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사실 유포 의혹’ 노소영 변호사 미래회 연루설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1.18 09:38:21
  • 호수 1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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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악플 부대’도 변호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법률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가 ‘최태원 SK회장 동거인 1000억 증여 발언’과 관련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노 관장의 친인척인 이 변호사는 과거 댓글 부대를 조직해 허위 사실을 퍼뜨린 미래회 전 회장 김흥남을 변호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김태헌)는 이달 초 서초경찰서로부터 해당 사건을 송치받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이상원 변호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서초경찰서는 이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허위 사실 공표를 통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노 관장과 관련된 모든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 변호사를 검찰이 기소해 법정에 세울 것인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직간접 연결

이 변호사는 최태원 회장-노소영 관장 이혼소송 외에도 노 관장 비서의 횡령 사건, 아트센터 나비의 명도소송 등 노 관장과 관련된 각종 소송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다. 소송 초기부터 이례적으로 민사소송에 대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내고 최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유포하는 등 여론전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10월 이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최 회장이 김희영 이사에게 쓴 돈이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상파 뉴스에 출연해 진위를 알 수 없는 문서를 공개하며, “1000억원은 최 회장이 30년간 노 관장과 세 자녀를 위해 쓴 생활비 300억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이란 발언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논란을 키웠다.

이에 최 회장 측 변호사는 가사소송법,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현행법 위반 혐의로 이 변호사를 고소했다. 김 이사에게 1000억원이라는 돈이 명확히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했고, 이는 증거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이 골자다. 법조계에서는 이 변호사의 주장이 객관적인 사실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소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지원금액을 219억 원으로 판단했는데, 이를 면밀히 들여다봐도 최 회장 개인의 임직원 포상 및 경조사비 등 경영활동에 들어간 개인 지출, 공익재단 출연금, 생활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김 이사장에게 건너갔다고 볼 수 있는 돈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노 관장과 이 변호사가 ‘같은 집안’ 사람이다 보니 변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무리하게 일을 펼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3기로 서울남부지법,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재직하다 2008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불법 정치자금의 일면이 드러났던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김기춘 전 박근혜 대통령비서실장,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로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단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고발 사주 논란의 손준성 검사, 대장동 재판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을 변호하는 등 과거 수임 사건서도 형사소송법 등을 활용해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쓴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변호사가 과거 ‘최 회장을 저격한 악플 부대’를 변호한 이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6공 황태자’ 박철언 전 장관 사위의 무리수
최 회장 비난하다 송치···자격 박탈 가능성도

이 변호사는 최 회장과 김 이사장에 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린 댓글부대를 조직한 미래회 전 회장 김흥남을 변호하기도 했다.

노 관장과 절친한 관계로 알려진 김 회장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회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수년간 악의적 여론을 형성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를 확정받아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과 1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선고받았다.


김 전 회장이 이끌었던 재벌가 사교 모임인 미래회는 노 관장이 1999년 결성해 이전부터 친분 있던 또래 여성들과 함께 교류를 이어오는 사교모임이다. 공익법인으로 등록된 사단법인으로, 노 관장 또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십시일반으로 시작한 자선활동”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조용한 실천’을 모토로 재력가 집안 여성들이 주축이 된 모임으로, 세간에는 미래회가 사실상 노태우의 하나회처럼 ‘노 관장의 사조직’이란 말이 돌고 있다.

지난 5월 이혼소송 항소심서 “최 회장의 재산 1조3808억원을 분할하라”는 판결을 이끈 이 변호사가 미래회 현 대표 박지영의 남편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박 대표는 노 관장과 미래회 초기부터 활동해 왔고, 지난해부터 노 관장에 이어 미래회를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노태우정부서 정무장관을 지낸 박철언의 딸이다. 박 전 장관은 1972년 검사로 임관 후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법사위원으로 활동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 동생(김 여사 고모의 차남)으로, 노 전 대통령 일가 일원으로 유명하다.

노 전 대통령의 고종사촌 처남인 박 전 장관은 이른바 ‘체육관 대통령선거’로 유명한 5공화국 헌법의 기초 작업에 참여했다. 노 전 대통령 집권기에는 정무장관과 청소년체육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6공화국 시기에는 ‘6공의 황태자’로 불릴 만큼 권세를 누렸다.

1993년 홍준표 당시 검사가 주도한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이 터지면서, 도박사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박 전 장관은 이 사건으로 법정 구속되면서 정치권서 물러났다.

젊은 법조인들 사이에선 이 변호사의 검찰 송치를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과도한 여론 형성으로 법의 논리가 아닌 법정 밖으로 사건을 끌고 나간다’는 악평과 함께 여론 재판에 최적화된 ‘선동형 변호사’ 등으로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벌가 사모님 카르텔 모임
이병철 손녀 조옥형도 회원

이 변호사는 이번 검찰 송치 결정만으로도 법조 경력에 오점을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검찰이 이 변호사를 기소해 금고형 이상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면,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변호사가 노 관장의 송사는 물론 전략, 여론전의 핵심을 담당했다고 알려진 만큼 노 관장으로서는 이 변호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이라며 “여론전에 제약이 생긴 만큼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전관 변호사가 언론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가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기에 법조계 전반이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수년간 일해온 법무법인 평안을 떠나,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 관장이 최 회장과 진행 중인 이혼소송서 과거 노태우정부 시절 친분을 맺은 인사들과의 관계가 이목을 끈다. ‘6공화국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이번 소송을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밖에 미래회 인사들의 노 관장 지원 흔적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래회는 지난 4월29일자로 공시한 공익법인 결산서류에 소재지로 ‘서울 종로구 종로 26 SK빌딩 4층’을 기재했다. 이곳은 노 관장의 아트센터 나비 소재지로, 올해 7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나비의 무단 점유가 인정돼 퇴거 판결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미래회 관련 인물들은 과거 언론 인터뷰서 “미래회는 사무실이 따로 없다. 각자의 집이나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큰 행사를 앞두고 있을 때만 모임을 가진다. 주로 노소영 관장의 집에서 모인다”고 밝힌 바 있었다.

노 관장이 미래회 창설을 이끌고, 회장을 장기간 지냈더라도 법적 소재지 또한 자신의 소유가 아닌 SK빌딩으로 두고 있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미래회가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 ‘노 관장의 외곽 지원조직’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노 관장은 명목상으로 미래회 대표를 내려놨지만, 자신의 SNS서 미래회의 미래 구상을 밝히는 등 앞으로도 미래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나갈 의지도 밝혔다. 향후 아트센터 나비, 미래회에서의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이어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6공과 미래회

또 미래회 이사인 안영주는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부인이며, 함께 이름을 올린 조옥형은 조 회장의 여동생이자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 회장의 손녀다. 안씨는 한솔문화재단의 미술관 ‘뮤지엄산’ 관장을 맡고 있어 노 관장과 예술, 미래회로 연결돼있다. 재계에서는 이 밖에 대기업 및 중견기업 일가의 여성들 상당수가 미래회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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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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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