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재계 사정 풍향계

다음은…LG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올 한해 재계는 유난히 다사다난 한 모습이다. 특히 주요기업은 사정기관의 날카로운 칼날을 받아야 했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수감 돼 법정 다툼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다른 주요기업들 상황 역시 쉽지 않은 상황. 재계의 주요 현안을 정리했다.
 

대한민국은 2017년 큰 변화를 맞았다. 예상치 못하게 대선이 치러져 대통령이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새로운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재계 역시 변화를 맞고 있다.

혹독한 계절
매서운 외풍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그룹은 지난 정부와의 악연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했다. 

특검 측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훈련 지원, K스포츠재단, 영재센터 지원 명목으로 298억2535만원(약속 433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 부회장 측은 경영권 승계작업이 특검의 가공의 프레임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특검은 스스로 ‘세기의 재판’이라 평가한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존재한다는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제출될 수 없다. 


그런 사실이 존재조차 안했기 때문”이라며 “특검의 일방적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고 맞섰다.

1심에서는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12년형보다는 낮지만 이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 8월 25일 선고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국외재산도피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 위반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위증) 등 5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수사칼날 위에 선 대기업·오너
초긴장 속 대응책 마련에 고심

삼성 측은 이에 반발해 이튿날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특검도 구형보다 낮은 형량에 반발해 항소했다. 이에 따라 2심은 더욱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재계는 삼성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의 부재를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요 결정 사안에 이 부회장의 부재는 뼈 아프다는 목소리다. 재판 결과에 따라 재계에 미치는 영향에 신경이 곤두서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수출여건이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동차 수입과 관련된 무역관세가 낮아 자국 자동차 산업이 피해가 막심하다며 재협상 조건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한미FTA는 미국에게는 거친 협정이었다”면서 재협상 문제를 드러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서까지 한국 자동차 수출과 관련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에 피해가 갈 것으로 전망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는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한미FTA 이후 낮아진 관세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오히려 한미FTA로 인해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차량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대외적인 고민과 더불어 노사 문제 역시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현재 현대차의 노사 갈등은 하나의 불확실성으로 인식되는 양상이다.

올해 임단협을 연내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있지만 결론을 도출하는 데는 애를 먹고 있다. 노조는 34차 교섭에서 회사가 새로운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곧바로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사업부별 노사협의 중단 등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투쟁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사고친 오너
사고난 회사

롯데도 각종 리스크에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롯데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권 관련 뇌물 공여 혐의다. 지난 20일 전병헌 전 정무수석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었던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은 검찰은 전 전 수석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의원으로 있었던 2015년 4월 롯데홈쇼핑의 홈쇼핑 방송 재승인 문제를 봐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e스포츠협회에 3억3000만원을 대가성 후원으로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불똥이 롯데홈쇼핑으로 확대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입장이다.

이와는 별개로 오너리스크도 동시에 발생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호텔롯데 전 부회장 등 오너 일가 다수가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 회장이 징역 10년형을 구형받아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롯데그룹 리빌딩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호텔롯데 상장이 무기한 연기될 우려가 있다. 

특히 신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재판도 받고 있어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향후 재판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SK는 오너일가의 이혼소송 리스크가 있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최 회장은 합의이혼을 위해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이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재판에 노 관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노 관장을 상대로 지난 7월19일 이혼조정 신청을 내면서 이혼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노 관장 측은 이혼을 원하고 있지 않아 결국 이혼 소송으로까지 갈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의 관심은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이다. 현재 그룹내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에 대한 지분율은 최 회장 23.4%, 노 관장 0.01%다. 그러나 노 관장이 그룹 성장에 대한 기여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일하게 LG그룹만…
이번에도 무사통과?

한화그룹은 돌발 오너 리스크가 터지면서 수습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주인공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3남 김동선씨는 지난 9월28일 밤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술집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신입 변호사 10여명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 자리서 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의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올해 초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주점에서 술에 취해 종업원을 폭행하고 술병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려 특수폭행 및 영업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결국 김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활동 80시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당시 사건에 대해 “정말 후회하고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반성의 뜻을 내비쳤지만 불과 1년을 못 넘기고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또다시 사과를 해야 했다.

