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국세청 조사 플랜···끝까지 판다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7.31 14:36:59
  • 호수 15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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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일가 향하는 재계 저승사자

[일요시사 취재2팀] 김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장으로 취임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문제가 재조명됐다. 앞서 임 청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노태우 비자금’ 문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하기 위해 모친 김옥숙 여사가 가지고 있던 ‘선경 300억’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비자금 존재를 스스로 알리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선경 300억’
메모 의혹

최근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통해 연일 ‘노태우 비자금’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국세청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자산이 증여·대여·상속의 형태로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끝까지 추적해 조세 정의를 살려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도 조세 정의 실현에 공감을 표했다. 서울청장과 국세청 차장 등을 지낸 임 청장은 지난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한 뒤 “혐의가 나왔는데,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며 국세청을 상대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주문한 바 있다.

노태우 비자금 논란이 재차 불거진 것은 9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5월 말 노 관장이 이혼소송에서 ‘선경 300억’ 메모를 제시하며 ‘이 돈이 기업 성장의 종잣돈이 됐기 때문에 노 관장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재산분할 1조3808억원 지급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후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돈이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탄핵 국면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여론의 관심권에서 벗어났다. 그간 시민단체는 노 관장의 불법 비자금 은닉 의혹 관련 고발을 이어나가는 등 실체 규명 목소리를 키웠다.

노태우 비자금 논란이 재조명되면서 노 관장 등 노씨 일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임 청장의 발언을 고려했을 때 당국의 조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노 전 대통령 일가와 관련해 접수된 고발 건은 7건 이상이지만, 조사는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소환 조사 없이 자금 흐름만 파악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청장은 지난해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드러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해 상속세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임 청장은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인 지난해 7월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업무보고에서 “빨리 조사해서 이것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효한 채권인지 차명 재산인지, 증여인지 밝혀야 한다”며 “법원 재판 기록에서 탈루 혐의가 나왔기 때문에 세무조사 착수 근거가 된다”고 강민수 전 국세청장에게 행동을 촉구했다.

진땀 빼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소송서 무리수 둔 부친의 검은돈

노 관장 이혼소송 항소심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1991년 고 최종현 SK 회장에게 300억원가량의 금전적 지원을 한 다음 증빙으로 약속어음 네 장을 받았다고 봤다. 또 항소심 법원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고 김석원 쌍용 회장에게 200억원을 맡기고 받은 돈이 차용증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300억원이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공짜로 준 돈(증여)이라면, 돈을 준 시점이 1991년이기에 세무조사를 할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국세청이 ‘인지한 날로부터 1년’간 과세가 가능하다고 법규가 규정하고 있지만, 이렇게 제도를 정비한 시점이 1991년이기에 ‘인지한 날로부터 1년’ 요건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빌려준 돈(채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채권·채무는 소멸하기 전까지 계속 살아있고, 채권자가 죽어도 자녀가 채권 상속을 포기하지 않으면 자녀에게로 채권이 승계된다.

노 전 대통령이 2021년 사망한 후 그 금전적 권리는 노 관장 측으로 넘어가게 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국세청은 그 채권이 상속 재산인지 세무조사로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임 청장은 “증여라면 최종현 회장이 그 당시 30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탈루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명망 있는 기업가가 탈세자라는 것에 대해서 그 후손과 회사가 인정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전제를 달았다.

이어 “재판 기록에서 보듯이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당시 선경(SK의 옛 이름)에 300억원을 주고 받은 증빙들인 약속어음 네 장과 ‘선경 300억원’이라고 쓴 메모를 이렇게 오랜 시간 왜 보관했겠나. 이것은 우리 재산이다. 나중에 딴소리할 수 있으니 증거로 가지고 있자. 그런 의도로 보는 게 타당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또 “빨리 세무조사 착수해서 계좌 추적하고, 자료 제출 요구하고, 당시 관계자들에게 문답서를 받아야 한다. 혐의가 나왔는데도 방치했다가 조세채권을 일실하게 되면 책임 문제가 있기에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임 청장은 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 정치인으로 국세청 재직 당시 세무조사 관련 최고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신임 청장
강력 의지

업무보고에서 강 전 청장은 “차용증 내지 약속어음에 대해선 저희가 재판을 보도된 내용만 봤기 때문에 그 부분이 명확히만 된다면 세무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다만, 특정 건에 대해서 하겠다 (단정적으로) 말씀 못 드리고, 아시다시피 국세청에서 과세해야 할 내용이라면 당연히 과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이에 임 청장은 국세청에서 법원에 최태원-노소영 재판 기록이나 제출된 증거 등 자료 협조를 요청했는지 물었다. 상당한 수준의 탈루 혐의가 포착된 경우 국세청은 각 기관에 과세 명목으로 자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거꾸로 탈루 혐의가 포착됐음에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책임·업무 방기에 해당한다.

