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종연횡’ 반 이준석 연대 막전막후

이긴 당 맞아? 싸우다 날 샐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국민의힘은 선거를 이긴 당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소문, 익명 인터뷰의 배후로 서로를 의심하며 갈등이 수면으로 떠오르며 매일 싸우는 탓이다. 이를 중재하려는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반복되는 싸움의 연속이다. 입에서 시작된 싸움은 조직 간 싸움으로 깊어져 내홍만 더 커져 가는 양상이다.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 주도권은 누가 잡게 될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관계자), 안철수 의원과 연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의 말 한마디에 모두 달려들어 반기를 드는 수준이다.  초기에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윤핵관, 안철수 의원과 1일 1로 으르렁대고 있다. 

동시 출범
세 다지기

서로에게 수위 높은 발언을 퍼붓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이다. 갈등을 겪고 있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는 모두 친윤(친 윤석열) 세력임을 표방하지만 속으로는 당내 주도권 잡기가 목적이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주도권을 서로 잡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바로 2년 뒤 있을 22대 총선 때문이다. 국민의힘에는 차기 대권 잠룡들이 여럿 있다. 결국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 울타리에 들어 야 입지를 다지기 유리한 만큼 여러 인물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다.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야 대권 준비까지 가능한데 김기현 전 원내대표, 안 의원, 이 대표, 장제원 의원 등 총 4개의 구도가 형성된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는 계파 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말이 파다하다. 김 전 원내대표 중심인 혁신24 새로운 미래(이하 새미래)와 장 의원이 주도로 만든 미래혁신포럼이 닻을 올렸다. 새미래는 총선서 승리하려면 24시간 24절기 혁신을 잊지 말고 준비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첫 모임에서 비회원 8명과 46명 의원들이 참석했다.

권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수준”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모임의 조직력은 견고한 편이다. 야당 시절이었던 21대 국회 초반 김 전 원내대표가 초·재선 의원 30명 정도와 함께 활동한 공부 모임의 여당 버전이다.

장 의원을 주축으로 열린 미래혁신포럼도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공교롭게 이 대표가 띄웠던 당 혁신위원회와 같은 날 열렸다. 당초 장 의원은 민들레(민심을 들어볼래)를 띄웠으나, 윤핵관으로 분류된 인사가 조직의 중심이 되면서 세력화 시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빠졌다.

미래혁신포럼에는 현역 의원만 60명이 참석했으며 이 대표와 비교적 친밀도가 높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권은 김 전 위원장을 초대한 것을 두고 이 대표와 친한 인사들을 포섭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위원장과 윤핵관 세력은 대선 기간 동안 갈등이 깊었던 만큼 그의 참석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격 계파정치 정국 돌입 
주도권 잡아야 나중 유리

대선 기간 선대위를 해체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김 전 위원장은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물러난 바 있다. 이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모임이 깨어 있는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한 모임이라면 (친윤계가)느낀 게 많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당시 후보)만 보고 사는 집단이라는 비판을 다시 상기시킨 셈이다. 장 의원을 비롯해 윤핵관 세력과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는 안 의원 역시 강연자로 나서면서 세 다지기에 몰두 중이다. 

국민의힘 소속이 된 안 의원이 세력을 잡기란 쉽지 않다는 점은 늘 거론돼왔다. 이 같은 우려를 종식시키고자, 안 의원은 새 정부가 출범 후 인수위에 대한 평가나 검찰 인사가 편중됐다는 비판에도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등 윤 대통령과 스텝을 맞췄다.

이에 질세라 이 대표는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통해 세 다지기에 돌입했다. 혁신위는 대부분 비윤(비 윤석열)계로 꾸려졌다.

안 의원의 원내 진입은 김 전 원내대표와 이 대표에게는 달갑지 않은 변수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 지각변동이 활발하다. 김 전 원내대표가 자연스럽게 당권 도전이 가능해졌다는 시각이 많았는데, 안 의원이 본격적으로 세력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연일 새로운 갈등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이유다. 안 의원과 손 잡은 윤핵관은 연일 이 대표를 공격 중이다. 이전에 윤핵관이라는 익명의 언론 인터뷰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핵심이다.

안, 여유 
이, 위태 

그간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공격성 발언을 잘 받아쳤으나 조직이 움직이면서 자신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민들레 등 계파 모임에 이 대표가 강하게 비판한 이유는 의원들을 비롯해 정부 인사까지도 참여할 수 있는 까닭이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민들레 등 모임 조직을 공식기구가 아닌 사조직으로 조율하고 특수한 역할을 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당의 기구 역할을 해버려 기존 지도부의 역할이 무력화되고, 결국 계파 정치로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현재 이 대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를 가릴 시점이 점차 다가오면서 당내 입지도 많이 좁아진 상태다. 

