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죽고 나 죽자’ 이준석 이판사판 복수전

화해는 없다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권교체를 위해 애써 참아왔지만 이젠 완전한 적이다. 서로 참지도 않는다. 긴 싸움은 조만간 결론 지어질 예정이다. 양측 다 물러나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과 이준석 전 대표가 결국 전면전을 벌이게 됐다. 

윤리위 심사 결과 징계를 받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광주 무등산 등반을 시작으로 원외에서 열심히 세를 다지고 있었다.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본인을 지지해준 당원들을 만났다. 이전까지 벌이던 여론전에서 한발 물러난 것. 당장 여론전을 펼친다면 이 전 대표본인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다.

입당부터
갈등 시작

이 전 대표의 침묵은 국민의힘 혼란의 책임에서 약간은 벗어난 모양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게 책임이 넘어가서다. 공식적으로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시점은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이 전 대표는 62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윤핵관, 윤 대통령을 저격하며 날을 세우는 등 할 말은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용한 발언 수위는 예상했던 지점보다 높았다. 그는 “이 XX 저 XX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윤핵관이라고 언급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을 향해서도 “호가호위하는 사람”이라고 강하게 타격했다. 윤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의 지도력이 위기”라며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바라봤던 당 대표와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동맹이 파국을 맞이한 순간이다.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이 전 대표는 각종 방송과 라디오에 출연해 여론전을 펼치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국 상임위를 개최하고, 비대위를 본격 출범시킨 데 이어, 비대위원 등을 신속하게 임명했다. 윤핵관 중 한 명인 권 원내대표는 재신임을 받으며 주호영 비대위호에 승선했다.

사실 이 전 대표와 윤 대통령, 윤핵관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였던 지난해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부터 갈등의 불씨가 아른거렸다. 당시 이 대표가 지방으로 간 사이 윤 대통령이 입당 선언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악연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다만 당시는 이 전 대표에게도 윤 대통령에게도 서로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터라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본격적으로 신뢰하지 않게 된 계기는 통화내용 유출 논란이 발생했을 때다. 

두 인물의 통화내용이 녹취록 수준으로 정리가 돼 언론에 떠돌게 된 점이 갈등의 촉매제가 된 셈이다. 이런 탓에 대선 기간 내내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는 많은 갈등을 겪었다. 윤핵관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시점도 이와 비슷한 시기다. 윤핵관은 대선 기간 이 전 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애썼다. 

첫 만남부터 대립각 세워
감정싸움서 패권 싸움으로


울산 회동에서 극적으로 화해한 뒤 함께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대선 이후에도 이 전 대표와 윤핵관 세력은 서로를 견제해왔다. 감정싸움에서 패권 싸움까지 이어진 단계다. 패권 싸움의 원인은 대선이 끝난 직후 이 전 대표가 띄운 혁신위가 발단이다.

혁신위는 지방선거 승리 직후 당 쇄신을 목표로 이 전 대표가 출범시킨 구상한 조직이다. 22대 총선 공천 과정 등을 전반적으로 손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데 출범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이 전 대표의 사적 조직이라는 등 논란이 터져나와서다.

결국 혁신위는 당권 싸움에 휘말렸고, 이 전 대표가 윤리위 징계를 받자 최근에는 다소 힘을 잃은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자, 이 전 대표는 자연스럽게 대표직을 박탈당했다. 

이 전 대표는 배수진을 치며 필사적으로 반격 중이다.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여러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타격하고, 원외에 있던 세력들까지도 연일 맹폭을 퍼붓하고 있다. 징계 직후에는 이 전 대표에게 모든 시선이 쏠리면서 강한 책임론에 휩싸였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이 나눈 문자메시지가 보도되면서 여론이 뒤집혔다. 

국민의힘 혼란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가 윤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는 여론이 형성돼서다. 현재는 이 전 대표가 조금 더 유리한 형국이다.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 대통령 대신 주인공 자리도 이 전 대표가 꿰찼다. 

그는 비대위 출범이 부적절하다면서 서울남부지법에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다소 묻힌 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 대표 측에서 주장하는 가처분 신청의 골자는 국민의힘이 비대위로 전환하는 과정에 절차적·내용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이 전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며 비대위 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대통령 향해
무자비 폭격

이 전 대표는 직접 법원 심문에 출석해 윤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며 잽을 날렸다. 앞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의 발언을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윤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는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비꼬았다. 윤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해 앞뒤만 바꾼 셈이다. 

가처분 신청의 기각과 인용을 두고 법원 역시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처분 신청 기각과 인용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은 시점이다. 지난달 29일 배 의원은 “‘오늘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고 이틀 뒤에 조·윤 의원 모두 사퇴를 선언했다. 


