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위기의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말하다

“늘 그랬던 정의당답게 반드시 일어설 겁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권에서 노란색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상징으로 통하는 색이다. 현재는 국회 제3당인 정의당을 대표하는 색이기도 하다. 그런 정의당이 위기에 내몰렸다. 현 정치권에서 정의당이 대표적인 진보정당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내년 총선에 정의당의 자리가 있겠냐는 가혹한 비판이 나온다.

몰락 위기에 몰린 정의당이 최근 반전을 꾀하려는 모양새다. 무슨 당 2중대라는 오명을 탈피하고,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 속에서 옛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찾기 위해 정의당만의 노선을 다시 걷는 중이다. 

“분명 우리 당은 부침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당으로서 정체성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의당에 쭉 몸담아온 이정미 대표의 발언으로 그도 현재 정의당이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4기 정의당 대표에 이어 7기 정의당 대표직을 수행 중인 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의당이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탓이다. <일요시사>가 이 대표에게 정의당의 새 노선, 총선 대비, 비전과 목표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의당의 10년을 되돌아본다면?

▲대한민국의 소위 다수 소선거구제라고 하는 정치제도 안에서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용기가 있어 지금까지 정의당이 존재했다. 수많은 제3정당이 탄생했고, 멸망해갔는데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정당이다. 정의당의 위치와 위상을 확보해왔다는 점이 가장 의미가 있다.

선거 시기에 일정한 인물들이 등장해 제3정당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려 했다가 실패하고 없어지는 과정이 많았다. 정의당 입장에서는 성공의 과정도 있었고, 실패의 과정도 분명 있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에 제3정당의 필요성에 부합되는 길을 찾아가기 위해 굳건히 살아남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쉬웠던 점은?

▲제3정당이 어떤 위상을 차지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집권 가능성까지 열어주기 위한 정의당의 세력이 더 확장됐어야 한다. 전체적인 풀도 더 커졌어야 했는데, 당 안팎으로 여러 가지 부침이 있으면서 정의당에 투자해서 투자한 만큼의 승수가 나온다고 하는 확신을 아직까지 국민에게 안겨드리지 못했던 점이다. 

-국민에게 확신이나 믿음을 좀 받지 못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다음에 저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 더 많이 만들어졌어야 한다. 그 인물을 계속 키워내지 못했던 게 아쉽다. 특히 지금 정의당이 직면해있는 한계 중 하나가 재선 국회의원을 더 이상 만들어내고 있지 못한 문제다.

노회찬, 심상정으로 대변되는 정의당이 다음에는 어떤 인물이 재선 국회의원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의당의 다음을 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으로 자리 잡게 만들어가는 연결성을 계속 가져가지 못했던 것도 굉장히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다.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한 탓도 있어 보인다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진보정당이 그 시대의 변화를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대안들을 좀 더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들이 약화됐다는 그런 비판을 많이 받는다. 특히 불평등 시대, 기후위기 시대 같은 시대적 위기감들은 우리가 많이 이야기해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대중에게 제시하는 부분이 부족했다.


“집권 가능성 세력 확장 아쉬워”
“입장 일관되게 포인트 쌓았어야”

제3의 정당이라면 거대 양당과는 다른 정의당만의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일관되게 보여주면서 우리 포인트를 쌓아갔어야 한다. 지금껏 쌓아온 포인트가 무너지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정의당도 기성 정당화됐다는 지적을 많이 하신다. 

-거대 양당에 비해 정의당은 당의 힘만으로 버티긴 힘들어 보인다

▲부자들은 망해도 3년은 먹고 산다. 거대 당들은 이런저런 실수도 있고, 부침도 있다. 실망감을 많이 안겨드려도 당의 힘으로 버텨냈다. 그러나 정의당은 당적 기반이 아직도 취약하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정의당이 안정감을 가진 정치세력을 가졌다고 인정받기 전이다. 이런 탓에 부침이 자주 있다. 당 내부의 체질이 많이 허약해진 점도 굉장히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이 다시 태어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만큼은 다른 기류가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당명도 바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결국 재창당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 방식 중에 하나다. 당 대 당 통합을 통해 다른 정당으로 거듭나거나, 기존의 정의당이 가지고 있던 부분을 완전히 다 탈바꿈 하는 부분이다.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다 열어놓고 재창당 추진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목표는 내년 총선을 통해 정의당이 정당다운 위상과 국민이 요구하는 당다운 효능감을 안겨드릴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인정받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정의당을 상징하는 색깔은 노란색이다

▲우리가 어떤 세력과 더 크게 손을 잡을지, 이런 것들 속에서 당명과 당의 색이라는 부분도 어떤 세력과 함께 공유하는 가치 속에서 결정이 돼야 한다.

-노선이 바뀐 것도 지지를 잃게 된 이유 중 하나 아닌가?

▲정의당이 지난 2, 3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의당이 가장 주력했고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결국 일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입법 투쟁 과정이 있어서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도 정의당이 한 달 넘는 단식을 통해 얻어냈다.