문제는 집행유예 기간에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가중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일단 피해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폭행당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경찰이 사건이 벌어진 주점의 CCTV를 복원하고 있어 혐의가 확인되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한진그룹은 총수가 배임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이 계열사 회삿돈을 자택공사대금으로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22일 특정경제범죄법위반 배임혐의를 받는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씨, 대한항공 전무 조모씨, 인테리어 업체 대표 장모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서울 평창동 자택의 인테리어 공사비 총 70억원 중 30억원을 영종도 H2호텔(현 그랜드하얏트인천) 공사비용으로 전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6일 조 회장에 대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하루 만에 증거 부족을 이유로 보강 수사를 지시하며 반려했다. 이후 경찰은 기존에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한진 임직원으로부터 조 회장 혐의와 관련된 구체적인 진술을 얻어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며 보강조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조 회장이 관여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며 지난 3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지만 검찰은 또다시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구속된 회사 관계자 포함 관련자들 모두 보고 사실을 부인하는 등 직접 진술이 없는 상황이고 정황 증거만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만으로는 구속 수사를 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인테리어 설계업체 K사에 대한 세무비리 수사과정서 조 회장이 자택 공사대금을 치르기 위해 계열사에 손실을 끼친 정황을 포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8월16일 구속된 한진그룹 건설부문 고문 김모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효성그룹도 심상찮다. 지난 17일 검찰로부터 본사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사정칼날 위에 섰다.

줄줄이 불려가는
대기업 총수들

검찰은 17일 오전 9시부터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와 관계사 4곳, 관련자 주거지 4곳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컴퓨터 하드 디스크, 내부문서와 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조석래 전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 조현준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서 비자금 혐의를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결정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돼 비중 있게 수사가 진행되다 지난해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로 더딘 속도를 보이다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효성그룹은 이 전 대통령의 사돈 그룹이다. 조석래 전 회장의 조카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와 부부다.

효성은 또 담합 의혹을 받고 있어 대응책 마련에 고심인 모습이다. 경찰이 현대중공업, 효성, LS산전이 한국전력 자회사와 변압기 납품 과정서 입찰 담합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현대중공업, 효성, LS산전이 한국전력 자회사와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원전에 변압기를 납품하는 과정서 입찰 담합을 벌였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한전 자회사와 한수원 신고리원전 등에 변압기를 납품 낙찰 업체와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고의로 유찰해 수의계약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같은 제보를 받고 이달 초부터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주요기업들이 줄줄이 사정의 칼바람을 맞고 있는 가운데 LG그룹은 비교적 조용히 넘기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통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배구조 차원서 가장 모범적인 곳은 LG그룹”이라고 치켜 세울만큼 정부와의 마찰이 적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LG그룹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겨레21>은 지난 6일자 ‘청(청와대)·국(국정원)·대(대기업) 삼위일체로 지원’ 제하의 기사를 통해 LG그룹과 보수단체 간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그동안 LG그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태풍에서 비켜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보도로 LG그룹 역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한겨레21>는 LG가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하 공학연)’에 지난 2013년 10월2일 전시협찬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한 세금계산서를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금은 공학연 사무총장 이희범씨가 사무총장을 겸하던 (사)대한민국 감사위원회가 주관한 ‘기적을 캐고 나라를 구하라’는 행사에 쓰였다. 전시는 박정희 정권 시절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공학연이 최근 공개된 국가정보원의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LG는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LG 관계자는 <한겨레21>를 통해 “우리 쪽에서만 지원이 이뤄진 게 아닌데 LG만 표적이 되는 것 같다”며 “박근혜정권의 분위기가 그랬다. LG는 ‘n분의 1’ 역할만 했을 뿐 핵심적 역할을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에 대한 지원이 당시 분위기에 따른 외압이라고 설명한 것.

그러나 향후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 그동안 피해갔던 사정의 칼날이 LG그룹을 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최순실…
의심의 눈초리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문재인 정부에 들어 크고 작은 사건에 연루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비교적 조용하게 이 시기를 보내고 있는 LG가 다음 타겟이 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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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