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여론전·불법·탈법에 자녀 활용 논란까지
법조계 “양쪽 모두 깊은 상처 남길 것”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심서 이혼판결을 받았음에도 항소심 재판 단계서 점점 막장 드라마로 가고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오래 감춰왔던 별거와 이혼 문제가 대중들 앞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 2012년 6월18일자 <한겨레신문>을 통해서였다. 그 후로 11년이 더 지나는 동안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남남보다 못한 사이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면서도 여전히 법적으로는 부부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1심 재판이 이어지던 지난 5년여 동안은 비교적 조용히 법정 내 공방으로 진행돼왔다. 그러나 1심 판결에 노 관장이 불복하면서 양측이 변칙과 반칙을 주고받는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노 관장은 1심 판결 직후 <법률신문>과 만나 법원의 판결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언론 인터뷰를 갖는가 하면 배정된 항소심 재판부가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판사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특정 변호사까지 선임해 재판부 쇼핑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최 회장의 동거인을 상대로 30억 손해배상소송을 내면서 같은 날 소장과 보도자료를 언론에 돌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보도자료에는 최 회장의 동거인이 심리 상담가로 위장해 먼저 적극적으로 접근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담겼다. 이에 최 회장 측도 노 관장에게 도 넘은 허위 사실 유포와 여론전을 자중하라며 기자간담회까지 갖는 등 장외전으로 맞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사 재판의 1심 판결이 항소심서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조급해진 노 관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법리공방 보다는 여론전으로 판세를 뒤집어야 이긴다?

노 관장은 1심서 4차례나 변호인단을 교체하고 마지막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의 한승 변호사를 선임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상속받은 특유재산은 이혼 시 분할 대상이 안된다는 법리에 가로막혀 최 회장의 개인 자산 중 40%인 900억원에 가까운 재산분할 결정을 받았다.

특유재산을 제외하고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공동재산이 2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노 관장의 기여도를 40%로 본 것이다. 다만 노 관장이 이미 개인 명의로 돌려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 200억원대에 달하기 때문에 법원은 이를 제외한 666억원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이 때부터 노 관장의 항소심 전략이 180도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관장은 1심 선고 직후 가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장외전에 나섰다. 언론을 통해 1심 판결이 위법하다면서 판결문의 일부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가사 재판은 반드시 비공개 원칙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여론전으로 항소심 재판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 관장이 판결문의 일부 내용까지 공개한 언론 인터뷰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해당 인터뷰서 노 관장은 최 회장의 재산은 5조원인데 자신은 666억 밖에 못 받았으므로 34년 간의 내조 댓가로 1% 밖에 받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참담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의 변호인은 “근거도 없고 터무니없는 계산 방식”이라고 반박하며 1심 판결은 60:40 재산 분할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재판서도 이부진 사장의 재산 절반을 분할 요구했지만 법원은 특유재산은 분할 대상서 제외하고 141억원만 인정했다.

문제는 최 회장 측도 일부 언론 간담회를 통해 여론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 법률대리인은 지난 3월28일 오후 서울 모처서 1시간여 동안 기자들과 만나 노 관장 측이 여론전을 위해 시효도 지난 손해배상소송을 내거나 동거인에 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림으로써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장외전을 그만두고 법적 공방에 충실하자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양측 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재벌가의 이혼을 이토록 오랫동안 관전해야 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면 불법·탈법도 상관없다?

노 관장은 또 당초 배당된 항소심 재판부를 다른 재판부로 변경하기 위해 고의로 특정 변호사를 선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당초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사건은 지난 1월 초 서울고법 가사3-1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에 배당됐었다. 그러나 노 관장은 여론보다 법리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한 조영철 부장판사를 부담스러워하며 지난 2월15일 조 부장판사의 매제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소속의 김모 변호사를 선임했다.

재판장의 친인척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이 노 관장 사건을 대리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기 때문에 재판부는 기피신청을 하게 된다. 즉, 노 관장 입장에서는 좀 더 본인의 입맛에 맞는 재판부로 배당받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서울고법 가사3-1부에서는 지난 2월17일, 해당 재판의 기피 신청을 냈고,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로 재배당했다. 재판부 고의 변경 의혹이 사실이라면 노 관장 측은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나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 법관윤리강령’ 등을 악용한 셈이다.

재판부 쇼핑은 법조계서 매우 괘씸하게 보는 행위인 만큼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라면 불법이든 탈법이든 상관없다는 노 관장의 대범함에 대해 일각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재판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자녀도 활용할 수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항소심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자녀들마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의 비난을 위해 아들 인근씨의 병력(病歷)을 구체적으로 언론에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다. 노 관장은 이혼 과정서 다수의 매체를 통해 불치병을 앓고 있는 인근씨를 본인 혼자서 간병해왔으며 최 회장이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노 관장의 소송대리인은 지난 3월 말 같은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인근씨는 최 회장과 주말마다 몇 시간씩 테니스를 즐기고 수영을 할 만큼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건강에 문제가 있더라도 미래의 후계자이자 경영인이 될 아들의 지병을 수차례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다른 재벌가와 사뭇 다른 태도임은 분명하다.

노 관장은 이혼소송을 위해 동정 여론을 조성하는 데 유리하다면 아들의 병력까지도 과장하고 언론에 공개해도 상관없다는 태도다.

최근에는 노 관장의 세 자녀들이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법원에 따르면 차녀인 민정씨가 지난 15일, 장남 인근씨는 16일, 장녀인 윤정씨는 17일로, 3남매의 탄원서가 같은 날이 아닌 하루 시차를 두고 사흘 내내 제출됐다. 

최근 모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자녀들의 탄원서가 피고 측 대리인을 통해 제출됐다고 하는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자녀들의 탄원서 제출에 대한 언론 조명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 관장 측의 전략일 수도 있으며, 탄원서 내용이 아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노 관장 측이 언론을 활용하는 방식을 감안했을 때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관장 입장서 자녀들의 탄원서가 동정 여론을 만든다면 항소심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결국 최 회장이 지난 2015년 12월 혼외자 사실을 공개하고, 2017년 이혼 조정신청을 제기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경영 관련 기사에서도 노골적으로 따라다니며 악플을 다는 댓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노 관장은 대체로 50~60대 여성 누리꾼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1988년 청와대서 결혼식을 올린 최 회장과 노 관장은 200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파경을 맞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중혼이 허락되지 않는 국내서 결혼 생활을 법적으로 원만히 정리하기 전에 새로운 사람과 동거하며 혼외자를 기르는 것에 대해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가사소송법을 위반할 경우 형사책임을 질 수도 있음에도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여론전을 펴는 노 관장 측이나 이를 비난하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로 맞서는 최 회장 측이나 오십보백보”라며 “자녀까지 소송전에 끌어들이는 진흙탕 싸움은 결국 양쪽 모두 깊은 상처만 남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3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