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환수 ‘독립몰수제’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8.21 09:02:54
  • 호수 15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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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 멀어···제 발등 찍은 노소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실체 규명에 관한 목소리가 국회·학계·정부에서 커지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최태원 SK 회장 간의 이혼소송에서 ‘신군부의 자금이 SK그룹의 밑바탕이 됐다’고 인정되면서다.

노태우 비자금은 지난해 노소영 관장이 재산 분할 소송에서 904억원의 비자금 흔적이 담긴 ‘김옥숙 메모’를 증거로 제시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 관장 측은 “부친의 300억원이 SK에 흘러가 그것이 SK를 키웠다”고 주장하며 그 300억원의 가치가 현재 기준 1조3808억원에 이른다는 항소심 재판부 판결을 이끌었다.

법안 발의
급물살

이혼소송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1조원 재산 분할 판결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를 위한 ‘독립몰수제’ 도입으로 이어졌다. 정부와 학회는 내란 등 국가 폭력 범죄로 대물림된 불법 자금을 취한 범죄자를 사망 등 이유로 기소하지 못해도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균택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갑)은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 폭력범죄로 인한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최근 박 의원은 ‘범죄수익은닉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내란과 같은 국가 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망, 공소시효 만료 등에도 범죄수익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범 개정을 추진 중이다.

발제자로 나선 박재평 교수(충남대 로스쿨)는 “공권력의 조직적 개입 등으로 실체가 드러나기 어려운 국가범죄처럼 기소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몰수나 추징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 실질적인 몰수 요건이 충족됐더라도 유죄 판결 자체가 불가능하면 허용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 국제형사과 전성환 검사는 토론 세션에서 “범죄수익의 해외 유출이 많은데 확정 판결까지 기다리면 실효적으로 환수가 어렵다”고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법무부도 올해 업무보고에 독립몰수제를 반영해 적극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범죄 저지른 자와 상속인 추징
여권발 법안 정기국회서 논의 본격화

전 검사는 “독립몰수제는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태국·페루 등 국가가 보편적으로 도입한 필수 제도”라며 “국가 폭력범죄뿐만 아니라 마약, 금융 사기 등 민생 침해 범죄로까지 독립몰수제 도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몰수제 도입 논의는 40년 넘게 해결하지 못한 신군부 비자금에 대한 사회적 분노에서 촉발됐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주도한 신군부는 1979년 12·12 쿠데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을 거쳐 정권을 차지한 후 10년 넘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1조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

두 대통령은 ‘정치 헌금’이라는 명목으로 기업인들로부터 막대한 불법 정치자금을 챙겼고 전두환은 2205억원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나 867억원을 미납했다.

정부는 올해 초 ‘전두환 자택’ 소유권 이전 소송에서 당사자 사망을 이유로 패소하는 등 추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추징금 2628억원을 완납한 것으로 알려진 노태우 비자금은 지난해 딸 노 관장의 재산 분할 소송에서 불거졌다.

토론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강성필 부대변인은 “노태우 비자금을 재산 분할 근거로 삼아 노소영에게 1.3조원을 주는 것은 국가가 불법 비자금을 제도권으로 인정해준 것”이라며 “재산 분할이 아닌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은돈
승계 의혹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도 김옥숙 여사가 210억원의 차명 보험금을 납부하거나, 아들 노재헌이 운영하는 재단에 147억원을 기부하는 등 다수의 비자금 운영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시민단체 등의 고발도 이어져 검찰이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에 따라 독립몰수제가 도입되면 수사기관의 신군부 비자금 환수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박준태 의원(국민의힘)과 장경태 의원(민주당)은 비자금 환수 관련 법리적 근거를 뒷받침하는 법안을 발의해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박성훈·송석준 의원(국힘), 김영환·김승원 의원(민주당) 등 노태우 비자금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지난 국감에서 김옥숙의 차명 보험 210억원을 최초로 폭로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간담회 축사를 통해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라며 “부정한 자산을 환수하는 것이 정의의 실현이며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일”이라고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정권의 비자금 환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도 축사에서 “노태우 일가의 900억원대 추가 비자금 정황이 드러났지만 추징금 완납을 이유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지적한 뒤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박균택 의원은 “12·3 불법 비상계엄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독립몰수제를 도입해 부정 축재 재산을 끝까지 환수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해외는 당연
우리만 이제

