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화랑 스캔들’ 한미약품 모녀 몸 사리는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2.13 12:04:39
  • 호수 1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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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하다 언론 재갈 물리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미사이언스 임종훈·임종윤 형제와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약품 그룹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임시주총을 앞두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 형제 측이 모녀를 상대로 한 배임 혐의 고발에 관한 제보를 막는 등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미약품 모녀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운영하는 한성준 코리그룹의 대표 등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모녀 측의 가처분 신청 내용에 따르면 자신들이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된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됐다며 추가로 언론에 정보를 제공할 경우, 한 건당 1000만원씩 총 5000만원을 물도록 했다. 이어 형제 측의 고발 내용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보도 막으려고···
뭐가 찔리길래?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1월13일 송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한 대표는 임 이사가 최대주주인 코리그룹 대표인 만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인사로 해석된다.

한 대표가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나 승인 없이 송 회장과 박 대표의 결정과 지시로 송 회장이 설립자이자 실질적으로 운영을 관장하는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을 제공해 한미약품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적혀있다.

또 가현문화재단에 대한 이 같은 기부는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주주총회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가현문화재단’이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서 형제 측 대신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기부 행위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형제 측은 지난 9월 가현문화재단 및 창업주 이름을 딴 ‘임성기 재단’이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매표 행위에 해당한다며 중립을 지키겠다는 회신이 이뤄질 때까지 운영비 지원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임 이사 측 인사의 고발이 이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서 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막으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모녀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인 연합’이 임시 주총서 이사 정원을 11명으로 늘리고 신규 이사 2명(신 회장, 임 부회장)을 선임하는 등 이사회를 재편하려 하자 형제 측은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해 부결을 꾀하고 있다.

한미약품 측은 “임 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한 적이 있다”며, 고발이 ‘자폭’ 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발의 주체인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10여년 동안에도 이사회 의결 없이 100억원 이상 가현문화재단 기부가 진행됐다”며 임종훈 대표 역시 지난 5월 기부금 5억원가량을 결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송 회장은 이런 아들의 비정함을 이겨내고 남편 임성기 회장이 일궈온 한미약품그룹을 지켜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독립성이 핵심인 공익재단을 위협하는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임종윤, 임종훈 형제는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영숙 회장 배임 혐의 고발
사실 유포 금지 가처분 신청

모녀 측은 지난 2002년 설립한 가현문화재단에 송 회장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3년간 약 119억원을 기부한 행위가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형제 측 주장은 허위라며 유포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이들은 또 형제 측의 고발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심각한 명예 실추 위기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즉, 송 회장과 박 대표는 정당하게 예산을 집행했음에도 배임 혐의로 고발당했고, 고발장이 유포되면서 명예훼손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녀 측의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은 사실상 언론의 취재를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주현 부회장이 지난 11월 1차 경영권 분쟁 임시 주총서 주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이사회 진입에 실패하자, 경영권 분쟁 2차전인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 대비해 총력전을 펴는 모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들의 마음을 사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판에 언론에 재갈을 물려 배임 의혹 등을 가려 보겠다는 조처로, 이미 의혹이 폭넓게 번진 상황이라 이번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녀 측이 펼친 무리수가 나온 배경에 관해 업계에선 ‘1차 경영권 분쟁인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 패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서 임 부회장의 목표는 이사 수를 9명서 11명으로 늘리고,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는 것이었다.

다만 한미약품 지분 10.52%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은 한미사이언스 주총 당시 ‘중립’을 지켰고, 소액주주들마저 돌아서면서 임 부회장의 계획은 틀어졌다. 2차전 임시 주총에 사활이 걸린 만큼, 부정 여론을 잠재우기 급급한 모양새다. 

의혹 눈덩이
“확산 막아라”

1차전서 패배한 임 부회장이 기다리는 것은 박 대표가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배임 혐의 건 등을 포함해 경찰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또 한미사미언스 주주들은 모녀의 배임 혐의 의혹에 관해 당국의 엄정한 조사를 요구하면서 임 부회장의 이사회 입성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서 임 부회장과 정권 유착을 앞세운 김방은 예화랑 갤러리 대표 간 수상한 부동산 거래의 내막이 꾸준히 언급될 전망이다.

앞서 임 부회장과 김방은 대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만든 미래회서 활동한 인물이다. 미래회 법인 등기에 따르면 노소영, 임주현, 김방은, 최지은, 한혜원, 김미경, 전성은, 오선영, 이정현, 안영주, 김흥남, 조옥형, 홍수정, 박지영, 박지완 등이 이름을 올렸다가 2018년 4월6일 퇴임했다.

