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기초 탄탄’ 정치인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지지율 하락 무겁게 새겨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의 새로운 지도부가 탄생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여러 실책으로 인해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첫째도, 둘째도 민생”이라며 지지율 상승 반전을 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쉴 틈 없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친윤 인사인 김 최고위원은 이번 전당대회서 차석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인물이다. 

“평범한 정치를 꿈꾼다. 거창하게 포장한 정치보다는 평범한 사람을 대변하고 싶다”는 게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의 정치 신조다. 남들과 똑같이 소시민이지만, 중앙 정치 무대에 입성해 있는 상황서 이들을 대변하고 싶다는 게 김 최고위원의 목표기도 하다. <일요시사>가 김 최고위원을 만나 지도부 한 달 평가, 중도층 민심을 끌어올 방법, 총선 대비, 앞으로의 목표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병민은 어떤 정치인인가?

▲기초가 탄탄한 정치인이다. 28세에 기초의원으로 정치권에 처음 발을 들였다. 정치를 참여하는 방식에는 여러 경로가 있다. 과거 대학서 총학생회장을 했는데, 당시만 해도 총학생회장 출신 정치인이 꽤 많았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정계에 입문하는 경우들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서구 유럽의 선진 모델을 공부하면서 안정적인 경험을 갖고 올라가는 모델들을 한국에도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당에서 여러 활동을 하면서 최고위원으로 뛰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인이 어느 날 갑자기 반짝 스타로 떠오르기보다는, 정말 낮은 단계부터 한 계단씩 밟고 올라와 평가를 받고, 좋은 성과를 낸 사람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정치모델을 선보이고 싶다. 그게 내가 꿈꾸는 정치다. 

-광진갑 당협위원장이다. 민주당의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데, 내년 총선서 자신 있나?


▲지난 지방선거서 12년 만에 구청장 자리를 탈환했으며 시의원도 마찬가지다. 굉장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들였다. 분위기가 참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2020년 낙선 이후에 지역을 위해 열심히 활동해왔다. 중요한 점은 총선이 전체적인 하나의 분위기 흐름, 이른바 바람이라고 하는 구도 속에 치러지는 선거지만 지역주민을 위해 진심을 담아 활동해온 게 잘 전달됐다고 말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해 쌓아왔고, 중앙 정치에 몸담은 만큼 우리 당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일으켜 확실하게 총선서 승리하도록 노력하겠다.

-기억에 남는 광진구민의 말이 있다면?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가 우리 아들, 딸의 친구라는 말이다. 광진구서 용마초, 용곡중, 대원고 같은 지역을 대표하는 학교들을 졸업했다. 이른바 지역 토박이로 자라났다. 우리 지역 출신이 나와 국회의원이 된 적이 아직 한 번도 없다.

그런 의미서 구민들께서 지역발전을 위해 국회의원이 되달라고 말한다. 구민들이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도대체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하신다. 광진구는 1980~1990년대에는 나름대로 중산층이 많이 살던 곳이다. 초기 계획도시로 단독주택 저층 주거지 중심지였는데, 난개발이 됐다.

중랑구, 동대문구, 성동구는 지난 세월 발전 속도가 빨랐지만, 그동안 중곡동을 비롯한 우리 지역은 변화 없이 그대로다. 오랜 기간 이 지역을 이끌어온 인물 대부분이 민주당 사람들이다. 변화에 대한 갈망과 갈증이 많은 지역으로 꼭 바꾸고 싶다. 

-새로운 지도부 탄생 한 달이 지났다. 평가해본다면?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던 시기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000원 아침밥 사업이다. 민생 중심 행보를 펼쳤던 게 가장 크게 정책 뉴스로 회자가 된 부분이다. 이 사업은 민주당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에게도 함께하자고 공문이 왔을 정도다. 민주당을 끌어들인 좋은 선례로 남게 돼 뿌듯하다.

1000원 아침밥 사업은 지난 비상대책위원회부터 이야기하면서 끄집어왔던 이슈다. 정책 정당으로 가는 길에 하나씩 전진하는 시기였던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우리 당의 여러 설화 때문에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린 일이 공존한 시기로 평가하고 싶다. 

성과 낸 사람 성장하는 정치 모델 필요
설화 있을 때 당 하락하는 건 시간문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말실수, 설화가 있을 때 지지율이 5%, 10% 깎이는 건 시간문제다. 이런 일들로 안타까움이 있지만 당 지도부는 정책 정당, 민생 정당의 길로 걸어들어가려 한다. 