독립몰수제 법안 추진은 이재명정부에서도 적극적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5월 광주 5·18 기념식에서 “국가 폭력 또는 군사 쿠데타 시도는 철저하게 처벌하고 소멸 시효를 없애서 상속자들에게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독립몰수제’ 도입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 당시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박 의원의 질의에 “양형체계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사망이나 피의자 특정 불가 등으로 범죄수익이 일실되지 않도록 (독립몰수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자금 환수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역사적 과제다. 강성필 부대변인은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법의 취지에 찬성하는 비율은 85%에 달하며, 이 가운데 소급 적용을 통해 원금과 수익까지 모두 적극 환수해야 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허연식 5·18기념재단 위원은 “과거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 과정에 신군부 비자금에 대한 유의미한 제보들이 있었지만 입법적 한계로 조사에 착수하지 못했다”면서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을 지금이라도 실현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국회의 실질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진우 5·18기념재단 기록진실부장은 “몰수한 금액들을 향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더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5공화국뿐 아니라 6공화국, 노태우정권에서 진행돼 축적한 것으로 알려진 비자금의 규모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견이다.

사망·은닉으로 못 찾는 현행법
‘끝까지 받아내는’ 법 도입 필요

전문가들은 독립몰수제가 단순히 재산만 몰수하는 정도에서 멈추는 게 아닌 실제 비자금이 어떻게 조성됐고, 나눠졌고 어떻게 쓰여졌는지, 또 어떻게 은닉됐는지까지 철저한 조사가 동시에 같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독립몰수제는 신군부의 비자금 환수에만 필요한 것이 아닌 해킹, 보이스피싱, 대규모 금융 사기 등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하는 많은 민생 침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이기도 하다.

전성환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는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하는 많은 민생 침해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범죄자들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하거나 이들이 해외에 체류하는 등 소재 불명이라는 이유로 기소 중지가 되어 사건이 중단되거나 수사 또는 재판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존재한다”며 “이 경우 범죄수익이나 피해자들의 피해금이 발견되더라도 법원의 몰수 증인 판결을 받을 수가 없어서 국가가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어렵고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은 더욱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부분의 범죄수익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유출 범죄수익을 실효적으로 환수하기 위해서는 범죄인에 대한 국내 확정 판결까지 기다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독립몰수제도를 통해 신속히 법원의 몰수 판결문을 받아 대상국에 공조 요청을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2025년 1월 업무계획에 독립몰수제 도입 추진을 포함시켰다. 독립몰수제 도입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자 법무부 장관의 주요 추진 사항 중 하나로, 이에 법무부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
공약으로

독립몰수제도는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도입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선진 제도라기보다 이미 대부분의 국가가 유지하고 있는 보편 필수적인 제도다. 국회와 정부, 학계 등이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에 적극 공감함에 따라 관련 법안이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학생들도 아는 노태우 비자금

지난 6월 경기대학교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초청 행사가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노 관장은 지난 6월16일 오후 경기대 예술대학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그가 예정 시간 직전에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적으로는 노 관장의 건강상 이유였지만, 대학 캠퍼스에 대자보가 붙고 반대 시위가 예정돼 있는 등 학생들의 반발이 잦아들지 않은 게 큰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노소영 관장님의 경기대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말이 적힌 플래카드가 교내에 걸리자 학생들은 즉각 반발했다.

학생들은 “노소영은 독재자 노태우의 딸로, 이혼소송 과정에서조차 ‘선경 300억’이라는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제출해 비자금의 실체를 스스로 인정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이 비자금은 온전히 규명되지 않았고, 은닉재산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런 인물이 학문과 진실의 공간인 대학에 발을 들이려는 것도 모자라, 이를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리고 ‘경기대 재학생 일동’이라는 허위 명의까지 동원되고 있는 현실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내에 걸린 ‘노소영 초청 규탄’ 대자보엔 “계엄의 악몽” “군사독재의 수혜자이자, 불법 비자금 은닉 의혹의 중심” 등 비판 글이 적혔다.

노 관장 방문 예정일 당일엔 학생들의 시위도 계획됐다.

결국 노 관장의 경기대 방문은 취소됐지만 쿠데타로 헌정 질서를 파괴한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불법 비자금을 감춰두고 대를 이어 부를 누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대학가로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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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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