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국세청 조사 플랜···끝까지 판다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7.31 14:36:59
  • 호수 15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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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일가 향하는 재계 저승사자

[일요시사 취재2팀] 김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장으로 취임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문제가 재조명됐다. 앞서 임 청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노태우 비자금’ 문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하기 위해 모친 김옥숙 여사가 가지고 있던 ‘선경 300억’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비자금 존재를 스스로 알리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선경 300억’
메모 의혹

최근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통해 연일 ‘노태우 비자금’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국세청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자산이 증여·대여·상속의 형태로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끝까지 추적해 조세 정의를 살려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도 조세 정의 실현에 공감을 표했다. 서울청장과 국세청 차장 등을 지낸 임 청장은 지난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한 뒤 “혐의가 나왔는데,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며 국세청을 상대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주문한 바 있다.

노태우 비자금 논란이 재차 불거진 것은 9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5월 말 노 관장이 이혼소송에서 ‘선경 300억’ 메모를 제시하며 ‘이 돈이 기업 성장의 종잣돈이 됐기 때문에 노 관장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재산분할 1조3808억원 지급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후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돈이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탄핵 국면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여론의 관심권에서 벗어났다. 그간 시민단체는 노 관장의 불법 비자금 은닉 의혹 관련 고발을 이어나가는 등 실체 규명 목소리를 키웠다.

노태우 비자금 논란이 재조명되면서 노 관장 등 노씨 일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임 청장의 발언을 고려했을 때 당국의 조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노 전 대통령 일가와 관련해 접수된 고발 건은 7건 이상이지만, 조사는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소환 조사 없이 자금 흐름만 파악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청장은 지난해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드러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해 상속세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임 청장은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인 지난해 7월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업무보고에서 “빨리 조사해서 이것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효한 채권인지 차명 재산인지, 증여인지 밝혀야 한다”며 “법원 재판 기록에서 탈루 혐의가 나왔기 때문에 세무조사 착수 근거가 된다”고 강민수 전 국세청장에게 행동을 촉구했다.

진땀 빼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소송서 무리수 둔 부친의 검은돈

노 관장 이혼소송 항소심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1991년 고 최종현 SK 회장에게 300억원가량의 금전적 지원을 한 다음 증빙으로 약속어음 네 장을 받았다고 봤다. 또 항소심 법원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고 김석원 쌍용 회장에게 200억원을 맡기고 받은 돈이 차용증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300억원이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공짜로 준 돈(증여)이라면, 돈을 준 시점이 1991년이기에 세무조사를 할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국세청이 ‘인지한 날로부터 1년’간 과세가 가능하다고 법규가 규정하고 있지만, 이렇게 제도를 정비한 시점이 1991년이기에 ‘인지한 날로부터 1년’ 요건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빌려준 돈(채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채권·채무는 소멸하기 전까지 계속 살아있고, 채권자가 죽어도 자녀가 채권 상속을 포기하지 않으면 자녀에게로 채권이 승계된다.

노 전 대통령이 2021년 사망한 후 그 금전적 권리는 노 관장 측으로 넘어가게 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국세청은 그 채권이 상속 재산인지 세무조사로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임 청장은 “증여라면 최종현 회장이 그 당시 30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탈루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명망 있는 기업가가 탈세자라는 것에 대해서 그 후손과 회사가 인정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전제를 달았다.

이어 “재판 기록에서 보듯이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당시 선경(SK의 옛 이름)에 300억원을 주고 받은 증빙들인 약속어음 네 장과 ‘선경 300억원’이라고 쓴 메모를 이렇게 오랜 시간 왜 보관했겠나. 이것은 우리 재산이다. 나중에 딴소리할 수 있으니 증거로 가지고 있자. 그런 의도로 보는 게 타당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또 “빨리 세무조사 착수해서 계좌 추적하고, 자료 제출 요구하고, 당시 관계자들에게 문답서를 받아야 한다. 혐의가 나왔는데도 방치했다가 조세채권을 일실하게 되면 책임 문제가 있기에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임 청장은 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 정치인으로 국세청 재직 당시 세무조사 관련 최고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신임 청장
강력 의지

