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 ‘8000억’ 처가 기업 정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7.22 09:28:14
  • 호수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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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뜨거운 재벌집 사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선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가 처가 일가인 ‘유창’ 기업집단의 비위 행각이 드러나자,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유창에 속한 회사들은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재사고로 산재보험료를 37건 지급했다. 액수로는 총 13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 밖에 ‘일감 몰아주기’ ‘임금체불’ 등 다량의 불법을 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강 후보가 국세청장 취임 시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고 봤다. 특히, 처가인 ㈜유창 일가에 대한 세정이 정확하고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감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유창은 강 후보 처가인 조모 일가의 기업집단이다. 최소 5개 법인을 소유하고, 아내 조씨는 해당 법인 중 4개 법인에 등기임원이다. 강 후보의 장인과 처남은 대표이사와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산재사고에
건축법 위반

강 후보를 둘러싼 후보 검증 허들은 다양하다. 그가 과거 작성한 논문에 대한 5·18 역사 왜곡, ‘전두환·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세무당국 재조사 및 과세 가능성 등이 인사청문회서 거론됐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는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서 열린 인사청문회서 줄곧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쟁점은 강 후보의 처가가 운영하는 연 매출 8000억원대 규모의 기업집단인 유창 관련 ‘사위 찬스’ 여부 등이었다. 

이날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강 후보의 처가 기업집단의 각종 불법 사항을 언급하면서, 국세청이 추진 중인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천 의원은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건실한 중소·중견기업의 사업 연속성을 보장해 주면서, 산업의 활력을 제고해주자는 취지”라며 “현행 상속세법 중에 조세포탈이나 회계부정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는 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결격사유로 돼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유창의 사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유창 기업집단서 산재 사건이 37건이나 터졌고, 5년 동안 임금체불 신고 건수가 245건, 부당해고 신고가 23건, 직장 내 괴롭힘 건수가 9건, 직장 내 성희롱 건수가 4건이나 된다”며 “다수 근로관계법 위반이 있는 기업에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적합한가”라고 따졌다.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강 후보는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 않지만,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천 의원은 “‘유창이엔씨’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이라며 “만약 공제받게 되면 금액만 최소 400억 이상 추정된다. 비록 처가 회사 집단이지만, 이해상충 우려 없이 제대로 정책 수립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강 후보의 배우자 조씨 일가가 운영하는 ㈜유창 계열 기업집단의 지난해 매출액은 8257억원이었고 자산 총액은 5144억 규모로 확인됐다. 사내이사로 등록된 강 후보의 아내 조씨는 억대 연봉을 받아왔다. 

일감 몰아주기, 임금체불···
작년 매출 8257억 유창그룹 


강 후보가 국세청장으로 취임하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천 의원 측이 지난 7일 법인 등기부등본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분석한 결과, 조씨는 유창기업과 유창금속의 사내이사로, 유창엠앤씨와 유창이앤씨에는 감사로 등록했다. 문제는 강 후보의 처가와 그들이 운영하는 법인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상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고, 강 후보가 조세 등의 조사·부과·징수 같은 제재적 처분에 관계되는 직무의 최고책임자 자리에 오를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이해충돌 방지법에 따라 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는 일반적으로 소속 기관장에게 사적 이해관계자의 신고 및 회피·기피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세청장은 본인이 기관장이기에 회피·기피에 대한 셀프 의사결정을 하거나 하급자인 부기관장이 대리해야 한다.

천 의원은 “국세청장에 취임할 경우 처가 관련 처분 시 실효성 있는 이해충돌 방지가 가능하겠나”라며 “강 후보 스스로 이해충돌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후보가 처가와 업무상 선을 그었던 것과 반대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 후보가 납세 관련 부서에 재직할 당시 장인과 처남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다.

천 의원이 지난 12일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 후보가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3월 국세청은 ㈜유창에 모범납세자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해당 업체엔 강 후보의 장인과 처남이 공동대표, 강 후보의 배우자가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 후보가 법인납세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1년 3월에는 ㈜유창강건이 모범납세자 세무서장상을 받았다.

의원들
맹공격

이 업체도 강 후보 처남이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범납세자로 선정될 경우 3년간 세무조사 유예, 인천국제공항 비즈니스센터 이용, 철도 운임 할인 등 여러 혜택을 받게 된다.

