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여론전·불법·탈법에 자녀 활용 논란까지
법조계 “양쪽 모두 깊은 상처 남길 것”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심서 이혼판결을 받았음에도 항소심 재판 단계서 점점 막장 드라마로 가고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오래 감춰왔던 별거와 이혼 문제가 대중들 앞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 2012년 6월18일자 <한겨레신문>을 통해서였다. 그 후로 11년이 더 지나는 동안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남남보다 못한 사이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면서도 여전히 법적으로는 부부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1심 재판이 이어지던 지난 5년여 동안은 비교적 조용히 법정 내 공방으로 진행돼왔다. 그러나 1심 판결에 노 관장이 불복하면서 양측이 변칙과 반칙을 주고받는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노 관장은 1심 판결 직후 <법률신문>과 만나 법원의 판결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언론 인터뷰를 갖는가 하면 배정된 항소심 재판부가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판사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특정 변호사까지 선임해 재판부 쇼핑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최 회장의 동거인을 상대로 30억 손해배상소송을 내면서 같은 날 소장과 보도자료를 언론에 돌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보도자료에는 최 회장의 동거인이 심리 상담가로 위장해 먼저 적극적으로 접근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담겼다. 이에 최 회장 측도 노 관장에게 도 넘은 허위 사실 유포와 여론전을 자중하라며 기자간담회까지 갖는 등 장외전으로 맞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사 재판의 1심 판결이 항소심서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조급해진 노 관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법리공방 보다는 여론전으로 판세를 뒤집어야 이긴다?

노 관장은 1심서 4차례나 변호인단을 교체하고 마지막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의 한승 변호사를 선임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상속받은 특유재산은 이혼 시 분할 대상이 안된다는 법리에 가로막혀 최 회장의 개인 자산 중 40%인 900억원에 가까운 재산분할 결정을 받았다.

특유재산을 제외하고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공동재산이 2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노 관장의 기여도를 40%로 본 것이다. 다만 노 관장이 이미 개인 명의로 돌려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 200억원대에 달하기 때문에 법원은 이를 제외한 666억원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이 때부터 노 관장의 항소심 전략이 180도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관장은 1심 선고 직후 가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장외전에 나섰다. 언론을 통해 1심 판결이 위법하다면서 판결문의 일부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가사 재판은 반드시 비공개 원칙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여론전으로 항소심 재판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 관장이 판결문의 일부 내용까지 공개한 언론 인터뷰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해당 인터뷰서 노 관장은 최 회장의 재산은 5조원인데 자신은 666억 밖에 못 받았으므로 34년 간의 내조 댓가로 1% 밖에 받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참담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의 변호인은 “근거도 없고 터무니없는 계산 방식”이라고 반박하며 1심 판결은 60:40 재산 분할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재판서도 이부진 사장의 재산 절반을 분할 요구했지만 법원은 특유재산은 분할 대상서 제외하고 141억원만 인정했다.

문제는 최 회장 측도 일부 언론 간담회를 통해 여론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 법률대리인은 지난 3월28일 오후 서울 모처서 1시간여 동안 기자들과 만나 노 관장 측이 여론전을 위해 시효도 지난 손해배상소송을 내거나 동거인에 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림으로써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장외전을 그만두고 법적 공방에 충실하자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양측 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재벌가의 이혼을 이토록 오랫동안 관전해야 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면 불법·탈법도 상관없다?

노 관장은 또 당초 배당된 항소심 재판부를 다른 재판부로 변경하기 위해 고의로 특정 변호사를 선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당초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사건은 지난 1월 초 서울고법 가사3-1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에 배당됐었다. 그러나 노 관장은 여론보다 법리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한 조영철 부장판사를 부담스러워하며 지난 2월15일 조 부장판사의 매제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소속의 김모 변호사를 선임했다.

재판장의 친인척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이 노 관장 사건을 대리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기 때문에 재판부는 기피신청을 하게 된다. 즉, 노 관장 입장에서는 좀 더 본인의 입맛에 맞는 재판부로 배당받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서울고법 가사3-1부에서는 지난 2월17일, 해당 재판의 기피 신청을 냈고,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로 재배당했다. 재판부 고의 변경 의혹이 사실이라면 노 관장 측은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나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 법관윤리강령’ 등을 악용한 셈이다.

재판부 쇼핑은 법조계서 매우 괘씸하게 보는 행위인 만큼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라면 불법이든 탈법이든 상관없다는 노 관장의 대범함에 대해 일각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재판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자녀도 활용할 수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항소심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자녀들마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의 비난을 위해 아들 인근씨의 병력(病歷)을 구체적으로 언론에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다. 노 관장은 이혼 과정서 다수의 매체를 통해 불치병을 앓고 있는 인근씨를 본인 혼자서 간병해왔으며 최 회장이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노 관장의 소송대리인은 지난 3월 말 같은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인근씨는 최 회장과 주말마다 몇 시간씩 테니스를 즐기고 수영을 할 만큼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건강에 문제가 있더라도 미래의 후계자이자 경영인이 될 아들의 지병을 수차례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다른 재벌가와 사뭇 다른 태도임은 분명하다.

노 관장은 이혼소송을 위해 동정 여론을 조성하는 데 유리하다면 아들의 병력까지도 과장하고 언론에 공개해도 상관없다는 태도다.

최근에는 노 관장의 세 자녀들이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법원에 따르면 차녀인 민정씨가 지난 15일, 장남 인근씨는 16일, 장녀인 윤정씨는 17일로, 3남매의 탄원서가 같은 날이 아닌 하루 시차를 두고 사흘 내내 제출됐다. 

최근 모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자녀들의 탄원서가 피고 측 대리인을 통해 제출됐다고 하는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자녀들의 탄원서 제출에 대한 언론 조명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 관장 측의 전략일 수도 있으며, 탄원서 내용이 아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노 관장 측이 언론을 활용하는 방식을 감안했을 때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관장 입장서 자녀들의 탄원서가 동정 여론을 만든다면 항소심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결국 최 회장이 지난 2015년 12월 혼외자 사실을 공개하고, 2017년 이혼 조정신청을 제기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경영 관련 기사에서도 노골적으로 따라다니며 악플을 다는 댓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노 관장은 대체로 50~60대 여성 누리꾼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1988년 청와대서 결혼식을 올린 최 회장과 노 관장은 200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파경을 맞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중혼이 허락되지 않는 국내서 결혼 생활을 법적으로 원만히 정리하기 전에 새로운 사람과 동거하며 혼외자를 기르는 것에 대해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가사소송법을 위반할 경우 형사책임을 질 수도 있음에도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여론전을 펴는 노 관장 측이나 이를 비난하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로 맞서는 최 회장 측이나 오십보백보”라며 “자녀까지 소송전에 끌어들이는 진흙탕 싸움은 결국 양쪽 모두 깊은 상처만 남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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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