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절도에 손발 떨려” 50배 배상 요구한 편의점주 논란

부모에 알바비 39만원 요구
“경찰·학교에 신고” 협박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마트, 무인점포 등을 지나다 보면 ‘절도 시 100배 배상’ 같은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점주 입장에선 도난 사고가 생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겠지만, 금액이 소액이거나 절도범이 어린 학생일 경우 높은 배상금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와 유사한 사례가 소개되면서 회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물건을 훔친 학생 A군의 부친이라고 소개한 50대 A씨는 25일, ‘아들이 편의점서 김밥과 사이다를 훔쳤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지난주, 6학년생인 A군은 대전 소재의 한 편의점서 김밥, 사이다 등을 훔치다가 사장 B씨에게 발각됐다. 부모의 연락처를 묻는 B씨에게 A군은 자신의 번호를 건넸다.

A씨의 연락처인 줄 알았던 B씨는 “2일 간의 알바비 26만원을 배상하라”며 “아이가 물건을 훔친 충격으로 두통이 심해 주말 동안 병원에 있었다”면서 “22일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고 학교에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더 이상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A군은 “제가 혼날 짓을 했다”며 입금 약속 하루 전인 21일 밤이 돼서야 A씨 부부에게 사정을 털어놨다.

뒤늦게 자초지종을 들은 A씨는, 지난 22일 A군과 함께 편의점을 찾아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교육시키겠다. (이 일을 일찍) 알았으면 바로 찾아 왔을 텐데, 늦게 찾아와서 죄송하다”고 고개숙이면서 알바비와 훔친 물건값 50배 금액을 배상하기로 구두 약속했다.


이튿날 B씨는 문자메시지로 “오늘도 (A군 때문에) 손발이 떨리고 머리가 너무 아파 알바를 써야 할 것 같다”며 계좌번호와 함께 알바비 하루치를 추가로 요구했다.

A씨는 “(B씨의 요구에)너무 황당했고, 일도 너무 바빠 그날은 입금을 못했다”고 고백했다.

하루 동안 입금이 되지 않자 B씨는 “알아서 처리하겠다. 내일 A군 학교에 가서 사례로 받은 음료수를 도로 돌려 주겠다”면서 “손이 벌벌 떨린다. 일을 못하겠다. (이 일로)남편이 화가 많이 나 있다”고 협박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A씨는 “지금 입금 완료했으니 아이 상대로 협박하지 마시라고 문자를 보냈다”며 “그랬더니 (B씨가)언제 협박했냐며 사과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 아이가 잘못한 것은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아이를) 많이 혼냈고, 매도 때렸다”며 “누워서 침 뱉기라는 것도 알지만 저도 조금 화가 난다. 어디 얘기할 곳은 없고 넋두리한다고 생각해 달라”고 털어놨다.

사연을 접한 대부분의 회원들은 “아들이 잘못한 건 맞는데 편의점 측 대응이 더 잘못된 것 같다” “가게 주인이 아이를 빌미로 금품갈취를 한 것 같다. 변호사 사무실에 상담받아 보시라” “편의점 점주가 문제가 있다. 경찰에 신고하라” 등 B씨의 행태를 비판했다.

자신을 편의점 점주라고 밝힌 한 회원은 “물건 값에 대한 배액배상은 도의적으로 해줄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하지 않아도 된다”며 “정성 어린 사과와 물건 값만 결제하시면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일부는 “나였으면 아무리 바빠도 입금부터 했을 것 같다” “회사 일도 중요하지만 훔친 것에 대한 합의금을 빨리 보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등 A씨의 대응을 지적하기도 했다.

형법 제9조에는 ‘만 14세되지 않은 자(형사미성년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초등학교 6학년(만 12~13세)인 A군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민법 제755조 ‘감독자의 책임’에 따라 자녀가 입힌 손해의 책임은 부모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절도로 인한 스트레스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과도한 합의금 요구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훔친 물건의 100배를 배상해야 한다는 등의 경고를 보고 많은 분들이 걱정하지만, 과도한 합의금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일요시사>는 A씨에게 구체적인 문자 내용, 입금 이후 B씨와의 대화 여부 등을 취재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일요시사> 보도 이후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오후 6시 기준).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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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 수장’ 정청래 100일 성적표

