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국세청 조사 플랜···끝까지 판다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7.31 14:36:59
  • 호수 15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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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일가 향하는 재계 저승사자

[일요시사 취재2팀] 김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장으로 취임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문제가 재조명됐다. 앞서 임 청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노태우 비자금’ 문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하기 위해 모친 김옥숙 여사가 가지고 있던 ‘선경 300억’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비자금 존재를 스스로 알리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선경 300억’
메모 의혹

최근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통해 연일 ‘노태우 비자금’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국세청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자산이 증여·대여·상속의 형태로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끝까지 추적해 조세 정의를 살려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도 조세 정의 실현에 공감을 표했다. 서울청장과 국세청 차장 등을 지낸 임 청장은 지난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한 뒤 “혐의가 나왔는데,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며 국세청을 상대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주문한 바 있다.

노태우 비자금 논란이 재차 불거진 것은 9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5월 말 노 관장이 이혼소송에서 ‘선경 300억’ 메모를 제시하며 ‘이 돈이 기업 성장의 종잣돈이 됐기 때문에 노 관장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재산분할 1조3808억원 지급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후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돈이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탄핵 국면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여론의 관심권에서 벗어났다. 그간 시민단체는 노 관장의 불법 비자금 은닉 의혹 관련 고발을 이어나가는 등 실체 규명 목소리를 키웠다.

노태우 비자금 논란이 재조명되면서 노 관장 등 노씨 일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임 청장의 발언을 고려했을 때 당국의 조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노 전 대통령 일가와 관련해 접수된 고발 건은 7건 이상이지만, 조사는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소환 조사 없이 자금 흐름만 파악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청장은 지난해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드러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해 상속세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임 청장은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인 지난해 7월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업무보고에서 “빨리 조사해서 이것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효한 채권인지 차명 재산인지, 증여인지 밝혀야 한다”며 “법원 재판 기록에서 탈루 혐의가 나왔기 때문에 세무조사 착수 근거가 된다”고 강민수 전 국세청장에게 행동을 촉구했다.

진땀 빼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소송서 무리수 둔 부친의 검은돈

노 관장 이혼소송 항소심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1991년 고 최종현 SK 회장에게 300억원가량의 금전적 지원을 한 다음 증빙으로 약속어음 네 장을 받았다고 봤다. 또 항소심 법원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고 김석원 쌍용 회장에게 200억원을 맡기고 받은 돈이 차용증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300억원이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공짜로 준 돈(증여)이라면, 돈을 준 시점이 1991년이기에 세무조사를 할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국세청이 ‘인지한 날로부터 1년’간 과세가 가능하다고 법규가 규정하고 있지만, 이렇게 제도를 정비한 시점이 1991년이기에 ‘인지한 날로부터 1년’ 요건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빌려준 돈(채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채권·채무는 소멸하기 전까지 계속 살아있고, 채권자가 죽어도 자녀가 채권 상속을 포기하지 않으면 자녀에게로 채권이 승계된다.

노 전 대통령이 2021년 사망한 후 그 금전적 권리는 노 관장 측으로 넘어가게 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국세청은 그 채권이 상속 재산인지 세무조사로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임 청장은 “증여라면 최종현 회장이 그 당시 30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탈루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명망 있는 기업가가 탈세자라는 것에 대해서 그 후손과 회사가 인정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전제를 달았다.

이어 “재판 기록에서 보듯이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당시 선경(SK의 옛 이름)에 300억원을 주고 받은 증빙들인 약속어음 네 장과 ‘선경 300억원’이라고 쓴 메모를 이렇게 오랜 시간 왜 보관했겠나. 이것은 우리 재산이다. 나중에 딴소리할 수 있으니 증거로 가지고 있자. 그런 의도로 보는 게 타당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또 “빨리 세무조사 착수해서 계좌 추적하고, 자료 제출 요구하고, 당시 관계자들에게 문답서를 받아야 한다. 혐의가 나왔는데도 방치했다가 조세채권을 일실하게 되면 책임 문제가 있기에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임 청장은 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 정치인으로 국세청 재직 당시 세무조사 관련 최고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신임 청장
강력 의지

업무보고에서 강 전 청장은 “차용증 내지 약속어음에 대해선 저희가 재판을 보도된 내용만 봤기 때문에 그 부분이 명확히만 된다면 세무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다만, 특정 건에 대해서 하겠다 (단정적으로) 말씀 못 드리고, 아시다시피 국세청에서 과세해야 할 내용이라면 당연히 과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이에 임 청장은 국세청에서 법원에 최태원-노소영 재판 기록이나 제출된 증거 등 자료 협조를 요청했는지 물었다. 상당한 수준의 탈루 혐의가 포착된 경우 국세청은 각 기관에 과세 명목으로 자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거꾸로 탈루 혐의가 포착됐음에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책임·업무 방기에 해당한다.

