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용서받지 못할’ 12·12 쿠데타 철면피 후손들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2.12 16:56:34
  • 호수 1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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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딸 노소영 봐라 다들 떵떵거리고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발동한 비상계엄령 사태가 ‘서울의 밤’이라는 수식어로 빗대어졌다. 1979년 12월12일 일어난 군사 반란을 주제로 한 영화 제목인 <서울의 봄>을 인용한 것이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배우 황정민의 대사처럼 쿠데타에 성공한 전두환과 노태우는 후손들과 함께 눈감기 직전까지 호사를 누리다 생을 마감했다.

‘12·12 사태’의 진압군으로 저항한 장태완 소장은 본인뿐 아닌 가족들도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장 소장의 아버지는 아들의 고초를 비관하며 이듬해인 1980년 4월 별세했고, 1982년 서울대학교 자연대학에 입학한 장 소장의 아들은 그해 실종돼 칠곡군 야산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권력의 
잔혹함

장 소장은 생전에 “12·12 군사반란을 막지 못한 국민의 죄인이자 가족 3대를 망친 가문의 죄인”이라고 진상규명을 위해 평생을 싸우다 지난 2011년 숙환으로 사망했다. 장 소장의 부인도 다음 해 자신의 아파트서 투신해 생을 마감했다. 12·12 당시 총격전으로 사망한 김오랑 소령의 부인 백영옥씨는 충격으로 시신경 마비 증세가 심해지면서 결국 앞을 못 보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백씨는 1990년 12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전두환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했으나 이듬해 6월, 자신의 봉사단체 건물서 추락해 세상을 떠났다. 연고자가 없어 지난 2009년에서야 무연고자 묘역터에 유골이 뿌려졌다고 전해진다.

1970년대 중·후반 대한민국 특전사의 대부격 인물이었던 정병주 소장은 반란 당일 총상을 입은 채 연행돼 강제 예편됐다. 이후 1988년 집을 나가 139일이 지난 1989년 3월 경기도 양주 송추유원지 부근 야산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됐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12·12 군사 반란에 그치지 않고, 이듬해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광주 학살의 1차 책임은 계엄군이 아닌 최종 결정권자이자 명령권자인 전두환과 신군부에게 있다. 계엄군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시민 학살을 지시한 장본인이다.

당시 지휘계통상 책임자는 이희성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겸직), 진종채 제2군사령관, 전라남북도 계엄분소장, 그리고 예하 부대 지휘관들로 구성됐다. 지난 2018년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미 국무부 비밀 전문에 따르면, 최종 진압 작전을 결심한 책임자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다.

결정적으로 전두환은 1980년 9월 광주를 방문해 ‘지난번 광주의 시끄러운 일은 역사 흐름의 불가피한 진통이므로 (전남)도민들이 새역사 창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면 나도 용기를 갖고 국민들께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5·18 사태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밖에 1980년 9월17일, 전두환은 미국 언론인 로버트 노바크씨와의 인터뷰서 “만약 지난 5월에 발생한 광주의 폭동 사태가 또 다른 2개 도시로 확산됐다면, 북한의 지배자인 김일성은 10만의 병력을 침투시켰을 것”이라며 “사회적 불안 무질서 폭동 사태가 바로 그런 이유로 용납 안 되는 이유”라고 근거 없는 추측성 망언으로 큰 논란을 빚었다.

거꾸로 돌아간 민주주의···45년 전 재조명
전·노 합작 후 잘 먹고 잘 사는 후손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며 비상계엄령을 선포할 당시와 비슷한 맥락이다.

윤 대통령과 전두환 모두 ‘공포 정치’의 정당성과 원인을 종북 세력에 부여한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 피해 유공자와 유족은 800여명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정부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 1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 854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 국가가 430여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피해자가 연행 또는 구금되거나 수형 생활을 했을 경우 1일당 30만원을, 상해를 입었지만 장해가 남지 않았다면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상해를 입고 장해까지 남았을 경우 3000만원을 인정하고, 노동능력 상실률이 5% 증가할 때마다 1500만원이 추가된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1년 11월 유공자들과 유족이 ‘정식적 피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로 제기했다. 5·18 보상법은 국가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은 민주화운동 유공자나 유족은 정신적 피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해놨지만, 2021년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수차례 소송이 제기됐다.

