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개혁신당 딜레마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2.10 11:39:22
  • 호수 1518호
  • 댓글 0개

그래서 어디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이 당원투표를 거쳐 허은아 전 대표의 당 대표직 상실을 의결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허 전 대표와의 분쟁이 아니다. 분쟁 중 확인된 보수·진보 대표 매체들의 이준석 의원에 대한 적대감이다. 이 같은 적대감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개혁신당 지도부 내홍 사태는 지난해 12월17일부터 시작됐다. 개혁신당 허은아 전 대표는 김철근 사무총장과 이경선 조직부총장을 경질했고, 개혁신당 당직자 노조는 곧바로 허 전 대표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허 전 대표가 자신을 띄우기 위해 당과 사무처 당직자들을 동원하고, 오로지 언론 앞에 서는 데만 열중한 이미지 정치 등을 통해 당의 사당화를 이끌었다”고 반발했다.

반발에 반발

개혁신당 박승민 당직자 노조위원장은 다음날 “허 전 대표가 자신과 관련해 1일 1건의 기사를 내지 못하면 업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왔다”고 주장했다. 구혁모 화성병 당협위원장은 “허 전 대표가 ‘듣기 싫은 쓴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김 사무총장을 경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허 전 대표가 이준석 의원을 띄우지 않고 자기 정치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곽대중 전 당대표비서실장은 “허 전 대표가 나무위키에 작성된 자신의 음주 운전 전과를 지워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 전 대표는 지난달 10일 이주영 의원을 정책위의장직서 해임하고, 정성영 서울 동대문구의원을 대체 임명했다. 당시 그는 “당의 정상화를 위한 결자해지의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서 “원내 정당의 국회 내 정책 협의 주체인 정책위의장을 구의원으로 보임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당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당원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사태 직후부터 불거졌던 당원소환은 천하람 대표 직무대행 명의로 공고돼 지난달 24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됐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1회 이상 당비를 낸 당원들 2만4672명 중 2만1694명(87.93%)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1만9943명(91.93%)이 허 전 대표 해임에 찬성했다.

허 전 대표가 서울남부지법에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지난 7일, 기각됐다.

지난 4일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익 제보 문서를 제출하면서 “이 의원과 천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사기·횡령·배임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의뢰했다. 그는 “두 사람이 제22대 총선 당시 선거 공보물 제작 등 과정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고, 이 의원은 당 부설 개혁연구원 원장을 맡으면서 5500여만원을 부당 지출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이준석계 각각 특이한 구설수
언론 직간접 두둔…가장 큰 숙제

당원소환 대상은 허 전 대표 외 1명 더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조대원 전 최고위원도 소환 대상에 올라 2만140명(92.84%)이 찬성했다. 허 전 대표는 ▲조 전 최고위원 ▲정 정책위의장 ▲정재준 당대표비서실장 ▲정국진 선임대변인 ▲최인철 조직부총장 등과 함께 개혁신당서 비이준석계라는 계파를 구성했다.

또 허 전 대표는 자신의 동생을 당대표수행실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의원에게 강한 반감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허 전 대표가 구성한 비이준석계 구성원들은 이전부터 다수의 당원으로부터 비판을 듣고 있었다. 조 전 최고위원은 공공연하게 이 의원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비판하는 당원과 언쟁을 벌였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실장은 “김 총장에게 술값 대납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가 “기분 좋아서 스스로 계산하겠다고 큰소리친 것”이라는 반박을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0월 업무상횡령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1심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최인철 조직부총장은 자신의 SNS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강하게 지지한 전력이 있고, 지난달 6일엔 개혁신당 이념과 맞지 않는 ‘한러중북공조’를 주장했다.

김기수 전 정책위부의장은 지난달 ‘개혁신당 대통령후보 출마자’를 자처하면서 “한강을 매립해 강남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실장은 지난달 12일 “이 의원으로부터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의원은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명서에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말이 많아 확인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그는 음성 녹음과 녹취록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 의원은 “여보세요. 제가 방금 전에 이상한 걸 봤는데, 성명서에 이름 올린 거 맞으시죠?”라고 물었고, 정 실장은 “네, 네”라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면서 전화를 끊었다.

통화 녹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이 의원의 대화 의도에 대해선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과 “이 의원 특유의 공격적인 말투와 능력주의 성향으로 인해 무시와 경멸의 어조가 느껴질 수도 있다는 여지는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구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답 없이 서로 잘났다고…

법원이 허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더라도, 이 의원의 절대적인 당내 입지를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원소환 참여 및 찬성 당원의 수가 압도적인 데다, 비이준석계 구성원들의 특이한 구설 때문이다. 이 의원의 대선 일정에 위협적일 수 있는 것은 이 의원과 허 전 대표가 서로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있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및 단일화’ 가능성과 주요 일간지들이 이 의원에게 드러낸 적대감이다.

허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뉴스1TV ‘팩트앤뷰’에 출연해 “이 의원 측 분들이 국민의힘 인사들을 많이 만나면서 예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당을 하려면 배신자나 악마가 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가 그 악마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자신을 비난한 것에 대해서도 “사무처 직원 임명권은 사무총장에게 있고, 그들은 이 의원의 사람들”이라며, “내가 사유화하는 것은 1%도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2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현재로선’이란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국민의힘과의 합당 및 단일화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했다. 다만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와의 합당이 성사됐다가 10일 만에 파기된 전력이 따라다니면서 합당 및 단일화설이 거론되고 있다.

이 설은 조기 대선이 실제로 실시되는 날까지 꾸준히 언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수·진보를 대표하는 주요 일간지들은 내홍 사태를 이 의원 비난에 활용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12일 ‘막장 치닫는 개혁신당 내홍’의 기사를 토대로 개혁신당 지도부 내홍 사태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여자 이준석 만난 이준석’이란 제목을 제시했다.

<오마이뉴스>는 자사의 유튜브 방송에 허 전 대표를 초대해 이 의원에게 적대적인 신인규 변호사와 함께 이 의원을 강경하게 비판하는 방송을 진행했다. 해당 보도들의 특징은 허 전 대표가 김 총장을 경질하고 당직자 노조가 반발한 과정과 비이준석계 구성원들의 구설에 대한 당원들의 비판은 누락했다는 것이다. 주요 일간지들의 이 의원에 대한 적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진보 진영이 이 의원에게 가장 크게 거부감을 갖는 지점 중 하나는 능력주의 성향이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고하면서 “오직 공부로 서열이 매겨진 무한 경쟁, 그것이 바로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진영은 이 의원을 강경하게 비판했다.

사면초가

저마다 각각의 구설수를 일으킨 인사들이 모여 비이준석계를 구성하고, 전통적인 영향력을 가진 매체들이 직·간접으로 두둔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의원과 개혁신당에 주어진 큰 숙제일 수도 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투표권이 있고, 말할 수 있는 입과 인터넷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손은 갖고 있다. 이 숙제를 풀지 못한다면, 사면초가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ctzxp@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4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