업무보고에서 강 전 청장은 “차용증 내지 약속어음에 대해선 저희가 재판을 보도된 내용만 봤기 때문에 그 부분이 명확히만 된다면 세무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다만, 특정 건에 대해서 하겠다 (단정적으로) 말씀 못 드리고, 아시다시피 국세청에서 과세해야 할 내용이라면 당연히 과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이에 임 청장은 국세청에서 법원에 최태원-노소영 재판 기록이나 제출된 증거 등 자료 협조를 요청했는지 물었다. 상당한 수준의 탈루 혐의가 포착된 경우 국세청은 각 기관에 과세 명목으로 자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거꾸로 탈루 혐의가 포착됐음에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책임·업무 방기에 해당한다.

국회 상임위 업무보고에서 말이 나온 만큼 국세청이 간과하는 건 매우 어렵겠으나, 임 청장은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법원 재판 과정에서 인정된 사실만으로는 과세하기 어렵고, 과세를 완성하려면 세무조사를 통해 추가 증빙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옛날 일인 만큼 재판 자료를 빨리 확보해 관련자가 누군지, 어떤 계좌로 돈이 들어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가 신임 국세청장으로 복귀한 만큼 ‘노태우 비자금’ 조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강 전 청장은 “말씀하신 대로 법령 검토, 시효 검토 등 여러 부분을 저희가 해보고 과세해야 할 건이면 당연히 (세무조사)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임 청장은 “저는 전직 대통령의 정직하지 못한 자금, 국가에 추징됐어야 할 자금, 그러나 추징되지 못한 자금, 이 자금에 대해서 국세청에서 조세 정의 차원에서 국민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그런 차원에서 세금으로라도 환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실력 발휘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당시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국세청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참 중요한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은 굉장히 걱정스러운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어깃장을 놨다. 송 기재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이자, 기획재정부 2차관의 예산관료 출신이다.

“국고 환수
반드시 필요”

임 청장 외에도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여당 의원들의 비자금 환수 필요성이 지속해서 강조됐다.

정 후보자는 비자금 환수 필요성을 묻는 질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노태우 비자금’을 끝까지 처벌하고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 5·18 정신”이라며 “비자금이 회수될 수 있도록 법무 행정에 신경 써달라”고 요청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5·18기념재단 등 ‘오월단체’도 지지부진했던 세무 당국의 조사 및 환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단체들은 지난 16일 ‘정성호·임광현 후보자 발언 환영 입장문’을 내고 “이혼소송에서 확인된 비자금, 김 여사의 대규모 보험료 납부·기부 활동 등 새로운 단서가 나오고 있다.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며 “전두환·노태우를 비롯한 신군부 세력은 군사 쿠데타를 통해 국가 권력을 불법적으로 찬탈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거액의 부정 축재 재산을 형성했다. 이들 재산은 국민의 고통과 희생 위에 쌓인 불의의 산물이다. 은닉 및 세대 승계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법무부와 국세청의 신군부 세력 및 일가의 재산 흐름 전면 재조사 ▲모든 수단을 동원한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 ▲국세청의 은닉 재산 증여·상속·대여 여부 확인과 추적 ▲독립 몰수제 등 국회의 신속한 법 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불법 비자금 관련 조사와 환수 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는 해당 내용이 이재명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후보 시절 5·18 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국가 폭력, 군사 쿠데타 시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처벌하고, 소멸시효를 없애 상속자들에게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정부 사활 건 모양새
여야 막론 조사 찬성 분위기

앞서 시민단체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추진환수위원회(환수위)는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노씨 일가 수사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환수위는 “국민이 선택한 이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 은닉 비자금 등 군사정권 과거사를 끝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국민의 염원인 군사정권 과거사 청산을 최우선으로 해결해 달라”며 “지금, 과거 청산은커녕 청산돼야 할 과거는 더욱 비대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의 호의호식은 더 화려해지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 사건이 바로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다. 국민은 이제야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

환수위는 노 관장뿐만 아니라 동생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도 비자금 불법 은닉의 주동자로 보고 있다. 지난 15일 “노 이사장이 운영 중인 동아시아문화센터가 ‘노태우 비자금’ 핵심 기지”라며 센터를 국세청에 고발했다.

