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국민의힘 합종연횡 막전막후

지나가는 바람? 떨고 있는 꼰대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중진들의 리그였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신진 ‘돌풍’이 불고 있다. 국민의힘 예비경선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민심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다. 시샘 섞인 모 중진의 혹평처럼 잠시 불어온 ‘미풍’에 불과할까.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 돌풍’이 불고 있다. 지난 28일 발표된 본 경선에 나설 최후 5명의 후보로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조경태 의원, 주호영 의원, 홍문표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초선의 김웅, 김은혜 의원은 고배를 마셨지만, 그간 이 전 최고위원과 똘똘 뭉쳐 중진 세력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진 세력
중심 우뚝

후보별 득표율과 순위는 이 전 최고위원이 1위(41%)를 기록했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은 민심을 반영하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무려 50%를 넘는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며 세대 반란 현상을 입증했다. 다만 당원 조사에선 나 전 의원이 32%로 이 전 최고위원(31%)을 앞섰다.

‘박근혜 키즈’로 알려진 이 전 최고위원은 1985년생으로 지난 2011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후 당을 탈당해 ‘유승민계’로 상징되는 바른정당에서 개혁보수의 길을 걸었다.

지금까지 쌓은 정치 이력만 10년. 그의 ‘이슈 파이팅’ 능력과 높은 인지도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전 최고위원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1위로 우뚝 올라서며 민심의 세대교체 열망을 알렸다. 지난 2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은 40%에 육박했다.

이는 2위인 나 전 원내대표(24%)를 훨씬 앞선 수치다. 이어 신진 세력으로 꼽혔던 김은혜 의원와 김웅 의원이 각각 3%대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그간 보수정당 전당대회는 ‘중진들의 리그’였다. 신인들은 당선보다는 출마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신진 세력들이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면서 중진 후보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1위 이준석 민심 압도적 지지
신구 세력 계파 갈등 ‘난타전’

이준석 돌풍을 놓고 국민의힘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당의 혁신을 보여주는 데 이만한 인물이 없다는 호평과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당선된 당 대표는 내년 대선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를 잘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론이 남는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라며 “대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이 중차대한 시점에 또다시 실험 정당이 될 수는 없다”고 혹평했다.

반면 이를 ‘시대의 흐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 세대교체의 바람을 탄 이상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개혁 보수로 이름을 날렸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명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구 세력의 한판으로 전당대회는 연일 흥행을 치고 있다. 문제는 당의 계파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발단은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이 전 최고위원을 ‘유승민계’로 규정하며 배후 지원설 의혹을 제기한 데서 시작됐다.

중진 견제
계파 싸움

나 전 의원은 “특정 계파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안철수가 과연 오겠느냐”고 했다. 사실상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이다. 또 주 의원은 “신진 기예로 인기를 얻는 어떤 후보는 공공연히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가 자신의 정치적 꿈임을 고백했다”며 이 전 최고위원의 경선 관리 능력에 태클을 걸었다.

이들이 이 전 최고위원의 계파를 부각한 건 영남 민심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유승민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영남 민심 다수로부터 ‘배신자’ 낙인이 찍힌 상태다.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했던 이 전 최고위원에게 다시 이 프레임을 부각시켜 표를 깎아보겠다는 정치적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발언의 효과는 의문이다. 국민의힘의 계파정치는 당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면서 전국단위 선거 연패의 원인으로 꼽혔다. 국민의힘이 구태 정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는 나경원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국민의힘 입당을) 상당히 주저할 것 같다”고 반격했다. 또 그는 나 전 의원과 주 전 의원을 겨냥해 “탐욕스러운 선배들”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외에도 친이(친 이명박)계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전당대회
흥행 성공

최근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특임장관을 주축으로 한 국민통합연대에서 주 의원을 지원하라는 공문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당 대표 선거관련 긴급 중앙임원 회의 결과’ 문서에 따르면 국민통합연대는 당 대표 후보로 주 전 의원, 최고위원 후보에 조해진, 정미경, 배현진, 청년최고위원 후보에 강태린을 거론했다.

주 의원은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이명박정부 시절 특임장관, 조해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비서관과 대통령 후보 시절 공보특보 등을 역임했다. 정미경 전 의원 역시 친이계로 분류되며, 배현진 의원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가까운 사이다.

이 전 특임장관과 문서에 등장하는 인사들은 해당 문건이 자신들과 관계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주 전 의원은 사전에 논의한 바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당권주자들이 이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내면서 논쟁은 격화됐다.

계파를 둘러싼 난타전에 당내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상대 후보를 특정 계파와 연관짓는 것은 자해행위”라며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지는 변화와 혁신의 전당대회에 특정계파 프레임은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 계파논쟁 자체가 계파의 잔재”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이어 “계파는 우리 당에 존재하지 않는다. 계파논쟁을 불 지피고 계파 프레임으로 화답해서는 그건 경륜도 아니고 패기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유승민계’ 공정성 문제 논란
경선룰 뜨거운 감자로 부상

앞으로 국민의힘은 약 2주일 동안 권역별 합동연설회 4차례, TV토론회 5차례를 거쳐 다음달 9∼10일 본 경선으로 최종 당선자를 가릴 전망이다. 본 경선은 당원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70%와 30% 합산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경선룰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본 경선 여론조사의 ‘역선택 방지 문항’ 적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역선택 방지는 여론조사 표본에서 다른 정당 지지자를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범여권 지지층이 일부러 국민의힘에 불리한 선택을 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를 도입하면 중진 당 대표 후보들이 유리하고, 이 전 최고 위원이 불리해진다.

그럼에도 이 전 최고위원의 상한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의석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과 개혁 보수 세력이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역대 전당대회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를 도입한 적이 없다. 반쪽짜리 여론조사를 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든든한 아군을 자청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내 대권 주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이 전 최고위원을 밀어주고 있다.

다만 그의 지지율이 실제 전당대회 당 대표 당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는 다를 거란 관측 때문이다. 본 경선에서는 당원 투표 70%, 일반시민 여론조사 30%가 반영돼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와 다를 수 있다.

이준석
리스크는?

또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적 자질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그는 ‘반 페미니즘’과 ‘능력주의’ 사고로 인해 정치적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젠더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양상이다. 당 내부에서도 “당에는 해를 끼치고 본인만 스타가 됐다”며 불만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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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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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