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이 꺼낸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5.12 14:07:06
  • 호수 1531호
  • 댓글 1개

딸 때문에 거덜 나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검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서 불거진 ‘노태우 불법 비자금’ 관련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에 정치권서도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들도 불법 비자금 환수 관련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약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하고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형태를 바꿔가며 비자금을 관리했을 것으로 보고 역추적해 가면서 자금의 은닉과 승계 과정 등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좌
추적 시작

이른바, ‘노태우 불법 비자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을 통해 드러났다. 노 관장은 2심서 모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의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 사진 일부와 메모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시했다.

메모는 김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것으로, 총 900억원에 달하는 불법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금액이 적혀있었다. 노 관장 측은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건네는 대신 최종현 선대회장이 선경건설 명의로 어음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돈이 태평양증권 인수나 선경(SK)그룹의 경영 활동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300억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주겠다는 약속이었을 뿐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 메모를 증거로 받아들여 ‘SK가 노 전 대통령의 300억원을 종잣돈 삼아 성장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불법 비자금의 실체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환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 재산 5억원” 노태우 일가
이혼소송 불거진 검은돈 수사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최근 노 전 대통령 일가 등과 관련된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거래 내역도 조사할 방침이라 자료 분석에도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는 10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씨 일가의 비자금 문제를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에 따르면, 은닉 자금은 ▲김 여사의 메모로 알려진 300억원 등 ▲김 여사가 마련한 904억원 ▲2007~2008년 적발했지만 검찰·국세청이 묵인한 214억원+α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원 ▲지난해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원 등이다.

검찰 수사를 거쳐 비자금 몰수, 처벌이 이뤄진다면 증거로 제시한 메모는 이혼소송서 자충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자금 의혹의 출발점인 메모의 작성 시기가 1990년대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수사의 관건은 공소시효가 살아있을지 여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5·18기념재단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총 1266억원대로 추정된다며 김 여사와 노 관장, 노재헌 동아시아 문화센터 원장을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 이희규 대한민국 헌정회 미래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취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메모 300억?
1000억 이상

국회에서는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지난해 10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추징되지 않은 약 2000억원의 비자금을 국내외에 나눠 은닉한 정황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김 여사가 차명계좌 등을 동원해 유배당 저축성보험(공제) 210억원을 가입했고, 아들 재헌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2021년 147억원을 출연했다며 비자금을 물려준 것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고발 사건을 맡은 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각각의 고발인을 불러 조사에 나섰다. 5·18기념재단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8일 “불법 자금이 후손에게 증여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법률가 등으로 구성된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비자금과 부정 축재 재산 환수위원회’를 꾸렸다.

재단은 부정 축재 재산 환수 관련 법률 제·개정, 재산 추적 및 환수 등의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는 비자금 환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더불어 은닉 자금이 동아시아문화센터 등 공익법인을 거쳐 노 전 대통령 일가에게 흘러갔다는 점에서 그 규모를 확인해 상속세나 증여세 부과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은 대선 일정을 앞둔 상황 속에서 불법 비자금 환수에 전력을 쏟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여야 모두 불법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선후보
환수 공약?

여야가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헌정질서 파괴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되더라도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까지 불법 비자금 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내에서는 대선후보들이 불법 비자금 환수를 공약으로 제시해 준다면 검찰의 수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진보당 윤종근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환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검찰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불법 비자금이 실체가 밝혀지더라도 공소시효 등의 문제가 남아있기에 빠르게 법안을 통과시켜 이를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노태우 불법 비자금을 확실하게 환수하려면 법안 개정을 통해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법안 통과가 될 수 있도록 국회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씨 일가가 불법 비자금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 여론은 거센 분위기다.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했지만, 이제야 불법 비자금을 통해 수십년 동안 부를 축적한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박탈감을 안겼다.

