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죽고 나 죽자’ 이준석 이판사판 복수전

화해는 없다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권교체를 위해 애써 참아왔지만 이젠 완전한 적이다. 서로 참지도 않는다. 긴 싸움은 조만간 결론 지어질 예정이다. 양측 다 물러나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과 이준석 전 대표가 결국 전면전을 벌이게 됐다. 

윤리위 심사 결과 징계를 받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광주 무등산 등반을 시작으로 원외에서 열심히 세를 다지고 있었다.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본인을 지지해준 당원들을 만났다. 이전까지 벌이던 여론전에서 한발 물러난 것. 당장 여론전을 펼친다면 이 전 대표본인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다.

입당부터
갈등 시작

이 전 대표의 침묵은 국민의힘 혼란의 책임에서 약간은 벗어난 모양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게 책임이 넘어가서다. 공식적으로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시점은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이 전 대표는 62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윤핵관, 윤 대통령을 저격하며 날을 세우는 등 할 말은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용한 발언 수위는 예상했던 지점보다 높았다. 그는 “이 XX 저 XX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윤핵관이라고 언급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을 향해서도 “호가호위하는 사람”이라고 강하게 타격했다. 윤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의 지도력이 위기”라며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바라봤던 당 대표와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동맹이 파국을 맞이한 순간이다.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이 전 대표는 각종 방송과 라디오에 출연해 여론전을 펼치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국 상임위를 개최하고, 비대위를 본격 출범시킨 데 이어, 비대위원 등을 신속하게 임명했다. 윤핵관 중 한 명인 권 원내대표는 재신임을 받으며 주호영 비대위호에 승선했다.

사실 이 전 대표와 윤 대통령, 윤핵관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였던 지난해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부터 갈등의 불씨가 아른거렸다. 당시 이 대표가 지방으로 간 사이 윤 대통령이 입당 선언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악연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다만 당시는 이 전 대표에게도 윤 대통령에게도 서로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터라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본격적으로 신뢰하지 않게 된 계기는 통화내용 유출 논란이 발생했을 때다. 

두 인물의 통화내용이 녹취록 수준으로 정리가 돼 언론에 떠돌게 된 점이 갈등의 촉매제가 된 셈이다. 이런 탓에 대선 기간 내내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는 많은 갈등을 겪었다. 윤핵관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시점도 이와 비슷한 시기다. 윤핵관은 대선 기간 이 전 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애썼다. 

첫 만남부터 대립각 세워
감정싸움서 패권 싸움으로


울산 회동에서 극적으로 화해한 뒤 함께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대선 이후에도 이 전 대표와 윤핵관 세력은 서로를 견제해왔다. 감정싸움에서 패권 싸움까지 이어진 단계다. 패권 싸움의 원인은 대선이 끝난 직후 이 전 대표가 띄운 혁신위가 발단이다.

혁신위는 지방선거 승리 직후 당 쇄신을 목표로 이 전 대표가 출범시킨 구상한 조직이다. 22대 총선 공천 과정 등을 전반적으로 손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데 출범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이 전 대표의 사적 조직이라는 등 논란이 터져나와서다.

결국 혁신위는 당권 싸움에 휘말렸고, 이 전 대표가 윤리위 징계를 받자 최근에는 다소 힘을 잃은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자, 이 전 대표는 자연스럽게 대표직을 박탈당했다. 

이 전 대표는 배수진을 치며 필사적으로 반격 중이다.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여러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타격하고, 원외에 있던 세력들까지도 연일 맹폭을 퍼붓하고 있다. 징계 직후에는 이 전 대표에게 모든 시선이 쏠리면서 강한 책임론에 휩싸였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이 나눈 문자메시지가 보도되면서 여론이 뒤집혔다. 

국민의힘 혼란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가 윤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는 여론이 형성돼서다. 현재는 이 전 대표가 조금 더 유리한 형국이다.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 대통령 대신 주인공 자리도 이 전 대표가 꿰찼다. 

그는 비대위 출범이 부적절하다면서 서울남부지법에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다소 묻힌 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 대표 측에서 주장하는 가처분 신청의 골자는 국민의힘이 비대위로 전환하는 과정에 절차적·내용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이 전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며 비대위 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대통령 향해
무자비 폭격

이 전 대표는 직접 법원 심문에 출석해 윤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며 잽을 날렸다. 앞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의 발언을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윤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는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비꼬았다. 윤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해 앞뒤만 바꾼 셈이다. 

가처분 신청의 기각과 인용을 두고 법원 역시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처분 신청 기각과 인용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은 시점이다. 지난달 29일 배 의원은 “‘오늘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고 이틀 뒤에 조·윤 의원 모두 사퇴를 선언했다. 


