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신인규 정당 바로 세우기 대표

“보통 시민 힘으로 정치 새 표준 만든다”

[일요시사 취재2팀] 양동린 선임기자 = 신인규 ‘정당 바로 세우기’ 대표는 지난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의 정당 사유화를 비판하며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신 대표는 거대 양당 독과점 정치를 벗어나 보통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정치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기득권 공화국의 해체와 대한민국의 정당 바로 세우기를 정치 신조로 내세우고 있다.

신 대표의 ‘정당 바로 세우기(이하 정바세)’는 한국 정치서 정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노력이나 목표를 표방한다. 또 정당 이념, 정책, 지도력, 구조 등을 올바르게 정립하고 개선하기 위해 출범했다. 여기엔 정당 내부의 부패 척결 및 민주적 절차 강화, 국민의 요구에 맞는 정책 수립, 그리고 정치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포함된다.

부패 척결
절차 강화

정당은 헌법 제8조에 따라 운영에 필요한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당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은 총 약 1조5000억원가량이었다.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디에 어떻게, 원래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공돈 쓰듯 마음대로 쓰는 관행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정당 운영의 민주화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정바세가 정치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있는 것은 각 정당들의 보조금 운영 실태다. 정당들은 해마다 수백억원의 세금을 국고보조금 명목으로 받고 있다. 이해관계에 휩쓸리지 말고 좋은 정책을 개발하라는 취진데, 정말 취지에 맞게 쓰이는지 외부 감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쟁점이 되는 이준석 의원의 개혁신당 정당보조금 사용 논란 등에 대해 <일요시사>는 신인규 정바세 대표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정당보조금의 부적절한 사용 실태에 대한 대책 마련과 분배 방식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최근 개혁신당 내홍 사태의 원인인 정당보조금 사용으로 허은아 전 대표가 이준석 의원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는데…

정당은 헌법기관으로 보호받고 자유권도 갖고 있어 내부 회계를 자세히 들여다본다거나 조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1년에 한 번씩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감사하긴 하지만, 정당의 자유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세밀한 부분까지 다 들여다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 개혁신당 이 의원의 배임 논란은 내부 비리에 대한 제보보단 공익 제보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 보통 규모가 큰 당에서는 이런 일들이 덜 있는 편인데, 개혁신당처럼 적나라하게 벌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국민의 세금 마음대로 쓰는 관행
달라지지 않는 한 민주화 공염불”

왜냐하면 거대 정당에는 다수의 계파들이 모여 있고 계파들끼리 내부적으로 견제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혁신당의 경우, 이 의원이 사실상 대주주라고 표현되는 거의 1인 정당처럼 운영되고 있어 그의 의사결정에 대한 내부 통제가 쉽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

보통 회사로 치면 1인 회사에서 개인이 법인을 소유할 때 돈을 착복하거나 제3자에게 이권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개혁신당 사례도 1인 주주 회사, 1인 소속 회사의 경우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허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만큼 반드시 수사기관에 의해 엄정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국내 정당들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는지 감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 강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정당보조금에 대한 헌법 취지는 정당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보조하라는 것인데, 작금엔 본래 의미가 변질돼 최소한의 지원이 아니라 정당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은 게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정당들은 국가 예산 즉, 국민의 세금인 ‘국고보조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당 수입원 중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정당은 국고보조금을 정책개발비, 지방당 지원, 여성 정치 발전에 쓰고 남은 돈으로 인건비, 사무비, 조직활동비에 충당할 수 있다.

개혁신당
문제는…

당비가 아닌 국민 세금으로 정당을 운영한다? 기실 국가 예산으로 정당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정치자금의 음성적 수수에 따르는 정치 부패를 막을 수 있고, 선거 비용과 정당의 운영비 지출의 증가 추세에 따른 정당의 재정적 압박을 완화하며, 정당 간 또는 후보자 간 자금 능력 격차의 해소로 공평한 경쟁을 유도해 유능한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등의 분명한 이점도 있다.

매년 수백억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정당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감사를 받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얼마든지 정당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있다. 또, 감사원법에 따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보조금이 교부되면 감사할 수 있지만, 양당 기득권을 포함한 정치권에선 정치 탄압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감사원법을 무력화해 왔다. 

정당의 공익적 측면에 대한 지원이라는 취지로 대다수의 국가마다 정당에 국고를 지원하고 있다. 국고보조금이 국민의 세금인 만큼, 투명하게 애초의 취지에 맞게 쓰였는지에 대한 회계감사는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보조금 관련 제 법규나 정당의 보조금 사용에 대한 사후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치자금법의 전면적인 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실제로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주요국들은 경상보조금 없이 정당을 운영하고 있고 정당 지원은 선거보조금으로 한정하며 영국에서는 정책 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한정해 최소한의 보조금만 지급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개혁신당의 정당보조금에 대한 업무상배임이나 횡령 같은 경우 1인 기업서 나타나는 부패 사건과 한가지다. 그렇기에 제도 보완도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정치 현실에서는 제도적 보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에 개혁신당의 문제는 부득이하게 검찰 수사로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느냐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국고보조금
내역 보니…

