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민주당 박창진 부대변인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1.12 14:13:50
  • 호수 15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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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 후
‘민주당 입’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창진 부대변인은 “국회에서 젊은 정치부 기자들 입장에 많은 공감을 했고, 그들의 말은 진짜 중요하다”는 활동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당의 현 상황에 대해서도 “우리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이는 우리 정체성을 스스로 기만하는 행위”라고 짚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창진 부대변인이 지난 2024년 12월 ‘민주당의 입’을 맡은 후 1년이 지났다. 박 부대변인은 <일요시사>와 만나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정치에 입문한 이유와 정의당을 탈당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다음 총선에선 꼭 국회에 들어가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박 부대변인과의 일문일답.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임명된 후 1년이 지났다. 소감을 말한다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의 투쟁·대통령선거 등을 경험하면서 밀도 높은 1년을 보냈다.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이자 노동운동가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 공당의 입이 돼 당의 정책·비전을 국민께 전하는 것은 무게감이 달랐다. 그래서 매 순간 국민의 눈높이에서 상식적인 언어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겸손하게 듣고 당당하게 말하겠다”던 초심을 잃지 않으려 애썼던 1년이었다.

-정의당 시절엔 특별한 역할이 없었는가?

▲정의당 시절엔 제 역할이 거의 없었다. 배제 대상이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현장을 배우기 힘들었다. 부대표를 지내긴 했지만, 회의에 참석하는 정도였다. 작은 당은 의원 중심으로 돌아간다. 당직자들은 보조 역할에 머무른다. 제가 정의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다. 언론도 그렇게 판단한다.

-국회 일선에 있는 젊은 정치부 기자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저는 또래 친구들로부터 “철이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저는 말랑말랑하게 살려고 한다. 그래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옷을 입어보는 등 시도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저는 대한항공에서 24년을 근무했다. 대한항공 승무원 직군 주 연령층은 20대 중후반이다. 그들을 이끌려면 감각적으로 살아 있어야 한다는 걸 많이 느꼈다.

국회에선 젊은 정치부 기자들이 저를 보고 반가워하시면서 말을 많이 걸어주셨다. 이전까지는 말단 기자들의 어려움을 전혀 몰랐다. 저도 직장생활을 말단으로 시작해 사무장까지 올라갔다. 그래서 그들에게 공감이 많이 됐고, 이분들의 말이 진짜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소속 매체의 성향을 떠나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국민께 전달된다. 그래서 그들이 민주주의를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2030세대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데….

▲사안에 따라 청년은 가장 피해를 보고, 제도적 문제에 부딪힌다. 민주당이 외면해선 안 될 약자들이다. 그들이 민주당을 오해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버니 샌더스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유명한 진보주의자다. 84세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유통한다. 그는 청년 그룹을 포함한 약자를 대변한다. 표면적인 나이가 그 세대를 대변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저는 말랑말랑한 감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대한항공 경험 덕에 젊은 기자들 공감”
“기득권·관계성 때문에 대의 정치 좌초”

-땅콩 회항 사건 이후 대한항공에서 5년 더 근무했다. 무슨 일을 겪었는가?

많은 분이 제게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했으면, 비굴하더라도 연봉을 꽤 많이 받았을 것 아니냐”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직장 내 따돌림 때문에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크게 받으면서 육체적인 고통도 느꼈다.

지난 2018년 소송 패소 후 사직하려다가 조현민 한진 사장의 ‘물컵 갑질’ 사건이 발생했다. 저는 관여 아닌 관여를 하면서 회사에서 2년 더 버텼다. 이미 고통을 겪은 사람으로서, 회사에서 쫓겨나 고통을 크게 겪는 사람들과 함께한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 문제에 법·제도로 대응해야 한다.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면서도 정의당에서 정치활동을 했다. 당시 대한항공 내부 반응은?

▲견제가 많았는데 그래도 저는 할 수밖에 없었다. 길거리에 나와서 외치지 않는 이상 불리한 일을 당한 약자들은 구제받지 못한다. 대중은 이들에게 관심도 주지 않고, 제도적 변화도 없다. 저는 소송에서 번번이 패소하면서 우리 사회의 미흡한 제도적 기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많은 어려움을 예상했을 텐데도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제도적 개선을 위해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누구도 대답해 준 적이 없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변해야 하는데, 그들의 기득권·관계성 때문에 대의 정치가 좌초된다. 정치인은 이를 깨달은 후 실질적인 제도 변화·개선을 이끌어야 하고, 현장 경험이 있는 당사자가 입법부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정의당에서 제안해와 정치를 시작했다.

-정의당은 지난 2020년 총선 후 비례대표 5석을 확보했고, 박 부대변인은 비례대표 후보 6번을 부여받았다. 이후 의원 2명이 탈당·사퇴했다. 그런데 이미 정의당을 탈당해서 국회의원이 되지 못했는데….

▲그래봤자, 몇 달 못했을 것이다. 당내 경선 출마 과정에서 돈을 너무 많이 썼다. 당시엔 “약자의 유일한 탈출구는 진보 정당”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보 정당에선 페미니즘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이 득세하는 등 방식으로 이념·정체성에 몰두했다. 그래서 정의당 내부에서 “이러면 안 된다”는 취지의 내부 투쟁을 했지만, 세력이 없어서 쫓겨났다.

“김병기·강선우 논란 엄호 안 돼”
“이번 일로 스스로 성찰·반성해야”

정당은 권력을 쟁취해서 누군가의 삶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특수한 몇 명의 삶을 바꾸려는 정당은 대중 정당이 아니다. 그래서 “더는 같이할 수 없다”고 생각한 후 3년 정도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쫓겨난 것이다. 당내 일부 기득권만 활동해서 실망이 컸다. 이에 실망한 국민도 정의당을 원외로 밀어낸 것 같다.

정의당이 고 노회찬 전 의원의 활동 방향을 계승하는 정당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정의당이 그런 길로 나아갈 때, 저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

-올해 민주당에서 소화하고 싶은 역할은?

▲노동·민생 관련 활동을 하고 싶다. 오는 6월 예정된 지방선거에서도 제가 쓰임이 있다면 충실히 그 역할을 다하고 싶다.

-최근 민주당에선 김병기 전 원내대표·무소속 강선우 의원 관련 논란이 불거졌는데….

▲우리 스스로 성찰·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와 관련해서도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내려고 한다. 우리부터 바뀌려 하지 않는 것은 우리 정체성을 스스로 기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당내에서 그런 논란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강 의원은 권력을 가진 갑이다. 약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면, 강자가 무조건 사과해야 한다. 김 전 원내대표가 공천 헌금 의혹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는 것도 잘못됐다. 김 전 원내대표는 사건을 확대 재생산했다. 결국 이 사건은 수사가 개시되는 등 법적인 사건으로 진화됐다.

민주당도 엄호하거나 “우리 편이니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그래서 민주당도 강 의원을 바로 제명한 후 윤리심판원에 심판을 요청한 것이다.

-향후 선거 출마 계획은?

▲지방선거 관련 계획은 없다. 하지만 이재명정부 성공의 첫 단계는 지방선거 승리다. 그래서 선거에 도움 되는 어떤 역할을 통해서라도 쓸모가 있으면 열심히 제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 다음 총선에서 꼭 국회에 들어가서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제 생각은 변함없다. 이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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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