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김상욱이 까는 기득권 카르텔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2.24 10:41:43
  • 호수 1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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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괴로움은 지금부터”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역사회의 기득권 카르텔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공천을 매개로 지역의 왕으로 군림하는 정치인이 많은 현실을 비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의원들을 일컬어 “더불어민주당과 적대적 공생을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당론을 어기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에 참여했다. 이후엔 각종 불이익과 위협을 감수하고,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나 “결국 제가 질 것”이라면서도 “하루 더 정치를 하더라도, 바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난 1월엔 상임위가 행안위서 농해수위로 바뀌었고, 지난 14일엔 울산시당위원장 직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약 두 달이 지났다. 어떻게 견디고 있나?

▲지금까지 겪은 일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에 참여한 날 모두 각오했다. 훨씬 더 괴로운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역의 기득권 카르텔은 제 행동을 정면 도전으로 인식한다. 중앙당 원내지도부도 저에 대해 “반드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저는 정치하기 전엔 울산서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잘 지냈다. 그런데 지금은 조직적인 공격이 들어와 억울한 누명이 많다. 울산시의원·울산 남구의원도 모두 배신했다. 공천을 받아 살아남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후원자도 모두 등을 돌리셨다.

향후 정국이 안정돼 언론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면, 저에 대한 척결 작업이 이뤄질 텐데, 결국은 제가 질 것이다. 선배 의원들은 제게 “지금이라도 돌아오면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저는 단호하게 “하루 더 정치를 하더라도 바르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공격을 감수하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제 지역구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최소 3선은 하는 곳이다. 동료 의원들은 “가만히 있어도 3선은 안정적으로 하고, 그 다음엔 울산시장 하면 되는 소황제·황태자 아니냐”면서 저를 부러워했다. 제게 “왜 그랬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 않느냐”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진행된 우리당 의총에선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얘기는 없었다. 선거와 자리 걱정만 했다. 지향점 없는 정치는 사리사욕이나 당리당략에 빠진다.

-정치를 통해 일확천금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정치로 돈을 벌려고 하는 분들은 빨리 정치를 그만두셔야 한다. 정치인이 이익 1억원을 얻으면, 사회적으로 100억원 이상 손실이 발생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의가 무너진 사회에선 어떠한 번영도 있을 수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국민의힘 의총 보면
나라·국민 걱정 없어”

안타깝게도 정치인들 모두 잘못된 이득을 추구한다. 정치가 득실에 매몰되면, 국민은 가장 어리석은 사람의 지배를 받아 힘들어진다. 하지만 저 혼자서 그 많은 거대 조직을 감당할 방법은 없다. 정치는 자정할 능력을 잃었다. 국민께서 바로잡아주셔야 한다.


-“탄핵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이 또 계엄해서 유혈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 이유는?

▲윤 대통령을 잘 알진 못한다. 그분께서 해 오셨던 말씀과 행동을 통해 추정했다. 말에 신뢰와 책임이 없단 것, 법을 안 지키신다는 것, 본인의 안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란 것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시는 것 같다. 만약 탄핵이 기각되면, 국민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경찰력으로 막을 방법은 없고, 결국 군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계엄군과 반란군·시민이 충돌할 것이고, 미국·중국·북한도 개입할 텐데, 대한민국은 완전히 제2의 시리아가 된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입장에 서서 사법부를 공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극우화되고 있다”는 평도 듣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저는 “보수주의 가치의 심각한 훼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보수가 지향하는 것은 안정적·개방적 사회를 만들어 발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정·합리·포용·자유가 필요하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재판 진행에 하자가 있더라도 중대·명백하지 않은 상태서 함부로 의혹을 제기하거나, 거짓 선동·인신공격해서 재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행위는 법치주의·헌정 질서 훼손이다. 거기에 가담하는 우리 당 당원들은 해당 행위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당 지지율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버틸수록 올라갔다. 그러면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지율이 치솟고 있는데…

▲김 장관 개인보단 강경 보수의 문제다. 진영 내에서 옳고 그름을 고민하고 소신껏 움직이는 사람은 반역자가 된다. 반대로 맹목적으로 충성하고, 돌격대장 노릇을 하는 사람은 진영의 영웅이 된다. 이 논리대로라면, 김 장관은 “북한군에 잡혔지만,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은” 충성스런 용장이다. 진영 논리의 영향하에선 김 장관·전한길씨 같은 사람만 살아남아 다선 의원이 되고, 지도자가 된다.

정치인들은 열심히 진영 논리를 북돋운다. 그들은 서울서의 의정 활동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은 지역 기득권 카르텔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 이를 위해선 공천을 받아야 하고, 당권을 잡아야 한다. 대선은 관심도 없다. 당권과 지역 카르텔을 지키려는 사람의 주적은 민주당이 아니다. 민주당은 적대적 공생 대상이다. 서로 “네 덕분에 우리가 산다”고 말한다.

윤 대통령도 사실은 이용당하고 있다. 윤 대통령을 순교자로 만들어, 그 시체로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이를 정치세력화하면 당권을 잡기 쉬워진다.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김기현·나경원 의원도 윤 대통령에게 당한 게 있다. 윤 대통령을 좋아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대통령도 공무원일 뿐…
사실은 이용당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한덕수 책임총리 체제 파문’ 당시 많은 비판을 듣고, 정치적 동력을 잃었다. 한 전 대표가 현재의 난맥상을 수습하고, 새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겠나?


▲저도 많이 반대했고, 실망했다. 한 전 대표도 정상적인 대선후보가 되려면, 기본적인 검증을 받아야 한다. 반헌법적 쿠데타가 일어났으니, 국민의힘의 정권 재창출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다시 정권을 잡으려면, 정권교체의 실질을 갖출 정도의 혁신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비상계엄 해제에 단호히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분이 대선주자로 나서야 한다. 기존 기득권 세력에 연결되지 않은 분은 ‘두 사람’밖에 없다. 저는 두 사람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지난 12일 개최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헌 토론회에 지도부를 포함한 국민의힘 48명이 참석했다. 여기엔 친한계도 다수 참석했다. 오 시장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당내 기득권 세력은 ‘두 사람’을 대선 경쟁에 못 들어오게 하려고 할 것이다. 오 시장은 양 계파로부터 “중간자적 존재로서 양쪽을 보듬을 수 있는 존재”란 기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켜봐야 한다. 오 시장은 언제나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나라)이 그 다음이며, 임금이 가장 가볍다”고 말했다. 수천년 전, 유학자도 민본을 강조했는데, 우리 정치에선 이조차도 안 보이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유교 문화가 강한데, 문제는 하향식 반민주 교육이라는 점이다. 군사독재도 하향식 반민주주의다. 우리 문화의 토양엔 반민주주의가 아주 강해서, 성군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탄핵 반대자들은 “대통령은 왕인데, 무슨 대통령이 반란을 하느냐. 대통령에 대든 사람이 반란자”라는 말을 많이 한다.


민본도 사실은 반민주다. 제가 감히 민본을 반민주라고 얘기하는 것은 민본을 구실로 반민주주의를 감추기 때문이다. 민본과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란 개념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 문화에 녹아 있는 왕정시대의 유교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 저는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과 헌정 질서고, 법치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대통령도 월급 받는 행정부 소속 공무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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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