‘거여 수장’ 정청래 100일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9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짧은 시간 안에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3대 개혁을 전광석화처럼 처리하는 등 이룬 성과만큼 뒷말도 많았다. 정치권에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며 예견된 결과라고 입 모아 말한다. 풀액셀을 밟으며 달려온 지난 100일, 정 대표가 걸으며 남긴 발자취를 되짚어봤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서 정청래 후보와 박찬대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정 후보가 승기를 거머쥐었다. 최종 득표율은 61.74%, 양 후보간의 득표차는 32.96%p로 당심이 의심을 넘어서는 기록을 보였다. 온건파와 강경파의 프레임 전쟁에서 당원들이 강경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또 엇박자 통제 불능? 지난 9일 100일을 맞은 정청래 대표는 개혁 완수를 목표로 쉼 없이 달려왔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통과시켜 검찰청을 해체한 민주당은 사법개혁 동력을 얻기 위해 대법원을 정조준했다. 언론개혁 역시 12월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 내내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셋째도 개혁”이라며 선명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당원 역시 개혁을 빠르게 끝낼 정 대표를 택했고 “정치 효능감을 느낀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그런 정 대표를 따라다닌 꼬리표는 ‘자기 정치’다. 특유의 화법과 강하게 밀어붙이는 불도저 스타일로 대통령보다 여당 대표가 더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통상 여당 대표는 정부를 뒷받침하는 ‘그림자’처럼 움직여왔다. 정 대표는 이 같은 관례를 엎고 정치 1선에 나서 내란 세력 척결과 개혁 완수를 외쳤다. 정 대표는 주저하지 않았다. 당선 나흘 만에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위를 가동하고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며 추석 전 검찰개혁을 마치겠다고 자신했다. 대통령실은 “민감한 쟁점의 공론화 과정 필요하다”며 사실상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가 대통령실을 누르고 투사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고, 대통령실은 “당정 갈등은 없다”며 연일 진화에 나섰다. 다음으로 이루어진 사법개혁 역시 잡음이 일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 수석은 KBS라디오에서 “당 입장과 운영 방향에 대해 취지는 전부 동의하지만, 가끔 속도나 온도의 차이가 날 때가 있지 않느냐”며 “(당에) 대통령의 생각을 잘 전달했을 때 당이 곤혹스러워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각종 개혁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생각이 달랐다는 점을 에둘러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기 내내 이어질 ‘자기 정치’ 프레임 “모든 건 당원의 뜻” 벌써부터 공천 잡음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발표하는 각종 민생 정책보다 정 대표의 강경 발언이 더욱 눈에 띄었다는 점에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경주 APEC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며 정부의 외교 성과가 두드러지나 싶더니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띄우면서 시선을 빼앗자 또다시 엇박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대통령 재판중지법인 이른바 ‘국정안정법’을 띄웠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재판에서 핵심 관계자들이 유죄를 받자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재점화했고, 비슷한 시기에 민주당이 사전 차단에 나서면서 ‘이재명 지키기’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권력의 범죄를 덮기 위한 맞춤형 입법을 즉시 중단하라”며 이 대통령을 정치판 한가운데로 끌어들였다.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실이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간담회를 통해 국정안정법 추진에 대해 추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관세 협상과 APEC 정상회담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 등 당이 집중해야 할 사안이 많으므로 시선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아울러 박 대변인은 “(입법을) 미루는 게 아니라, 아예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본회의 부의 상태로만 유지하고 더는 논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PEC 성과 발표 이후에도 국정안정법 추진 계획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은 계속해서 “정 대표는 자기 정치할 시간도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치고 나가려는 당 대표와 이를 제지하려는 대통령실의 모습이 반복되면서 뒷말이 나온다. 이 같은 배경에는 강경파인 정 대표의 성향과 그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를 지지하던 이들은 빠르고 강하게 치고 나가는 정 대표의 스타일을 선호한다. ‘조용한 개혁’으로는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란 불안감이 있어 잡음이 일더라도 개혁은 완수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정 대표는 자신을 대표로 만들어준 지지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당원을 위한 당원에 의한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누구를 선출하든 위에서 한 명을 골라 뽑는 게 아니고 밑에서 받쳐 올리는 구조”라며 “당원의 힘은 계속해서 강해질 수밖에 없다. 정 대표가 당선 후 당권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여야 할 것 없이 앞으로 정치는 더욱 당원 중심 위주로 갈 것”이라고 봤다. 당선 직후 정 대표는 당원권 강화를 위해 당원주권정당 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특위는 ‘대의원 1인 1표제’ 등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시 정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 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정 대표와 당원의 권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대표는 “이번 선거는 권리당원 참여가 100%로 전면 확대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지도부에서 옛날 방식으로 (후보를) 내리꽂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민주당은 당의 방향성과 이에 따르는 부수적 결과를 전적으로 당원에게 맡기겠단 뜻으로 해석된다. 내년 치러질 지방선거 공천 티켓 또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도, 청심(정청래 대표의 의중)도 아닌 당심에 달려 있으므로 “당심을 거스르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가능해진다. 