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튤립축제서 분식 바가지 논란? “불법 노점상이 판 것”

관계자 “지난해 6월까지 계약…곧 철거 예정”
진해군항제·춘천막국수 등 매해마다 되풀이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0일부터 내달 7일까지 충남 태안 소재의 꽃지해안공원 내 코리아플라워파크의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태안튤립축제)’장을 찾았다가 음식 바가지를 썼다는 하소연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태안튤립축제장을 방문했던 것으로 사료되는 한 누리꾼 A씨는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태안튤립축제 바가지, 다신 안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밀가루만 95%인 파전 1만5000원, 주먹보다 작은 그릇에 담긴 떡볶이는 6000원(만든지 2박3일 전인 듯)”이라며 “먹을 수가 없어 번데기 5000원어치를 시켰는데 그냥 물에 번데기를 풀어서 준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어 “언제쯤이면 한 철 장사들이 없어질까? 호객행위 구경하러 한 번쯤은 더 갈 것 같다”며 “연세 많은 부모님들 상대로 이렇게 장사를…”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태안튤립축제장에선 작은 사이즈의 캔맥주도 개당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A씨가 첨부한 사진에는 성인 남성 주먹보다도 작은 사이즈의 종이컵 안에 떢복이가 담겨있다. 종이컵의 면적이나 크기를 감안하더라도 6000원이라는 가격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의 양이다.


보배 회원들은 “안 사먹어야 하는데 사람이 매년 사먹는 게 문제다. 그러니 없어지지 않는 것” “어떤 축제든 가서 먹는 사람들이 호구” “저게 6000원이라고?” “태안튤립눈탱이축제” 등 어이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문제는 떠돌이 상인들”이라는 한 회원의 지적에 그는 “떠돌이들에게 당하시는 부모님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사주시니까 없어지지 않는 것”이라는 다른 회원의 댓글엔 “처음이라서 몰랐다. 죄송하다”고 대댓글을 달았다.

이 같은 일부 회원들의 지적에 회원 ‘호갱끼OOO’는 “놀러간 사람이 무슨 죄냐? 지역축제 지자체서 제대로만 관리해도 없어질 일”이라고 A씨를 옹호하기도 했다.

회원 ‘가을걷이’는 “가서 꽃구경만 하고 먹거리는 어차피 차로 이동하니 다른 곳에서 먹는 게 정석일 듯”이라며 “축제장 먹거리는 장사꾼들이 전국 돌아다니면서 하는 것 같던데 보통 바가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사 진행도 쉽지 않겠지만, 지역주민 위주로 장사하게 하고 주최 측이나 지자체서 좀 더 관리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7~8년 전에 해당 축제를 찾았다는 한 회원은 “일단 도로 입구부터 주차장이라 태안 읍내서 들어가는 데만 5시간은 걸렸다. 입구서 매표하려는데 나오시는 분들이 볼 거 없다는 사인을 받고 그 뒤로 두 번 다시 안 간다”며 “지역축제서 먹거리는 먹어본 적도 없다”고 거들었다.

다른 회원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오래된 의미없는 말이 있는데 시대가 바뀌었다. 축제는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셔야 한다”고 훈수했다.

반면, 정보 제공 차원서 감사하다는 댓글도 눈에 띈다. 회원 ‘이OO’는 “뻔하고 흔한 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또 “에이, 형님 주먹이 큰 거 아니냐. 말이 안 된다”며 믿을 수 없다는 댓글도 달렸다.


25일,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지난 23일 오후 1시경에 동행자가 예약했던 축제장을 찾았는데, 서비스는 엉망이었고 (음식점들이)호객행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며 “축제장 바로 앞의 호객행위가 가장 불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일이라 그런지 축제장 및 교통 상황은 혼잡하지 않았으나 튤립축제장은 별다른 메리트는 느끼지 못했고, 관리가 조금 안된 느낌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A씨 일행은 파전 1인분, 떡볶이 1인분, 번데기 1인분과 소주 2병 및 맥주 2캔을 주문해 총 4만6000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태안튤립축제 행사장의 바가지 요금 주장은 사실관계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태안튤립축제 주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해당 음식점은 지난해 6월 말까지가 계약기간으로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철거 예정인 불법 노점상”이라고 반박했다.