천 의원은 해당 업체들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시기에 강 후보가 납세 담당 부서를 총괄한 만큼, 장인과 처남이 각종 혜택을 얻기 위해 ‘사위 찬스’를 쓴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천 의원은 “국세청 징세법무국과 법인납세국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개인의 납세의무 준수를 총괄하는 국세청의 실세 부서 중 하나”라며 “처가 일가가 모범납세자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것에 후보의 이해충돌 소지가 없는지 청문회 과정을 통해 엄중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유창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불거졌다. 유창그룹의 24개 계열사 중 2곳에서 내부거래를 통한 오너 일가 사익 편취 이슈가 제기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실에 따르면, 유창그룹 계열사인 유창엠앤씨와 로뎀코퍼레이션서 과도한 수준의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졌다.

강 후보의 처남 조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모듈러 제작기업인 유창엠앤씨의 지난해 503억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93.7%에 해당하는 471억5200만원이 그룹 계열사인 유창이앤씨·송천이앤씨 등과의 거래서 발생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기면 일감 몰아주기로 보고, 증여세를 내야 한다.

유창그룹 일가는 유창엠앤씨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유창엠앤씨가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이 강 후보 처가 일가로 흘러가는 구조인 셈이다.

또 다른 처가 일가 기업인 건축자재 생산업체 로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41억6200만원 중 58.7%에 해당하는 24억4200만원을 내부거래로 채웠다.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기면 일감 몰아주기로 증여세를 내야 한다.

다만 국세청은 유창그룹이 내부거래 과정서 증여세를 납부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불거진 
정치색


유창 사내이사와 유창엠앤씨·유창이앤씨의 감사로 재직하며 억대 연봉을 받아온 강 후보의 배우자는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로 증여세를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후보는 ‘최근 5년간 후보 및 배우자의 상속증여세 납부 내역’ 요구에 지난해 자신의 배우자가 일감 몰아주기 증여이익 과세요건이 발생해 증여세 35만6000원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청문회서 “배우자는 주식회사 유창과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의 주주로서 일감 몰아주기 관련 증여세를 세법에 따라 성실하게 납부했다”면서도 “처가 쪽 기업 경영에 관하여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향후 처가 회사와 관련된 모든 업무에 대해선 “회피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강 후보 검증 과정서 유창이앤씨가 사용 미승인 공장에 원자재 및 컨테이너를 방치하는 등 건축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실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인천 연수을)에 따르면, 지난 2월 당진시는 유창이앤씨를 건축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

지난 2월26일, 당진시는 석문면 인근 주민으로부터 ‘유창이앤씨 공장 신축공사에 따른 통행 불편 및 불법 행위 확인’이라는 제목의 민원을 접수했다. 해당 민원에는 유창이앤씨가 공장 주변 도로 위에 물건을 적치하고, 사용 미승인 공장 내에 물건을 반입 및 제작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당진시는 2월28일,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대지와 건축물 내부에 공장 운영을 위한 원자재가 반입돼있음을 확인하고, 건축법 제22조에 따라 건축물 사용이 불가하다는 원상회복 통지서를 유창이앤씨에 보냈다.

그러나 유창이앤씨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자, 당진시는 3월15일 건축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 유창이앤씨는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지 70일 후 원상회복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문회에선 강 후보의 정치 성향 문제도 거론됐다. 강 후보는 청문회서 과거 석사학위 논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로, 신군부의 군사 쿠데타를 ‘12·12 거사’로 표현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취임 시 이해충돌 소지 다분”
“과연 공정한 과세 가능할까?”

강 후보는 이날 부적절한 역사 인식 논란에 대해 “생각이 짧았고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1995년 석사학위 논문 ‘우리나라 현대 국무총리와 정치적 위상에 관한 연구’서 ‘광주사태’와 ‘12·12 거사’란 표현을 써 논란을 낳았다.

그는 “당시 참고 문헌과 언론 기사에 사용됐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며 “대학원생 시절에 큰 성찰 없이 작성했던 표현으로 가슴을 아프게 한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이 얼마나 가슴 아픈 사건이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초석을 놓는 숭고한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강 후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서 새롭게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증여세 과세 여부에 대해서도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서 드러난 900억원대 자금의 과세 여부를 묻는 말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시효·법령 등에 문제가 없고 900억원대의 자금이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이 맞는다면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결국 이 ‘300억원’은 1조38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김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꼬리표가 달린 300억원 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이 메모지 한 장을 통해 30여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메모에 기재된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될 경우 증여세 등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남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

얼굴을 
붉히다

과세 당국이 노 관장 측이 주장한 ‘자금 메모’를 인지한 시점, 즉 2심 판결일(지난 5월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한 셈이다. 만약 당국이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에 대해 과세 절차에 착수할 경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구체적인 비자금 규모가 확인되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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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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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