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오는 꼰대 시대? 중징계 먹은 이준석 후폭풍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이 과거 꼰대 당으로 불리던 시절이 그리운 모양새다. 선거에서 이긴 당답지 않게 주도권 싸움에만 몰두한다. 대표를 몰아낸 꼰대들이 세력 싸움에서 우위를 가지기 편해졌지만 여론은 다소 싸늘하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국민의힘이 폭삭 망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의혹은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측에서 제기했다. 가세연은 이 대표가 성 상납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김철근 정무실장을 통해 7억원의 투자 각서를 써줬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이 폭로 제보자를 만나 성 상납이 없었다는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는 것. 이 같은 가세연 폭로에 대해 이 대표와 김 실장은 줄곧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당원권 정지
초유의 사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지난 4월21일 이 대표를 성 상납이 아닌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 대상에 올렸다. 지난달 22일에는 김 실장의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해 징계 절차도 개시했다. 

이 대표에 대해선 한 차례 논의가 연기됐다. 즉시 당내에서는 이 대표를 향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은 이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고 직접적으로 타격을 가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이 대표의 운명을 결정하는 날이 다가왔다.

저녁 7시경 윤리위를 개최하고, 김 실장과 이 대표가 차례로 출석했다. 이날 이 대표는 윤리위가 개최된 이후 2시간이 지나 나타났다. 윤리위 회부 후 석 달 만의 소명 기회 자리였다. 소명에 앞서 이 대표는 심경을 밝히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몇 차례나 말이 끊기며 천장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였고, 목소리도 떨렸다. 

3시간가량 윤리위 소명을 마치고 나타난 이 대표는 “충분히 소명했다”며 자택으로 귀가했다. 이후 윤리위는 늦은 새벽까지 징계 여부를 논하기 위해 마라톤 회의에 돌입했다.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징계 결과가 나온 시점은 새벽 3시경이었으며 이 대표에게는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윤리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의 4단계가 있다. 이 중 두 번째 수위인 당원권 정지를 받았다. 징계 사유는 이 대표가 윤리 부칙 4조1항에 따라 당원으로서 당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윤리위가 ▲사실 확인서의 가치 ▲이 대표 사건 및 당 전체에 미칠 영향 ▲사실 확인서와 약속 증서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작성된 점 등을 인정한 셈이다. 

이 대표는 윤리위가 내린 징계로 사실상 직무 수행이 어려워졌다. 대표직 유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초 윤리위 징계서 경고만 받아도 이 대표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게 되는데, 당원권 정지로 의결되면서 정치생명마저도 위태로워졌다. 사실상 당 대표에서 사퇴하라는 압박이다.

버티고 식물 대표라도? 
세 잡아도 청년층 반감

윤리위의 중징계 결정이 나오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대선과 지선 승리로 이끈 당 대표를 물증 없이 심증만으로 징계한 건 부당하고 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대표 역시 징계에 불복하는 입장과 함께 이의 제기를 시사했다. 가처분 혹은 재심을 청구할 방침이다.

“당 대표를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항전을 선언한 셈이다.

그전까지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국민의힘 내홍은 한층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 김순래 최고위원이 당원권 정지를 받고 다시 복귀한 사례를 볼 때 이 대표가 물러나지 않고, 6개월 후 대표직에 복귀해 잔여 임기를 수행할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향한 당내 공격에 대해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않았다. 그도 윤핵관 중 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윤핵관 세력과 이 대표는 대선 전부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싸움을 벌여왔다. 당시 주도권을 잡았던 인물은 이 대표 쪽이다.

한발 물러나 있던 윤핵관 세력은 이 대표를 내쫓기 위해 기회를 노렸다. 이 대표는 대표직을 수행해오면서 당내 적이 많았다. 이 대표 편을 들어주던 당내 인사들도 많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를 하던 인물도 딱히 없었다.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경우 대표 권한대행은 권 원내대표가 맡게 된다. 권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 동안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질 가능성도 있다. 

연말까지 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 체제를 유지한 뒤, 내년 상반기 이후 새 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를 여는 방식도 고려된다. 이 대표의 중징계로 당장은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장제원·안철수 의원이 주도권을 일시적으로 잡을 수도 있다.

끝까지
버틸까

정가에선 벌써 차기 당 대표로 안 의원, 사무총장은 장 의원이 맡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서 여러 계파들이 생기면서 선거에서 승리한 당임에도 불구하고 당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 안 의원, 권 원내대표 등 차기 당권주자들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겉으론 모두 친윤(친 윤석열)을 표방하지만 뒤에서는 윤핵관, 비윤핵관 사이의 물밑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대표는 총선 공천권을 갖는 만큼 그 권한이 막강하다.

