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초점> 갑자기 터진 ‘안세하 학폭’ 논란 아쉬운 이유

추가 폭로에 소속사 “법적 조치, 강력 대응”
일각에선 “당사자 직접 나서 입장 밝혀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잠잠하다 싶었던 연예계에 때아닌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불거졌다. 배우로 활동 중인 안세하가 과거 중학교 시절에 자신을 괴롭혔다며 한 누리꾼의 폭로가 제기되면서다. 사실 유명인들의 학폭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그 시작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배우 윤손하의 자녀가 초등학교 집단폭행 사건에 가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이후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캐나다로 이민가면서 사실상 연예계를 떠났다.

이후 배구선수 자매 이다영·이재영, 배우 지수·서예지, 걸그룹 아이들 멤버 수진, <싱어게인> 출연자 요아리, 배우 전종서 등이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학폭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과거 학창 시절의 폭력 사실을 인정하며 자숙에 들어가거나 선수생활 은퇴 및 소속사와의 계약 해지 등의 된서리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폭 문제가 끊임없이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뭘까? 과거 피해자들이 현재 잘나가고 있는 가해자들의 모습을 지상파를 통해 보는 현실이 불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최초로 폭로된 안세하의 학폭 폭로는 그 누구도 생각지도 못한 이유가 발단이 됐다.

이날 보배에 가입했던 회원 A씨는 ‘연예인 학폭 미투 배우?? 안세하(본명:안재욱) 학폭 고발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안세하가 중학교 시절, 일진의 짱이었다며 학폭 및 악질 행태를 고발하기 위해 글을 작성한다”고 폭로했다.그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최근 창원시를 연고로 하고 있는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 경기의 시구자로 안세하가 참여한다는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보면서였다.

A씨는 “그 사실(NC다이노스 경기 시구자)을 알고 난 후 도저히 그냥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학창 시절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악마같은 놈이 우리 아이가 보게 될 야구 경기에, 가장 좋아하는 구단에 시구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박수 칠 자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너도 혹시 자식이 있다면 빨리 은퇴하고 새 삶을 살길 바란다. 창원에는 제발 나타나지 않길(바란다)”고 질타했다.

A씨에 따르면, 중학생 당시 안세하는 동급생에 비해 덩치가 컸으며 3년 내내 같은 반은 아니었으나 복도를 지날 때마다 폼잡으면서 인상 쓰고 있는 그와 마주치는 일이 잦았다.

그는 “3학년 때 안세하가 여러 일진을 데리고 저를 찾아왔다. 교실 옆에 불투명 유리문으로 된 급탕실이 있었는데, 무리가 저를 데리고 가 큰 유리 조각을 집어들고 저의 배를 콕콕 쑤시며 위협했고, 저에게 일진 무리 중 한 놈과 원하지도 않는 싸움을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승리 기원 애국가/시구 배우 안세하’라는 이미지와 함께 2001년 남산중학교 졸업앨범 사진도 함께 첨부해 거짓이 아님을 인증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저 당시 3학년4반 앞인가? 3층 중앙계단 올라가자마자 옆에 있는 급탕실서 그랬던(폭행)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이 가물한데 매 쉬는 시간마다 그랬고 며칠은 지속됐었다. 지금은 살빼고 배우하는 것 같은데 중학생 당시가 덩치는 더 컸었다”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로 올라왔다.

자신을 ‘같은 학교 졸업한 동창’이라고 밝힌 한 회원도 “직접적으로 당한 적은 없지만 중학교 시절에 악명 높고 피해다니던 친구가 있다는 건 사실”이라며 “창원시 OO동 주민센터 뒤편에 있는 상가 지하 2곳에 오락실이 하나씩 있는데 안재욱(안세하) 있다고 하면 서로 공유하면서 다른 데로 갔다”고 주장했다. 