즉, 태안튤립축제 행사 측과 정식으로 계약돼다거나 관리하는 업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축제장 정문에서 불법 운영 중인 노점상까지의 거리는 200여m 떨어져 있고, 축제장은 충남도 토지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행사장 내 입점 업체들은 정식 계약을 하고 불법 노점상들과는 달리 정찰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요시사>는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문제의 떡볶이를 판매했던 해당 음식점 사진과 예금주가 동일하게 표기돼있는 음식점 메뉴판 사진 등을 입수했다. 

해당 축제츨 주관하고 있는 코리아플라워파크는 지난 2012년부터 매해마다 튤립축제를 이어오고 있으며, 2015년과 2017년에 미국 스캐짓밸리, 인도 스리나가르, 터키 이스탄불과 함께 세계 5대 튤립도시로 선정됐던 바 있다.

사실 지역축제나 전통시장의 바가지 음식장사 논란은 더 이상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매년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특정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언론 보도를 통한 지적이 보도되고 있지만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앞서 진해 군항제서 판매됐던 5만원짜리 돼지 바비큐(지난해 3월), 전북 남원춘향제서 4만원짜리 통돼지 바비큐 및 1만8000원짜리 부실한 해물파전(지난해 5월), 춘천막국수닭갈비 축제서 3장에 2만5000원짜리 감자전과 1인분에 1만4000원에 판매됐던 닭갈비(지난해 6월), 영양 전통시장서 판매됐던 한 봉지에 7만원짜리 전통과자(지난해 6월), ‘홍천강꽁꽁축제’의 2만원에 달하는 순대 가격(지난 1월)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엔 진해 군항제 먹거리 시장서 꼬치 어묵 2개가 1만원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다시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메뉴판에는 6개로 적었으나 실제 판매되는 꼬치 어묵은 2개였다.

취재진이 “어묵 꼬치 6개가 아니냐”는 물음에 해당 상인은 “저것(메뉴판)과는 다르다. 꼬치 하나에 길게 끼워진 게 아니라 우리는 비싼 어묵으로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당초 군항제 주최 측과는 6개에 1만원에 팔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매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각 지자체나 주최 측에선 “철저한 사전교육을 통해 같은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왔지만, 모두 공허한 말뿐이었다.

휴양지나 유명 관광지는 물론, 계절마다 열리는 지역축제장서 음식 가격을 높여 받는 이른바 ‘바가지 요금 상술’은 왜 매년마다 반복되는 걸까?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한 철 장사를 위해 왔다 갔다 하는 전문 장사꾼들이 많은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이 상인들의 욕심”이라면서도 “관공서나 지자체의 부실관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전국의 지역축제를 각 지자체서 주최하지만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주관사를 따로 두고 운영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통 규모가 큰 대형 축제라고 해도 담당 공무원 한 명이 업체들을 다 관리할 수 없는 만큼 문제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축제장에 입점 업체로 들어가는 상인들도 불만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지역축제에 참가해본 경험이 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축제라는 게 특정 계절에만 열리다 보니 ‘한 철 장사’인 데다가 물가 상승으로 인해 판매가격을 포기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성상 단기간 입점에 따른 고가의 ‘자릿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축제 공간 중 일부를 사전에 돈을 지불하고 확보한 뒤 외부 상인들에게 파는 ‘축제 브로커’들에게 자릿세, 천막 및, 전기요금 등 야시장 운영비용과 중계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브로커는 “인기 축제장의 경우 자릿세만 수백만원서 수천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행법상 숙박업이나 음식업의 경우, 자율가격제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자정 노력 없이는 계도 조치도 힘든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지역축제장을 찾았다가 바가지 요금을 당한 후 재방문하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데다, 외국인 방문객의 경우는 국가 이미지에 먹칠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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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