통신 청와대 시연으로 이동통신사업 논의가 촉발됐고,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4대 그룹의 통신사업 수허가권을 제한한 결과 SK그룹이 이동통신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SK에 대한 특혜나 지원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되레 노 전 대통령은 “나와 선경(SK)의 관계 때문에 정치 문제로 비화해 결국 선경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다음 정권에 가서 결국 선경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그 당시 정치 논리 때문에 선경이 피해를 봤고, 자신이 아닌 김영삼정부 때 한국이동통신이 인수된 사실을 밝힌 셈이다. 노 관장의 주장과 반대되는 지점이다.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두 사람의 이혼소송서 앞으로 나올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노 관장 몫의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판단한 핵심 논지 중 하나는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에 시집간 딸을 통해 건넸다는 비자금 300억원이다.

비자금이 실제 건네졌는지에 대한 주장은 여전히 엇갈리지만 항소심 판단대로 비자금의 실체를 인정하더라도 부친이 불법적으로 조성한 ‘검은돈’을 딸의 결혼생활 기여로 인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일각에선 “SK그룹에 노태우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으니 노 관장에게 재산을 나눠줘야 하는 게 아닌, 불법자금이기 때문에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온다. 불륜에 대한 공공의 분노, 여성의 결혼생활 기여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물론 중요한 가치다. 그렇다고 해서 ‘성공한 비자금은 처벌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기는 것 역시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
바뀔까

한편, 노 관장은 이혼소송 항소 결과에 대해 상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리인은 지난달 21일 입장문을 내고 “아쉬운 부분은 없지는 않지만 충실한 사실심리를 바탕으로 법리에 따라 내려진 2심 판단에 대해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대법원 상고심은 1·2심 판단에 헌법·법률 위반 등과 관련된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지 살피는 ‘법률심’이다.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보다 법리해석이 제대로 됐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최 회장 측은 추후 상고이유서를 제출해 상세한 이유를 대법원에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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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