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오는 꼰대 시대? 중징계 먹은 이준석 후폭풍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이 과거 꼰대 당으로 불리던 시절이 그리운 모양새다. 선거에서 이긴 당답지 않게 주도권 싸움에만 몰두한다. 대표를 몰아낸 꼰대들이 세력 싸움에서 우위를 가지기 편해졌지만 여론은 다소 싸늘하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국민의힘이 폭삭 망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의혹은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측에서 제기했다. 가세연은 이 대표가 성 상납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김철근 정무실장을 통해 7억원의 투자 각서를 써줬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이 폭로 제보자를 만나 성 상납이 없었다는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는 것. 이 같은 가세연 폭로에 대해 이 대표와 김 실장은 줄곧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당원권 정지
초유의 사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지난 4월21일 이 대표를 성 상납이 아닌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 대상에 올렸다. 지난달 22일에는 김 실장의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해 징계 절차도 개시했다. 

이 대표에 대해선 한 차례 논의가 연기됐다. 즉시 당내에서는 이 대표를 향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은 이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고 직접적으로 타격을 가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이 대표의 운명을 결정하는 날이 다가왔다.


저녁 7시경 윤리위를 개최하고, 김 실장과 이 대표가 차례로 출석했다. 이날 이 대표는 윤리위가 개최된 이후 2시간이 지나 나타났다. 윤리위 회부 후 석 달 만의 소명 기회 자리였다. 소명에 앞서 이 대표는 심경을 밝히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몇 차례나 말이 끊기며 천장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였고, 목소리도 떨렸다. 

3시간가량 윤리위 소명을 마치고 나타난 이 대표는 “충분히 소명했다”며 자택으로 귀가했다. 이후 윤리위는 늦은 새벽까지 징계 여부를 논하기 위해 마라톤 회의에 돌입했다.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징계 결과가 나온 시점은 새벽 3시경이었으며 이 대표에게는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윤리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의 4단계가 있다. 이 중 두 번째 수위인 당원권 정지를 받았다. 징계 사유는 이 대표가 윤리 부칙 4조1항에 따라 당원으로서 당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윤리위가 ▲사실 확인서의 가치 ▲이 대표 사건 및 당 전체에 미칠 영향 ▲사실 확인서와 약속 증서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작성된 점 등을 인정한 셈이다. 

이 대표는 윤리위가 내린 징계로 사실상 직무 수행이 어려워졌다. 대표직 유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초 윤리위 징계서 경고만 받아도 이 대표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게 되는데, 당원권 정지로 의결되면서 정치생명마저도 위태로워졌다. 사실상 당 대표에서 사퇴하라는 압박이다.

버티고 식물 대표라도? 
세 잡아도 청년층 반감

윤리위의 중징계 결정이 나오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대선과 지선 승리로 이끈 당 대표를 물증 없이 심증만으로 징계한 건 부당하고 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대표 역시 징계에 불복하는 입장과 함께 이의 제기를 시사했다. 가처분 혹은 재심을 청구할 방침이다.


“당 대표를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항전을 선언한 셈이다.

그전까지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국민의힘 내홍은 한층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 김순래 최고위원이 당원권 정지를 받고 다시 복귀한 사례를 볼 때 이 대표가 물러나지 않고, 6개월 후 대표직에 복귀해 잔여 임기를 수행할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향한 당내 공격에 대해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않았다. 그도 윤핵관 중 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윤핵관 세력과 이 대표는 대선 전부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싸움을 벌여왔다. 당시 주도권을 잡았던 인물은 이 대표 쪽이다.

한발 물러나 있던 윤핵관 세력은 이 대표를 내쫓기 위해 기회를 노렸다. 이 대표는 대표직을 수행해오면서 당내 적이 많았다. 이 대표 편을 들어주던 당내 인사들도 많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를 하던 인물도 딱히 없었다.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경우 대표 권한대행은 권 원내대표가 맡게 된다. 권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 동안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질 가능성도 있다. 

연말까지 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 체제를 유지한 뒤, 내년 상반기 이후 새 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를 여는 방식도 고려된다. 이 대표의 중징계로 당장은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장제원·안철수 의원이 주도권을 일시적으로 잡을 수도 있다.

끝까지
버틸까

정가에선 벌써 차기 당 대표로 안 의원, 사무총장은 장 의원이 맡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서 여러 계파들이 생기면서 선거에서 승리한 당임에도 불구하고 당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 안 의원, 권 원내대표 등 차기 당권주자들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겉으론 모두 친윤(친 윤석열)을 표방하지만 뒤에서는 윤핵관, 비윤핵관 사이의 물밑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대표는 총선 공천권을 갖는 만큼 그 권한이 막강하다.

