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유입?’ 동아시아문화센터 실체

“6공 검은돈 굴리는 핵심 기지”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위원회는 15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가 운영 중인 동아시아문화센터가 노태우 비자금을 굴리고 있는 핵심 기지”라며 동아시아문화센터를 국세청에 고발했다.

지난 15일,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위원회(이하 환수위)는 “노태우 전 대통령 추모를 명분으로 설립된 동아시아문화센터가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최근 1년 사이 새롭게 제기됐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군사정권 비자금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이번 정부의 새 국세청장이 이 고발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불법 자금
세탁 창구“

환수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수차례 언론 보도로, 특히 재단 공금 10억원 횡령 의혹이 노 원장 스스로 국세청에 제출한 내부 서류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에는 ‘노태우 일가가 노태우 추모를 명분으로 설립한 공익재단을 비자금 세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동아시아문화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노씨는 모친 김옥숙 여사가 지난 2016년부터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을 재단에 낼 때마다 부동산 구입, 보수 및 새 건물 증축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이들은 “노씨는 현재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과 종로구 사직동에 2채의 건물을 매입했는데, 이를 통해 노태우 비자금은 철저히 세탁됐다”며 “또 노태우 비자금 중 일부는 단기금융상품 및 주식투자 등 비자금 불리기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환수위는 “동아시아문화센터의 자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이 센터의 자금을 추적해야 노태우 비자금의 실체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지난 2012년 재단법인 한중문화센터로 출범한 뒤 지난 2019년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로 이름을 바꾼 노태우 추모 공익법인이다. 2012년 출범 때부터 2019년까지는 채현종씨가 대표를 맡았고, 2020년부터 현재까지는 아들 노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김옥숙 여사(147억원)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5억원)의 출연금으로 설립됐다.

동아시아문화센터가 움직인 수상한 자금 중에는 김 여사가 출연한 2016년 10억원, 2017년 10억원, 2018년 12억원, 2020년 95억원, 2021년 20억원 등 총 147억원이 있다.

노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운영 중
김옥숙 여사 부동산 구입 등 지원?

환수위는 “김 여사가 평생 직업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인 스스로 이 같은 돈을 모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동아시아문화센터에 들어간 이 돈은 노태우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들이 동아시아문화센터 결산 서류 및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추적한 결과, 이 재단은 현재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65번지 부동산과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 1-35번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이 부동산의 장부가는 약 92억여원, 시가는 10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노태우 비자금이 2채의 부동산 매입에 투입돼 불려졌다”고 강조했다.

또 “노씨 일가가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을 이 재단에 낸 것은 바로 비자금을 부동산으로 바꾸기 위해 자금을 세탁한 것”이라며 “노씨는 김 여사가 2016년 10억원, 2017년 10억원 등 20억원을 기부하자, 2017년 10월11일 재단 명의로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65번지,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건물을 14억6000만원에 매입하고, 같은 해 11월22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환수위는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이 투입되자마자 곧바로 이 돈이 부동산 매입에 사용된 것”이라며 “이 부동산은 지난 1989년 5월8일 허가를 받아, 건축공사를 한 뒤 1991년 4월26일 사용 승인을 받은 건물로, 대지면적 190제곱미터며, 처음에는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로, 1층은 근린생활시설, 2·3층은 주택으로 허가됐다”고 부연했다.

환수위에 따르면 그 뒤 노씨가 이 건물을 매입한 뒤 3층 건평을 약 25제곱미터 더 늘리고, 1개 층을 더 올려 지하 1층~지상 4층짜리 건물로 증축하고, 이 증축 사실을 2019년 3월26일 등기했다. 증축 후 지하 1층은 사무실, 지상 1층은 음식점, 2층부터 4층까지 3개 층은 사무실 용도로 허가됐다.

평생 주부가
무슨 돈으로?

특히 김 여사가 2018년에 추가로 기부한 돈 12억원이 바로 이 건물의 증축 비용으로 사용됐다. 재단은 2018년 증축 공사 비용으로 에스앤씨건설이라는 건축 회사에 1억4530만원, 1억2500만원, 1억1000만원, 1억6800만원, 1억520만원 등 5차례에 걸쳐 약 6억600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재산세로 325만원, 건축 설계비로 2차례 3600만원, 해체 공사비로 1170만원, 증축 설계 인허가 비용으로 450만원 등을 지출했다.

또 2018년에 이 공익법인의 지출액 10억9000만원 중 95%가량이 청운동 부동산 증축 및 수리비로 지출됐고, 장학금 등 공익사업에 투입된 돈은 5315만원에 불과했다.

