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법률적 승산 없으니 동정론으로 뒤집어보겠다?

위법 무릅쓰고 재산분할에 목소리 낸 까닭은?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2일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6일, 1심 재산분할 재판 결과에 대해 ‘참담한 심경’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최 회장의 변호인측도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언론을 이용해 영향을 미치려는 태도에 심히 유감”이라며 양측이 강하게 대립했다.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이 왜 위법성 논란을 무릅쓰면서까지 언론 인터뷰에 나섰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법원장 출신의 거물급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있는 노 관장이 위법성 논란을 몰랐을 리 없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이 이번 인터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논리적으로 법률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면 재판부 모독 등의 위험한 상황을 무릅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노 관장의 변호인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률적 사안에 비법률적 판단
앞세우면 오히려 역효과 초래

또 노 관장이 665억원이라는 재산분할 금액을 앞세우는 대신 1.2%를 들이대는 것도 여론 형성을 위해 프레임 전문가가 관여한 느낌을 주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는 평이다.


부장판사를 지낸 A 변호사는 이런 방식이 오히려 재판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경영권과 관련한 특유재산을 분할한 선례가 없음에도 논리적 반박 대신 ‘내조 프레임’을 내세운 것은 재판의 ABC를 이해하지 못한 비법률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혼 전문 B 변호사는 만약 이후 프라이버시 영역까지 끄집어내는 난타전을 전개할 각오라면 더욱 재판부를 곤란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확신했다. 사법부 불신만 조장하게 돼 결국 재판을 불리하게 만드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사실상 절반인 665억원 불만스럽다는 태도
변호인 통하지 않고 장외 여론 뒤집기 시도

차근차근 사건을 살펴본다면 상황은 더 분명해진다. 앞서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는 지난달 6일,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지금까지 공개된 기업인의 재산분할 금액 중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SK㈜ 주식의 절반인 약 1조3000억원 상당의 금액을 요구한 바 있는 노 관장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최 회장 역시 맞항소한 상태다.

노 관장은 항소심 재판부가 배정되기 전부터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조로 기업가치 상승에 기여했다”며 1심 판결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재판부가 사업용 재산에 대한 내조와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했다는 것인데, 이는 판결의 핵심 근거였던 ‘특유재산’에 대해 판결을 핵심을 오해하고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평가다.

민법상 부부 중 한 사람이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규정되며,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번 판결에도 이 같은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됐다.


경영권 관련 특유재산 분할
제외 사례 대법원 확정 판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간 이혼 소송 당시 임우재 전 부사장이 2조5000억원대의 삼성 주식을 분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부진 사장이 지닌 삼성전자 주식 상당수를 혼인 전 물려받은 특유재산으로 분류했고, 최종 인정된 분할액은 141억원이었다.

최근 선고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전 남편 박모씨 간의 이혼소송도 마찬가지였다. 즉, 이번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소송에서도 노 관장이 요구한 SK그룹 주식 상당수가 최 회장이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상속받은 특유재산으로 분류된 결과일 뿐, 그간 적용돼온 재산분할 법리에 배치되지 않는다.

오히려 665억원은 특유재산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의 상당 부분을 인정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과 노 관장이 보유한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삼았으며, 혼인 생활 과정과 기간, 분할 대상 재산의 형성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분할 선례 없어…가사분담 프레임 동정 여론 유도
욕심 부리다 되레 역풍…서민들 마음 이해해야


즉, 특유재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기여를 인정받아 역대 최대 분할액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분할 대상이 된 재산 중 약 40%를 인정받은 것으로 추정하며, 이 중 노 관장 명의의 재산인 약 200억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지급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판결이 내조의 기여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노 관장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 적어도 기존 판례에 비춰볼 때 전혀 특이한 판결은 아니었으며, 가사노동의 가치를 훼손한 것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법조계 전반에서는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히려 이 때문에 궁지에 몰린 노 관장 입장에서 동정 여론에 적극 호소하기 위해 인터뷰를 자처하고 나섰다는 얘기가 나온다.

판결문 내용 일부를 자세히 공개까지 한 속내에는 이르면 오는 3~4월에 시작될 항소심에 대비, 법리 다툼으로는 어려워진 소송을 장외전으로 유도하려는 전략이 담겼다는 해석이다. ‘참담’ ‘수치’ ‘축출’과 같은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전문가의 냄새가 나는 엄청난 대칭 비율만 강조할 뿐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665억원 적다는 주장
되려 일반인들에 반감

이혼 재산분할액 사상 최대 액수인 665억원은 보통 사람이 누리는 것은 물론 언급할 수도 없는 거대한 부를 상징한다. 이를 감안해서인지 노 관장은 인터뷰에서 해당 액수는 제대로 거론하지 않았다. 자신이 표방하는 사회활동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일 지 모르나, 대다수 국민 입장에서 참담하다는 주장에 공감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재벌가의 재산분할 다툼에 언론이 동원되는 것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판례에서 예외가 없었다는 점에서 노 관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적겠지만, 개인사와 관련한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다투라는 목소리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인사는 “군인 출신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 재벌가와 결혼해 평생 특별한 삶을 산 노 관장에게는 665억원은 작은 돈일지 모르나 보통사람들에게는 하늘과 같은 액수”라면서 “특히 노 관장이 인터뷰서 자녀들을 거론했는데, 돈 몇 푼 더 받으려다 나중에 평생 후회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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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