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이준석 대적'할 민주당 신진세력 해부

돌풍 맞설 영건 군단 띄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30대, 0선 청년 정치인이 제1야당 대표로 당선된 이른바 ‘이준석 돌풍’의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더불어민주당에게 특히 그렇다. 진보 진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젊음과 혁신이란 키워드를 보수 진영에게 모두 빼앗긴 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선 참패 이후 지도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수립, 전당대회 개최 등을 통해 혁신과 변화를 외쳤다. 하지만 이준석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힘에 비하면 제자리걸음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은 부랴부랴 ‘청년 챙기기’에 나섰다.

젊음·혁신
모두 뺏겨

민주당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에게 우선 발언권을 줬다. 통상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발언 순서는 당 대표,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득표 순)으로 진행됐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이 위원의 차례는 마지막이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개혁 경쟁이 불가피하다. 민주당도 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발언 순서를 뒤집은 지도부의 선택은 이준석 돌풍에 대한 맞불 작전으로 해석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취임 이튿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섰다.

여권 관계자는 “아직도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미봉책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국민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지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의 다급한 심정을 이 대표를 통해 엿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의 ‘따릉이 출근’이 대표적인 예다. 이 대표가 취임 첫날인 지난 13일 서울시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자 여권에선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카메라 대기시켜 놓고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 본청까지 (자전거를)타는 것과 (일상에서의 자전거 이용은)다른 것”이라며 “따릉이를 대여하고 거치대에 반납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걷는 시간과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정도라면 선거화보용 촬영을 따로 하면 되겠다. 언론이 무슨 대단한 발견을 새롭게 한 것인 양 대서특필하는 것을 보면 어리둥절하다”고 일갈했다.

이준석 효과에 전전긍긍 민주당
청년 정치인 가장 많은데…왜?

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도 SNS를 통해 “걸어도 되는 거리”라며 “굳이 따릉이 탈 필요가 없다. 복잡하게 출근할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며 안전 수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의 잇단 비판으로 이 대표에 대한 공세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와 맞설 수 있는 청년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오르고 있다. 청년 정치인이라는 키워드로만 보자면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경쟁력이 높다. 40세 미만 국회의원으로 따져보면 국민의힘은 배현진·지성호 의원 등 2명에 불과하다.


민주당에는 ‘초선 5인방’으로 불리는 2030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 등이다.

이들에 대한 기대는 단순한 나이와 세대를 초월해 민주당의 쇄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초선 5인방은 지난 4·7재보선 이후 ‘2030 의원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이 참패한 이유로 ‘조국 사태’를 꼽았다.

당시 이들은 선거 참패 원인으로 “내로남불의 비판을 촉발시킨 정부·여당 인사들의 재산증식과 이중적 태도에도 국민에게 들이대는 냉정한 잣대와 조치를 들이대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억울해하며 변명으로 일관해왔음을 인정한다. 분노하셨을 국민에게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다.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 밀리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한다”고 호소했다.

당장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에게 ‘초선 5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들의 소신 발언은 곧 당 지도부가 공식 사과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2일, 민심경청 결과 보고회와 지난 1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조국 사태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당내 2030
어디 있나

민주당 초선 의원 가운데 가장 젊은 인물은 전용기 의원이다.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1991년생인 그의 나이는 올해로 만 29세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21대 국회에서의 유일한 이남자(20대·남자) 국회의원이다.

전 의원은 소신 발언으로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지난 4월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제발 정신 좀 차리시라”고 일갈한 바 있다.

당시 전 의원은 “애초에 왜 청년들이 주식, 코인 등 금융시장에 뛰어드는지 이해했다면, 이런 말은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며 “지금은 청년들이 평범하게 일자리를 구하고 월급을 모아 결혼하고 집사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도 소신 발언으로 한 차례 주목을 받았다. 2030 의원들이 입장문을 낸 뒤였던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이 의원은 초선 5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지난 4월 “우리가 예전에 보던 것만 보고, 듣던 것만 듣고, 말하던 것만 말하면 민주당의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정치 경력으로 맞붙을 수 있는 의원은 장경태 의원이 꼽힌다. 장 의원은 청년 정치인 가운데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1983년생인 장 의원은 대학생 시절인 2006년 서울시장 후보 캠프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며 정치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장 의원은 대학생위원장,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치며 민주당 청년위원장으로 올라섰다. 장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에 출마하며 당선되는 기염을 토해냈다. 민주당에서 원내로 진입한 청년위원장 출신 가운데 당선된 인물은 장 의원이 유일하다. 


