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국민의힘 합종연횡 막전막후

지나가는 바람? 떨고 있는 꼰대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중진들의 리그였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신진 ‘돌풍’이 불고 있다. 국민의힘 예비경선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민심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다. 시샘 섞인 모 중진의 혹평처럼 잠시 불어온 ‘미풍’에 불과할까.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 돌풍’이 불고 있다. 지난 28일 발표된 본 경선에 나설 최후 5명의 후보로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조경태 의원, 주호영 의원, 홍문표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초선의 김웅, 김은혜 의원은 고배를 마셨지만, 그간 이 전 최고위원과 똘똘 뭉쳐 중진 세력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진 세력
중심 우뚝

후보별 득표율과 순위는 이 전 최고위원이 1위(41%)를 기록했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은 민심을 반영하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무려 50%를 넘는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며 세대 반란 현상을 입증했다. 다만 당원 조사에선 나 전 의원이 32%로 이 전 최고위원(31%)을 앞섰다.

‘박근혜 키즈’로 알려진 이 전 최고위원은 1985년생으로 지난 2011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후 당을 탈당해 ‘유승민계’로 상징되는 바른정당에서 개혁보수의 길을 걸었다.

지금까지 쌓은 정치 이력만 10년. 그의 ‘이슈 파이팅’ 능력과 높은 인지도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전 최고위원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1위로 우뚝 올라서며 민심의 세대교체 열망을 알렸다. 지난 2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은 40%에 육박했다.

이는 2위인 나 전 원내대표(24%)를 훨씬 앞선 수치다. 이어 신진 세력으로 꼽혔던 김은혜 의원와 김웅 의원이 각각 3%대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그간 보수정당 전당대회는 ‘중진들의 리그’였다. 신인들은 당선보다는 출마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신진 세력들이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면서 중진 후보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1위 이준석 민심 압도적 지지
신구 세력 계파 갈등 ‘난타전’

이준석 돌풍을 놓고 국민의힘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당의 혁신을 보여주는 데 이만한 인물이 없다는 호평과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당선된 당 대표는 내년 대선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를 잘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론이 남는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라며 “대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이 중차대한 시점에 또다시 실험 정당이 될 수는 없다”고 혹평했다.

반면 이를 ‘시대의 흐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 세대교체의 바람을 탄 이상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개혁 보수로 이름을 날렸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명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구 세력의 한판으로 전당대회는 연일 흥행을 치고 있다. 문제는 당의 계파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발단은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이 전 최고위원을 ‘유승민계’로 규정하며 배후 지원설 의혹을 제기한 데서 시작됐다.

중진 견제
계파 싸움

나 전 의원은 “특정 계파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안철수가 과연 오겠느냐”고 했다. 사실상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이다. 또 주 의원은 “신진 기예로 인기를 얻는 어떤 후보는 공공연히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가 자신의 정치적 꿈임을 고백했다”며 이 전 최고위원의 경선 관리 능력에 태클을 걸었다.

이들이 이 전 최고위원의 계파를 부각한 건 영남 민심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유승민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영남 민심 다수로부터 ‘배신자’ 낙인이 찍힌 상태다.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했던 이 전 최고위원에게 다시 이 프레임을 부각시켜 표를 깎아보겠다는 정치적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발언의 효과는 의문이다. 국민의힘의 계파정치는 당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면서 전국단위 선거 연패의 원인으로 꼽혔다. 국민의힘이 구태 정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는 나경원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국민의힘 입당을) 상당히 주저할 것 같다”고 반격했다. 또 그는 나 전 의원과 주 전 의원을 겨냥해 “탐욕스러운 선배들”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외에도 친이(친 이명박)계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전당대회
흥행 성공

최근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특임장관을 주축으로 한 국민통합연대에서 주 의원을 지원하라는 공문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당 대표 선거관련 긴급 중앙임원 회의 결과’ 문서에 따르면 국민통합연대는 당 대표 후보로 주 전 의원, 최고위원 후보에 조해진, 정미경, 배현진, 청년최고위원 후보에 강태린을 거론했다.

주 의원은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이명박정부 시절 특임장관, 조해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비서관과 대통령 후보 시절 공보특보 등을 역임했다. 정미경 전 의원 역시 친이계로 분류되며, 배현진 의원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가까운 사이다.

이 전 특임장관과 문서에 등장하는 인사들은 해당 문건이 자신들과 관계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주 전 의원은 사전에 논의한 바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당권주자들이 이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내면서 논쟁은 격화됐다.