일각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조기 전당대회에 대해 선을 그은 이유도 조기 전당대회 시 당 대표 출마가 어렵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윤핵관이면서 차기 당 대표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다만 윤핵관 세력이 당장 전면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 윤핵관 중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 의원을 향한 여론이 싸늘한 편인데 윤리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몰아내려는 세력 중 하나로 지목돼서다. 윤핵관이 이 대표의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분위기로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물리적 결과에 따른 당 및 본인들에게 닥칠 역풍을 우려해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징계 결정으로 국민의힘에 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들이 회자된다. 대선 기간 국민의힘의 강력했던 무기 중 하나는 꼰대 정당의 탈피였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젊은 나이에 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됐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변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기대감을 줬으나 이제 그 기대감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시 새누리당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의 징계로 국민의힘이 과거와 같은 꼰대 정당으로 회귀한다면 정당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극심한 내홍을 겪는 사이 더불어민주당에 지지율을 역전당했고, 정당 지지율마저 최근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지방선거 직후 50%에 육박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대까지 떨어졌다.

시동 거는 
윤핵관 세력

국민의힘은 이 대표 체제하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동안 꼰대 정당의 당원 수는 80만명까지 폭증했다. 꼰대 이미지였던 국민의힘을 젊고 신선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년층에선 이 대표의 징계에 대해 토사구팽(토끼가 죽으면 사냥하던 개를 삶아 먹음)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부동층이 많은 청년층 특성상 국민의힘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 외에 국민의힘 내에서 청년층을 포섭할 인물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그는 청년층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알고 있다. 대선 때도 청년층의 니즈를 파악해 유튜브와 쇼츠로 신선함을 불어넣었던 바 있다.

지방선거 때는 최초로 PPAT(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를 도입해 이목을 끌면서 자체적인 검증 단계를 거쳤다. 결과는 압도적 승리라는 결과로 돌아왔는데 민주당 심판은 청년층 대부분이 동의한 사안 중 하나였다. 

이 대표는 보수정당이 포기했던 호남 지역도 달려가는 등 공을 들였다. 이 같은 노력은 호남 일부 지역에서 청년층 지지 30%라는 성적표를 받아냈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쉬지 않고 즉시 ‘혁신호’를 띄웠다.

혁신위원회를 띄워 꼰대 정당 이미지의 탈피 및 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자 곧바로 당내 여러 곳에서 공격이 시작됐다. 이 대표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당원 가입을 연일 독려하고 있다. 청년층이 자신의 독자적인 세를 다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산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까지 악영향?
국민의힘 붕괴 신호탄?

만일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청년 당원들의 반발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정치 ‘선배’들은 이 대표가 불편하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혁신으로 자신의 밥그릇을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표가 이대로 쫓겨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동력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대선서 윤 대통령은 간신히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최근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민심도 흉흉한 편이다.

그의 지지층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거부감으로 대안을 찾던 이들과 청년층 일부가 보수 유권자와 합쳐져 만들어졌다. 문정부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 공정과 상식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을 지지하며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줬다.

앞서 정가에선 일찌감치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손절했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다. 오히려 역풍은 윤 대통령을 향했다.

그러나 당선 이후 윤 대통령은 연일 청년층의 반감을 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일 인사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불거졌기 때문이다. 우호적이던 당 대표 대변인마저 우려를 표했다. 지지율 역시 긍정적인 여론보다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데드크로스를 맞이했다. 

이대로라면 2년 뒤 총선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장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보다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정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물만난
친윤계

이번 윤리위 중징계 의결을 두고 당 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물러난다고 끝나는 싸움이 아니다. 결론도 안 날 싸움을 이어가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지지부진한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여권이 어려운 상황인데 징계로 내보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과거 2015년에도 보수당은 극심한 내홍을 겪으며 붕괴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장 소장은 “국민의힘의 지지층이 분열될 것”이라고도 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준석 또 다른 뇌관 박근혜 시계 진실공방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성 접대 공방 의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시계 논란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창조경제 1호 벤처로 불린 아이카이스트 간부였던 A씨는 지난 6일 JTBC 취재진을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이 적힌 남녀 시계 세트를 공개했다. 

A씨는 “박근혜 이름이 적힌 시계 세트는 2013년 8월경 김성진 대표가 받아서 선물로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에게 성 상납을 한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인 김 대표는 옥중에서 “2013년 이 대표에게 성 상납을 하고 보답으로 시계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시계를 받은 날은 2013년 8월15일이라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말이 서서히 안 맞기 시작한다”며 “8월15일 독립유공자들에게 배부한 시계를 제가 같은 날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은 시점 자체가 틀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해당 시계가 성 접대 의혹 사건의 실마리를 풀 단서로 보고 시계를 확보해 조사 예정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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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