사단법인 미래회는 봉사활동 단체를 지향하면서 1999년 설립됐다. 실제로는 회원들 간 이권을 주고받기 위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는 등 봉사 목적과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노 관장의 아버지 노태우가 군벌을 조장하기 위해 만든 하나회와 완전히 닮은꼴이라고 꼬집었다. 한미약품 모녀의 배임 횡령 의혹이 불거진 예화랑 임대 사건은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예시다. 

앞서 임 부회장 측은 자본금 40억원에 불과한 한미약품 그룹 계열사 ‘온라인팜’을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예화랑에 입주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보증금 48억원에 매월 4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20년 장기계약이었다. 현재 공사 중인 예화랑은 빈 건물로 온라인팜서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받고 있다.

김방은,
누구냐 넌?

예화랑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온라인팜은 지난 1월31일 62억4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채무자는 예화랑 건물 공동소유자이자 대표 김방은과 예화랑 감사이자 남동생 김용식, 아버지 김태성 등 3인이다. 해당 근저당권은 김씨 일가와 온라인팜 사이의 임대차 계약에 의해 설정됐다.


김씨 일가가 임대차보증금 48억원을 선지급받고 담보를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다.

현재 예화랑 건물 소유자는 김씨 남매다. 그러나 내년 7월 말 준공이 예정된 신축 건물의 지분을 김씨 일가가 나눠 갖게 되면서 등기부등본상 근저당권 채무자는 3인이 됐다.

임차인 측은 기존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재건축한 이후, 2025년 7월 말 신축 건물이 완공되면 건물을 임대키로 했다. 기존 건물은 건축가 장운규가 설계해 2006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비롯해 수많은 건축상을 받았던 건물인데, 이를 모두 철거하고 내년 하반기 새로 세우는 신축 건물에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이다.

향후 온라인팜으로부터 평당 3만원의 관리비(신축 건물 1400평 기준 4200만원)를 받게 될 예정이다. 온라인팜은 2년 뒤에야 신축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지만, 이미 임대차보증금 48억원을 지불했다. 또 향후 20년간 960억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게 될 예정이다.

재건축 시행은 김용식이 대표로 있는 서울플래닝이 맡았다. 서울플래닝은 재건축에 대한 모든 권한과 신축 건물 준공 이후 운영 및 관리에 대한 모든 권한을 부여받았다.

‘윤석열 캠프’ 강남 사무실 월 4억 임대 계약
이 와중에 자충수 “사건 키우는 역풍 불 것”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배임 의혹을 넘어선 수상한 거래로 보고 있다. 앞서 예화랑은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운영한 ‘강남 선거사무소’로 알려졌다. 현재 재건축을 위한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용식의 혼맥도 눈길을 끈다. 김용식의 부인 정수인은 지난 2012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결혼식서 주례를 맡은 정상명 전 검찰총장의 딸이다. 정 전 총장은 윤 대통령의 검사 선배이자 ‘정치적 멘토’로 꼽힌다. 2009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서울플래닝 감사를 지낸 정 전 총장은 지난 7월 이원석 전 검찰총장 후임 인선을 위한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 남매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예비후보에게 각각 1000만원을 후원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김용식은 당선자 비서실에 합류했고, 김방은 대표는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됐다.

특히, 김방은 대표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빈 공간이 된 청와대 재활용을 위한 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되는 등 용산 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정당국은 임 부회장이 예화랑 건물을 고가로 임대한 대가로 어떤 이익을 보았는지도 경찰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봤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미약품그룹의 내부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인 형제 측이 강남경찰서에 고발한 사건이 서울경찰청으로 이송돼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되면서다. 서울청의 직접 조사는 사안의 중대성에 기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미약품 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형제 측이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측을 강남경찰서에 고발한 사건들이 서울경찰청으로 이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결정은 최초 고발을 접수한 강남경찰서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한 뒤 서울청에 이송을 요구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회?
하나회?

한편, 온라인팜 임대차 관련 이슈에 관해 한미약품 측은 “예화랑 건물은 한미그룹이 추진하고자 하는 리브랜딩 전략을 실행하면서도, 한미약품그룹 역사관을 설치해 고객들에게 한미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매우 적합한 공간이자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계약 체결 전 현장을 찾은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도 사업 타당성이 매우 좋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계약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적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해, 당시 법무팀과 법무법인(태평양)을 통해 리스크를 점검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48억원 선지급 조건으로서 예화랑은 한미약품이 원하는 디자인 등으로 건축할 수 있었고 ▲주변 시세보다 적은 월세 금액 ▲월세 10년간 동결 ▲언제든 전대 가능 ▲63억여원 규모 근저당 설정 ▲입주 시기를 맞추지 못할 경우, 96억원 반환 조건 등 한미에 유용한 방향으로 수립된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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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