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민주당 영입인재 11호 ‘미니스커트 여경’ 이지은

“‘조선제일검' 깨는 거 보세요”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 정체성은 ‘여성’과 ‘경찰’이에요. 그 교집합을 무기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인재로 영입된 이지은 전 총경의 말이다. 부산서 태어난 이 전 총경은 경찰대를 졸업하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총경 계급까지 승진했지만 윤석열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다가 경정급 보직으로 좌천됐다.

이지은 전 총경은 지난 1월 퇴임식을 마쳤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묻어났다. 또 다른 쓸모를 찾아 국회로 발걸음을 튼 이 전 총경은 ‘검찰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성별을 불문하고 혐오범죄의 표적이 된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음은 이 전 총경과의 일문일답.

-지난달 민주당 영입인재 11호로 선발되셨다. 민주당과 함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정치는 훌륭한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기회가 되면 나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힘든 시기를 겪던 중 민주당서 함께하자는 요청이 왔고 드디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2022년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총경 회의에 참석했다. 이후 중앙경찰학교 교무과장서 전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팀장으로 발령났는데 당시 상황은 어땠는지?

▲경찰국 신설은 경찰 조직을 30년 전으로 되돌리는 행위다. 원래 경찰은 내무부 산하의 치안본부 시설에 있었는데 당시 고문치사, 간첩 조작 등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민주화의 물결과 함께 1991년에 비로소 경찰청이 독립했는데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검찰과 권력이 다시 한 몸이 됐다.


그래서 총경들이 각자 휴가까지 써가면서 회의를 했고 결국 그 결과 몽땅 좌천한 것이다. 나는 어떤 곳이든 맡은 자리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포자기한 상태로 낙담하던 차에 민주당으로부터 인재 영입 제안을 받았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현재 경찰을 대하는 윤정부의 태도를 평가한다면?

▲검찰총장 출신인 만큼 초반에는 사적 복수심이 있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검찰과 경찰은 70년 동안 지휘 복종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검찰개혁을 통해 협력관계가 됐는데 윤 대통령으로서는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검찰과 윤석열 ‘윈윈’ 전략
“권력의 검찰 사유화 막아야”

마치 우리 집 종노릇 하던 하인이 어느 순간 본인과 동등한 위치가 됐다고 하니 이를 감정적으로 수긍하기 힘들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든다. 나는 윤 대통령이 검찰을 사유화했다고 본다. 검찰의 힘을 정권을 유지하는 데 활용하고 대신 검찰의 권한을 확대해줌으로써 서로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윤정부 출범 이후에는 ‘묻지마 기소’라는 단어도 생겼다.

▲문재인정부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조금 줄여놨지만 검찰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 얼마 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관한 의혹 47개가 전부 다 무죄로 결론 났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무죄가 나왔다. ‘조선 제일의 칼잡이’라는 이름으로 멋지게 칼을 휘둘렀는데 알고 보니 무고한 사람을 향했다. 그래도 검찰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반면 자기 편에 대해서는 칼을 뽑지도 않는다. 이 경우에는 ‘무조건 불기소’라고 말할 수 있겠다.


-칼부림 사건, 부산 돌려차기 등 흉악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국회 차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 첫 번째는 현장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두 번째는 범죄를 낳는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국회는 입법 기관인 만큼 안전과 관련된 법을 강화하거나 경찰이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높여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하기 위한 ‘경찰개혁 입법’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정치권이 팔을 걷고 나서야 할 일이다.

-사회구조의 어떤 점을 지적하고 싶은가?

▲혐오다. 갈등이 많은 사회는 늘 범죄율이 높다. 경제가 어렵거나 증오가 많은 사회서도 범죄율은 상승한다. 결국 사회구조를 바꿔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가안정, 주거 문제 등 모두 국회서 풀어 나갈 수 있는 일들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대상으로 한 테러 사건 역시 궤를 같이한다.

정부 욕심으로 빛 잃은 경찰
조직 휘어잡은 윤에 쓴소리

증오와 혐오의 정치서 비롯된 언어가 서로를 향한 증오를 키우고 결국 범죄로 이어진 것이다. 단순히 경호를 늘리는 것에만 그쳤지만 근본적으로는 혐오를 종식할 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 결국 무엇이 혐오인지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경찰’이라고 칭한다. 여성 문제 관련해서도 관심이 많은 듯한데?

▲혐오 종식의 연장선상서 이야기하자면 혐오란 ‘소수자를 아주 불결하고 열등하게 여겨 집단서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것’을 말한다. 여성 혐오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 이 사람을 배제하는 걸 뜻한다.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젠더 기반의 폭력범죄, 그리고 ‘여성의 몸을 소비하고 지배하는 권리를 남성이 가지고 있다’는 성차별적 사상까지 넓게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여성 혐오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이고 범사회적으로 편견과 혐오에 대항하는 교육, 홍보, 연구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

-총선 출마 여부도 궁금하다.

▲전적으로 당의 결정에 따르겠지만 나는 ‘현장형’이기 때문에 지역구를 조금 더 선호한다. 경찰을 하면서 발령장 하나로 전국을 돌아다녔다. 발령 나는 곳이 나의 고향이자 운명이고 인연이라는 생각으로 근무해 왔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총선서 승리해 윤정부를 심판하는 데 나의 쓰임을 다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경찰이 ‘국민의 경찰’이 되는 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금 윤정부는 경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장악해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경찰은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때 본연의 빛깔을 찾는다. 경찰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윤정부의 욕심을 걷어내고 경찰 본연의 빛깔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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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