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병기 의원이 11일, 아들의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에 “어떤 것이 맞는지 공개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2014년 기무사 현역 장교였던 제 아들은 국가정보원 공채 당시 서류전형, 필기, 신체검사, 체력검정, 면접을 모두 통과했지만 마지막 단계인 신원조사에서 탈락했다”며 “그런데 2017년에는 신원조사를 통과해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둘 중 하나는 잘못된 것 아니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안사람은 2017년(언론 보도에선 2016년 10월로 언급) 이헌수 기획조정실장과 통화하기 전, 신원조사 담당감찰실에 근무했던 전직 간부를 통해 아들이 2014년도 신원조사에서도 합격했었으나 저를 증오한 세력들이 작당해 합격을 번복하고 탈락시킨 사실을 알았다”며 “(이에)격노하지 않을 부모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번엔 (한 언론사에서) 제가 아들의 장애를 인정했다며 보낸 청원서를 입수했다더라. 청원서 어디에 그런 내용이 있길래 악의적으로 왜곡하느냐”며 “장애가 있는데 기무사 장교로 복무하고, 국정원의 심층 면접, 신체검사와 체력검정을 통과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박했다.
국정원을 향해선 “(2014년 당시 아들의 적법한) 탈락이 맞다면 모든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 통과가 (번복됐던 게) 맞다면 지금이라도 관계자들을 처벌해 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수수방관한 국정원을 더 이상 믿지 않고, 범죄에 가담한 자들을 특정해 수사 의뢰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관련 의혹을 보도한 기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0일, 김 의원의 배우자인 이모씨가 지난 2016년 7월 이 전 기조실장에게 직접 연락해 아들의 취업을 청탁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MBC를 통해 보도됐다.
MBC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을 “김병기 안사람”이라고 소개한 후 “2년 전 우리 아들이 국정원 필기시험과 체력시험, 면접에 모두 합격했는데 별의별 핑계로 검증조차 하지 않고 신원조회서 탈락시켜 젊은 사람 인생을 그렇게 해 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도 ‘프로세스’만 필요하다고 해서 정말 믿고 있었는데, 구멍가게도 아니고 국정원 원장님과 기조실장님께서 하시는 일에 의구심이 들었다”면서 “아들이 그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어 하길래 말씀하시는 걸 믿고 의지했었지만 너무 속상하고 견딜 수가 없어서 전화했다”고 말했다.
이 전 기조실장은 “여러 가지로 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있었다. 2년 전 신원조사했던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경력직으로 추가 인원을 뽑을 건데, OO(김 의원 아들 이름)를 염두에 두는 것이다. OO 혼자만 할 경우 문제가 있기 때문에 OO를 중심으로 10~20명을 함께 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장님께 다 보고 드리고 한다”며 “올해 안에 처리할 테니까 염려하지 말고 한번만 더 믿고 기다려달라. 책임지고 하겠다”고 약속했다.
통화가 이뤄진 4달 뒤, 국정원은 경력 공개채용을 실시했고 김 의원의 아들은 국정원 응시 4번째 만에 합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정원 출신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아들이 계속 탈락하자 당시 국정원 내에서도 김 의원과 관련된 신판 연좌제라는 얘기가 많았다. 이후 언론 보도대로 이씨가 억울함을 호소한 사안”이라며 김 의원을 옹호했다.
박 의원은 “언뜻 보면 김 의원과 그 배우자가 압력을 행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김 의원은 10년간 개인적인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며 “국정원에 대한 사상 최초의 행정감사(2018년 12월)를 통해 김 의원 측의 부당한 압력이 없었음을 확인했고, 또 당시 서훈 국정원장도 별도 TF를 구성해 면밀히 조사했으나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정원 개혁파였던 김 의원은 이명박정부 당시 국정원 인사처장 자리서 해직당해 부당해고 행정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이씨와 이 전 기조실장의 통화는 아들이 아버지의 영향(일종의 연좌제)으로 빼앗긴 권리를 돌려받으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국정원 관계자와의 통화가 아들의 2017년도 채용에 영향을 줬다면, 그 자체로 부정행위가 될 소지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 측이 2014년도 선발 문제에 대한 항의를 수용했다면, 다음에 있을 공개채용 자리서 호의를 봐 주는 것이 아닌 복권 절차나 특별채용 등 다른 방안을 마련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의원의 아들 취업 청탁 의혹은 이미 지난 2018년에 제기된 문제지만, 김 의원의 배우자와 국정원 관계자의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의원 역시 사퇴 카드까지 내보이며 억울함을 호소한 만큼, 이번 아들의 취업 청탁 의혹이 원내대표 선거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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