-국민의힘의 정책 효능감은 과거 대선 기간 상당히 높았다. 무당층이 지지를 보낸 이유도 구미가 당길만한 사안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중도층 민심을 잃고 있다 

▲정책의 효능감을 계속 가져오기 위한 실제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통령선거 때를 회상하면 우리 당의 볼모지였지만 광주·호남 같은 경우에는 복합 쇼핑몰 유치 공약을 내세우면서 지역민의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실제로 역대급 투표 결과도 나왔다. 당시 민주당은 해괴망측한 논리로 이야기했지만 강기정 광주시장이 따라오면서 그 내용이 추진 중인 상황이다. 앞으로도 집권당으로서 펼쳐나가야 할 정책적 역량을 충분하게 보여주겠다. 중요한 건 결국 민생이다. 민생의 눈높이에 맞춰 삶의 변화를 끌어내 앞으로 남은 시간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과거의 지지세와 다르게 전주을 4·5 재보선 결과가 좋지 못하다. 광주, 호남의 민심이 심상치 않은데… 

▲선거 결과가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 직전까지 정운천 의원이 출마하겠다고 하다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어려워진 지역이기도 하다. 준비가 미흡했던 측면이 있어 김경민 후보가 고전했다. 사실 이런 일들은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벌어졌다. 당에서는 반면교사 삼아 지난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때 호남지역의 민심을 가져올 수 있던 동력을 확보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 

정부 정책 냈을 때 당과 엇박자 위험
내년 윤석열 대통령 평가하는 시험대

-최근 무당층이 40%까지 늘었다. 일각에서는 제3지대 출현설까지 분출된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로 역대 총선마다 나온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추진해오던 제3지대가 성공하지 못했던 예도 많다. 중요한 건 양당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됐다는 데 있다. 우리가 무겁게 새겨야 할 지점이다.


특히 과거에 있던 민주당정부에 실망했던 중도층 유권자들, 더 나아가 이번 정권교체 이후에 현 정부와 국민의힘에 실망한 유권자의 마음을 가져올 방법을 깊게 고민할 때다. 정책적·정치적 실점을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실책을 줄이고 보완해나가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지지층만 챙기는 게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특히 최근 최고위원들의 설화가 잦다

▲일부 정치인의 발언을 일반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줄곧 중도적이고, 더 바깥에 있는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행보를 계속 걸어왔다. 지도부서 하는 많은 정책적 메시지, 걷는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내엔 많은 다양성이 존재하는데, 이런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로 전당대회서 당원분들이 우리에게 표를 준 거다. 이걸 더 우리 당의 전체적인 문화로 확전시키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다. 걱정하는 일들처럼 한쪽만으로 바라볼 일은 없다. 

-당정 일체가 지지율 하락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당과 정부가 지지율 동반 하락을 하고 있다

▲정부가 어려움을 겪을 때 당이 나서서 정부를 공격하거나, 정부가 정책을 냈을 때 당이 정부와 엇박자는 위험할 수 있다. 국민적 비난과 당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거의 바닥까지 간다. 당정 일체라는 표현을 여러 사람이 쓰지만 우리는 집권당이다.


당정 일체라는 건 엇박자가 나지 않고, 국민적 눈높이와 신뢰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당의 기본적인 목적은 정권을 획득해 같은 생각과 이상주의를 함께 실현하는 결사체다. 정권을 통해 우리의 뜻을 펼치기 때문이다.

다만 잘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잘못한 걸 잘했다고 이야기하는 게 문제다. 결국 국민적 눈높이를 가장 잘 맞출 수 있도록 정당과 정부가 함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당정회의를 통해서 정책 주도권이나 많은 부분을 당에서 전폭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이건 당정 일체가 아니라 당이 주도해서 정부의 정책을 국민께 바싹 다가가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총선 인물, 구도, 바람, 정책으로 치러
민주당, 리스크 탓에 중도층 표심 한계

-과거에는 당정 일체의 폐해를 우려해 당정 분리도 했다. 수위를 어느 정도로 설정하는 게 좋다고 보나?