이번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과정에서도 정의당이 85일간 천막 농성을 하면서 전 당원이 집중해서 싸웠다. 그런 점에서 우리 당이 일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정당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페미니즘 노선 등이 패착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동의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불합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지금 시대를 우리는 복합 위기 시대라고들 이야기한다. 하나의 문제만을 해결해 이 사회의 불합리성, 불평등함이 해결되기는 어려운 시대다. 중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답을 내놔야 하는 역할은 정의당에 있다.

“당다운 효능감 안겨 다시 재건”
“앞으로 캐스팅보트 역할할 것”

또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존 양당들로만은 노동권, 여성, 장애인, 중·소상공인들이 목소리를 대변해오지 못했다. 정의당은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고 부당한 대접을 받은 사람의 목소리를 내는 당이다. 이런 목소리들을 정의당이 집약해서 제대로 실행해나가려 한다. 

-과거 민주당 2중대라는 별명이 있었다. 최근에는 정의당만의 노선을 확립하겠다고 하면서 깐깐해졌다를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번이 두 번째 당 대표다. 정의당 4기 당 대표 때도 잘하는 건 잘한다. 못하는 건 못한다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목표였다.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입법 활동이라고 하면 누구라도 함께 손을 잡고 연합할 수 있는 게 정치다. 정치라는 게 극단적인 이해관계자들이 단순히 싸움만 하는 게 아니다.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치인들이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단순히 정당 간의 어떤 연대와 연합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 안에서 상수로 존재한다. 그러나 거대 양당이 극단적인 대결 정치를 벌이다 보니 정의당의 어떤 입장과 태도가 민주당과 가까우면 민주당 2중대로, 국민의힘에 가까우면 국민의힘의 2중대로 불린다. 이런 프레임으로 정의당을 규정해왔다.


-이번에는 어떻게 다른가?

▲이번 7기에서 당 대표가 되면서 나는 그런 프레임을 거부하는 중이다. 어느 당에 가깝냐고 정의당을 평가하는 것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이 법원에 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걸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거부할 수 있다는 지점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자체적인 판단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우리가 2중대가 되지 않기 위해 굳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건 더더욱 아니다. 정의당의 존재 이유가 남의 눈치나 보려고 있는 것도 전혀 아니다. 더 이상 이런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 

-바뀔 정의당이 내세우는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

▲국민의 눈높이서 모든 정치 현안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겠다. 이게 1차 목표다. 노동자를 말하면 예전에는 소위 ‘나인 투 식스’라는 말처럼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을 주로 떠올린다. 또 그 사람들이 만드는 어떤 노동조합도 생각하기 쉽다. 지금은 노동의 영역이 너무 다변화돼버렸다. 일하는 장소, 시간, 자신의 업무를 지시하는 형태도 너무나 달라졌다.

“국힘 과반 의석 반드시 저지”
“윤, 노조 기능 모르고 혐오”

이런 점 때문에 기존 노통 형태 영역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정작 노동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다수 노동자의 삶의 현실에 우리가 다시 접근해가야 한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제일 많이 검색했던 키워드가 기후위기다. 기후위기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지금부터 내야 한다.

출산율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0.78명이라는 충격적인 숫자가 집계됐다. 인구절벽에 대한 문제와 기술변화에 따른 인간의 미래에 대해 한 걸음 앞서 정의당이 사회 비전을 제시하려고 한다. 

-내년 총선은 어떻게 대비할 예정인가?

▲정의당이 그동안 굉장히 취약해져 있는 지역 기반을 다시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 정의당이 열심히 뛰고 있는 지역이라고 하는 근거지를 다시 잘 세워나갈 예정이다. 다음 총선에서는 적어도 제3당다운 위상을 세우고, 의석을 확보하겠다. 지금 국회가 19대서 21대로 가면서 더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잘못 나아가는 정치를 바로잡기 위한 사명감을 정의당은 가지고 있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은?

▲결국 선거제도라고 하는 것은 각 당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 틀 안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안이라고 한다면 공통분모를 최대한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평가는?

▲의회에서 민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현재 윤정부가 너무 견제받지 않고, 폭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뭘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서로 못하게만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법 권한을 국회 다수 의석이 거부하면 그대로 끝이다. 또 국회 다수 의석이 결정한 일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으로 계속 되돌이표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이 국민의힘 과반 의석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 기회가 사라진다. 이런 점에서 정의당이 선명한 자기 색깔을 가지고 국회 내에 합리적인 조정을 이룰 수 있도록 다시 캐스팅보트가 되는 게 중요한 과제다. 

-노란봉투법에 대해 윤정부에서 반대 목소리를 낸다

▲윤 대통령이 노동조합의 기능에 대해 잘 모르고 심지어 혐오한다는 생각이 든다. 헌법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대한민국 헌법 33조가 왜 있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밥줄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사용자다.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헌법정신을 율사 출신답게 이해줬으면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하청 비정규직 노동 형태가 상당히 많이 나타났다. 기존 노동관계법은 변화된 노동 현실을 제대로 잘 반영하지 못한다. 노란봉투법은 시대 추세에 맞게 노동법도 변화시키자는 게 취지다.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법으로 인해 보호받아야 할 시민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지금의 노동법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그 권리를 잘 부여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노조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꾸고 법률이 갖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를 바란다. 

-당 대표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정의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양당만을 가지고는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보호해야 할 사람들 입장을 다 대변할 수 없다. 반드시 우뚝 일어서겠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