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친한계 정성국 의원 한동훈을 말하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6.23 16:28:28
  • 호수 15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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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론, 한 구속 못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 같은 당 정성국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에 대해 “탄핵 정국에서 친윤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고 우려하면서도 당내 통합을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일각에서 한동훈 전 대표에게 제기한 배신자론을 일컬어 “대통령에게 직언하려던 게 왜 배신이냐”고 반박했다. 이어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견제할 방법을 “‘국민의 힘’을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의 대선 패배 이유는 무엇인가?

▲조기 대선을 해야 했던 계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위헌적 비상계엄 사태와 그로 인한 그의 파면이었다.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도 지지자들을 실망하게 했던 것 같다. 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제대로 절연하지 않았다.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욕을 좀 듣더라도, 중도 확장을 해야 했다.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은 국민의힘 김용태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처음엔 “당내 주요 직책에 있던 분들이 대선 패배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지도부가) 전원 사퇴해 당이 새출발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김 비대위원장이 5대 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 친윤계 의원들이 당황하면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대선 패배는 김 비대위원장 혼자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 김 비대위원장은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다.


-옛 지도부가 지난달 10일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던 이유는?

▲그분들도 그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그분들이 제시한 명분은 “김문수 전 장관이 한덕수 전 총리와 후보를 단일화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후보를 강제로 교체하는 이유가 돼선 안 된다. 윤 전 대통령과 일명 ‘찐윤’으로 통하는 분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알맞은 후보가 한 전 총리였는데, 김 전 장관은 갑자기 뜬 후보였다.

“한 무너트리려 한덕수 준비한 친윤”
“김문수 통제 어려워 후보 교체 시도”

“통제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울러 한동훈 전 대표가 최종 경선에서 이기더라도 한 전 총리를 이용해 한 전 대표를 무너트리려고 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런 일을 벌일 수 없다.

-한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출마 가능성과 불출마 가능성은 5대 5로 보고 있다. “한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아직은 한 전 대표가 나설 시기가 아니다”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야당이 됐고, 당세도 많이 줄었다. 큰 책임이 수반되는 지방선거도 눈앞에 있다. 한 전 대표는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고, 쉬는 시간이 필요하단 이야기도 있다.

또 “한동훈이 나서야 한다”거나 “한동훈 아니면 우리는 다 죽는다”는 여론이 좀 더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 주장도 있다. “한 전 대표를 꺼리고 거부하는 세력조차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오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란 말도 있다. 한 전 대표는 아직 뚜렷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고민이 많은 것 같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한 전 대표를 배신자로 규정한다.

▲그 시각은 예전보다 상당히 희석됐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일부일 뿐이다. 그들의 주장이 한 전 대표를 구속할 순 없다. 윤 전 대통령 주변에서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명태균 게이트가 불거졌다. 의사협회와의 갈등도 있었다. 위헌적인 비상계엄도 선포했다. 한 전 대표가 이런 상황에서도 윤 전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고 옹호할 순 없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직언하려고 했다. 그게 왜 배신인가. 과거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에게 한 것처럼 한 전 대표에게 나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다.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하겠단 의도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전 대표가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보수의 차기 지도자로 두각을 드러낼 기회가 더 올 거라고 본다.

“‘국민의 힘’ 없으면
국민의힘 존재 못해”

-지난 16일엔 송언석 의원이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송 원내대표는 강하게 부정하지만, “‘도로 친윤당’에 머무른다는 신호 아니냐”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런 평가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원내대표 후보로 출마하신 후보들 모두 계파색이 짙진 않다. 그런데 송 원내대표는 탄핵 정국에서 친윤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송 원내대표를 지지한 의원들은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두려워했을 수도 있다.

-송 원내대표에게 기대하는 대정부·대여 전략이 있다면?

▲“비상계엄·윤 전 대통령 파면·대선 패배 등에 대한 책임과 반성이 밋밋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지적을 분열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이를 바로잡고, 당내 통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또 계파 구분 없이 소통하고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아울러 전당대회를 빨리 치러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지금은 국민의힘의 상황이 복잡해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나 이재명 대통령을 견제하기 어렵다. 우리 의석수(107석)는 한계가 있으니, 국민 여론을 얻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국민의힘은 어떤 야당이 돼야 하겠는가?

▲과거와의 절연을 확실히 해야 한다. 민주당이 통과시킨 3개의 특검법(내란·김건희·채상병)도 윤석열정부와 관련됐다.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고, 친윤이 당 전체를 대변하려고 하면, 국민은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처절한 반성을 거쳐 대안 정당으로서의 위치를 확실히 하고, 보수의 유능함과 필요성을 국민께 호소해야 한다.

또 정부와 민주당에 협조할 건 협조하고, 견제할 건 견제하는 합리적인 정당이란 이미지를 줘야 한다. 이 모든 과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이다. 말 그대로 ‘국민의 힘’이 없으면 우리당은 존재할 수 없다.

-교사 출신 의원으로서 이재명정부의 교육 관련 공약 중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면?


▲교육정책의 일관성·교육 현장과의 소통이 무너지면서 교권이 추락했다. 교권을 강화하면서 교사의 행정 업무를 줄여야 한다. 민주당의 교육 정책 중 국가의 유·초등 교육 책임 강화에 공감한다. 교육환경 개선·기초학력 향상도 중요하다.

또 직업 교육을 강화해 사회에 진출한 특성화고 졸업생이 제대로 대우받아야 한다. 아쉬운 것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다. 듣기엔 좋아 보이지만 지역 거점마다 서울대를 만들더라도, 지역 우수 기업 유치·인프라 구축 등 정주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일선 학교서 진행할 ‘시민교육 강화’가 시민단체 중심의 이념 편향적 교육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 현장에선 가치 중립이 중요하다.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 저도 교육자로서 좋은 정책엔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싶다. 이정부도 제가 우려하거나 지적한 부분을 심도 있게 논의해서 현장의 우려가 없도록 개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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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