이들 외에도 박성민 전 최고위원이 꼽힌다. 박 전 최고위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발탁한 청년 인사다. 박 전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따릉이 출근이 여권의 공세를 받자 “부끄럽다”고 밝혔다.

박 전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따릉이는 서울 시민의 교통수단”이라며 “따릉이를 이용한 평범한 국민들 보기에 ‘쇼네 아니네’ 정치평론 일어나는 게 올드하다고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박 전 최고위원은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구의역 김군’ 발언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처음으로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고 어떠한 해명이라도 무마는 잘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 전 장관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재직하던 때 공식 회의 석상에서 “걔(피해자 김군)가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는 등 사고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젊음·경력
뒤지지 않아

이 대표의 부상은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된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용퇴론’을 다시 끌어올렸다. 민주당이 선거 참패 이후 이렇다 할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는 와중에 청년 정치인이 제1야당 대표로 올라서면서 기존 세력으로는 변화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으로 해석된다.


이미 586 용퇴론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조국 사태와 코로나 19 여파 등으로 민주당이 위기에 몰리면서 586세대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물러나야 한다는 논리였다.

당시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조국 사태로 민심이 악화되자 “586세대가 16대 국회에 전략공천으로 대거 입성했듯, 새 피를 수혈하기 위한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586 용퇴론의 대상이 됐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당시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그 사람 개인의 시대적 소명이 다했는지,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다했는지, 세상을 바꿀만한 에너지가 없는지를 갖고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늘날 586 용퇴론은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남은 선거가 대선인데 이 상황에서의 당내 핵심 인력인 586 용퇴는 불가능하다”며 “용퇴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선거가 많이 남아 용퇴를 이야기할 타이밍인지 생각이 든다”며 “민주당이 고수했던 여러 가지 정책들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기조들로 전환돼야 하는데, 불가피하게 당내 토론이 돼야 할 지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선 발언권을 얻었던 이 위원은 과거 민주당에서 용퇴론을 외쳤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 위원은 지난 2015년 세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김상곤 혁신위 시절 청년 혁신위원으로 참여해 이인영 의원 등 586 세대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며 586 용퇴론을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 청년과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선점한 만큼, 민주당의 고민도 한시름 깊어지는 형국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청년이라는 표현만 21번 사용한 데 이어 ‘청년특임장관’ 신설까지 언급했다.

거듭되는 586 용퇴론 가능성은?
기세등등 국민의힘, 연일 저격

이날 송 대표는 “존경하는 대한민국 2030 청년에게 우리 민주당은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며 “대통령에게 청년 문제를 총괄하는 청년특임장관 신설을 제안하겠다. 파편적이고 단기적인 청년정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종합정인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대선 주자들도 발걸음을 맞췄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4일 e스포츠 경기장인 롤파크를 방문해 청년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롤)를 체험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e스포츠를 학교스포츠로 편입해) 방과 후에도 연습하고 연마할 기회를 드려서 병역 연기의 범위 안에 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은퇴가 빠른 e스포츠의 특성을 반영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스포츠 선수가 학생 신분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병역을 늦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청년과 병역이라는 키워드가 묶이는 만큼 20대 남성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17일 소셜미디어 틱톡에 독도 홍보 영상을 올렸다. 정 전 총리가 손뼉을 칠 때마다 가죽재킷, 카우보이 의상 등으로 바뀌며 마지막에는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영상이었다.

틱톡이 젊은 층에서 많이 사용되는 만큼, 정 전 총리 역시 청년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당선으로 국민의힘은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청와대와 여당을 ‘꼰수기(꼰대·수구·기득권)’이라 칭하며 날을 세웠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꼰수기에게 어떻게 미래를 맡기고, 꼰수기가 어떻게 민생과 공정을 챙기겠는가”라며 “이것이 청와대와 집권여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여론조사업체 4개사가 공동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지지율 최고치를 경신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7일 발표한 6월3주차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2%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29%를 기록했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국민의힘이 호남(광주·전라)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을 앞섰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서울 34%, 인천·경기 29%, 대전·세종·충청 33%, 대구·경북 50% 등이다. 국민의힘은 호남에서도 12%를 기록,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어냈다.

민주당 곳곳
청년 노려라

민주당은 서울 29%, 인천·경기 28%, 대전·세종·충청 24%, 부산·울산·경남 23%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텃밭인 호남에서는 58%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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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