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서이초 1년을 돌아보다’ 민주당 백승아 의원

“가르치다 죽는 일은 없어야”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해 7월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서 근무하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스물넷. 사회 초년생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쏟아지던 학부모의 민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치권에서는 저마다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교권 추락의 피해는 여전히 교사의 몫으로 남아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교사로, 교사 노조서 이제는 국회의원이 됐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인재 12호로 영입돼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백승아 의원의 이야기다. 서이초 사건은 교사 출신인 백 의원이 현실 정치에 뛰어든 결정적인 이유다. <일요시사>는 서이초 1주기를 맞아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과 실질적인 교권 보호 방법을 물었다. 다음은 백 의원과의 일문일답.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상황을 지켜보며 어떤 기분이 들었나?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다. 사망한 선생님은 순직이 인정됐는데 정작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충분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논리적으로 어긋났을 뿐 더러 가해자 부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이렇게 꽁꽁 감춰졌는지 의아하다. 서이초 사건으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교권추락에 대한 국민의 인식만 높아졌을 뿐, 교실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여전하다.

-지난해 민주당 영입 인재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원래 정치에 뜻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선생님이란 직업도 아이들도 무척 사랑하는 나는 ‘천생 교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서이초 사건이 터졌고 교사가 교실서 죽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사건 발생 당시 교사 출신의 누군가는 국회로 가서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내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탁상행정이 문제라고 생각한 만큼 교실을 잘 아는 현장 출신이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만 지금과 같은 기형적인 학교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서이초 특별법을 1호로 발의했다.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다뤘나?

▲총 여섯 가지 법안을 제출했는데 첫 번째로는 정서적 아동학대의 모호함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피해자 있는데 가해자 없는 현실
보다 못한 선생님이 직접 나섰다

교사가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본질 업무에 대한 법제화도 제시했다. 현재 교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온갖 업무를 맡고 있다. 당연히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교육활동 보호 조사관 도입, 법률 지원, 학생 분리제도 법제화 등을 제시했다.

-아동학대로 볼 수 있는 지점이 모호하다는 것에 많은 교사가 공감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학교가 사법화되면서 이 같은 사례가 늘었다. 학교폭력법이 생기고 생활기록부에 빨간 줄이 그어지고 이걸 막기 위해 변호사가 학교에 들어와 소송 문제로 번지니 법을 악용해 교사에게 책임을 넘겨 버린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면 “우리 아이를 죄인 취급했다” “정서적으로 학대했다” 같은 말로 교사가 신고 대상이 된다.


그러면 학교폭력 문제는 흐지부지 묻히고 아동학대 사건으로 넘어가게 된다. 당시에는 교사를 보호할 방법이 사실상 없었다.

-서이초 사건 발생 이후 교권보호 4법이 빠르게 국회를 통과했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실효성을 느끼지 못했나?

▲사실 국회를 통과된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순식간에 법안을 올리고 패스트트랙으로 가장 먼저 처리해 주지 않았나.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 부분이 있지만 교실서 체감하기 어려운, 단순히 선언적인 내용도 많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문제는 인력과 예산이다. 이 부분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전혀 없다. 서이초 사건이 발생하고 교권보호에 힘쓰겠다던 정부는 1년 사이에 예산을 50억원이나 삭감했다. 법이 통과되면 예산이 늘어야 하는데 말 따로 행동 따로인 형국이다.

-교사가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는 부분도 지적하고 있다.

▲2020년 강원교사노조를 창립하고 지금까지 교사노동조합연맹의 미디어국장 겸 초등교사 노조를 맡아왔다. 그때 처음으로 정치기본권이란 단어를 알게 됐다. 교사는 정당 가입은 물론 정치에 참여하거나 심지어 정치인의 SNS에 ‘좋아요’도 누를 수 없다.

교육 중립과 정치 중립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왜곡돼 마치 교사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죄인, 또는 특이하다는 눈총을 받는다. OECD 가입 국가 중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교사 출신 정치인이 없으니 지금까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한 법안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와 정치를 분리했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민주시민을 교육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가르칠 수 있겠지만 이건 죽은 지식으로서 단순히 글을 전달하는 데 그친다.

하나의 정치적인 존재로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교사들은 모른다. 자기가 해보지 않은 걸 어떻게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겠는가. 제대로 된 민주시민 교육을 위해서라도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교권 보호하겠다더니 예산 ‘싹둑’
저출생 해결하랬더니 사교육 ‘쑥’

-저출생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정부서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이름뿐인 ‘보여주기식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생 제도는 출산 소득을 보장해줘야 하고 육아휴직, 육아수당, 사교육비 절감이 맞물려 총체적으로 제도 정비에 들어서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권을 보시라. 특목고, 과학고를 권장하고 의대 정원도 폭발적으로 늘려 사교육을 조장했다.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노동시간을 늘리겠다고 말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구전략기획부라는 부서만 신설한 뒤 그 어떤 제도도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했다. 하다못해 학교에서 돌봄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 하나 먹고살기도 바쁘니 아이를 가질 생각을 감히 못하는 것이다. 국가 차원서 질 높은 돌봄과 질 높은 교육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예산을 싹둑 삭감하니 황당할 뿐이다.

-전당대회가 한창인 당의 현안도 짚어보자. 민주당 원내부대표로서 ‘친명(친 이재명)체제’ ‘일극체제’라는 비판은 어떻게 보고 있나?

▲당원이 원하는 사람이 대표가 되는 건 당연하다. 이게 비난받아야 할 일인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당원이 찍은 사람이 아닌, 제3자가 지명한 사람을 띄워서 당선시키는 게 더욱 문제 아닌가? 이재명 전 대표가 다른 사람의 출마를 막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욱 민주적인 모습으로 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본다.

-끝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 포부 한마디.

▲앉아서 정치를 하는 것보다 발로 뛰며 현장에 변화를 일으키는 정치인이 되겠다. 단순히 ‘국회의원’이 아닌 스스로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내가 세운 목표는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그리고 그 아이를 가르치는 게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변화와 희망의 씨앗을 심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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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