결국 ‘친명(친 이재명) 컷오프’ 논란이 불거지면서 취임 100일을 코앞에 두고 정 대표가 처음으로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정치인들이 앞다퉈 자신을 친명으로 소개했지만 정 대표가 사실상 공천권을 쥐면서 계파 파동이 생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27일 부산 시당위원장에서 컷오프된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정 대표를 공개적으로 질타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유 위원장은 지난 총선 때 이 대표가 영입한 인사로 친명계 조직 ‘더민주혁신회의’의 공동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정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는) 당원이 진정 당의 주인인 것을 증명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유 위원장은 “이유도 명분도 없는 컷오프는 독재다. 정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하라”며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싸우다 끝났다 유 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후보 면접’이라는 절차가 편파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돼 부당한 컷오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면접에서 자질이나 정책은 검증하지 않고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가지고 인신공격성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면접을 주도한 문정복 조직사무부총장(조강특위 부위원장)은 근거 없는 소문을 사실처럼 몰아붙이며 ‘(제가) 선의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말로 불이익을 예고했다”며 “그 소문이라는 것은 특정 인물이 제 당선을 위해 권력을 사용한다는 것이었고, 그 소문을 부산시민 모두가 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당하기에 그지없었다.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이야기였다.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답했다”며 “이튿날인 27일 당으로부터 컷오프됐다는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한 채 지인들로부터 컷오프 소식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친명계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엔 “지금 주위에 친명계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저는 그런 추측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만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원칙과 규정에 따라 엄밀하게 심사했다는 입장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당내에 친명, 비명(비 이재명), 반명(반 이재명) 등으로 언급되는 별도의 그룹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당은 당원 주권 시대를 맞이해 모든 권한을 당원들에게 돌려드리고 있고 부산시당위원장 선출 역시 그런 기조에서 치러졌다”고 강조했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에게서 안정적인 여당 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지난 100일 동안 투사의 면모는 아낌없이 보여줬지만 여당 대표로서 안정감 있게 당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이 대통령이 여당 내부 사정까지 일일이 제어해야겠느냐”며 “알아서 센스 있게 정 대표가 민주당을 돌봐야하는데 자꾸 잡음이 새어 나오고 야당과의 관계도 계속 틀어지고 그러다 보니 불안하다는 평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민의힘이 전쟁을 선포하게 된 배경에도 정 대표가 있다. 안정감 있는 여 대표 기대했지만… “강성 팬덤과 국민 여론 같지 않아” 정 대표는 지난 8월 당선 직후 정견 발표에서 국민의힘 해산을 공식적으로 말했을 정도로 이를 꾸준히 언급해 왔는데,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내란에 직접 가담한 국민의힘은 10번이고 100번이고 정당 해산감”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추경호 의원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집결 장소를 번복해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통합진보당은 내란음모죄만으로도 헌법재판소에서 해산된 만큼 추 의원이 계엄 해제를 방해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를 정당해산의 정당성으로 삼을 것이란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제 전쟁”이라고 선전포고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기 위해서 모든 힘을 모을 때”라며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이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정당해산 역시 ‘명청 갈등’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강성 지지층에게 힘을 과시하기 위한 자기 정치일 뿐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정 대표의 지난 100일간의 리더십은 엉망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제일 섭섭한 건 대통령실”이라며 “이렇게 취임 초기에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아닌 비서실장이 기자회견을 열어서 당 대표에게 ‘제발 대통령을 정쟁에 그만 끌어들여라’라고 얘기를 하는 건 처음 봤다. 대놓고 경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에 의해 민주당이 추진하던 재판중지법에 제동이 걸린 일을 비판한 것이다. 당정 엇박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 대표가 고집을 꺾지 않는 이유는 ‘정청래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권력이 정점을 찍은 다음 8월 임기를 마치면서 곧바로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이재명의 시간’인 만큼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발판이 사라지게 된다. 묘연한 다음 스텝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이재명의 시간을 뺏으면서까지 자기 정치하는 것으로 비치는 상황”이라며 “자신에 열광하는 팬덤의 화력을 이어가기 위해 당 대표 임기 동안 한번씩 강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팬덤의 목소리가 모든 여론을 반영하는 건 아니다. 정 대표뿐만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정 대표가 중도 확장에 걸림돌이 된다면 대통령실에서도 더 세게 브레이크를 거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김 운명 공동체? 걷어내지 못한 김어준 그림자 민주당이 정청래 대표 체제로 출발하면서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민주당은 선을 그었지만 이번 전당대회서 김어준씨의 영향력이 크게 개입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사실상 당이 정청래-김어준 투톱 체제로 운영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이 되던 날 “용산 대통령 이재명, 여의도 대통령 정청래, 충정로 대통령 김어준 ‘삼통 분립’의 시간”이라며 “보이는 한 명의 대통령과 보이지 않는 두 명의 대통령, 세 명의 대통령에 의해 권력이 나눠졌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을 이끄는 동안에는 여당 최대 스피커인 김어준씨와 접촉할 수밖에 없고, 대통령실은 “김어준이 용산을 휘두른다”는 평가가 부담스러운 만큼 세 사람의 미묘한 관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