정부는 재판서 다른 사례에 비해 위자료가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2심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정부가 재차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상고 이유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에 관한 사유’ 등이 포함돼있지 않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위자료 지급 기준과 구체적 액수는 1~2심의 판단 영역이기 때문에 다른 소송서 재판부에 따라 배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전두환, 노태우 본인은 물론 후손들은 피해자들과 대비되는 삶을 살았다. 남은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음에도 대규모 사업을 펼치거나 언론을 통해 떳떳하다는 듯 인터뷰하기도 했다.

또 두 사람은 나란히 대통령을 이어가며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고 특권을 누렸다. 이들은 각각 1997년, 1996년 징역형과 추징금 2205억원, 추징금 약 2629억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반성은 부족했다.

왜곡된
민주화

특별사면 이후 전두환은 지난 2003년 인터뷰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 “계엄군이 진압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라고 발언하는 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씨는 지난 2019년 남편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씨는 “민주주의의 아버지가 누구예요.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민주주의라는 게 뭐예요. 국민들이 원치 않으면 (대통령을)바꿀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며 “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단임제를 시행하지 않았나. 이 때문에 지금 대통령은 5년만 되면 더 있으려고 생각을 못한다. 그래서 남편이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의 폭로가 광주 시민의 애환을 일부 달래기도 했다. 전씨는 지난해 3월 광주를 방문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씨는 “‘5·18은 폭동이었고, 우리 가족이 피해자’라고 교육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러다가 이 비극을 겪으신 분들의 진실된 이야기·증언을 듣고 깨달았다”며 “제 가족의 죄가 너무나 컸고, 가족들이 그 사실을 저에게 숨겼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이기적이고 나약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진실을 외면하고 도망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사죄를 하고, 제대로 된 회개를 하고 싶다”고 사죄를 구했다.

그는 앞서 마약 복용 때문에 발언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는 질문엔 “이해한다.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마약을 하지 않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을 말했고, 용기가 부족해 마약의 힘을 빌려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씨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를 내사 중인 데 대해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혜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귀국하자마자 광주에 가겠다는 자신의 계획이 경찰 조사로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선 “정말 광주에 가고 싶지만 못하게 된다면 그것도 제 운명이기 때문에 따르겠다”고 언급했다.

전씨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의 집안에 대한 폭로성 주장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3월17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각종 마약을 언급하며 투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군사정권이 
민주 투사?

전두환정권의 바통을 이어받은 노태우는 1995년 경북고 동창회서 “(중국)문화혁명 때 수천만명이 희생당하고 엄청난 걸로 말하자면 광주 사태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망언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노태우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김문수(대구 수성갑)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지원 유세 등을 통해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민주화”라고 발언한 바 있다.

노 관장은 제5공화국 집권세력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불가피하게 발표한 ‘6·29 민주화선언’을 두고 부친의 결단과 시혜의 결과인 것처럼 표현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노 관장이 깜짝 유세에 나선 때가 하필 남동생 노재헌의 조세 회피 의혹이 제기된 시점이라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노 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이다. 지난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재산분할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항소심서 노 관장은 ‘아버지의 비자금 300억’이 SK의 종잣돈이 됐다고 주장해 판결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판결은 ‘12·12를 성공한 쿠데타’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판결대로라면 사실상 군사반란을 통해 집권한 노태우가 불법으로 취득한 돈을 상속·증여세 한 푼 없이 노 관장에게 46배 증식해 ‘비자금 대물림’한 셈이다.

추징금을 내느라 돈이 없다던 노태우 일가는 노재헌의 재단에 152억원을 기부하거나 210억원에 달하는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탄로나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은닉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받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를 두고 지난 10월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치인의 불법 자금이 30년 후 1조원으로 불어났다고 해서 그 돈이 국가에 환수되지 않고 후손에 귀속되는 게 정의에 맞는가?”라며 “마치 이완용 후손 재산 환수 소송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무고한 희생으로 세운 ‘아버지의 민주화’
“성공한 쿠데타였나?” 6공 비자금 요구

노 관장은 현재 연간 임대료가 연 8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빌라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주 동화경모공원에 조성된 노태우 묘지는 1810㎡(약 550평)으로, 전직 대통령 5명의 묘역을 다 합친 것보다 크다. 피라미드 형태의 묘역을 조성하기 위해 수십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쿠데타 전범의 왕릉을 지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편, 12·12 당시 전두환의 비서실장이었던 허화평 전 의원은 제5공화국 때부터 이어진 ‘미래한국재단’을 사유화하면서 수천억원의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미래한국재단의 전신인 현대사회연구소는 지난 1981년 국무총리 소속 기관이던 사회정화위원회 산하 정부 출연기관으로 설립됐다.