국회 상임위 업무보고에서 말이 나온 만큼 국세청이 간과하는 건 매우 어렵겠으나, 임 청장은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법원 재판 과정에서 인정된 사실만으로는 과세하기 어렵고, 과세를 완성하려면 세무조사를 통해 추가 증빙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옛날 일인 만큼 재판 자료를 빨리 확보해 관련자가 누군지, 어떤 계좌로 돈이 들어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가 신임 국세청장으로 복귀한 만큼 ‘노태우 비자금’ 조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강 전 청장은 “말씀하신 대로 법령 검토, 시효 검토 등 여러 부분을 저희가 해보고 과세해야 할 건이면 당연히 (세무조사)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임 청장은 “저는 전직 대통령의 정직하지 못한 자금, 국가에 추징됐어야 할 자금, 그러나 추징되지 못한 자금, 이 자금에 대해서 국세청에서 조세 정의 차원에서 국민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그런 차원에서 세금으로라도 환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실력 발휘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당시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국세청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참 중요한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은 굉장히 걱정스러운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어깃장을 놨다. 송 기재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이자, 기획재정부 2차관의 예산관료 출신이다.

“국고 환수
반드시 필요”

임 청장 외에도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여당 의원들의 비자금 환수 필요성이 지속해서 강조됐다.

정 후보자는 비자금 환수 필요성을 묻는 질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노태우 비자금’을 끝까지 처벌하고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 5·18 정신”이라며 “비자금이 회수될 수 있도록 법무 행정에 신경 써달라”고 요청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5·18기념재단 등 ‘오월단체’도 지지부진했던 세무 당국의 조사 및 환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단체들은 지난 16일 ‘정성호·임광현 후보자 발언 환영 입장문’을 내고 “이혼소송에서 확인된 비자금, 김 여사의 대규모 보험료 납부·기부 활동 등 새로운 단서가 나오고 있다.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며 “전두환·노태우를 비롯한 신군부 세력은 군사 쿠데타를 통해 국가 권력을 불법적으로 찬탈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거액의 부정 축재 재산을 형성했다. 이들 재산은 국민의 고통과 희생 위에 쌓인 불의의 산물이다. 은닉 및 세대 승계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법무부와 국세청의 신군부 세력 및 일가의 재산 흐름 전면 재조사 ▲모든 수단을 동원한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 ▲국세청의 은닉 재산 증여·상속·대여 여부 확인과 추적 ▲독립 몰수제 등 국회의 신속한 법 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불법 비자금 관련 조사와 환수 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는 해당 내용이 이재명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후보 시절 5·18 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국가 폭력, 군사 쿠데타 시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처벌하고, 소멸시효를 없애 상속자들에게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정부 사활 건 모양새
여야 막론 조사 찬성 분위기

앞서 시민단체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추진환수위원회(환수위)는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노씨 일가 수사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환수위는 “국민이 선택한 이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 은닉 비자금 등 군사정권 과거사를 끝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국민의 염원인 군사정권 과거사 청산을 최우선으로 해결해 달라”며 “지금, 과거 청산은커녕 청산돼야 할 과거는 더욱 비대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의 호의호식은 더 화려해지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 사건이 바로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다. 국민은 이제야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

환수위는 노 관장뿐만 아니라 동생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도 비자금 불법 은닉의 주동자로 보고 있다. 지난 15일 “노 이사장이 운영 중인 동아시아문화센터가 ‘노태우 비자금’ 핵심 기지”라며 센터를 국세청에 고발했다.

환수위는 “노 전 대통령 추모를 명분으로 설립한 공익 재단을 비자금 세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평생 직업이 없었던 김 여사의 돈이 노 이사장의 센터로 들어갔다. 이 돈이 노태우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정부가 최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움직임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별세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를 위해선 입법은 물론 수사가 필요하다.

비자금 일부가 실제 SK그룹에 유입됐는지 확인해야 하는 데다 현행법상 범죄자가 사망하는 등의 이유로 공소 제기가 불가능한 경우는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노씨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이다.

문제는
공소시효

한편,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지난해 9월 헌정 질서 파괴 범죄자의 범죄 수익에 한해 공소 제기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도 몰수 및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도 비슷한 시기 형사 공소 제기 없이도 범죄수익임이 입증된 자산을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가 포함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독립몰수제는 올 1월 발표된 법무부 업무 추진 계획에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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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