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화랑 스캔들’ 한미약품 모녀 몸 사리는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2.13 12:04:39
  • 호수 1510호
  • 댓글 0개

하다 하다 언론 재갈 물리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미사이언스 임종훈·임종윤 형제와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약품 그룹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임시주총을 앞두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 형제 측이 모녀를 상대로 한 배임 혐의 고발에 관한 제보를 막는 등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미약품 모녀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운영하는 한성준 코리그룹의 대표 등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모녀 측의 가처분 신청 내용에 따르면 자신들이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된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됐다며 추가로 언론에 정보를 제공할 경우, 한 건당 1000만원씩 총 5000만원을 물도록 했다. 이어 형제 측의 고발 내용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보도 막으려고···
뭐가 찔리길래?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1월13일 송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한 대표는 임 이사가 최대주주인 코리그룹 대표인 만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인사로 해석된다.

한 대표가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나 승인 없이 송 회장과 박 대표의 결정과 지시로 송 회장이 설립자이자 실질적으로 운영을 관장하는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을 제공해 한미약품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적혀있다.

또 가현문화재단에 대한 이 같은 기부는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주주총회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가현문화재단’이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서 형제 측 대신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기부 행위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형제 측은 지난 9월 가현문화재단 및 창업주 이름을 딴 ‘임성기 재단’이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매표 행위에 해당한다며 중립을 지키겠다는 회신이 이뤄질 때까지 운영비 지원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임 이사 측 인사의 고발이 이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서 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막으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모녀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인 연합’이 임시 주총서 이사 정원을 11명으로 늘리고 신규 이사 2명(신 회장, 임 부회장)을 선임하는 등 이사회를 재편하려 하자 형제 측은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해 부결을 꾀하고 있다.

한미약품 측은 “임 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한 적이 있다”며, 고발이 ‘자폭’ 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발의 주체인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10여년 동안에도 이사회 의결 없이 100억원 이상 가현문화재단 기부가 진행됐다”며 임종훈 대표 역시 지난 5월 기부금 5억원가량을 결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송 회장은 이런 아들의 비정함을 이겨내고 남편 임성기 회장이 일궈온 한미약품그룹을 지켜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독립성이 핵심인 공익재단을 위협하는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임종윤, 임종훈 형제는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영숙 회장 배임 혐의 고발
사실 유포 금지 가처분 신청

모녀 측은 지난 2002년 설립한 가현문화재단에 송 회장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3년간 약 119억원을 기부한 행위가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형제 측 주장은 허위라며 유포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이들은 또 형제 측의 고발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심각한 명예 실추 위기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즉, 송 회장과 박 대표는 정당하게 예산을 집행했음에도 배임 혐의로 고발당했고, 고발장이 유포되면서 명예훼손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녀 측의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은 사실상 언론의 취재를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주현 부회장이 지난 11월 1차 경영권 분쟁 임시 주총서 주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이사회 진입에 실패하자, 경영권 분쟁 2차전인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 대비해 총력전을 펴는 모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들의 마음을 사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판에 언론에 재갈을 물려 배임 의혹 등을 가려 보겠다는 조처로, 이미 의혹이 폭넓게 번진 상황이라 이번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녀 측이 펼친 무리수가 나온 배경에 관해 업계에선 ‘1차 경영권 분쟁인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 패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서 임 부회장의 목표는 이사 수를 9명서 11명으로 늘리고,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는 것이었다.

다만 한미약품 지분 10.52%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은 한미사이언스 주총 당시 ‘중립’을 지켰고, 소액주주들마저 돌아서면서 임 부회장의 계획은 틀어졌다. 2차전 임시 주총에 사활이 걸린 만큼, 부정 여론을 잠재우기 급급한 모양새다. 

의혹 눈덩이
“확산 막아라”

1차전서 패배한 임 부회장이 기다리는 것은 박 대표가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배임 혐의 건 등을 포함해 경찰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또 한미사미언스 주주들은 모녀의 배임 혐의 의혹에 관해 당국의 엄정한 조사를 요구하면서 임 부회장의 이사회 입성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서 임 부회장과 정권 유착을 앞세운 김방은 예화랑 갤러리 대표 간 수상한 부동산 거래의 내막이 꾸준히 언급될 전망이다.

앞서 임 부회장과 김방은 대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만든 미래회서 활동한 인물이다. 미래회 법인 등기에 따르면 노소영, 임주현, 김방은, 최지은, 한혜원, 김미경, 전성은, 오선영, 이정현, 안영주, 김흥남, 조옥형, 홍수정, 박지영, 박지완 등이 이름을 올렸다가 2018년 4월6일 퇴임했다.

