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편지 보낸 노소영 노림수 추적

겉으론 쿨한 척…남편의 사면 반대한 속내는?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4년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형이 확정되자 그의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눈물을 흘렸다. 언론은 그 모습을 ‘희생과 기다림’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뒤로는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 반대 편지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차갑게 식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노 관장의 ‘언론플레이’가 지나치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3년 9월 형이 확정돼 지난해 광복절특사로 나왔다. 그 사이 여론은 그의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묘사했다.

한 방송사 쇼프로그램서 공개된 노 관장의 문자메시지는 이 같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의 개인사 논란이 있었을 당시 공개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노 관장은 “언론플레이하는 것처럼 비치고 싶진 않다”면서도 “어거스틴이나 성 프란시스코나 다 회심하기 전엔 엉망이었거든요. 누군가가 그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사람이 있었던 건데 그 한 사람이 저인걸요”라고 말했다.

완강히 부인
그러나 확인

그러나 노 관장의 반전 뒷얘기에 그에게 향했던 동정 여론이 싸늘하게 식고 있는 상황이다.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에 반대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최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서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 관장의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는 지난달 22일,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22차 공판서 그 존재가 드러났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최 회장은 지난해 2월16일 박 전 대통령과 면담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서 노 관장이 보낸 사면 반대 편지를 인정했다. 

당시 검찰은 “노 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최 회장과 관련, 부정적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낸 걸 알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최 회장은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12월말 사생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가정사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한 문제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여기서 ‘사생활 문제’란 최 회장이 한 일간지를 통해 “동거인과의 사이에 딸을 두고 있고 부인인 노 관장과는 이혼을 원한다”고 밝힌 내용이다.

“가정은 지키겠다”던 노 관장
사면 반대 사실 법정서 드러나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의 파장은 컸다. 특히 노 관장은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에 대해 즉각 부인했으나 한 방송사가 노 관장 편지 존재를 밀착취재한 끝에 사실로 확인하면서 그의 이중성 논란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노 관장이 쓴 편지의 내용이 사실과 다른 억측을 담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도덕성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대중들은 2015년 말 최 회장 개인사 고백 이후 의연했던 노 관장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놀라는 모습이다.

2015년 말 최 회장의 개인사 고백에 대해 노 관장은 “제가 상대방(최 회장)의 감정을 읽지 못했고 상처를 입혔다”며 “가정을 지키겠다”고 하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 많은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조강지처’ 또는 ‘비련의 여인’으로 비쳐졌다.


그는 지난 2013년 9월 항소심서 최 회장이 법정구속됐을 때 그 법정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최 회장 구속을 안타까워했다고 알려졌다.

최 회장 구속 이후 이루어진 여러 차례의 언론 인터뷰서도 “최 회장 구속은 안타깝고 참담한 일이다” “면회를 자주는 못 가고 2주에 한 번 정도 간다” “최 회장이 수감된 이후에 두 사람의 관계가 오히려 더 애틋해졌다”는 등 두 사람의 관계가 매우 좋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사면 반대 편지로 노 관장의 이중성이 확인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속으론…
이중성 도마

현재 노 관장은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다. 노 관장은 지난달 22일 박 전 대통령 공판서 사면 반대 편지가 처음 공개된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전혀 그런 적 없다. 제가 그랬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해라”고 반박하면서 “(부정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는 이야기는) 대체 누가 지어낸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등 사면 반대 편지의 존재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인 <MBN> 보도에 따르면 노 관장은 지난 2015년 8월 최 회장이 광복절특사로 풀려나기 전 최 회장을 사면해줘서는 안 되는 이유 9가지를 7장 분량으로 직접 적어 당시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노 관장의 사면 반대 편지에 대해 일단 최 회장 측에서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 지인들 사이에서는 노 관장의 이중적 행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온다.
 