국회 상임위 업무보고에서 말이 나온 만큼 국세청이 간과하는 건 매우 어렵겠으나, 임 청장은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법원 재판 과정에서 인정된 사실만으로는 과세하기 어렵고, 과세를 완성하려면 세무조사를 통해 추가 증빙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옛날 일인 만큼 재판 자료를 빨리 확보해 관련자가 누군지, 어떤 계좌로 돈이 들어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가 신임 국세청장으로 복귀한 만큼 ‘노태우 비자금’ 조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강 전 청장은 “말씀하신 대로 법령 검토, 시효 검토 등 여러 부분을 저희가 해보고 과세해야 할 건이면 당연히 (세무조사)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임 청장은 “저는 전직 대통령의 정직하지 못한 자금, 국가에 추징됐어야 할 자금, 그러나 추징되지 못한 자금, 이 자금에 대해서 국세청에서 조세 정의 차원에서 국민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그런 차원에서 세금으로라도 환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실력 발휘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당시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국세청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참 중요한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은 굉장히 걱정스러운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어깃장을 놨다. 송 기재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이자, 기획재정부 2차관의 예산관료 출신이다.

“국고 환수
반드시 필요”

임 청장 외에도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여당 의원들의 비자금 환수 필요성이 지속해서 강조됐다.

정 후보자는 비자금 환수 필요성을 묻는 질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노태우 비자금’을 끝까지 처벌하고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 5·18 정신”이라며 “비자금이 회수될 수 있도록 법무 행정에 신경 써달라”고 요청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5·18기념재단 등 ‘오월단체’도 지지부진했던 세무 당국의 조사 및 환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단체들은 지난 16일 ‘정성호·임광현 후보자 발언 환영 입장문’을 내고 “이혼소송에서 확인된 비자금, 김 여사의 대규모 보험료 납부·기부 활동 등 새로운 단서가 나오고 있다.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며 “전두환·노태우를 비롯한 신군부 세력은 군사 쿠데타를 통해 국가 권력을 불법적으로 찬탈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거액의 부정 축재 재산을 형성했다. 이들 재산은 국민의 고통과 희생 위에 쌓인 불의의 산물이다. 은닉 및 세대 승계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법무부와 국세청의 신군부 세력 및 일가의 재산 흐름 전면 재조사 ▲모든 수단을 동원한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 ▲국세청의 은닉 재산 증여·상속·대여 여부 확인과 추적 ▲독립 몰수제 등 국회의 신속한 법 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불법 비자금 관련 조사와 환수 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는 해당 내용이 이재명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후보 시절 5·18 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국가 폭력, 군사 쿠데타 시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처벌하고, 소멸시효를 없애 상속자들에게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정부 사활 건 모양새
여야 막론 조사 찬성 분위기

앞서 시민단체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추진환수위원회(환수위)는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노씨 일가 수사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환수위는 “국민이 선택한 이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 은닉 비자금 등 군사정권 과거사를 끝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국민의 염원인 군사정권 과거사 청산을 최우선으로 해결해 달라”며 “지금, 과거 청산은커녕 청산돼야 할 과거는 더욱 비대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의 호의호식은 더 화려해지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 사건이 바로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다. 국민은 이제야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

환수위는 노 관장뿐만 아니라 동생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도 비자금 불법 은닉의 주동자로 보고 있다. 지난 15일 “노 이사장이 운영 중인 동아시아문화센터가 ‘노태우 비자금’ 핵심 기지”라며 센터를 국세청에 고발했다.

환수위는 “노 전 대통령 추모를 명분으로 설립한 공익 재단을 비자금 세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평생 직업이 없었던 김 여사의 돈이 노 이사장의 센터로 들어갔다. 이 돈이 노태우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정부가 최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움직임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별세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를 위해선 입법은 물론 수사가 필요하다.

비자금 일부가 실제 SK그룹에 유입됐는지 확인해야 하는 데다 현행법상 범죄자가 사망하는 등의 이유로 공소 제기가 불가능한 경우는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노씨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이다.

문제는
공소시효

한편,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지난해 9월 헌정 질서 파괴 범죄자의 범죄 수익에 한해 공소 제기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도 몰수 및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도 비슷한 시기 형사 공소 제기 없이도 범죄수익임이 입증된 자산을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가 포함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독립몰수제는 올 1월 발표된 법무부 업무 추진 계획에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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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