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인데도 당할 뻔…” 기막힌 당근마켓 사기 주의보

‘저렴한 가격’ 매물 조심해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갤럭시 S24 오닉스블랙 256기가 팝니다. 미개봉 자급제고 제조년월 2024년 11월입니다. 직접 오셔야 합니다.”

국내 대표 로컬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가입자들의 직거래를 표방하고 있다. 특성상 전국을 무대로 하는 온라인 거래보다는 대면 거래로 직접 제품을 눈으로 확인한 후 계좌이체나 입금하는 방식으로 ‘중고 사기’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견고하게 지어진 성이라도 작은 틈은 존재하는 법. 사기꾼들은 그 좁은 틈을 용케 찾아내 ‘저렴한 가격’과 ‘비대면 거래’로 구매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구매자와 직거래를 약속을 잡았다가 갑자기 사정이 생겼다면서 현금 이체로 비대면 거래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구매자 입장에선 판매자의 아파트 호수와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아야 물품을 취득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선입금해야 하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당근서 65만원 사기당할 뻔했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보배 회원 A씨는 “갤럭시 S24 미개봉 제품이 싸게 올라와서 사겠다고 했더니 특정 시간에 자기 아파트로 오라고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사정이 생겨 문고리에 걸어놨다며 선입금해주면 호수 알려준다고 하더라”며 “며칠 전 비슷한 사기를 조심하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 바로 사기임을 직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종 사기 조심하라고 한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더니 바로 대구서 스타벅스 상품권으로 사기당했다는 쪽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커뮤니티의 다른 회원으로 받은 것으로 보이는 쪽지 화면 이미지를 캡처해 올렸다. A씨가 받은 쪽지엔 은행 계좌번호 및 은행명, 예금주의 이름과 함께 ‘이름 보고 놀라서…저도 오늘 저 계좌로 입금하고 스타벅스 기프티콘 당했다. 전 OO인데 혹시 지역이 어디인지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묻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저와 전혀 다른 지역서 똑같은 계좌로 똑같은 날에 사기당했다. 전국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OO은행 계좌번호는 평생 계좌번호라고 임의로 정할 수 있는 번호인데, 없애고 다른 번호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 번호도 사기치고 난 이후에 또 바꿀 텐데, 아마도 계좌도 대포통장일 것이다. 다른 분들에게 많이 알려 달라. 지금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기 수법”이라고 부연했다.

한 회원도 “저도 네이버 중고나라서 똑같이 당할 뻔했다. 직거래만 한다고 하니 아파트 이름 알려주면서 사진을 보내왔다”며 문자메시지와 문 앞 물건이 담긴 종이가방 사진을 게재했다.

사기꾼은 “선생님, 제가 급한 일 때문에 회사에 들어가봐야 해서 문앞에 놨다”며 “송금 확인되면 공동현관, 호수 말씀드리겠다. 물건 확인하고 연락달라. 너무 죄송해서 더 네고(할인)해드리겠다. 95만원만 입금해달라”고 계좌번호와 예금주 정보를 보냈다. 다행히도 해당 회원은 사기 피해는 당하지 않았다.

해당 제품(삼성 갤럭시 S24 256g 자급제 스마트폰)은 온라인서 현재 최저 91만5000원선서 100만원을 호가해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미사용도 아닌 미개봉 제품을 65만원에 판매하는 것은 사기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데도 굳이 구매를 시도했어야 했냐는 주장이다.


‘사기당할 뻔’했던 공익 목적의 사연에 대해 회원들은 “상식적이지 않은 가격은 사기 피해를 부른다”며 A씨에게 책임을 전가한 반면, 일부 회원들은 “다른 사람들은 당하지 말라고 친절하게 글 올린 거 아니냐”며 갑론을박 중이다.

지적 댓글에 A씨는 “다른 커뮤니티에 올렸을 때도 초반엔 이런 댓글이 달리다가 나중엔 조심해야겠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피해자 탓을 하기보단 코로나 이후 비대면 중고 거래서 자주 보이는 사기 수법이니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다른 회원은 “다른 사람들 당하지 말라고 친절하게 글 올렸는데 왜 피해자에게, 아니 피해자 될뻔한 사람에게 뭐라 하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도 “사기를 치는 놈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문제는 있지만, 애초에 사기칠 생각이 없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나 저렴하게 사려고 하는 마음은 다 똑같을 테고 지적질당할 만큼 잘못된 건 아닐 텐데, 어떤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두둔했다.

또 다른 회원은 “사기의 시작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고 혹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만나서 물건 확인 후 현금 거래하거나 계좌이체 외엔 거래를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훈수했다. 또 다른 회원은 “갤럭시 S24 신형을 65만원에 파는 것 자체가 사기”라고 거들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사기꾼이 사기 치고 당근을 탈퇴해버릴 경우, 피해자가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물론, 아예 구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법상 사기죄 신고는 피해자가 직접 경찰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관할 경찰서(온라인 경찰서, 파출소 X) 민원실을 찾아 진정서 및 진술서 작성 후 안내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 신고 준비물로는 신분증, 채팅 내용, 입금 내역 등 사기 피해 입증자료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이름 등 개인 정보를 모르는 경우, 수사기관에 당근으로 공문(압수수색검증영장)을 보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사기 피의자라고 하더라도 휴대폰 번호나 계좌번호 등의 개인 정보를 경찰서에 제공하기 위해선 법원의 압색 영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압색 영장에는 당근 프로필 옆의 #알파벳+숫자ID, 닉네임/ 지역, 채팅방 생성 시각 등을 사기꾼을 식별하기 위한 정보를 기재하며 채팅방을 나갔거나 탈퇴했을 경우, 피해자의 계정 닉네임, 고유 아이디(전화번호), 채팅방 생성 시각을 적으면 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비대면 거래 시 사기 위험이 높은 만큼 가급적 대면 거래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제품이 올라왔을 경우, 일단 거르는 게 우선”이라며 “괜히 ‘미끼 매물’에 욕심냈다가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기 예방을 위해서는 무조건 직접 만나서 물건 상태도 꼼꼼히 확인한 후 거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중고 제품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혹하지만, 사기꾼들은 이런 구매자의 마음을 악용하는 게 문제”라며 “경찰에 사기죄로 신고하더라도 피해를 보상받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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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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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