환수위는 “노 전 대통령 추모를 명분으로 설립한 공익 재단을 비자금 세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평생 직업이 없었던 김 여사의 돈이 노 이사장의 센터로 들어갔다. 이 돈이 노태우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정부가 최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움직임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별세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를 위해선 입법은 물론 수사가 필요하다.

비자금 일부가 실제 SK그룹에 유입됐는지 확인해야 하는 데다 현행법상 범죄자가 사망하는 등의 이유로 공소 제기가 불가능한 경우는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노씨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이다.

문제는
공소시효

한편,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지난해 9월 헌정 질서 파괴 범죄자의 범죄 수익에 한해 공소 제기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도 몰수 및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도 비슷한 시기 형사 공소 제기 없이도 범죄수익임이 입증된 자산을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가 포함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독립몰수제는 올 1월 발표된 법무부 업무 추진 계획에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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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바이포엠 미지급 판결 내막

[단독] 바이포엠 미지급 판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바이포엠스튜디오의 옛 계열사 디앤비아이앤씨가 인테리어 시공업자와 벌인 재판에서 공사비 지급 판결을 받았다. 앞서 디앤비아이앤씨는 “공사가 끝나지 않았고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며 6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1966만원에 그쳤다. 반면 디앤비아이앤씨가 시공업체에 지급해야 할 공사 대금은 2억6180만원으로 결정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4년 전 유귀선 바이포엠스튜디오 대표는 유명 보디빌더 황모씨와 버터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사비 분쟁으로 소송전을 벌였다. 폭우로 인해 천장이 무너지고 공사에 차질이 생기자 유 대표는 버터짐 영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황씨를 압박했다. 또 추가 공사비가 과하다며 법적 대응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담겼다. ‘버터짐’ 어떤 관계? 당시 황씨는 대외적으로 버터짐 대표 역할을 맡았고, 유 대표는 뒤에서 법률·언론 대응과 주요 의사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 대표는 황씨에게 “대표님께선 일단 실무와 운영에서 매출 극대화 쪽으로만 고생해 달라”고 말했다. 공사 책임자인 김모씨와의 추가 공사비로 인한 분쟁 대응은 자신이 맡을 테니 황씨는 운영에만 집중하라는 취지였다. 앞서 유 대표는 황씨에게 언론계 인맥을 거론하며 압박했다. 그는 “전 모 언론사 국장 등 여러 사람들과 관계가 있다”며 “언론과 채널을 통해 다룬다고 (시공업자에게) 고지해 달라”고 강조했다. 공사 문제의 외부 유출 가능성을 논의하던 시점이었다. 황씨를 통해 시공업자를 압박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7민사부는 지난달 9일 인테리어 시공업자 김모씨가 디앤비아이앤씨를 상대로 낸 공사 대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억618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인 김씨도 디앤비아이앤씨에 에어컨 하자보수비 1966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형식상 양측 일부 승소지만 인정된 금액과 소송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디앤비아이앤씨가 사실상 패소한 셈이다. 재판부는 본소와 반소를 합한 소송비용 가운데 75%를 디앤비아이앤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양측의 금전 지급 명령에는 가집행도 허용됐다. 분쟁의 출발점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경남아파트 지하 1층에 조성된 ‘버터짐 역삼점’이었다. 김씨는 2022년 4월 당시 바이포엠에이치앤비와 12억4300만원 규모의 인테리어 및 냉난방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7월에는 13억7179만원 상당의 소방·제연 및 추가 공사를, 9월에는 3억8500만원 상당의 누수 피해 복구공사를 각각 계약했다. 