지난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허화평 이사장을 연구소장에 임명하고, 93억원의 일해재단(전두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전두환의 호를 따서 만든 조직으로 현 세종연구소) 자금과 3억원의 정부 자금을 연구소에 지원했다. 허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연구소를 ‘재단법인 미래한국재단’으로 개명하면서 사유화 의혹이 제기됐다.

전두환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호용 전 의원은 12·12 이후 하나회의 입김으로 육군특수전사령관에 임명됐다. 1984년 육군참모총장 시절, 경기도 양주의 30만㎡에 달하는 군사시설 보호구역 땅을 매입했다. 이후 땅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서 해제돼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고 알려진다. 

노태우정부서 정무 장관을 지낸 박철언은 과거 “부인 현경자씨가 660억원대 차명계좌를 소유하고 있다”며 개인비서에게 고발당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1972년 검사로 임관 후 이른바 ‘체육관 대통령선거’로 유명한 5공화국 헌법의 기초 작업에 참여했다.

노태우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 동생(김 여사 고모의 차남)으로 ‘6공 황태자’로 유명하다. 그러다 1993년 홍준표 당시 검사가 주도한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이 터지면서, 도박사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박 전 장관은 이 사건으로 법정 구속되면서 정치권서 물러났다.

박 전 장관의 딸 박지영은 노 관장의 이혼소송 법률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의 아내다. 박지영은 노 관장이 1999년 설립한 사단법인 미래회의 현 대표다. 미래회가 사실상 노태우의 하나회처럼 ‘노 관장의 사조직’이란 말이 도는 이유다. 박 대표는 노 관장과 미래회 초기부터 활동해 왔고, 지난해부터 노 관장에 이어 미래회를 이끌고 있다.

재단 사유화
수천억 은닉?

이 변호사는 SK 최 회장의 허위 사실을 퍼뜨린 댓글부대를 조직한 미래회 전 회장 김흥남을 변호하기도 했다. 노 관장과 절친한 관계로 알려진 김 회장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회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수년간 악의적 여론을 형성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를 확정받아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과 1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선고받았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4·3 사건, 폭동으로 간주한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정황이 나타난 문건서 ‘제주 4·3 사건’을 법적 근거도 없이 ‘폭동’이라고 명시해 제주 지역사회서 반발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국방위원회·하남시갑)에 따르면 12·3 계엄사령부의 ‘계엄사-합수본부 운영 참고 자료’에는 비상계엄 선포 사례로 ‘제주 폭동’과 ‘여수·순천 반란(여수·순천)’, ‘부산 소요 사태’, ‘10·26 사태(전국)’ 등을 들었다.

추 의원은 이 문건이 지난 11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의 지시로 방첩사 비서실서 작성돼 정부와 군이 계엄 선포를 사전에 모의한 정황이라고 폭로했다.

이 문건서 지칭한 제주폭동은 제주 4·3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제주에만 내려졌던 비상계엄은 제주 4·3 사건 당시인 1948년 발효된 국내 최초의 계엄뿐이기 때문이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두환 신군부 시절 작성한 문건인가? 이 문서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군부가 제주 4·3을 비롯해 한국 현대사를 얼마나 왜곡 편향되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제주 4·3 사건 당시 가족을 잃은 한 유족은 “계엄령을 죽음과 체념의 상징처럼 여기고 있는데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생존 피해자와 유족들이 당시 상처가 떠올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4·3특별법에는 제주 4·3 사건을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했다.

이 문건의 예시인 1948년 제주 계엄령은 계엄령 자체의 불법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는 1948년 11월7일 당시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제주에 내려진 비상 계엄령은 ‘계엄법 제정 전 이뤄진 계엄령’으로 불법성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더불어 학계와 정치권서도 당시 계엄령이 불법이라는 연구와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법기관 역시 계엄령에 의한 군사재판을 불법으로 보고 당시 수형인들에 대한 재심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또 2001년 대법원은 불법성 논란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불법성을 제기한 언론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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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