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제품 3년 사용했다’는 커피머신…알고 보니 2016년산

보배드림에 ‘오늘도 평화로운 당근나라’ 피해글
판매자 “환불 불가” 구매자 “경찰에 사건 접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온라인 중고장터 플랫폼 ‘당근XX’서 “얼마 사용하지 않았다”는 판매자의 말에 속아 제조 후 7년이나 지난 커피머신을 구매했다는 사연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8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오늘도 평화로운 당근나라’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지난 7일)업장서 쓰던 원두커피 자판기가 망가졌는데 단종돼 수리가 불가해 혹시나 당근에 같은 제품이 있는지 찾아봤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근처 역삼동에 우리 자판기의 후속모델이 딱!!(있는 걸 발견했다)”며 판매자와 나눴던 대화 메시지 내역을 캡처한 사진 여러 장을 첨부했다. A씨가 제조년월과 제품을 볼 수 있는지 묻자 판매자 B씨는 상OO공3단지 자택으로 가져와서 직접 와서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B씨는 “신품 구매했고 2년 정도 사용해 제품 상태는 좋다. 제조년월은 스티커에 안 나온다”며 “원두 새 봉지는 누구 줘서(없다)…지난 주말에 기계에 넣은 원두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일회용컵은 한 박스 있어서 최소 300개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거래 예약이 잡혔고 A씨는 이튿날(8일)에 자택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날 A씨가 “작동 확인 후 구매하고 싶다”고 하자 B씨는 “며칠 전까지 잘 사용하던 제품으로 지금은 다 빼놨다. 사용설명서 다 드리고, 갖고 가셔서 작동 안 하면 저희 아빠 출동하던가, 환불해드리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새 상품을 산 거였고 한 번도 문제된 적 없어서 이상 없을 것”이라며 “갖고 가셔서 문제 생기면 연락 달라”고 재차 구매자를 안심시켰다.

B씨로부터 “새 상품이다” “제품에 이상 없다” “환불해드리겠다”는 신신당부를 들은 A씨는 ‘굳이 상계동까지 갈 필요 없이 용달 배달 서비스를 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행으로 옮겼다.

A씨는 “이렇게 보지도 않고 믿고 구매한 자판기를 받았는데 상태가 생각보다 영…(좋지 않았다)”며 “지난 11일, 안에 찌든 때 닦느라 두 시간이나 땀 흘리고, 설정 세팅값이 이상해서 동구XX에 AS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서 A씨는 두 가지의 놀라운 경험을 해야 했다. 하나는 AS 접수 후 나흘 만에 해당 업체의 기사가 방문했던 점, 나머지 하나는 판매자 B씨의 설명과는 달리 2016년에 생산된 제품이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A씨가 첨부한 자판기 캡처 사진에는 제조년월이 2016년 1월로 표기돼있다.

A씨는 “아니나 다를까 설치 후에 작동해보니 역시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원두 찌꺼기가 (가루 형태로)저렇게 부셔진 채로 나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판매자 설명과 다른 제품임을 확인한 A씨는 괘씸한 마음에 B씨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어 문자로 문제점들을 설명하면서 환불을 요청했다.


B씨는 “기사님이 사용 불가한 제품이라고 하셨느냐? 저희는 7년 안 썼다. 일주일 전까지 잘 사용했다”며 “2016년식 새 상품을 저희가 늦게 산 건지는 몰라도…사용 불가한 게 아닌데 어떤 것 때문에 환불해달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환불은 어려울 것 같다”고 거절했다.

A씨는 “첫 질문이 제조년월이었고 3년 전, 신품 구매라고 답했다. 제조년월은 제품 내부 스티커에 나와 있는데 아무리 늦게 구매했다고 해도 1년 차이도 아니고 납득하기 어렵다”며 “환불 생각 없으시면 제 방식대로 처리하겠다”고 대응했다.

그러면서 “님이 직접 사용하신 것도 아니고 아버님이 쓰셨던 것 같은데 잘못된 정보로 판매하신 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B씨는 “중소기업 제품의 제조년월과 새 상품 구매 시기는 2, 3년 차이는 날 수 있다”며 10만원 부분 환불을 제의했다. 해당 제품의 거래가격은 70만원이었으며 새 상품은 200만원가량으로 형성돼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A씨는 “문제를 어렵게 해결하려고 하신다. 그 정도로 궁한 사람 아니다. 10만원은 됐다. 이렇게 파시면 안 되는 물건”이라며 “제가 가서 작동 확인하고 사려고 했던 건데 상태가 좋다고 하시길래 믿고 산 게 불찰”이라고 아쉬워했다.

B씨도 “구매 후 자리 위치시키고 계속 닦으면서 사용했고 이제까지 한 번도 문제 없었던 제품이라 상태 좋다고 말씀드렸다”며 지지 않았다.