사단법인 미래회는 봉사활동 단체를 지향하면서 1999년 설립됐다. 실제로는 회원들 간 이권을 주고받기 위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는 등 봉사 목적과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노 관장의 아버지 노태우가 군벌을 조장하기 위해 만든 하나회와 완전히 닮은꼴이라고 꼬집었다. 한미약품 모녀의 배임 횡령 의혹이 불거진 예화랑 임대 사건은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예시다. 

앞서 임 부회장 측은 자본금 40억원에 불과한 한미약품 그룹 계열사 ‘온라인팜’을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예화랑에 입주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보증금 48억원에 매월 4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20년 장기계약이었다. 현재 공사 중인 예화랑은 빈 건물로 온라인팜서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받고 있다.

김방은,
누구냐 넌?

예화랑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온라인팜은 지난 1월31일 62억4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채무자는 예화랑 건물 공동소유자이자 대표 김방은과 예화랑 감사이자 남동생 김용식, 아버지 김태성 등 3인이다. 해당 근저당권은 김씨 일가와 온라인팜 사이의 임대차 계약에 의해 설정됐다.


김씨 일가가 임대차보증금 48억원을 선지급받고 담보를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다.

현재 예화랑 건물 소유자는 김씨 남매다. 그러나 내년 7월 말 준공이 예정된 신축 건물의 지분을 김씨 일가가 나눠 갖게 되면서 등기부등본상 근저당권 채무자는 3인이 됐다.

임차인 측은 기존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재건축한 이후, 2025년 7월 말 신축 건물이 완공되면 건물을 임대키로 했다. 기존 건물은 건축가 장운규가 설계해 2006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비롯해 수많은 건축상을 받았던 건물인데, 이를 모두 철거하고 내년 하반기 새로 세우는 신축 건물에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이다.

향후 온라인팜으로부터 평당 3만원의 관리비(신축 건물 1400평 기준 4200만원)를 받게 될 예정이다. 온라인팜은 2년 뒤에야 신축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지만, 이미 임대차보증금 48억원을 지불했다. 또 향후 20년간 960억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게 될 예정이다.

재건축 시행은 김용식이 대표로 있는 서울플래닝이 맡았다. 서울플래닝은 재건축에 대한 모든 권한과 신축 건물 준공 이후 운영 및 관리에 대한 모든 권한을 부여받았다.

‘윤석열 캠프’ 강남 사무실 월 4억 임대 계약
이 와중에 자충수 “사건 키우는 역풍 불 것”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배임 의혹을 넘어선 수상한 거래로 보고 있다. 앞서 예화랑은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운영한 ‘강남 선거사무소’로 알려졌다. 현재 재건축을 위한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용식의 혼맥도 눈길을 끈다. 김용식의 부인 정수인은 지난 2012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결혼식서 주례를 맡은 정상명 전 검찰총장의 딸이다. 정 전 총장은 윤 대통령의 검사 선배이자 ‘정치적 멘토’로 꼽힌다. 2009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서울플래닝 감사를 지낸 정 전 총장은 지난 7월 이원석 전 검찰총장 후임 인선을 위한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 남매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예비후보에게 각각 1000만원을 후원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김용식은 당선자 비서실에 합류했고, 김방은 대표는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됐다.

특히, 김방은 대표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빈 공간이 된 청와대 재활용을 위한 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되는 등 용산 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정당국은 임 부회장이 예화랑 건물을 고가로 임대한 대가로 어떤 이익을 보았는지도 경찰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봤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미약품그룹의 내부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인 형제 측이 강남경찰서에 고발한 사건이 서울경찰청으로 이송돼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되면서다. 서울청의 직접 조사는 사안의 중대성에 기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미약품 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형제 측이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측을 강남경찰서에 고발한 사건들이 서울경찰청으로 이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결정은 최초 고발을 접수한 강남경찰서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한 뒤 서울청에 이송을 요구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회?
하나회?

한편, 온라인팜 임대차 관련 이슈에 관해 한미약품 측은 “예화랑 건물은 한미그룹이 추진하고자 하는 리브랜딩 전략을 실행하면서도, 한미약품그룹 역사관을 설치해 고객들에게 한미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매우 적합한 공간이자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계약 체결 전 현장을 찾은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도 사업 타당성이 매우 좋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계약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적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해, 당시 법무팀과 법무법인(태평양)을 통해 리스크를 점검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48억원 선지급 조건으로서 예화랑은 한미약품이 원하는 디자인 등으로 건축할 수 있었고 ▲주변 시세보다 적은 월세 금액 ▲월세 10년간 동결 ▲언제든 전대 가능 ▲63억여원 규모 근저당 설정 ▲입주 시기를 맞추지 못할 경우, 96억원 반환 조건 등 한미에 유용한 방향으로 수립된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7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