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데…’ 집안싸움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개혁신당

허은아 VS 이준석계 동상이몽
‘당원소환 투표’서 압도적 찬성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지난 3일, 개혁신당 홈페이지엔 ‘개혁신당 채용공고 관련 안내’라는 팝업창이 걸렸다. 내용은즉슨, 개혁신당 사무처의 당직자 채용 권한은 당헌에 따라 최고위원회에 있으며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고위 의결을 통해서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철근 사무총장은 이날 공지를 통해 “현재 개혁신당은 채용을 진행하지 않고, ‘개혁신당 채용공고’로 돌아다니고 있는 공고는 정식 공고가 아님을 안내드린다”며 “비공식 채용공고를 통한 채용은 모두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채용으로 당의 혼란을 가중한 자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준석 의원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사 중 한 명이다.

앞서 개혁신당은 당 차원서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에 신입 및 경력직 사무처 직원 채용공고를 냈던 바 있다.

최근 개혁신당 내에서 허은아 대표와 이준석 의원의 집안싸움이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달 26일, 허 대표는 이 의원계 지도부가 실시한 당원소환 투표서 찬성 91.93%, 반대 8.07%의 결과가 나오면서 대표직을 상실했다. 허 대표에 대한 당원소환 투표서 압도적 찬성표가 나오자 천하람 원내대표는 이날,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겠다고 발표했다.

허 대표는 “불법으로 점철된 원천 무효”라며 당원소환 투표와 권한대행 체제에 대해 정면 부정하는 등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천 원내대표에 따르면 당원소환 투표엔 으뜸당원 2만4672명 중 2만1751명이 참여해 1만994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1751표에 그쳤다.

천 원내대표는 “당원소환 투표는 전체 으뜸당원 1/3 이상 투표와 유효투표의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된다”며 “으뜸당원 1/3 이상의 투표가 있었고 유효투표 과반수를 넘는 1만9943표의 찬성이 있었으므로, 허은아는 당 대표직을 당연 상실했음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대원 최고위원에 대한 찬반투표도 찬성 2만140표(92.48%), 반대 1554표(7.16%)로 최고위원직의 당연 상실했음을 선포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21일, 허 대표의 부재 속 천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이기인·전성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허 대표와 조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 실시의 건을 의결 처리했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이제 우린 과거의 갈등과 혼란을 딛고 더욱 단단해진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오늘의 당원소환 투표 결과는 당내 갈등이 더 이상 논쟁으로 남아있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 모두에게 힘겨운 시간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고, 특히 지난 몇 주간의 혼란은 당원 및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일이었다”며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더 성숙한 정당이 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반면 당사자인 허 대표는 천 원내대표가 소집한 최고위원회 자체가 위법하며 의결사항 모두가 원천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들을 상대로 당원소환 투표 및 허 대표 직무 정지의 건에 대한 효력정치가처분 신청도 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당 대표 호소인 천하람 국회의원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우리 당은 ‘이준석당’이 맞다. 그러나 ‘이준석만을 위한 정당’이 돼선 안 된다고 수차례 말씀드렸다”고 호소했다. 이어 “왜냐하면 개혁신당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당이기 때문”이라며 “정당 보조금을 받는 이상, 사당이 돼선 안 되는 것이고, 당을 사유화하려면 사비를 들여 개인 조직을 운영하면 될 일”이라고 이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를 위반하며 개인적으로 추진한 당원소환제 투표도 모든 비용을 사비로 충당하셨으리라 믿는다. 공당이라면 기본 원칙과 민주적 운영 방식을 지켜야 한다. 법률과 당헌·당규를 어기면서까지 공당을 특정 개인의 이익에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답게 법과 절차를 지켜라”고 촉구했다.

허 대표는 ‘단순히 나이에 의한 세대교체가 아니다. 반헌법적인 행보를 보이며 구습과 구태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번(20대) 대선서 국민 여러분이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는 이 의원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그렇다면 대선주자로서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는 “정치개혁을 외치며 창당한 우리 당에서 구태 정치를 답습해선 안 된다. 과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다수 당원이 이준석 (국민의힘)대표를 정치적으로 제거하려 할 때 마녀사냥이라며 끝까지 저항하지 않으셨느냐”며 “그때의 개혁가는, 과거의 이 의원이 외쳤던 공정과 상식은 어디로 갔느냐”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022년 8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던 이 의원의 기자회견 발언을 소환한 것이다.

허 대표의 주장은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통상 국내 정당의 존립 목적은 정권 획득으로 통한다. 즉, 자당의 대선후보를 배출하고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뒤 당의 정책이나 기조를 국정 철학에 녹이는 게 정당이다. 실제로 이 의원의 경우, 비교적 젊은 나이(39)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를 다수의 채널을 통해 천명해 왔다.

허 대표 주장처럼 그의 대선 출마가 단순히 개인으로의 욕심으로도 비춰질 수도 있지만, 정치공학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당 대표가 유력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자당 후보를 오히려 깎아내리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들을 일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논란이 일자 허 대표는 지난달 2일 “조기 대선에 대표직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다만, 천 원내대표의 최고위원회의 개최 문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개혁신당 당헌 제23조(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 2항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내 소통 확대와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정례적으로 최고위원회의, 주요 당직자 및 확대당직자회의, 원외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회의 등을 개최할 수 있다. 의장은 당 대표로 한다.

