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사실 유포 의혹’ 노소영 변호사 미래회 연루설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1.18 09:38:21
  • 호수 1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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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악플 부대’도 변호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법률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가 ‘최태원 SK회장 동거인 1000억 증여 발언’과 관련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노 관장의 친인척인 이 변호사는 과거 댓글 부대를 조직해 허위 사실을 퍼뜨린 미래회 전 회장 김흥남을 변호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김태헌)는 이달 초 서초경찰서로부터 해당 사건을 송치받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이상원 변호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서초경찰서는 이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허위 사실 공표를 통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노 관장과 관련된 모든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 변호사를 검찰이 기소해 법정에 세울 것인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직간접 연결

이 변호사는 최태원 회장-노소영 관장 이혼소송 외에도 노 관장 비서의 횡령 사건, 아트센터 나비의 명도소송 등 노 관장과 관련된 각종 소송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다. 소송 초기부터 이례적으로 민사소송에 대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내고 최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유포하는 등 여론전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10월 이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최 회장이 김희영 이사에게 쓴 돈이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상파 뉴스에 출연해 진위를 알 수 없는 문서를 공개하며, “1000억원은 최 회장이 30년간 노 관장과 세 자녀를 위해 쓴 생활비 300억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이란 발언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논란을 키웠다.

이에 최 회장 측 변호사는 가사소송법,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현행법 위반 혐의로 이 변호사를 고소했다. 김 이사에게 1000억원이라는 돈이 명확히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했고, 이는 증거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이 골자다. 법조계에서는 이 변호사의 주장이 객관적인 사실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소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지원금액을 219억 원으로 판단했는데, 이를 면밀히 들여다봐도 최 회장 개인의 임직원 포상 및 경조사비 등 경영활동에 들어간 개인 지출, 공익재단 출연금, 생활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김 이사장에게 건너갔다고 볼 수 있는 돈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노 관장과 이 변호사가 ‘같은 집안’ 사람이다 보니 변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무리하게 일을 펼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3기로 서울남부지법,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재직하다 2008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불법 정치자금의 일면이 드러났던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김기춘 전 박근혜 대통령비서실장,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로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단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고발 사주 논란의 손준성 검사, 대장동 재판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을 변호하는 등 과거 수임 사건서도 형사소송법 등을 활용해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쓴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변호사가 과거 ‘최 회장을 저격한 악플 부대’를 변호한 이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6공 황태자’ 박철언 전 장관 사위의 무리수
최 회장 비난하다 송치···자격 박탈 가능성도

이 변호사는 최 회장과 김 이사장에 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린 댓글부대를 조직한 미래회 전 회장 김흥남을 변호하기도 했다.

노 관장과 절친한 관계로 알려진 김 회장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회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수년간 악의적 여론을 형성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를 확정받아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과 1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선고받았다.


김 전 회장이 이끌었던 재벌가 사교 모임인 미래회는 노 관장이 1999년 결성해 이전부터 친분 있던 또래 여성들과 함께 교류를 이어오는 사교모임이다. 공익법인으로 등록된 사단법인으로, 노 관장 또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십시일반으로 시작한 자선활동”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조용한 실천’을 모토로 재력가 집안 여성들이 주축이 된 모임으로, 세간에는 미래회가 사실상 노태우의 하나회처럼 ‘노 관장의 사조직’이란 말이 돌고 있다.

지난 5월 이혼소송 항소심서 “최 회장의 재산 1조3808억원을 분할하라”는 판결을 이끈 이 변호사가 미래회 현 대표 박지영의 남편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박 대표는 노 관장과 미래회 초기부터 활동해 왔고, 지난해부터 노 관장에 이어 미래회를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노태우정부서 정무장관을 지낸 박철언의 딸이다. 박 전 장관은 1972년 검사로 임관 후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법사위원으로 활동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 동생(김 여사 고모의 차남)으로, 노 전 대통령 일가 일원으로 유명하다.

노 전 대통령의 고종사촌 처남인 박 전 장관은 이른바 ‘체육관 대통령선거’로 유명한 5공화국 헌법의 기초 작업에 참여했다. 노 전 대통령 집권기에는 정무장관과 청소년체육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6공화국 시기에는 ‘6공의 황태자’로 불릴 만큼 권세를 누렸다.

1993년 홍준표 당시 검사가 주도한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이 터지면서, 도박사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박 전 장관은 이 사건으로 법정 구속되면서 정치권서 물러났다.

젊은 법조인들 사이에선 이 변호사의 검찰 송치를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과도한 여론 형성으로 법의 논리가 아닌 법정 밖으로 사건을 끌고 나간다’는 악평과 함께 여론 재판에 최적화된 ‘선동형 변호사’ 등으로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벌가 사모님 카르텔 모임
이병철 손녀 조옥형도 회원

이 변호사는 이번 검찰 송치 결정만으로도 법조 경력에 오점을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검찰이 이 변호사를 기소해 금고형 이상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면,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변호사가 노 관장의 송사는 물론 전략, 여론전의 핵심을 담당했다고 알려진 만큼 노 관장으로서는 이 변호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이라며 “여론전에 제약이 생긴 만큼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전관 변호사가 언론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가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기에 법조계 전반이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수년간 일해온 법무법인 평안을 떠나,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 관장이 최 회장과 진행 중인 이혼소송서 과거 노태우정부 시절 친분을 맺은 인사들과의 관계가 이목을 끈다. ‘6공화국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이번 소송을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밖에 미래회 인사들의 노 관장 지원 흔적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래회는 지난 4월29일자로 공시한 공익법인 결산서류에 소재지로 ‘서울 종로구 종로 26 SK빌딩 4층’을 기재했다. 이곳은 노 관장의 아트센터 나비 소재지로, 올해 7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나비의 무단 점유가 인정돼 퇴거 판결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미래회 관련 인물들은 과거 언론 인터뷰서 “미래회는 사무실이 따로 없다. 각자의 집이나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큰 행사를 앞두고 있을 때만 모임을 가진다. 주로 노소영 관장의 집에서 모인다”고 밝힌 바 있었다.

노 관장이 미래회 창설을 이끌고, 회장을 장기간 지냈더라도 법적 소재지 또한 자신의 소유가 아닌 SK빌딩으로 두고 있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미래회가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 ‘노 관장의 외곽 지원조직’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노 관장은 명목상으로 미래회 대표를 내려놨지만, 자신의 SNS서 미래회의 미래 구상을 밝히는 등 앞으로도 미래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나갈 의지도 밝혔다. 향후 아트센터 나비, 미래회에서의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이어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6공과 미래회

또 미래회 이사인 안영주는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부인이며, 함께 이름을 올린 조옥형은 조 회장의 여동생이자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 회장의 손녀다. 안씨는 한솔문화재단의 미술관 ‘뮤지엄산’ 관장을 맡고 있어 노 관장과 예술, 미래회로 연결돼있다. 재계에서는 이 밖에 대기업 및 중견기업 일가의 여성들 상당수가 미래회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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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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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