안세하 지인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도 “평소 보지도 않고 연락도 안하던 친구들이 이 사태 보내줘서 어제오늘 지켜봤는데 그냥 누가 쓴 글인지 뻔히 알 텐데,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그때 어린 시절 철없던 행동이었다고 사과하지. 법적으로 가니 그런 적 없다고 거짓말하면서 네가 안 괴롭히고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시켜서 인터뷰하고 왜 그랬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동창인데 이상하다. 그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 죄를 지었다고?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는데?”라는 댓글도 달렸다. 또 “왜 여기다가…경찰서 가서 고소하세요. 증거랑 증인이 없으니 온라인으로 나락보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일단 중립” “당일 가입은 좀…중립기어 박겠다” 등 조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소속사인 후너스엔터테인먼트는 입장문을 통해 “안세하 학폭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본인 확인 결과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는 친구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이버수사대에 진정서를 넣었으며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소속사 입장 발표 후 현직 교사라는 누리꾼의 추가 폭로도 나왔다.

자신을 A씨와 같은 반 학우였으며 현직 교사라고 밝힌 누리꾼 B씨는 온라인 포털사이트 ‘네이트판’에 게재된 학폭 게시글을 통해 “안세하 무리가 급탕실서 피해자를 집단으로 구타하고 억지로 싸우게 했다. 괴롭힘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보복이 두려워 도와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그런 폭력을 혼자 감내하게 해서 미안하다. 안세하 회사 측에서 명백한 허위 사실이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하는데 필요하다면 법정서 증언할 의향이 있다”며 “이번에는 방관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아울러 “글쓴아, 잘 지내고 있지? 그때는 못도와줘서 정말 미안했다. 재욱이핝테는 꼭 사과받고 안 좋은 기억 떨쳐버렸으면 좋겠다”며 “도움 필요하면 댓글 남겨주라”고 마무리했다.

B씨는 25년 전 당시 담임교사의 이름(홍OO)과 체육교사라는 담당 과목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처럼 학폭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소속사는 재차 “안세하에 대한 학교폭력 게시글과 관련해 해당 게시글에 게재된 폭력 사실이 사실무근의 허위 사실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이와 관련된 조속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입장문을 냈다.

이어 “네이트판에 게시된 허위 게시글에 대해선 발견 즉시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해 조사가 예정돼있으며 허위로 글을 게시한 당사자에 대해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고소 등 추가적인 민·형사상 법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사는 배우 안세하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악의적인 비방글을 게시하는 행위가 발견되고 있어 증거를 수집하고 있고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도 법률대리인을 통해 형사고소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허위 사실 유포 등 불법행위에 대해선 배우가 받게 되는 큰 타격을 고려해 어떠한 선처도 없을 것이고,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근거없이 아티스트를 비방하는 글을 게시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구단 측은 추석 연휴로 예정돼있던 안세하의 애국가 및 시구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날 구단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 배우와 관련한 이슈가 정리되기 전에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구단과 소속사가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소속사 측에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조속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한 만큼 경찰 소환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A씨가 피고발인 신분으로, 자신을 현직 교사라고 밝힌 B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을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과거 연예인 학폭 의혹에 따른 소속사들의 대응 프로세스는 ‘의혹 제기→명예훼손죄로 고소→이후 유야무야’로 늘 한결같았다. 더러 당사자가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소속사 차원의 법적 대응으로 마무리됐다. 

일각에선 이번 학폭 논란의 가해자로 지목된 안세하 본인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소속사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직접 가타부타 사실 여부를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애매모호하게 의혹을 방치했다가 추가 폭로가 나오거나 재판까지 가서 패소할 경우, 이에 따른 배우 및 소속사가 입게 될 데미지는 상상 이상이 될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은 공인으로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 직업이고 사생활과 인격권을 보호받아야 한다”면서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되는 유명인들의 학폭이나 루머 등에 대한 무분별한 확산은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A씨의 안세하 학폭 주장글은 사흘이 지난 현재까지 보배서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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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