계파를 둘러싼 난타전에 당내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상대 후보를 특정 계파와 연관짓는 것은 자해행위”라며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지는 변화와 혁신의 전당대회에 특정계파 프레임은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 계파논쟁 자체가 계파의 잔재”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이어 “계파는 우리 당에 존재하지 않는다. 계파논쟁을 불 지피고 계파 프레임으로 화답해서는 그건 경륜도 아니고 패기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유승민계’ 공정성 문제 논란
경선룰 뜨거운 감자로 부상

앞으로 국민의힘은 약 2주일 동안 권역별 합동연설회 4차례, TV토론회 5차례를 거쳐 다음달 9∼10일 본 경선으로 최종 당선자를 가릴 전망이다. 본 경선은 당원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70%와 30% 합산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경선룰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본 경선 여론조사의 ‘역선택 방지 문항’ 적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역선택 방지는 여론조사 표본에서 다른 정당 지지자를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범여권 지지층이 일부러 국민의힘에 불리한 선택을 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를 도입하면 중진 당 대표 후보들이 유리하고, 이 전 최고 위원이 불리해진다.

그럼에도 이 전 최고위원의 상한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의석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과 개혁 보수 세력이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역대 전당대회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를 도입한 적이 없다. 반쪽짜리 여론조사를 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든든한 아군을 자청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내 대권 주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이 전 최고위원을 밀어주고 있다.

다만 그의 지지율이 실제 전당대회 당 대표 당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는 다를 거란 관측 때문이다. 본 경선에서는 당원 투표 70%, 일반시민 여론조사 30%가 반영돼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와 다를 수 있다.

이준석
리스크는?

또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적 자질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그는 ‘반 페미니즘’과 ‘능력주의’ 사고로 인해 정치적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젠더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양상이다. 당 내부에서도 “당에는 해를 끼치고 본인만 스타가 됐다”며 불만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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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22일 경북 의성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 청송 등 인접 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가히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산불이 성묘객의 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관련자 처벌 수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산림청 산불 원인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입산자에 의한 실화가 171건(31%)으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 소각이 68건(13%),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1%)이었다. 대형 산불은 특히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봄철에 주로 발생한다.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15~2024년 연평균 산불 546건 중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은 303건(56%)에 달했다. 실제 지난 2022년 3월4~13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 동해서 발생한 일명 ‘동해안 산불’은 산림 2만523㏊를 태웠다. 2020년 4월 경북 안동서 발생한 산불은 1944ha의 면적을 태웠으며, 2019년 4월 강원 고성·강릉·인제서 난 산불은 3일간 2872ha를 휩쓸었다. 이처럼 산불이 주로 봄에 발생하는 이유는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야외활동이 잦아지는 시기인 점도 한 몫한다. 이번 의성 산불 역시 묘지를 정리하던 50대 성묘객이 라이터로 불을 피운 게 화근이 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성묘객은 산에서 쓰레기를 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울산 울주군 온양읍 야산서 발생한 산불도 농막서 나온 용접 불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앞선 21일 경남 산청서 발생한 산불 역시 풀베기 작업 중 예초기서 튄 불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산불 관련 처벌이 약해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국회전자청원 시스템에는 실화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현행 산림보호법 53조는 과실로 산불을 냈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고의로 방화를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산불의 특성상 발화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고, 실화자를 특정하거나 과실 입증 과정이 쉽지 않은 만큼,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5년간 산불 유발자 검거율도 46.1%에 불과하다. 처벌 수위도 낮다. 최근 4년간 산불 발생 건수는 2108건이었으나, 집행유예를 포함한 실형을 받은 건수는 43건(2.03%)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279건의 산불 중 110명이 범인으로 붙잡혔지만,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벌금형도 8명에 그쳐 처벌 비율이 7.2%밖에 되지 않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형 산불 재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소각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한 밭두렁에서는 산불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 주민이 불에 탄 신발, 가재도구와 폐기물 등을 태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같은 날 안동 하회마을 인근서도 쓰레기를 소각하던 한 70대 노인이 관계기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하회마을 인근에선 의성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산림 당국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대규모 재난 대응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또 다른 대형 화재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불법 소각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은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행 경북도 화재예방조례에 따르면 산림 인접지나 논·밭 주변서 사전 신고 없이 불을 피워 소방 인력이 출동할 경우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이 같은 수준의 처벌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농촌 지역의 불법 소각 관행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속에 투입되는 인원에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농촌 지역에 거주 중인 주민들의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과태료도 인상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과태료 인상 등 처벌 강화와 더불어 폐기물 수거 시스템 확충, 주민 참여형 안전 교육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영농 폐기물 및 생활 쓰레기 처리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소각 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처리법의 보급 등 반복되는 산불 재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경북 22명, 경남 4명 등 2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산림 피해 면적은 3만5810㏊로, 역대 최대 피해를 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3794㏊)을 넘어섰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