A씨가 “누가 사용하셨고 관리는 누가 하셨느냐? 브로맥 고무줄은 왜 묶어두셨느냐?”고 묻자 그는 “내부 상태를 보여달라고 하셨으면 보여드렸을 텐데 둘 다 그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한 발 물러섰다.

B씨는 “원하시던 상태가 아니라 당황스러우셨겠다. 나름 막 쓰지 않고 이제껏 문제없이 작동해왔는데 저희도 당황스럽다”면서도 “10만원 깎아드리는 것 외에 환불은 어렵다”고 못 박았다.

A씨는 “왕복 운임비 10만원은 제 불찰 비용으로하고 70만원 전액 환불하시고 물건은 돌려드리겠다. 안해 주시면 사건 접수하는 방법 밖에 없을 듯하다”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그는 “사기인지 아닌지는 경찰이 판단해주겠죠?”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A씨 설명대로라면 판매자 B씨를 비난하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실은 달랐다. A씨의 잘못을 지적하는 댓글이 1, 2, 3위를 찍었다.

전직 커피머신 AS 업종에 종사했다는 한 회원은 “이런 제품은 닥치고 검증해야 한다고 본다. ‘저는 잘 쓰던 것이다. 연식은 제조년월이 저렇다고 한들 판매자가 악성 재고를 구매해서 쓴 것이고 증거가 있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구매 영수증이나 그걸 증빙할 자료를 먼저 요청하고 안 나오면 싸움을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A씨는 “그러게요. 새 제품 사도 200만원인데 돈 좀 아껴보겠다고 샀다가 이 지경이 됐다”며 “판매자도 3년 전, 구매 영수증을 갖고 있을 것 같진 않고 제조사에 시리얼넘버로 확인해보고 일단 경찰서에 접수해봐야겠다”고 답했다.

회원 ‘진짜OOO’는 “말마따나 님이 업자라고 하고 새것으로 갖고 가 안에 부품을 중고로 바꿔치기한 후 상태 안 좋다고 환불해달라고 우기면 어떻게 하시겠느냐”며 “애당초 처음에 확인 제대로 하지 않고 산 글쓴이 잘못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면거래하는 이유가 상태 제대로 보고 거래하기 위해서인데 님이 급해서 얻어온 잘못도 있다. 이번 경우는 오래된 거 3년밖에 안 썼다고 본인이 뭘 파는지도 모르는 듯한 판매자가 문제”라고 말했다.

A씨는 “당근의 장점이 위치기반이라 당연히 저도 직거래만 하는데 판매자가 역삼동 위치로 띄워놓고 물건은 상계동에 있다고 했고, 이상이 있으면 환불해주겠다고 해놓고서 안 된다고 하니 양아X”라고 비판했다.

회원 ‘누구나놀OOOO’은 “제품 3년 정도 사용, 재고품 구매 여부 확인불가, 사용 전에는 잘됐는데 판매 후 고장 유무, 운송 간 고장 유무가 입증이 되지 않아 사기는 성립불가다. 개인 간 거래에 환불조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확인하지 않고 산 구매자 잘못과 판매자의 무지로 9:1 비율이 될 것”이라며 “고소해서 소송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고 판매자가 ‘배째라’고 버닐 경우 경험상 빨리 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반면 “참교육 들어가야 한다”며 A씨를 두둔하는 댓글도 눈에 띈다.


한 회원은 “이게 사기 성립을 떠나 사건이 안 된다면 다 이렇게 판매해도 된다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판매자가 2016년 제조 상품을 3년 전에 신품 구매했다고 했는데 구매한 것을 증빙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못하면 속이기 위한 거짓말로 보면 된다”며 “뻔히 제조년월이 표기된 스티커가 있었는데 없다고 말한 건 명백한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판매자가 ‘작동이 안 될 시 환불하겠다’고 약속한 걸 믿고 구매했으니 제조사의 작동불가 판정을 받고 그냥 사건 접수하는 게…바로 10만원 빼준다고 하는 걸 보니 아예 무지한 건 아니고 막 사용하다가 팔린 건데 70만원을 다른 데 썼거나 버티기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외에도 “이게 어떻게 사기냐? 중고물품이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다. 그냥 10만원 받고 끝내세요” “7만원짜리도 아니고 지방도 아니고, 같은 서울인데 승용차 타고 싣고 오셨어야 했다” “안타깝다. 요즘 믿을 사람이 없다” 등 댓글 반응은 구매자 A씨 부주의로 흐르는 분위기다.

B씨는 환불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부분이 오직 ‘미작동’ 하나 뿐이었던 데다, 작동에도 문제가 없는데 A씨가 환불을 요구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A씨는 B씨의 새 상품 구매 여부 및 스티커의 제조년월 미인지 부분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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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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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