일각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조기 전당대회에 대해 선을 그은 이유도 조기 전당대회 시 당 대표 출마가 어렵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윤핵관이면서 차기 당 대표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다만 윤핵관 세력이 당장 전면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 윤핵관 중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 의원을 향한 여론이 싸늘한 편인데 윤리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몰아내려는 세력 중 하나로 지목돼서다. 윤핵관이 이 대표의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분위기로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물리적 결과에 따른 당 및 본인들에게 닥칠 역풍을 우려해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징계 결정으로 국민의힘에 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들이 회자된다. 대선 기간 국민의힘의 강력했던 무기 중 하나는 꼰대 정당의 탈피였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젊은 나이에 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됐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변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기대감을 줬으나 이제 그 기대감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시 새누리당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의 징계로 국민의힘이 과거와 같은 꼰대 정당으로 회귀한다면 정당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극심한 내홍을 겪는 사이 더불어민주당에 지지율을 역전당했고, 정당 지지율마저 최근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지방선거 직후 50%에 육박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대까지 떨어졌다.

시동 거는 
윤핵관 세력

국민의힘은 이 대표 체제하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동안 꼰대 정당의 당원 수는 80만명까지 폭증했다. 꼰대 이미지였던 국민의힘을 젊고 신선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년층에선 이 대표의 징계에 대해 토사구팽(토끼가 죽으면 사냥하던 개를 삶아 먹음)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부동층이 많은 청년층 특성상 국민의힘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 외에 국민의힘 내에서 청년층을 포섭할 인물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그는 청년층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알고 있다. 대선 때도 청년층의 니즈를 파악해 유튜브와 쇼츠로 신선함을 불어넣었던 바 있다.

지방선거 때는 최초로 PPAT(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를 도입해 이목을 끌면서 자체적인 검증 단계를 거쳤다. 결과는 압도적 승리라는 결과로 돌아왔는데 민주당 심판은 청년층 대부분이 동의한 사안 중 하나였다. 

이 대표는 보수정당이 포기했던 호남 지역도 달려가는 등 공을 들였다. 이 같은 노력은 호남 일부 지역에서 청년층 지지 30%라는 성적표를 받아냈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쉬지 않고 즉시 ‘혁신호’를 띄웠다.

혁신위원회를 띄워 꼰대 정당 이미지의 탈피 및 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자 곧바로 당내 여러 곳에서 공격이 시작됐다. 이 대표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당원 가입을 연일 독려하고 있다. 청년층이 자신의 독자적인 세를 다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산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까지 악영향?
국민의힘 붕괴 신호탄?

만일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청년 당원들의 반발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정치 ‘선배’들은 이 대표가 불편하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혁신으로 자신의 밥그릇을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표가 이대로 쫓겨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동력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대선서 윤 대통령은 간신히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최근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민심도 흉흉한 편이다.

그의 지지층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거부감으로 대안을 찾던 이들과 청년층 일부가 보수 유권자와 합쳐져 만들어졌다. 문정부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 공정과 상식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을 지지하며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줬다.

앞서 정가에선 일찌감치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손절했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다. 오히려 역풍은 윤 대통령을 향했다.

그러나 당선 이후 윤 대통령은 연일 청년층의 반감을 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일 인사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불거졌기 때문이다. 우호적이던 당 대표 대변인마저 우려를 표했다. 지지율 역시 긍정적인 여론보다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데드크로스를 맞이했다. 

이대로라면 2년 뒤 총선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장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보다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정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물만난
친윤계

이번 윤리위 중징계 의결을 두고 당 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물러난다고 끝나는 싸움이 아니다. 결론도 안 날 싸움을 이어가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지지부진한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여권이 어려운 상황인데 징계로 내보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과거 2015년에도 보수당은 극심한 내홍을 겪으며 붕괴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장 소장은 “국민의힘의 지지층이 분열될 것”이라고도 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준석 또 다른 뇌관 박근혜 시계 진실공방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성 접대 공방 의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시계 논란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창조경제 1호 벤처로 불린 아이카이스트 간부였던 A씨는 지난 6일 JTBC 취재진을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이 적힌 남녀 시계 세트를 공개했다. 

A씨는 “박근혜 이름이 적힌 시계 세트는 2013년 8월경 김성진 대표가 받아서 선물로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에게 성 상납을 한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인 김 대표는 옥중에서 “2013년 이 대표에게 성 상납을 하고 보답으로 시계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시계를 받은 날은 2013년 8월15일이라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말이 서서히 안 맞기 시작한다”며 “8월15일 독립유공자들에게 배부한 시계를 제가 같은 날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은 시점 자체가 틀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해당 시계가 성 접대 의혹 사건의 실마리를 풀 단서로 보고 시계를 확보해 조사 예정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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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