옛 계열사 디앤비아이앤씨 2억6180만원 지급 판결 미완공·하자 주장했지만 법원 “주요 공정 완료” 세 차례 계약 금액은 약 30억원이었다. 회사가 김씨에게 지급한 금액은 총 27억7924만원이었다. 공사가 장기화하자 양측은 2023년 2월6일 별도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김씨가 남은 공사를 마무리하면 회사가 공사 대금 7억원을 지급하되 선금과 잔금을 각각 3억5000만원씩 주기로 했다. 회사는 이튿날 선금 가운데 3억원만 지급했다. 남은 선금 5000만원과 잔금 3억5000만원 등 총 4억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양측의 갈등은 이 지점에서 본격화됐다. 디앤비아이앤씨는 공사 완료 기한인 2023년 3월7일이 지나도록 시공이 끝나지 않았다며 같은 해 6월9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다른 시공업체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하고 헬스장 이름도 ‘바이젝 월드 피트니스’로 바꿨다. 디앤비아이앤씨는 지난 3월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 첫머리에 ‘변경 전 상호 바이포엠에이치앤비’라고 명시했다. 회사는 김씨가 공사의 핵심인 소방·제연 공사를 비롯한 여러 공정을 마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고, 완성된 부분에도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공사 기한을 넘겨 손해를 입혔고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도 회피했다는 것이었다. 공사가 한창이던 2022년 8월 버터짐 현장에는 누수 사고가 발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누수 피해 공사계약은 같은 해 9월 체결됐지만, 황 대표와 김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는 누수 직후부터 영업과 촬영 일정을 둘러싼 대응이 논의됐다. 황 대표는 2022년 8월8일 상대방에게 “공사도 네가 해야 돼”라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현장 상황이 담긴 자료를 전달받은 뒤 “일단 촬영만이라도 가능하게 복구해 봐. 영화 촬영까지 끝나면 폐업하든 손배를 때리든 하게”라고 강조했다. 언론 인맥 앞세워 압박 현장의 완전한 정상화보다 예정된 촬영을 우선 진행하고, 이후 폐업이나 손해배상 문제를 판단하겠다는 의미였다. 황씨가 헬스장 운영과 촬영, 현장 복구에 관한 지시를 실무진에게 전달하는 위치에 있었던 정황이다. 다른 대화에서는 상위의 의사결정 구조가 나타난다. 황씨 측은 “인테리어 문제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느냐”며 외부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걱정하자 유 대표는 계정은 “대표님은 실수하신 부분이 없다고 들었다”며 “따로 이야기하실 필요 없다”고 답했다. 이어 “소장님이 제 연락을 피하는 것 같다”며 자신에게 연락하도록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황씨를 전면에 세우기보다 공사 책임자와 직접 접촉하려 한 것이다. 대외적 대표는 황씨였지만 실질적인 분쟁 대응과 주요 판단은 유 대표가 주도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단체 대화방에서는 누수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보고도 오갔다. 한 참여자는 “전기회로까지 손상됐고 위층 누수시설 보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장을 폐업해야 할 상황”이라고 적었다. 건물주에게 폐업을 통보하고 기구 견적, 인테리어, 직원, 프로그램 기획과 홍보 등 모든 손해를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버터짐에서는 영화 메인 촬영과 격투 프로그램 촬영이 예정돼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누수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사업 일정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황씨 측 설명이다. 유 대표는 “올해 영업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갔느냐”고 물었다. 현장 사진도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화 참여자들은 건물주에게 누수 보강, 피해보상, 정상 영업 시점부터의 임대료 면제를 협상안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유 대표가 버터짐의 누수 피해와 영업 중단 수준, 향후 손해배상 대응을 공유받고 있었던 셈이다. 디앤비아이앤씨는 2023년 4월부터 6월까지 김씨에게 카카오톡으로 공사를 마무리하라고 계속 요구했다. 김씨 측은 같은 해 4월19일 “나머지 공사 일정 스케줄 조정 중”이라고 답했다. 5월23일에는 회사의 요청 사항에 대해 “작업 실시” “발주 상태” “소방은 지속적으로 작업 중”이라는 취지로 회신했다. 계약 해지일인 6월9일에도 냉·난방기와 덕트 등 잔여 공정의 일정을 회신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이를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해석은 달랐다. 