3명 모두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퇴서를 제출한 시점에는 차이가 있다. 배 의원이 지난 9일, 조 의원은 일주일 빠른 지난 1일, 윤 의원은 지난 2일이었다. 

윤 의원이 사퇴하기 약 1시간 전 비공개 최고위원회가 열렸고, 권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윤 의원, 배 의원 등이 해당 회의에서 비대위 전환을 위한 소집 요구안을 의결한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요구안 의결이 적절치 못했다고 꼽는 부분이 바로 배 의원의 “오늘 사퇴하겠다”는 부분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정치적으로 사퇴 선언을 했지만, 국민의힘에 공식 사퇴 의사 표시한 게 아니라며 여전히 최고위원의 지위를 유지했다는 논리를 펼친다. 

장기전으로
이슈 끌기

또 배 의원과 윤 의원이 이미 사퇴했더라도, 최고위원회 의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당시 최고위원회는 이 전 대표, 조 의원,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부재한 상태에서 열렸다.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이 충돌하는 또 다른 지점은 과연 비상 상황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다. 국민의힘 당헌 96조1항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최고위원회 기능이 상실된 경우 ▲그 밖에 준하는 사유로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비대위 설치가 가능하다. 


이 전 대표 측은 자신의 당원권 정지를 두고 권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와 최고위에서 궐위(더 이상 직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닌 사고(일시적인 경우)라고 의견을 모았고, 사고라고 결론지은 것을 궐위로 뒤집어 주장하는 게 모순이고, 위배라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것처럼 최고위원이 사퇴하지 않았다면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사퇴했다면 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는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이 전 대표가 6개월이라는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대표가 궐위된 경우로 해당한다며 비상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최고위 구성원 9명 중 이미 김 전 최고위원이 사퇴했고, 배 의원, 조 의원, 윤 의원, 정미경 의원이 각 사퇴 선언을 해 4인 이하가 된 상황도 비대위 출범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다. 지도부 상실이라는 상황으로 여긴 셈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상임 전국위에서 4분의 1 이상의 별도 소집 요구로 상임 전국위가 적법하게 소집된 부분을 들어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해석했다. 

법원 기각·인용 고민
비대위도 여전히 혼란?

세 번째 쟁점은 전국위원 700여명이 ARS(자동응답방식)로 비대위 출범을 의결했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ARS는 의사정족수를 특정할 수 없는 방식이고, 줌이나 비대면 회의 방식은 접속자 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유튜브의 경우 링크로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국민의힘 전국위원이 아니라도 충분히 참여 가능해 이 같은 방식은 큰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대의기관의 구성원이 서면이 아닌 ARS와 같은 비대면 투표를 하더라도 본인이 투표하는 부분을 분명히 하고, 확인 가능한 방법을 강구할 경우 전당대회, 전국위원회 등 회의 및 의결을 비대면 또는 전자회의 혹은 ARS로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이 전 대표 역시 전당대회에서 해당 방식으로 선출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의결을 한 전국위원회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뽑았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기각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까지는 안갯속이다. 만일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이 전 대표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향후 행보는 물론, 정치적 생명까지도 위험할 수 있다. 이미 윤 대통령을 향해 강하게 타격했던 만큼 당원을 중심으로 한 당내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탓에 이 전 대표는 본안 소송까지 제기하며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각을 대비해서 원외에서 세력을 다지는 일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곧 출간을 앞두고 있고, 플랫폼을 만들어 당원을 지속적으로 만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이 전 대표가 판을 단번에 뒤집는 게 가능하다. 윤리위 징계를 받아 당으로 복귀하는 것은 당장 불가하지만 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다. 비대위 역시 자연스럽게 해체된다. 윤핵관 세력 역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을 필두로 한 창당설까지 흘러나온다. 

다만 현재 여론 상황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탓에 윤핵관 측이 불리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윤핵관의 손을 놔야 할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여론이 좋지 않은 윤핵관과의 동행을 선택할 경우 더욱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탓이다.

급히 출범한 비대위 역시 정상궤도를 달리고 있다고 보기는 이르다.

개혁보다는 관리형에 더 방점을 찍었지만, 당내 일부에서는 완전한 혁신형 비대위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서다. 비대위마저 내분이 가속화된다면 국민의힘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수도 있다. 

물러서면 
회복 불가

주 위원장 역시 미리 대비책을 세우는 모습이다. 그는 윤핵관에 포함되는 인물은 아니지만 이 전 대표를 밀어내려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절차를 다시 갖추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은 법원이 지적한 문제만 수정해 비대위를 이어가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 전 대표가 원외 세력 모으기와 장기투쟁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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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