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여론전·불법·탈법에 자녀 활용 논란까지
법조계 “양쪽 모두 깊은 상처 남길 것”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심서 이혼판결을 받았음에도 항소심 재판 단계서 점점 막장 드라마로 가고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오래 감춰왔던 별거와 이혼 문제가 대중들 앞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 2012년 6월18일자 <한겨레신문>을 통해서였다. 그 후로 11년이 더 지나는 동안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남남보다 못한 사이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면서도 여전히 법적으로는 부부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1심 재판이 이어지던 지난 5년여 동안은 비교적 조용히 법정 내 공방으로 진행돼왔다. 그러나 1심 판결에 노 관장이 불복하면서 양측이 변칙과 반칙을 주고받는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노 관장은 1심 판결 직후 <법률신문>과 만나 법원의 판결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언론 인터뷰를 갖는가 하면 배정된 항소심 재판부가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판사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특정 변호사까지 선임해 재판부 쇼핑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최 회장의 동거인을 상대로 30억 손해배상소송을 내면서 같은 날 소장과 보도자료를 언론에 돌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보도자료에는 최 회장의 동거인이 심리 상담가로 위장해 먼저 적극적으로 접근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담겼다. 이에 최 회장 측도 노 관장에게 도 넘은 허위 사실 유포와 여론전을 자중하라며 기자간담회까지 갖는 등 장외전으로 맞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사 재판의 1심 판결이 항소심서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조급해진 노 관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법리공방 보다는 여론전으로 판세를 뒤집어야 이긴다?

노 관장은 1심서 4차례나 변호인단을 교체하고 마지막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의 한승 변호사를 선임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상속받은 특유재산은 이혼 시 분할 대상이 안된다는 법리에 가로막혀 최 회장의 개인 자산 중 40%인 900억원에 가까운 재산분할 결정을 받았다.

특유재산을 제외하고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공동재산이 2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노 관장의 기여도를 40%로 본 것이다. 다만 노 관장이 이미 개인 명의로 돌려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 200억원대에 달하기 때문에 법원은 이를 제외한 666억원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이 때부터 노 관장의 항소심 전략이 180도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관장은 1심 선고 직후 가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장외전에 나섰다. 언론을 통해 1심 판결이 위법하다면서 판결문의 일부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가사 재판은 반드시 비공개 원칙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여론전으로 항소심 재판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 관장이 판결문의 일부 내용까지 공개한 언론 인터뷰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해당 인터뷰서 노 관장은 최 회장의 재산은 5조원인데 자신은 666억 밖에 못 받았으므로 34년 간의 내조 댓가로 1% 밖에 받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참담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의 변호인은 “근거도 없고 터무니없는 계산 방식”이라고 반박하며 1심 판결은 60:40 재산 분할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재판서도 이부진 사장의 재산 절반을 분할 요구했지만 법원은 특유재산은 분할 대상서 제외하고 141억원만 인정했다.

문제는 최 회장 측도 일부 언론 간담회를 통해 여론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 법률대리인은 지난 3월28일 오후 서울 모처서 1시간여 동안 기자들과 만나 노 관장 측이 여론전을 위해 시효도 지난 손해배상소송을 내거나 동거인에 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림으로써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장외전을 그만두고 법적 공방에 충실하자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양측 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재벌가의 이혼을 이토록 오랫동안 관전해야 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면 불법·탈법도 상관없다?

노 관장은 또 당초 배당된 항소심 재판부를 다른 재판부로 변경하기 위해 고의로 특정 변호사를 선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당초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사건은 지난 1월 초 서울고법 가사3-1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에 배당됐었다. 그러나 노 관장은 여론보다 법리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한 조영철 부장판사를 부담스러워하며 지난 2월15일 조 부장판사의 매제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소속의 김모 변호사를 선임했다.

재판장의 친인척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이 노 관장 사건을 대리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기 때문에 재판부는 기피신청을 하게 된다. 즉, 노 관장 입장에서는 좀 더 본인의 입맛에 맞는 재판부로 배당받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서울고법 가사3-1부에서는 지난 2월17일, 해당 재판의 기피 신청을 냈고,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로 재배당했다. 재판부 고의 변경 의혹이 사실이라면 노 관장 측은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나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 법관윤리강령’ 등을 악용한 셈이다.

재판부 쇼핑은 법조계서 매우 괘씸하게 보는 행위인 만큼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라면 불법이든 탈법이든 상관없다는 노 관장의 대범함에 대해 일각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재판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자녀도 활용할 수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항소심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자녀들마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의 비난을 위해 아들 인근씨의 병력(病歷)을 구체적으로 언론에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다. 노 관장은 이혼 과정서 다수의 매체를 통해 불치병을 앓고 있는 인근씨를 본인 혼자서 간병해왔으며 최 회장이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노 관장의 소송대리인은 지난 3월 말 같은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인근씨는 최 회장과 주말마다 몇 시간씩 테니스를 즐기고 수영을 할 만큼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건강에 문제가 있더라도 미래의 후계자이자 경영인이 될 아들의 지병을 수차례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다른 재벌가와 사뭇 다른 태도임은 분명하다.

노 관장은 이혼소송을 위해 동정 여론을 조성하는 데 유리하다면 아들의 병력까지도 과장하고 언론에 공개해도 상관없다는 태도다.

최근에는 노 관장의 세 자녀들이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법원에 따르면 차녀인 민정씨가 지난 15일, 장남 인근씨는 16일, 장녀인 윤정씨는 17일로, 3남매의 탄원서가 같은 날이 아닌 하루 시차를 두고 사흘 내내 제출됐다. 

최근 모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자녀들의 탄원서가 피고 측 대리인을 통해 제출됐다고 하는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자녀들의 탄원서 제출에 대한 언론 조명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 관장 측의 전략일 수도 있으며, 탄원서 내용이 아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노 관장 측이 언론을 활용하는 방식을 감안했을 때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관장 입장서 자녀들의 탄원서가 동정 여론을 만든다면 항소심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결국 최 회장이 지난 2015년 12월 혼외자 사실을 공개하고, 2017년 이혼 조정신청을 제기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경영 관련 기사에서도 노골적으로 따라다니며 악플을 다는 댓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노 관장은 대체로 50~60대 여성 누리꾼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1988년 청와대서 결혼식을 올린 최 회장과 노 관장은 200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파경을 맞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중혼이 허락되지 않는 국내서 결혼 생활을 법적으로 원만히 정리하기 전에 새로운 사람과 동거하며 혼외자를 기르는 것에 대해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가사소송법을 위반할 경우 형사책임을 질 수도 있음에도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여론전을 펴는 노 관장 측이나 이를 비난하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로 맞서는 최 회장 측이나 오십보백보”라며 “자녀까지 소송전에 끌어들이는 진흙탕 싸움은 결국 양쪽 모두 깊은 상처만 남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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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