환수위에 따르면 노씨는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으로 서울 시내 요지에 2채의 부동산을 매입하고, 1채는 수리 및 증축하고 1채는 아예 부수고 새 건물을 지었다. 2023년 기준 해당 법인의 전체 자산은 224억원이며, 부채 5억원을 빼면 순자산이 217억 6000만원이다.

자산 중 유동자산이 52억원, 비유동자산이 170억원 상당이며 이 중 유동자산 52억원 중 단기투자자산이 32억원, 단기매매증권이 18억원에 달했다. 노씨가 재단 재산 중 50억원 상당을 금융 상품과 주식투자에 활용한 것이다.

또 비유동자산은 부동산이 92억원 상당, 미술품이 5억원 정도였고, 나머지 70억여원은 ‘기타비유동자산’으로 신고됐으나, 과연 이 비유동자산은 무엇인지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게 환수위의 주장이다.

환수위가 밝힌 내용대로라면 김 여사가 출연한 노태우 비자금 147억원은 부동산 2채 95억원 상당으로 돈세탁됐고, 나머지 약 52억원 중, 50억원은 금융 상품, 주식투자 등으로 언제나 사용이 가능한 유동자산 형태로 은닉됐을 가능성이 크다.

유동 자산
은닉 가능성

환수위는 고발장에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24일 국정감사에서 노태우 일가 관련 부동산 업체 네오트라이톤 존재를 밝힌 바 있다”며 “이 법인은 기존 서울 청담동과 동빙고동 부동산 외에 서울 가회동에 위치한 이른바 ‘정명훈 빌딩’을 매입했는데, 이는 사실상 노재헌 측에 넘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오트라이톤의 법인 등기부 등을 살펴보면 노씨가 이 법인의 임원으로 등재돼있으며, 대표이사는 네오트라이톤의 공동소유자였던 채현종씨다. 이는 노씨가 이 법인의 실질적 오너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 법인 종속회사인 티케인베스트 대표이사와 부동산회사 네오트라이톤 이사의 이름이 일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오트라이톤이 사실상 노씨 소유며 따라서 정명훈 빌딩 역시 사실상 노씨 소유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환수위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이 회사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 노재헌이 지분의 40%, 채현종이 60%의 지분을 보유했고 2017년 감사보고서에는 노재헌의 지분이 60%, 채현종 및 육상근의 지분이 각각 20%로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즉, 노씨가 이 부동산 업체의 최대주주인 것이다.

환수위는 “노씨는 동아시아문화센터의 유동자산 52억원 중 상당액을 자신의 회사인 티케인베스트먼트에 맡겼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따라서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김 여사 출연금 147억원은 서울 청운동 및 사직동의 부동산 2채에 95억원, 그리고 티케인베스트먼트에 52억원을 은닉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수위는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출신인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익재단이 돈세탁 수단으로 전락”
청운동 및 사직동건물 매입 의혹도

임 후보자는 행정고시 38회 출신으로 국세청 조사국, 서울청·중부청 조사국장, 서울청장, 국세청 차장을 역임한 정통 세무관료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노 관장에 의해 수면 위로 부상한 노태우 비자금 조사에 대한 필요성을 강력히 피력해 온 인물이다.

환수위는 “임 후보자는 대기업·정재계 고위층의 탈세 적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조사통’이라는 점에서 노소영·노재헌 등이 숨겨온 노태우 비자금을 반드시 찾아내 국고로 환수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 후보자는 윤석열정부 때 강민수 국세청장을 상대로 “300억원이 노태우 대통령의 차명 재산이거나 받아야 하는 유효한 채권이었다고 하면, 2021년에 사망한 노태우 대통령의 상속재산에 포함됐어야 한다”고 지적해 주목받았던 바 있다.

임 후보자는 “상속세 누락 혐의가 나왔는데 이를 방치해 조세채권이 소멸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노 관장이 이혼소송 과정에서 제출한 ‘김옥숙 메모’와 300억 약속어음을 근거로 서울청 조사4국의 즉각적인 조사 착수를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환수위는 “국세청은 즉각 전방위적 세무조사에 착수해야 하며, 횡령·배임 여부 및 자금 흐름, 증여세·법인세 탈루 여부 등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며 “해외 페이퍼컴퍼니 설립 경위와 자금 출처를 포함한 자금 세탁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나설까

그러면서 “국세청이 조사에 미온적일 경우, 공개 집회 개최 및 국민·국회 대상 진정을 추진하겠다. 관련 자금 흐름 실질 관리자 등 추가 고발 대상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고발은 단순 고소가 아닌, 국가 차원의 자금 세탁 및 탈세 척결 의지 표명”이라며 “동아시아문화센터 및 노재헌 이사장의 자금 운영 실태에 대한 국세청의 조속한 개입과 철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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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