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1.14 06:35:59
  • 호수 15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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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구세주 아닌 선진국형 정치 필요”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이 열린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세대교체를 강조하면서 “개혁신당과 이준석 의원은 완벽하진 않아도 그나마 적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12·3 내란 사태 이후 한국 경제는 환율 상승·주가 하락·소비 둔화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기획재정위·운영위 소속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계엄 쇼크, 한국 경제 긴급 진단‘이라는 세미나서 경제 상황을 짚었다. 천 원내대표는 해를 넘겨 <일요시사>와 만나 12·3 내란 사태의 쟁점과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RP(환매조건부채권)를 매입해 단기 유동성을 공급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시장이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이 시장을 빨리 진정시켰기 때문에 실제로 시장에 풀리는 RP의 양을 줄일 수 있었다. 실제로는 많이 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서 “무제한으로 RP를 공급하겠다”는 신호만으로도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시장을 향한 약간의 눈속임이었다.

-미국은 지난달 18일 금리를 0.25% 인하했고, 우리는 오는 16일 금리를 결정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판단은 유보하면서, 추경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금리는 한은 소관이다.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 금리인하를 서두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리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도 빠르다. 수십조원의 세수 펑크도 발생하고 있어 국가부채 규모를 늘리는 형태는 위험할 수도 있다. 추경을 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부분에 핀셋 지원하는 제한적 형태로 사용해야 한다.


-미국 바이든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민주적 회복’을 수시로 강조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우리의 상황을 약점 삼아 보호무역 강화를 시도할 것 같은데…

▲역설적으로 한·미·일 연대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2·3 내란 사태로 인해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생각보다 탄탄하지 않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 미국 등 블루팀 국가들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워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정권을 인수하는 동안 외교적 노력도 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많이 끌려갈 것이고, 많은 것을 내줘야 할 것이다.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대통령이 적법하게 수사를 받고, 헌법재판을 통해 민주주의 절차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미국의 강력한 중국 압박은 고율 관세 부과 형태로 드러날 예정이다. 중국은 제3시장 수출로 이를 타개하려고 할 텐데…

▲과거엔 철강·석유화학·경공업 등 많은 분야서 가격경쟁을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기술 경쟁력은 우위에 있었다. 지금은 중국의 기술 수준도 우리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고, 과잉 생산과 덤핑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도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중국 반도체가 미국의 압박 때문에 조금 주춤할 때, 우리는 반도체 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서 격차를 조금 더 벌려야 한다. 중후장대 산업의 인적 자원이 중장기적으로는 스타트업을 통해 AI·챗GPT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가도록 유도하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민주주의 정상 작동
전 세계에 보여줘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이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어느 정권이든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맞다.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로남불 격으로 0원으로 다 자르고, “사용 명세를 내놓지 않으면 복구하지 않겠다”고 할 일이 아니다. 특활비는 조금씩 줄이면서, 사후점검이 가능한 예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화가 나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도 선을 넘었다.

-소추위원단이 탄핵 심판 소추 사유서 내란죄를 제외했고, 국민의힘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헌재는 소추 사유가 대통령을 파면할 만한 중대한 위헌·위법인지 판단한다. 무슨 죄인지 판단하는 것은 대법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음주 운전을 하면, 형사처벌과 징계처분을 받는다. 징계를 할 땐 처벌 수위를 따지진 않는다. 대통령 탄핵 심판도 똑같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비상계엄령을 일컬어 통치행위라고 주장한다.

▲통치행위도 위헌·위법이면 사법 심사 대상이 된다. 성공한 쿠데타를 한 전두환·노태우씨도 형사 처벌됐다. 실패한 쿠데타의 위헌·위법 사유가 있다면 당연히 심사 대상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대해선 한덕수 국무총리 등 많은 사람이 국무회의·부서·국회 통지 등을 제대로 안 했다고 말했다. 국회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 포고령 위반도 누가 봐도 위헌이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날이 진지하게 커지고 있다.

▲정당해산심판은 정부가 청구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야 실제 논의에 불이 붙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감싸고,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까지 몸을 던져 방탄하면, 정말로 위헌 정당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당해산심판이 진행된다면, 헌재도 “이 정도 되는 정당을 해산해야 하나” 싶다가도, 해산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심판을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는 것이 보다 맞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대로 가면 해산당해도 할 말 없는 정당의 모습이란 것이다. 굉장히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윤 대통령 몰락 가시화
이와 적대적 공생도 끝”

-“2030 남성이 촛불시위서 잘 안 보인다”는 평이 있고, “2030 남성의 무당층 비율이 늘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더러 있는데…

▲나라를 위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싶단 마음은 같을 것이다. 시위 참여가 열정을 재는 유일한 잣대는 아니다. 20대 남성 중 상당수는 군 복무를 하고 있다. 집회서 국민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다른 어젠다들이 함께 소구되는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복잡화·고도화됐다. 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하나의 어젠다를 위해 깃발을 든 구세주는 등장할 수 없다. 우리는 지난 대선서 ‘공정과 상식’이란 깃발을 든 윤 대통령을 우리의 구세주로 삼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허구였단 것이 드러났다.

이젠 국민 앞서 발가벗겨진 정치 전문가가 복잡한 사안을 조율·타협·결정하는 선진국형 정치를 할 때가 온 것 같다. 개혁신당이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도 영웅보단 합리적·실용적으로 정치하는 사람이 나올 때가 됐다고 평가해주실 수도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 정국이 시작된다. 개혁신당의 목표와 각오는?

▲저희는 스스로 “유연하고, 합목적적이며, 진영논리에 빠져 있지 않다”고 평가한다. 개혁신당은 쌓아온 역사도 적고, 국민께서 보시기에 어떤 어젠다를 추구하는지 불분명한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 대선서 “대한민국의 확고한 진영 대결을 넘어 세력·세대교체를 통해 조금 더 진일보된 정치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국민적 열망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 파멸적으로 몰락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적대적 공생도 끝날 것이다. 국민께선 윤 대통령을 몰아낸 후엔 171석을 보유하고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이재명 정권 탄생을 섬뜩하게 느끼실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역사의 한 바퀴를 확 굴리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국민께서 이번 대선서 ‘신 40대 기수론’을 세대교체의 장으로 사용하실 수도 있다. 세대교체를 원하신다면, 개혁신당과 이준석 의원은 현재 선택지 중 완벽하진 않아도 그나마 적합한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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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