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민주당 영입인재 11호 ‘미니스커트 여경’ 이지은

“‘조선제일검' 깨는 거 보세요”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 정체성은 ‘여성’과 ‘경찰’이에요. 그 교집합을 무기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인재로 영입된 이지은 전 총경의 말이다. 부산서 태어난 이 전 총경은 경찰대를 졸업하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총경 계급까지 승진했지만 윤석열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다가 경정급 보직으로 좌천됐다.

이지은 전 총경은 지난 1월 퇴임식을 마쳤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묻어났다. 또 다른 쓸모를 찾아 국회로 발걸음을 튼 이 전 총경은 ‘검찰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성별을 불문하고 혐오범죄의 표적이 된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음은 이 전 총경과의 일문일답.

-지난달 민주당 영입인재 11호로 선발되셨다. 민주당과 함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정치는 훌륭한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기회가 되면 나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힘든 시기를 겪던 중 민주당서 함께하자는 요청이 왔고 드디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2022년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총경 회의에 참석했다. 이후 중앙경찰학교 교무과장서 전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팀장으로 발령났는데 당시 상황은 어땠는지?

▲경찰국 신설은 경찰 조직을 30년 전으로 되돌리는 행위다. 원래 경찰은 내무부 산하의 치안본부 시설에 있었는데 당시 고문치사, 간첩 조작 등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민주화의 물결과 함께 1991년에 비로소 경찰청이 독립했는데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검찰과 권력이 다시 한 몸이 됐다.


그래서 총경들이 각자 휴가까지 써가면서 회의를 했고 결국 그 결과 몽땅 좌천한 것이다. 나는 어떤 곳이든 맡은 자리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포자기한 상태로 낙담하던 차에 민주당으로부터 인재 영입 제안을 받았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현재 경찰을 대하는 윤정부의 태도를 평가한다면?

▲검찰총장 출신인 만큼 초반에는 사적 복수심이 있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검찰과 경찰은 70년 동안 지휘 복종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검찰개혁을 통해 협력관계가 됐는데 윤 대통령으로서는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검찰과 윤석열 ‘윈윈’ 전략
“권력의 검찰 사유화 막아야”

마치 우리 집 종노릇 하던 하인이 어느 순간 본인과 동등한 위치가 됐다고 하니 이를 감정적으로 수긍하기 힘들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든다. 나는 윤 대통령이 검찰을 사유화했다고 본다. 검찰의 힘을 정권을 유지하는 데 활용하고 대신 검찰의 권한을 확대해줌으로써 서로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윤정부 출범 이후에는 ‘묻지마 기소’라는 단어도 생겼다.

▲문재인정부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조금 줄여놨지만 검찰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 얼마 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관한 의혹 47개가 전부 다 무죄로 결론 났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무죄가 나왔다. ‘조선 제일의 칼잡이’라는 이름으로 멋지게 칼을 휘둘렀는데 알고 보니 무고한 사람을 향했다. 그래도 검찰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반면 자기 편에 대해서는 칼을 뽑지도 않는다. 이 경우에는 ‘무조건 불기소’라고 말할 수 있겠다.


-칼부림 사건, 부산 돌려차기 등 흉악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국회 차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 첫 번째는 현장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두 번째는 범죄를 낳는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국회는 입법 기관인 만큼 안전과 관련된 법을 강화하거나 경찰이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높여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하기 위한 ‘경찰개혁 입법’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정치권이 팔을 걷고 나서야 할 일이다.

-사회구조의 어떤 점을 지적하고 싶은가?

▲혐오다. 갈등이 많은 사회는 늘 범죄율이 높다. 경제가 어렵거나 증오가 많은 사회서도 범죄율은 상승한다. 결국 사회구조를 바꿔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가안정, 주거 문제 등 모두 국회서 풀어 나갈 수 있는 일들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대상으로 한 테러 사건 역시 궤를 같이한다.

정부 욕심으로 빛 잃은 경찰
조직 휘어잡은 윤에 쓴소리

증오와 혐오의 정치서 비롯된 언어가 서로를 향한 증오를 키우고 결국 범죄로 이어진 것이다. 단순히 경호를 늘리는 것에만 그쳤지만 근본적으로는 혐오를 종식할 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 결국 무엇이 혐오인지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경찰’이라고 칭한다. 여성 문제 관련해서도 관심이 많은 듯한데?

▲혐오 종식의 연장선상서 이야기하자면 혐오란 ‘소수자를 아주 불결하고 열등하게 여겨 집단서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것’을 말한다. 여성 혐오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 이 사람을 배제하는 걸 뜻한다.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젠더 기반의 폭력범죄, 그리고 ‘여성의 몸을 소비하고 지배하는 권리를 남성이 가지고 있다’는 성차별적 사상까지 넓게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여성 혐오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이고 범사회적으로 편견과 혐오에 대항하는 교육, 홍보, 연구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

-총선 출마 여부도 궁금하다.

▲전적으로 당의 결정에 따르겠지만 나는 ‘현장형’이기 때문에 지역구를 조금 더 선호한다. 경찰을 하면서 발령장 하나로 전국을 돌아다녔다. 발령 나는 곳이 나의 고향이자 운명이고 인연이라는 생각으로 근무해 왔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총선서 승리해 윤정부를 심판하는 데 나의 쓰임을 다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경찰이 ‘국민의 경찰’이 되는 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금 윤정부는 경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장악해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경찰은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때 본연의 빛깔을 찾는다. 경찰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윤정부의 욕심을 걷어내고 경찰 본연의 빛깔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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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