법원은 일부 마감공사가 남아 있었더라도 공사의 주요 부분이 약정대로 시공됐고, 당초 예정된 최종 공정도 일단 종료된 것으로 판단했다. 사회 통념상 공사가 완료됐다는 것이다. 30억 공사 미지급 4억 회사가 미완공의 증거로 제출한 공사 독촉과 보완 요구는 오히려 공사 기한을 사실상 연장한 정황으로 읽혔다. 재판부는 회사가 합의서상 기한인 3월7일 이후에도 공사를 계속 요청했고 시공 내용을 지속해서 확인하면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라고 요구한 점에 주목했다. 회사가 공사 기한을 유예해 놓고 뒤늦게 기한 도과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디앤비아이앤씨는 회사가 공사 완료 확인서에 날인하지 않았으므로 공사 대금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도 배척했다. 도급인이 확인서를 써줘야만 공사 대금 채권이 발생한다고 보면 시공업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해석이 된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이상, 오히려 계약 해지 통보 시점에 공사 대금 지급 기한이 도래했다고 봤다. 법원은 미설치된 골프연습장 기기와 스크린 비용 1억3820만원은 공사 대금에서 제외했다. 김씨가 청구한 4억원 가운데 이를 뺀 2억6180만원을 회사가 지급해야 할 금액으로 확정했다. 소방·제연 설비는 주요 부분이 약정대로 시공됐고 소방 점검 지적 사항도 보완된 것으로 인정됐다. 디앤비아이앤씨는 김씨를 상대로 지체상금과 하자보수비 등 총 6억1992만원을 청구했다. 지체상금만 약 4억3417만원, 하자보수비는 약 1억8575만원이었다. 재판부는 지체상금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계약서에 적힌 ‘일 1000분의 3’이라는 문구는 손해배상책임의 한도를 정한 것일 뿐 통상적인 지체상금 약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자보수비도 에어컨 관련 비용 1966만원만 인정했다. “운영·매출만 신경 써” 카톡 유귀선 지휘 정황 회사가 주장한 나머지 공사는 기존 시공의 하자를 고친 것인지, 헬스장 상호와 내부 인테리어를 변경하면서 새로 지출한 비용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봤다. 회사가 반소로 요구한 금액 가운데 약 3.2%만 인정된 셈이다. 버터짐 관련 카카오톡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유 대표가 언론계 인맥을 거론한 부분이다. 문맥상 유 대표 자신이 언론계와 가까운 관계에 있어 문제의 확산 여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공사 분쟁 과정에서 특정 언론사 간부와의 친분을 언급한 것 자체가 상대방에겐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대목이다. 이번 사건의 피고는 디앤비아이앤씨 대표 유모씨다. 유귀선 대표와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판결문과 피고 측 준비서면에 ‘바이포엠’이라는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디앤비아이앤씨는 2023년 3월20일 ‘바이포엠에이치앤비’에서 ‘버터컴퍼니’로 상호를 변경했다. 불과 15일 뒤인 같은 해 4월4일에는 다시 ‘디앤비아이앤씨’로 이름을 바꿨다. 2022년도 연결감사보고서에는 바이포엠스튜디오의 종속회사 목록에 ‘BY4M H&B Co., LTD’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터짐 공사계약이 체결된 2022년 당시 바이포엠에이치앤비가 바이포엠스튜디오 산하 법인으로 분류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유 대표가 버터짐과 무관한 외부인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유 대표 이름의 계정은 황씨에게 운영과 매출에 집중하라고 지시했고, 누수와 영업 중단 수준을 보고받았으며 공사 책임자와의 접촉 및 소송 대응도 챙겼다. 유 대표가 이끄는 바이포엠스튜디오는 과거에도 거래 신뢰와 검증 능력을 둘러싼 논란을 겪었다. 2023년에는 배우 심은하의 복귀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가 당사자 측의 전면 부인으로 파문이 일었던 바 있다. 이후 제3자가 심은하 측 대리인을 사칭해 바이포엠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해당 인물의 사기와 문서위조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홍보 때 복구” 강력한 지시 바이포엠 역시 사기 피해자였지만, 실제 배우나 적법한 대리인에게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액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복귀를 공식화한 검증 부실 문제는 남았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 과정에서 계약과 지출을 누가 검토하고, 계열사의 수십억원대 공사비를 누가 관리했는지를 묻는 질문은 반복된다. 회사 이름은 바이포엠에이치앤비에서 버터컴퍼니로, 다시 디앤비아이앤씨로 간판은 두 번 바뀌었지만 2022년 시작된 공사 대금 책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편, 유 대표는 공사비 지급 판결에 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