또 개혁신당을 이 의원이 사실상 독점하고 장악하고 있는 당의 구조는 내부 부정부패의 문제가 발생하기 아주 좋은 구조다 보니 헌법서 부여한 자율권을 누리고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으면서 정치 병폐로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처럼 개인의 능력으로 열성 팬을 갖고 창당했을 때 그 당의 모든 구성원은 예속된다. 이번 사태가 정당 민주주의 차원서도 비판받을 점들이 많지만, 정당 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떠나서도 공당의 내부 부패 문제에 대해 엄정한 사법 처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고보조을 지도부 회식비, 화환, 당원 단합대회 술값 등으로도 지출했다는 의혹이 있고, 허위 영수증을 이용해 다른 용도로 사용한 비용을 정책개발비로 위장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

국고보조금이 아무런 용도 제한 없이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 문제다. 정치자금법 제19조는 보조금의 사용 용도를 인건비, 사무용품비, 정책개발비 등으로 열거하면서 ‘기타 정당 활동에 드는 경비’라고 명문화했다. 사실상 용도 제한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나 독일 등 대부분 국가는 보조금의 사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인건비나 임대료, 사무용품 등 정당 운영비는 당비나 후원금, 기탁금 등으로 충당하고, 보조금은 애초의 취지에 맞게 정책개발비 등 정당의 공익적 활동에 쓰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고보조금의 용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또, 정당마다 당내에 감사위원회가 있는데 개혁신당의 경우는 위원회조차도 구성이 안 돼있다. 회계감사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데 보조금에 대해 사후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을 관리하고 관할하는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정당 내 내부 통제기구까지 관리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세밀한 회계감사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떤 업무를 추진했다고 보고 시 사실상 형식적 감사에 그치는 게 지금 상황이기 때문에 내부 고발이나 증언이 없는 한 정당 내부의 회계 부정을 적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개혁신당이 공당의 형태로 다양한 정파들과 정당 민주주의를 지키면서 운영됐더라면 이번 같은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특수하게 1인 주주(이 의원)가 전체를 장악하다 보니 범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보통 해 먹어도 이렇게까지 지저분한 방법으로는 하진 않는데 1인 독과점 정당서 반민주성, 비민주성이 판치다 보니 이런 질 낮은 범죄 혐의까지 드러난 게 아니겠나?

우리의 정당보조금 제도가 얼마나 허술하냐면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라 선관위는 각 정당으로부터 보고받은 ‘수입·지출 명세와 증빙자료’의 열람을 공고하고, 공고일로부터 3개월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열람 기간이 끝나면 매년 가을 쯤에 <정당의 활동 개황 및 회계보고>라는 두툼한 책자를 발간하지만, 이 책자 어디서도 증빙자료는 찾아볼 수가 없다.

윤석열 정당 사유화 비판…국힘 탈당
매년 수백억 투입…감사도 받지 않아

여기서 첫 번째 불합리함은 유권자들이 3개월의 열람 기간에 선관위를 찾아가 직접 열람하지 않으면, 각 정당이 보고한 지출 명세와 증빙자료를 비교·검증할 기회가 전혀 없고, 심지어 열람 기간에는 복사나 촬영도 금지된다는 점이다.

유권자가 낸 세금으로 지급된 국고보조금의 지출과 그 증빙자료의 공개를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최소한 3∼4년 동안은 누구에게나 공개해 국고보조금 지출의 투명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고보조금 제도는 ‘지급액의 상한 규정’ ‘사용 용도의 제한’ ‘회계자료의 공개 및 감사’ 등 세 가지의 방향으로 전면 개혁돼야 한다. 국고보조금의 상한을 정하고, 그 사용 용도를 정책개발비 등으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정당 개혁이라는 연쇄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당의 수입이 지나치게 보조금에 의존함으로써 당원을 늘리거나 후원금을 모금하는 데 주력하지 않아 정당의 체질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와 같이 의석수에 따른 배분이 아니라 정당 지지율에 따라 배분하고, 국고보조금의 총액 제한과 상대적 제한을 두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상대적 제한은 보조금을 각 당이 모금한 후원금 이상으로 지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 매칭펀드(Matching Fund)라고도 한다. 우리의 경우 당원의 당비와 국고보조금을 연동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보조금 의존으로부터 나타나기 쉬운 정당의 체질 약화를 방지하는 한편, 정당 지지율을 근거로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정책 대결을 도모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예산으로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이 허술한 관리 속에서 정당의 쌈짓돈처럼 운영되는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정당보조금 투명성 확보는 정치개혁과 관련이 깊다. 국회 차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 같은데?

동일하게 수익지출 통장서 회계상으로 처리할 뿐이지 자금 흐름에 대해서는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여성발전기금을 지급하면서 얼마를 쓰라고 하는 인센티브 형식의 보조금 제도를 다양하게 확충하고 있다. 정당에 지원금을 줄 때엔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여성, 장애인, 청년 등에 사용하라고 하는 건데 아직 사용에 대한 합의가 안 됐다.

여성 활동비
인건비 처리?

실무 현장에선 여성의 정치 활동을 대체로 인건비라고 하는데, 결국 많은 정당이 여성 활동비를 인건비 차원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인건비=여성의 정치 활동비’로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대한 해석을 두고서는 상당한 딜레마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국가기관에서 규제한다기보다는 시민단체, 언론 등을 통해서 많이 알려야 한다. 회계 투명성이 확보돼야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haohao51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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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