이 대표의 스텝이 자꾸 꼬이자 즉시 윤 대통령 측이 이 대표를 손절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선 이후 이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박성민 의원이 임명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비서실장직에서 사퇴했다.

박 의원은 사퇴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괴로워서 못하겠다며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대표의 비서실장직을 맡으면서 대통령실과 가교역할을 해오던 인물로 윤 대통령과도 친분이 깊다.

윤 대통령이 대구에 좌천됐을 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울산중구청장으로 있으면서 윤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할 때 교류가 활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물없는 사이로 현안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다. 두 인물의 관계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여권에서는 숨겨진 윤핵관 중 한 명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의원의 사퇴로 정치권에서는 친윤(친 윤석열)계가 이 대표를 본격적으로 흔들어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사실상 이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의도인 셈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도 박 의원의 급작스러운 사퇴를 두고 윤심이 떠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그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갈등을 언급하는 자체가 개입으로 보일 수 발생할 수 있다며 입장 표명과 발언을 자제해왔다. 

윤심 따라
결론 날까

박 의원이 사퇴한 뒤, 대통령실에서 이 대표에게 선을 긋는 모습이 이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이 대표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이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아니라며 단호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  

대통령이 사실상 이 대표와 거리두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지자,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NATO 회담 출국 자리도 가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선 “조용히 가고 싶다”는 입장을 밝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당 대표로서 갔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그동안 윤심임을 강조해왔다.

김건희 여사 논란이 나왔을 때도, 윤 대통령의 행보에 비판이 가해지는 대목에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의 탈출구는 사실상 윤 대통령뿐이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손을 잡아줄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당안팎에서는 결국 윤 대통령의 의중이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파열음도 하나 둘 들리기 시작한다. 이 대표로서는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 대표 징계 여부는 오는 7일에 결정된다. 하루 전인 6일에는 당정대(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 회의가 열리는데 당 내홍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협의서 이 대표에 대한 입장을 거론한다면 새로운 해법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윤리위 역시 협의에서 표출된 대통령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전과 달리 비판 수위나 돌발행동을 자중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공격이 득 될 게 없다는 점을 스스로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이 대표가 받아치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 공격이 오는 대로 받아치면 정치적 의도가 없더라도 저절로 고립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이 대표와 거리두기
안철수-윤핵관 손잡고 당 접수

이 대표도 자신이 고립된 상황에 대해 크게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신 지방을 돌며 윤 대통령의 지역발전 공약 등을 챙긴다.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신 자신을 향한 당 안팎의 공격에 대해 무력행동을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기간에도 메시지 노출을 멈추고, 장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행동으로 보여준 바 있다. 

반면 친윤계 및 윤핵관 세력은 안 의원을 앞세워 반 이준석 연대 전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안 의원은 이미 이 대표를 향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태다.

최근 안 의원도 윤심을 부쩍 강조한다. 이 대표의 공격에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동안 이 대표의 공격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과 대치된다. 이 대표가 띄운 간장(간+안철수, 장 의원) 공격에 아직 상처가 많이 남은 듯하다며 이 대표 공격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모양새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최고위원 추천을 두고서도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사실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된 정점식 의원은 안 의원과 가까운 인물이 아니다. 과거 대검 공안부장 시절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수사를 지휘해 당시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였던 안 의원의 사퇴를 이끌어냈던 바 있다. 

일각에서는 두 인물이 불편한 관계임에도 안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배경에는 윤심이 깔린 게 아니냐고 분석한다. 안 의원이 윤핵관 세력과 손 잡는 행동은 서로에게 득이 되는 장사다. 다만 윤핵관이 이 대표를 밀어낸 뒤 곧바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밀어낸 뒤 안 의원을 앞세워 세를 다지면 안 의원 입장에서도 충분히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계파 정치로 혼란이 가중된 상황인데 국민의힘 역시 본격 계파 정치를 시작하면 혼란이 다시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가 나가떨어지더라도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윤계와, 안 의원 반대 세력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조직 행동 
본격 시작

이 고문은 “이 대표가 현재 불안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자꾸 움직이려고 한다”며 “움직이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표로서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당 대표실 관계자는 “윤핵관 세력 등이 더욱 조직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윤핵관, 안 의원의 일정을 보면 이 대표의 어느 부분에서 견제하는지 알 수 있다. 당내 혼란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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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