특히 노 관장이 편지서 언급한 내용이 허위사실이거나 억측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뒷말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석방된다고 해서 우리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대표적인 사면 반대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거둔 경영성과에 대해서는 재계에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SK그룹 주력 계열사를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으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도시바 인수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말과 행동 
다른 모습

노 관장은 편지를 통해 최 회장과 친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사이가 좋지 않아 형제간 다툼이 치열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 독대 때 “저는 사면 받았지만 동생(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아직 수감돼있어 제수씨와 조카들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을 만큼 둘 사이의 이상징후를 발견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노 관장 편지 내용에 있는 최 회장 동거인의 측근이 SK그룹 경영에 관여한다는 내용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최근 노 관장의 사면 반대 편지와 노 관장 주변 인사들의 댓글 명예훼손 행위 논란 등이 한꺼번에 도마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중들이야 놀랐겠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으며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그 동안 노 관장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 때문에 가려졌던 뒷얘기들이 이번 사면 반대 편지를 계기로 수면위로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최 회장이 지난 2011년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일까. 한 언론은 노 관장의 경솔한 행동으로 최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결국 최 회장은 물론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도 구속되는 위기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노 관장이 최 회장의 개인적 선물투자를 사법당국에 알렸고 이것이 단초가 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 보도가 사실이면 법정서 흘린 노 관장의 눈물과 잦은 면회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생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른 여자에게 보낼 바엔 
감옥에 있는 게 더 낫다?


지금까지 나온 정황을 살펴보면 최 회장 입장에선 검찰 수사로 인해 구속 수감되는 단초를 제공한 노 관장이 자신의 사면까지 반대했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배신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을 잘 아는 인사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미 구속 수감될 당시 노 관장에 대한 인간적인 배신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었고 이로 인해 노 관장이 면회를 오는 것도 거절했다. 노 관장이 2주에 한 번씩 최 회장 면회를 했다고 밝힌 대목도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구나 최근에는 노 관장의 측근인 미래회 전 회장이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조직적으로 악플을 달아 징역형을 선고받기까지 하는 등 최 회장과 노 관장 양쪽의 균열은 상당히 심해진 상태로 보인다.

노 관장은 왜 이런 편지를 썼을까. 재작년 말 최 회장의 편지 고백으로부터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사면돼 나오더라도 ‘동거인’에게 돌아갈 것이 확실한 상황이라면 최 회장이 나오는 것과 노 관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오히려 안 나오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노 관장이 말했던 가정을 지킨다는 것은 어쩌면 최 회장 개인보다는 본인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가정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 관장이 최 회장이 출소하면 곧 이혼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비해 유리한 고지를 다져놓고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양측 지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법적 관계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정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 관장이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사면 반대 편지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재계 3위의 SK그룹 회장과의 사이에 이런 막장드라마 같은 일이 벌여졌다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그 실망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옥바라지?
씁쓸한 뒷맛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 관장이 언론에 비쳐지는 모습이 좋아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에 대한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 관장의 속마음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이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태원 회장의 광폭행보

최태원 SK회장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방미 기간 중에 미국의 에너지기업과 새로운 차원의 글로벌 파트너링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SK그룹은 이를 계기로 향후 5년 동안 1조8000억원을 미국에 투자하는 한편 추가적으로 약 3조∼5조원 규모의 추가투자도 모색한다. SK그룹은 지난달 29일 문 대통령의 경제인단으로 방미중인 최태원 회장이 28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유정준 SK글로벌성장위원장(SK E&S 사장 겸임) 등과 함께 대표적인 미 에너지 기업인 GE, 콘티넨탈리소스(이하 콘티넨탈) 등과 미국 셰일가스를 중심으로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지속가능한 사업협력을 위해서는 양쪽 사업 당사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한국기업 SK와 미국기업 GE·콘티넨탈이 맺은 이번 MOU는 미국발 제2차 셰일혁명을 활용, 양국 기업은 물론 양국 정부까지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차원 높은 글로벌 파트너링 모델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휴로 향후 SK그룹은 미 본토의 풍부한 자원을 확보, ‘무자원 산유국’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제3국에 수출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반면 미국 에너지기업은 SK그룹과의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수출을 확대하고 미국 내 투자 확대로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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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