▲건강한 협력관계가 되는 게 맞다. 당과 정부는 운명공동체다. 우리 당이 배출한 정부고 당연히 운명공동체로서 함께 무한책임을 지게 된다. 잘못되고 있는 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그건 문제다. 이와 함께 보완할 수 있는 보완적 관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실에서는 5월 개각설이 나온다

▲지난 1월에도 신년 개각설이 나왔다. 5월은 윤 대통령 취임 1년이 되는 날이다. 역대 어느 정부나 집권 1년 차가 되면 전면적으로 소폭 개각이냐, 중폭 개각이냐 이런 얘기들이 나온다. 다만 역대 정권들을 살펴보면 역량평가를 통해 바꿔야 할 교체 대상과 새로운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그런 인사 교체들은 늘 있었다. 

-내년 총선 위기라는 분석이 많다

▲총선은 흔히 인물, 구도, 바람, 정책 측면에서 치러진다.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변화다. 총선 때가 좋은 인재 영입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인재 영입은 하나의 구색 맞추기 쇼처럼 비치는 걸 지양해야 한다.

첫째로 안정감 있게 미리 당의 전문성을 담보하고, 새 비전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을 넘쳐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한 달이 안 된 상태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지만, 앞으로는 신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분들이 필요하다.

둘째로 집권당이 치러야 하는 총선은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시험대다. 국민이 왜 윤 대통령을 뽑았는지, 국민적인 효능감을 높이는 일은 필수다. 

-일각에선 총선 승리도 중요하지만, 윤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위해 측근을 총선 다수 배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설로 생각한다. 지난 전당대회를 보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출마한다는 등 별의 별 이야기가 있었다. 정치 현실과 밖에서 이야기한 하마평은 다르다. 과거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정권에 몸담았던 청와대 인사들이 총선을 앞두고 나왔던 이야기들은 있다. 그러나 정권과 함께 국정운영에 역할을 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건 국민의 보편적 눈높이를 벗어나는 수준이다.

그러면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선거는 복합적인 사안에 대한 작용이 함께 이뤄지는 것이라 특정하게 잘라 이야기하기 어렵다. 아직 1년 정도 남은 상황 속에서 한동훈 차출설, 용산 인물 대거 투입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정권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을 정치적으로 프레임을 거는 시도로 이런 이야기들은 결코 도움되지 않는다. 

-총선 때 천하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이 기용될까?

▲선거 승리를 위해 적합한 사람을 ‘꿩잡는 매’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게 지도부의 역할이다. 선거 지역마다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출마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당 지도부의 역할이다. 

-차기 원대대표는 당 대표와 어떻게 호흡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보나?

▲원내대표는 정책위의장과 호흡하는 자리로 원내 법안 처리의 최전선에 서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주당의 포괄적인 법안 처리 공세를 막아내야 할 의무를 띤다. 김 대표가 민생 중심으로 폭넓게 국정운영의 흐름을 그리고 있는데 우리가 더 작은 정당이지만, 하려는 일을 국민께 더 알리고 문제를 끌고가는 원내 리더십은 필수로 갖춰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심각한데, 최근 국민의힘이 지지율을 역전당하면서 이런 전략들이 잘 안 통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를 공격해 그 반사이익으로만 정치를 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이 대표 리스크는 현존하는 현실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질 게 아니다. 언젠가는 국민의 앞에 명명백백 밝혀지는 날이 온다.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지 않는 상황으로 끌고 가는 게 민주당이 하는 일이다. 우리 당은 국민을 대신해 대장동 일당이 가져간 수천억원대 범죄 혐의의 진실을 밝혀내는 일에 당연히 목소리를 낼 것이다.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은 일시적이라고 보나?

▲여론조사마다 편차가 크다. 통상 여론조사의 경우 리얼미터 조사를 말한다. 응답률 2~3% 조사에서 여론의 흐름을 표집하기 어렵다. 갤럽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10% 넘게 나온다. 전화면접 조사까지 하는 곳이다. 여론조사는 퍼센테이지보다는 흐름을 볼 필요가 있다.

중도층, 무당층의 정치 관여도가 좀 빠지고 거기에 나타나는 양당 정치에 대한 실망적인 부분이 커졌을지언정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간 건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은 우리 당도 반성하고, 뭐가 잘못됐는지 찾는 과정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걷어내지 않는 이상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평범한 사람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고 싶다. 정치가 거창하고, 대단한 서사를 가진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을 대변하기 위해 눈높이를 맞춰 공감하는 정치가 정말 필요하다. 나도 아이 3명을 키우고 있다. 사교육비 부담 등 매일 여러 가지 고민 속에서 살아가는 소시민 중 한 명이다. 누구나 가진 고민을 공유하면서 이 내용을 정치서 바꿔낼 수 있는 일을 하겠다. 어떤 정치적 지위에 있더라도.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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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