제27조(권한대행)엔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선출 전까지 원내대표, 최고위원 중 선출 시 득표순으로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단 허 대표의 직무가 상실(궐위)된 시점이 지난달 26일이었고, 천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를 개최했던 게 닷새 전이었던 만큼 전후 관계가 바뀐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내대표의 권한을 다룬 제59조(지위)엔 ‘국회 운영에 관한 책임과 최고 권한을 갖는다’고, 제61조엔 ‘의원총회 주재, 소속 국회의원의 상임위원회 등에 대한 배정, 원내수석부대표 및 원내부대표의 추천·임명, 기타 국회 운영에 필요한 사항 처리’가 명시돼있을 뿐, 최고위원회 개최 권한은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당헌 당규에 따라 천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를 개최한 것 역시 절차적 하자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 대표도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원내대표는 의총을 주재한다. 최고위원회 소집 권한은 제게 있다”며 위법성을 주장했다.

그러자 천 원내대표도 “당헌 제57조 제4항 ‘의결사항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그 회의체서 당연 제척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주재 권한대행으로써 회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후 개혁신당은 허 대표와 천 원내대표의 ‘한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허 대표 및 조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서 이준석계 지도부가 실시했던 당원소환 투표에 대해 ‘정치적 쇼’로 치부하면서 “정당 민주주의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허 대표는 “당 대표 호소인이 가짜 최고위를 구성해 대표 직무를 정지시키더니 이젠 명분도 절차도 무시한 당원소환이라는 자극적 프레임을 빌미로 지도부를 강제로 몰아내려 하고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다수의 요구’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라며 “다수의 목소리가 항상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국민의힘서 이준석 전 대표를 축출한 것도 다수의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그것도 정당한 일이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설 연휴 기간 동안, 이 의원이 대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지도부를 무너뜨리고 개혁신당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과 함께,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선 나라와 정당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천 원내대표도 같은 날, 이기인·천성균 최고위원, 이 정책위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별도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그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원들의 목소리가 확인됐기 때문에 (허 대표의 당원소환 투표 효력정지)가처분 등 후속 절차는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선 “허 전 대표는 당원소환 투표에 따라 당 대표직이 상실된 자다. 여기에 대해 불복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내고 당직자들을 징계하겠다고 하는 마당인데, 이런 절차 자체가 원천 무효”라며 “정치적 도의에도 심하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대표의 가처분신청 인용 시 대응법’에 대해선 “압도적 다수의 당원들뿐만 아니라 사무처 당직자 거의 전원 및 주요 정치인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허 전 대표가 당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개혁신당 내홍의 발단은 지난 12월17일, 허 대표가 김 사무총장, 정재준 전략기획부총장, 이경선 조직부총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시작됐다. 김 사무총장과 이 부총장은 이 의원의 창당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개국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해 11월28일, 김 사무총장이 당헌·당규 개정 의견을 허 대표에게 사전 보고하자, 이 내용이 비공개 회의서 질타되면서 급속도로 사이가 틀어졌다.

개혁신당 당직자 노동조합은 “허은아 대표가 자신을 띄우기 위해 당과 사무처 당직자들을 동원하고 7개월간 광주광역시를 4번이나 방문하는 등 쓸모없는 지역 순회 및 보여주기식 간담회를 가졌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도 “고립무원의 지위에 놓인 사람이 결자해지하라. 단시간에 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배척당한 것이 문제고, 사무처 당직자들이 오죽 열받았겠느냐”며 공개 저격했다.

구혁모 화성시 병 당협위원장도 지난 12월18일에 “2~3주 전부터 허은아 대표가 듣기 싫은 쓴소리한다는 이유로 김철근 사무총장을 경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당직자들 사이서도 ‘이준석 측근인데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기우가 현실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문제의 핵심은 허은아 대표의 리더십과 역할로 이준석을 띄우지 않고 ‘자기 정치’를 일삼은 게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허 대표는 이튿날 페이스북에 “이번 논란은 김철근 사무총장과 몇몇 사무처 직원들이 사무총장 권한을 기형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수정안을 논의한 것이 발단”이라며 “최고위원회서 한번 의결된 사항을 최고위 소속도 아닌 일부 당직자들이 수정하려 한 점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무총장에게 경고했고, 이후 여러 사정으로 경질이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허 대표는 문병호 전 개혁신당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히려다가 당내 반대로 실패했다.

현재 개혁신당 홈페이지 상 대표는 ‘허은아’로 명시돼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서 탈당한 이 의원의 주도로 지난해 1월15일 정식으로 창당됐다. 제3지대 보수세력을 표방하며, 양향자 전 의원을 중심으로 창당했던 한국의희망과 합당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선 허 대표와 이 의원계 지도부의 불편한 동침이 결국은 공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계 관계자는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 대표가 당원소환 투표서 압도적으로 찬성표가 나왔다는 점이 시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법원에 낸 당원소환 투표 가처분 신청도 별 다른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허 대표가 이 의원에게 ‘상왕 정치’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은데 공당 대표가 대권주자로 나서겠다는 자당 의원을 깎아내리는 행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짚었다.

이 의원의 대선 출마는 가시화된 형국이다.

현재 ‘내란 혐의’로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40세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 의원은 1985년 3월31일생이다. 통상 대선 일자는 대통령직의 상실이 확정된 날로부터 60일 이후에 치러지는 만큼 걸림돌로 여겨졌던 나이 제한 문제는 해소됐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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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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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