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X?’ 민주당 메가시티 딜레마

일단 반기는 들었지만…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2대 총선이 채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서 국민의힘이 ‘메가시티 서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할지를 두고 여야가 맞불에 맞불을 놓는 상황. 공은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넘어갔다. 떠밀리듯 ‘O, X’ 팻말을 손에 쥔 민주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요구는 경기도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관련 절차를 본격화하던 중 툭 튀어나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9월26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경기북도 설치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법적 절차인 주민투표를 요청했다. 그러던 중 돌연 김포시(시장 김병수, 국민의힘)가 “‘인천에 갈 바에는 서울로 가겠다’는 시민의 의견을 따르겠다”며 서울시 편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메가급
여론 타기

서울 편입 안건은 국민의힘 홍철호 전 의원이자 김포시을 당협위원장이 추석 연휴 전후를 기점으로 김포시 주요 지역에 ‘경기북도? 나빠요, 서울특별시 좋아요’라는 현수막을 내걸면서 공론화됐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김포는)서울과 인천에 붙어있고 정작 경기도와는 전혀 연접하지 못하다”며 “한마디로 동일한 지자체끼리 지형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 국가 전체로 봐서도 수도 서울이 바다로 나가는 비약적 발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예정대로인 2026년 출범하면 경기도는 북과 남으로 나뉘는데, 이때 김포는 서울과 인천에 둘러싸여 있어 둘 중 한 곳으로 빠지게 된다. 김포시민이 인천보다는 서울 편입을 희망하는 만큼 김포시 역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홍 전 의원뿐만이 아닌 김병수 김포시장 역시 궤를 같이한다. 김 시장은 김포시가 경기북도가 아닌 서울시에 편입되는 것이 주민 편익과 지역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김포를 품는다면 서울 역시 이득을 볼 것이란 의견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대북 교류 거점화 ▲서해를 통한 항만 개발 ▲수도권 4 매립지 활용 ▲한강 하구와 한강르네상스 연계 등이다.

이를 토대로 김 시장은 관련 법 발의와 주민투표 등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김포의 서울 편입을 위해서는 서울시·경기도·김포시의 의견수렴과 주민투표를 비롯해 관련 법률 제정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 김포구? 제2의 판교?
맞불에 맞불…민주 선택 주목

김포시와 경기도가 갈팡질팡하던 도중 국민의힘이 이를 국회로 끌어들이면서 본격적으로 판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달 30일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국민의힘 측에서 서울 편입 안건이 검토된 이유로는 홍 전 의원의 요청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김 대표는 “소위 강서권, 서부권의 배후경제권도 발달하고 해외무역, 외국 투자와 관광이 다 함께 서울시의 자원으로도 될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포 서부권 지역이 넓고 바다도 있어 잘만 하면 제2의 판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울의 전체적 발전을 보면 남북동서간 균형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여의도로 넘어온 서울 편입은 급물살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정치판은 물론 지역 부동산 업계까지 뜨겁게 달궜다. 거대 야당에 끌려다니던 국민의힘이 새로운 이슈를 쥐고 정국 주도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까지 이끌면서 ‘총선 200석’이라는 희망찬 기류가 돌았다. 민주당의 가드가 느슨해진 사이 국민의힘이 빈틈을 매섭게 파고들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입장서 서울 편입은 받아들여질 경우 이득이지만, 민주당이 반대해도 타격을 입을 이유가 없다. 민주당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이후 야당이 내내 쥐고 있던 꽃놀이패를 다시 손에 넣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편입에 찬성할 경우 여당에 끌려갈 뿐만이 아니라 타 경기 지역권 역시 편입을 추진해달라며 우후죽순 요구안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 입장을 낸다면 부동산 상승 등의 이유로 기대감에 차 있던 김포시민의 뭇매를 견뎌야 할 것이다.

김포시 사정에 정통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 김포시장은 홍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며 “지금까지도 보좌관 역할을 그대로 하고 있으니, 총선을 앞두고 목적이 빤히 보인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힘 못쓰는
거대 야당

민주당은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면서도 의원 개개인의 입을 통해 ‘황당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총선을 앞두고 부동표가 몰려있는 김포시민의 민심을 얻기 위해 실현 가능성은 작지만 파급력이 큰 공약을 내놨다는 비판이다.

울산 출신인 김 대표가 서울·수도권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포시의 단 2석을 얻기 위해 서울시 49석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김포시를 품게 되면 서울시의 예산은 한 번 더 쪼개져 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김포는 재정자립도가 30%에 그친다. 만일 김포가 서울에 편입되면 서울에 거주하는 다른 시민에게 부담이 되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설명이다.

대입 전형 중 하나인 ‘농어촌 특별전형’ 무산과 더불어 복잡한 광역 교통체계, 기피시설 몰아주기 등의 문제도 줄줄이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시민의 기대심리를 이용하는 것은 지방분권의 시대정신과 헌법정신에 반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경기도가 추진해온 ‘경기북도 설치’가 국민의힘을 거쳐 ‘김포시 서울 편입’이라는 나비효과로 돌아왔다. 이에 김 지사는 “김포시민을 표로만 보는 이런 선거용 정치쇼가 어디 있느냐”며 “경기도지사로서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소리 높였다.