3명 모두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퇴서를 제출한 시점에는 차이가 있다. 배 의원이 지난 9일, 조 의원은 일주일 빠른 지난 1일, 윤 의원은 지난 2일이었다. 

윤 의원이 사퇴하기 약 1시간 전 비공개 최고위원회가 열렸고, 권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윤 의원, 배 의원 등이 해당 회의에서 비대위 전환을 위한 소집 요구안을 의결한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요구안 의결이 적절치 못했다고 꼽는 부분이 바로 배 의원의 “오늘 사퇴하겠다”는 부분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정치적으로 사퇴 선언을 했지만, 국민의힘에 공식 사퇴 의사 표시한 게 아니라며 여전히 최고위원의 지위를 유지했다는 논리를 펼친다. 

장기전으로
이슈 끌기

또 배 의원과 윤 의원이 이미 사퇴했더라도, 최고위원회 의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당시 최고위원회는 이 전 대표, 조 의원,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부재한 상태에서 열렸다.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이 충돌하는 또 다른 지점은 과연 비상 상황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다. 국민의힘 당헌 96조1항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최고위원회 기능이 상실된 경우 ▲그 밖에 준하는 사유로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비대위 설치가 가능하다. 


이 전 대표 측은 자신의 당원권 정지를 두고 권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와 최고위에서 궐위(더 이상 직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닌 사고(일시적인 경우)라고 의견을 모았고, 사고라고 결론지은 것을 궐위로 뒤집어 주장하는 게 모순이고, 위배라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것처럼 최고위원이 사퇴하지 않았다면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사퇴했다면 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는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이 전 대표가 6개월이라는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대표가 궐위된 경우로 해당한다며 비상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최고위 구성원 9명 중 이미 김 전 최고위원이 사퇴했고, 배 의원, 조 의원, 윤 의원, 정미경 의원이 각 사퇴 선언을 해 4인 이하가 된 상황도 비대위 출범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다. 지도부 상실이라는 상황으로 여긴 셈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상임 전국위에서 4분의 1 이상의 별도 소집 요구로 상임 전국위가 적법하게 소집된 부분을 들어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해석했다. 

법원 기각·인용 고민
비대위도 여전히 혼란?

세 번째 쟁점은 전국위원 700여명이 ARS(자동응답방식)로 비대위 출범을 의결했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ARS는 의사정족수를 특정할 수 없는 방식이고, 줌이나 비대면 회의 방식은 접속자 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유튜브의 경우 링크로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국민의힘 전국위원이 아니라도 충분히 참여 가능해 이 같은 방식은 큰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대의기관의 구성원이 서면이 아닌 ARS와 같은 비대면 투표를 하더라도 본인이 투표하는 부분을 분명히 하고, 확인 가능한 방법을 강구할 경우 전당대회, 전국위원회 등 회의 및 의결을 비대면 또는 전자회의 혹은 ARS로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이 전 대표 역시 전당대회에서 해당 방식으로 선출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의결을 한 전국위원회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뽑았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기각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까지는 안갯속이다. 만일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이 전 대표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향후 행보는 물론, 정치적 생명까지도 위험할 수 있다. 이미 윤 대통령을 향해 강하게 타격했던 만큼 당원을 중심으로 한 당내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탓에 이 전 대표는 본안 소송까지 제기하며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각을 대비해서 원외에서 세력을 다지는 일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곧 출간을 앞두고 있고, 플랫폼을 만들어 당원을 지속적으로 만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이 전 대표가 판을 단번에 뒤집는 게 가능하다. 윤리위 징계를 받아 당으로 복귀하는 것은 당장 불가하지만 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다. 비대위 역시 자연스럽게 해체된다. 윤핵관 세력 역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을 필두로 한 창당설까지 흘러나온다. 

다만 현재 여론 상황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탓에 윤핵관 측이 불리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윤핵관의 손을 놔야 할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여론이 좋지 않은 윤핵관과의 동행을 선택할 경우 더욱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탓이다.

급히 출범한 비대위 역시 정상궤도를 달리고 있다고 보기는 이르다.

개혁보다는 관리형에 더 방점을 찍었지만, 당내 일부에서는 완전한 혁신형 비대위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서다. 비대위마저 내분이 가속화된다면 국민의힘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수도 있다. 

물러서면 
회복 불가

주 위원장 역시 미리 대비책을 세우는 모습이다. 그는 윤핵관에 포함되는 인물은 아니지만 이 전 대표를 밀어내려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절차를 다시 갖추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은 법원이 지적한 문제만 수정해 비대위를 이어가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 전 대표가 원외 세력 모으기와 장기투쟁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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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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