‘계산할 시간’ 되자 말 바꿔
공소시효 유무가 수사 관건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공약으로 재임 중에 대통령 재산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이듬해 4월 자신의 전 재산이 5억2000만원이라며 구체적 내역을 공개했다. 재산 목록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과 주식, 예금, 부동산 등이 있었다.

스스로 공개한 재산이 5억원 정도에 불과한데 집권 4년 차에 전 재산의 1800배 가까운 돈을 합법적으로 취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시민단체 등 고발인을 불러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환수위는 김 여사가 남긴 메모의 신뢰성을 의심했다. 증거에 대한 진위 여부 감정이 없었고, 2심 판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허술한 증거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노씨 일가는 90년대 비자금 사건 이후 “숨겨둔 비자금은 없고 추징금도 완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 관장은 뒤늦게 ‘김옥숙 메모’를 내밀며 숨겨둔 비자금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수위는 이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환수위는 고발장에 “노태우 일가는 ‘검찰 수사 당시 드러난 것 이외에 다른 숨긴 비자금은 없으며 비자금에 대한 추징금도 완납했다’고 재차 강조했다”며 “이 같은 입장 표명은 2심 재판 이후에도 일관됐다. 그렇다면 2심 재판부에 제출한 ‘김옥숙 메모’가 허위 증거라는 것인데 이는 명백한 소송사기”라고 고발장에 적었다.

동정론 유발
국민을 기만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과거에 대한 증명은 시기의 일치성이 중요하다”며 “비자금이 전달됐다면 당시 작성되거나 녹음된 장부나 녹취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 관장이 ‘가정’ ‘자녀’ ‘엄마’라는 단어를 사용해 동정론을 유발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노 관장의 개인사는 국민이 동참해야 할 사안이 아니며, 노씨 일가의 거짓말을 밝히고 단죄하는 것이 국민적 해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트센터 나비 또 다른 의혹
“횡령·배임도 수사해야”

노소영 관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환수위는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노 관장은 아트센터 나비의 공금과 정보보조지원금을 본래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유용한 정황이 있다”며 “환수위가 수집한 자료들을 종합해본 결과 노 관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의심돼 이번에 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고발장을 통해 환수위는 “최근 나비에 근무했던 직원이 공금을 횡령한 범죄를 저질러 2심 재판에서도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이 사건서 드러난 내용만 봐도 아트센터 나비의 자금 운용 내용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 관장의 비서가 26억원을 횡령한 사실과 함께 드러난 나비의 운영 실태도 지적받고 있다.

문제의 비서는 문자 한 통으로 거액의 상여금을 입금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으나 노 관장을 포함한 나비 관계자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나비는 노 관장이 전적으로 모두 총괄 운영하는 구조다.

수년 동안 현금이 사라지는 과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대목 역시 노 관장이 모르면 모든 직원이 모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공익법인인 아트센터 나비의 부실 운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노 관장의 비서가 착복한 현금 26억원은 노 관장의 개인 돈 19억7500만원과 나비의 공금 5억원 등이다.

아트센터 나비가 공익법인의 윤리와 절차를 무시하고 상여금(보너스)을 지급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2022년 아트센터 나비는 직원 16명에게 인건비 약 10억원을 지급했는데 관장 1인의 보너스만으로 전체 인건비의 절반을 썼다.

아트센터 나비는 2021~2022년 코로나19로 휴관이 잦았고 2022년에는 24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 상황과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노 관장이 5억원을 성과금으로 받기에는 객관적 실적이 부족했으며 상여금 지급을 논하는 이사회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환수위는 “노 관장 등 일가는 노태우 비자금을 발판으로 현재 천문학적인 재산을 굴리며 사는 사람들이다. 온 가족들이 입을 모아 ‘노태우 비자금은 없다’고 합창해오다가 이제와 숨겨둔 노태우 비자금 1조4000억원을 찾기 위해 ‘김옥숙 메모’를 내민 노 관장을 우리가 동정하며 그의 각종 범죄 혐의에 눈감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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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