이어 “되지도 않을 일로 국론 분열과 소모적 논란을 이어가는 건 국가적 에너지 낭비”라며 “과도한 서울 집중과 지방 소멸을 막자는 근본 가치가 고작 여당의 총선 전략에 훼손된다는 것이 참담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포퓰리즘’이라고 반격하면서 당내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평이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한 라디오를 통해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정치권에 이슈를 던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편입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이슈를 선정하는 데 있어 절차와 방식, 시기가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지도부의 반발에도 서울 편입 여론전에 밀리는 낌새가 들자 민주당은 읍면동 행정체계까지 개편하는 ‘행정 대개혁’ 구상으로 맞불을 놨다. 별 호응이 없자 김포시민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안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김포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박상혁·김주영 의원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난 5일, 두 의원은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당장 풀어야 할 김포의 산적한 현안은 감추고 무시했다”며 “가장 기초적인 검토 보고서와 장단점을 비교하는 표 하나 없이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자대면
결과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 대표와 수도권주민편익개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을 향해 ‘김포서 화끈하게 붙어보자’는 발언도 나왔다. 뜬금없이 소환된 여당 대표에 “황당하다”는 의견만 돌았다.

민주당은 ‘국회 국가균형발전 태스크포스(TF) 설치’를 제안했다. 국가균형발전, 인구구조, 기후위기 등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적인 국토 상생 발전 방안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찬반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며 오히려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민주당을 향해 ‘지역발전을 도모하기보다는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당리당략적’ 태도라는 비판도 덧붙였다.

서울 편입 여론이 불거진 지 약 일주일이 지난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가 이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서울 확장 정책”이라며 “결국 제주도 빼고 전부 서울 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당장 찬반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정당한 절차와 협의라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 역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별안간 툭 떨어진 서울 편입 문제에 일부 김포시민들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 하나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국민의힘이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소통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라며 “특히 쓰레기 매립지가 들어설 수 있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포가 서울에 ‘매립지 사용’을 협상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이를 의식해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측은 “주민 기피시설을 주변 지자체에 떠넘길 가능성은 매우 적다”며 선을 그었지만 지역주민의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총선 앞두고 속 타는 후보들
신중론 내세운 오세훈 속내는?

국민의힘은 빠른 속도로 편입 추진에 나섰다. 지난 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 시장은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서 만나 현안과 관련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김 시장은 경기도가 남·북도로 분리될 경우 김포가 어디에도 인접하지 못한 ‘섬 아닌 섬’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서해안 항구 개발을 비롯한 한강 활용 확대 방안과 지하철 5호선 연장 등 지역 현안도 건의했다.

김포시가 서울시로 편입된다면 서로 동반성장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오 시장은 객관적인 분석과 함께 김포시민이 우려하는 점에 관해 충분한 사전 설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 과정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의견’”이라며 “김포시민과 서울시민 모두의 공감대 형성과 동의를 바탕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와 김포시는 서울 편입 효과와 영향 등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를 위한 ‘김포시 서울 편입 공동연구반’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서울 편입과 관련해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듯했으나 오 시장이 다소 거리는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말까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오 시장은 대권주자를 꿈꾸며 입지를 넓히는 데 주력을 다하고 있다. ‘동행’ 키워드를 내걸고 서울시 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강한 지지세를 보이는 만큼 민감한 사안에 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속 시원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오는 16일 오 시장과 김 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모이는 3자 회동에 이목이 쏠린다. 본격적으로 서울 편입을 다루는 자리는 아니지만, 세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를 통해 김 지사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 문제에 관한 반대 입장을 굳힐 예정이다. 앞서 유 시장 역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정치쇼”라고 주장한 만큼 이번 만남서 오 시장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끝까지
가려나

총선용 정책이 아니라는 여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측에서는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김포 서울 편입 관련 논의는 10여년 전에도 불거진 적이 있다”며 “정치권서 이 사안을 ‘떴다방’이라고 표현하는 모양인데, 만일 국민의힘이 표심 얻기를 위한 미끼로 김포시민을 대한다면 정치 신뢰도가 그야말로 바닥을 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에게 필요한 행정이면 어느 정치인이든 팔을 걷어붙이고 도움을 주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이미 정쟁으로 불거진 이상 총선이 지나면 사업이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돌파구 찾는 민주당

지난 9일, 민주당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관한 탄핵을 당론으로 발의,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서울 편입에 이어 ‘공매도 6개월 금지’ ‘일회용품 규제 완화’ 정책까지 국민의힘이 선점하자 판세를 뒤집으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날 민주당이 발의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거대 야당의 힘자랑이라는 역풍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이 이슈 재선점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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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