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차량 털렸는데 무혐의라네요?” 딸의 하소연

경찰 “음주 상태로 증거불충분”
접수 4개월 만에 통지서 발송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선생님들은 이런 일 당하면 어떻게 하실 거에요?” 지난해 차량털이를 당했다는 한 누리꾼이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게다가 사건 접수 후 4개월 만에 나온 조치였으며 검찰의 보강수사 지시를 받고도 연락이나 추가 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시켰다. 

지난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도와주세요] CCTV 좀 봐주세요. 차량 털렸는데 무혐의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보배 회원 A씨는 지난해 7월16일 새벽 1시59분에 녹화된 CCTV 영상과 함께 “차량은 아버지께서 꿈꿨다가 소유하게 되신 파란색 트럭으로 (범인은)직접 현장서 검거했다”며 “이후 신고했는데 경찰 측 입장은 ‘술을 마셨고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죄가 없다’고 종결했다. 이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차량 안에 있던 월세로 지불하려던 50만원 현금이 든 봉투,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공개돼있는 자격증 두 개, 손 선풍기, 음료수 등을 도난당했다. 하지만 경찰은 차량에 해당 분실물들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OO경찰서는 지난 9일, A씨에게 자동차수색죄, 불송치(혐의없음)라는 내용의 수사결과 통지서(고소인등·불송치)를 보내 해당 사건을 최종 종결처리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수사결과 통지서’에는 “차량 문을 불상의 방법으로 열고 들어가 차량 내부에 보관 중인 현금, 자격증, 기타 잡동사니를 절취하려고 수색하던 중 피해자의 딸이 제지하자 미수에 그쳤다”며 “피의자가 피해자의 자동차를 수색한 점은 인정되나, 출동 경찰관은 사건 현장서 피의자의 신체를 수색했으나 현금이나 건설 관련 자격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적시돼있다.


또 “자동차 내부 및 외부를 확인하는 과정서도 위 피해품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봐 피해자가 없어졌다고 주장하는 피해품이 자동차 내부에 있었는지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피의자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달리 피의사실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A씨는 “새벽에 후미등이 켜져 있는 걸 보고 조수석에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며 “‘동생인가 했는데 문을 열어 보니 가해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가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술이 취했는지 차 안에서 잠들었다”고 주장했다.

‘누구냐’고 묻자 ‘내 차’라는 범인 대답에 A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운전석 쪽 문은 잠겨져 있었던 반면, 조수석은 잠김이 해제돼있었다고 했다. 범인은 반팔, 반바지 차림의 20~30대 남성으로 술냄새를 풍겼고 ‘내 차다, 친구 차다’ 등 횡설수설했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A씨가 경찰에 신고는 과정서 어디론가 가 버렸는데도 범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장을 이탈하지 않았으며 일정 시간 동안 차 안에서 내리지 않았다. A씨가 CCTV 시야에서 사라졌던 약 28초 동안에는 차량서 내린 뒤 내부를 살피거나 주변을 둘러보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수석 문 개방에 대해 A씨는 “차량 문을 잠그는 CCTV 영상은 경찰에 제출했는데 무슨 수로 어떻게 열었는지는 모르겠다”며 “범인 진술은 ‘술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였다”고 말했다. 차량 문이 열려 있는 상태였는지, 잠겨있는 상태였는지에 따라 ‘일반절도’서 ‘특수절도’로 죗값이 상향되는 만큼 잠김 상태 여부가 쟁점이 될 수도 있다.

A씨가 제보 사진에 따르면, 차량 조수석 창문 하단의 고무로 된 도어 가니시에는 임의로 차량 문을 열기 위해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돌출된 형태의 흠집이 나 있다. 그는 “당시 국과수분들이 있을 때 이상한 점 찾아다니면서 찍었다”며 “(고무 부분이)튀어나와 있길래 감식해달라고 요청했더니 비가 와서 해줄 게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사진으로 남겨놨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편 운전석 쪽은 아무런 흠집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을 미뤄볼 때 당시 범인은 조수석 가니시 사이에 특정 도구를 넣어 차 문을 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차량털이범들은 사이드미러가 접혀 있지 않은 차량을 대상으로 범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트럭은 2015년식으로 차량 시동이 꺼지면 자동으로 사이드미러가 접혀지지 않는 차종이다. 다만, 첨부된 영상 속 사이드미러 상태는 운전석 쪽은 펴져 있는 반면, 조수석 쪽은 접혀져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A씨에 따르면, 당시 현장 출동 경찰은 2시간가량 범인과 노상에 있었지만 몸수색을 실시하지 않았다. 추후 경찰 조사 때 인근 파출소로 임의동행해 몸수색을 받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번 사건으로 A씨 부친 차량엔 흠집과 함께 발자국 및 가래침들로 오염되는 피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갔던 그는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달라’는 담당 형사의 요청으로 확인해보니 사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범인이 증거인멸을 위해 계획적으로 메모리카드를 탈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A씨는 “급히 여분으로 사뒀던 메모리카드를 끼웠더니 정상 작동했는데, 그렇게 블박도 작동되지 않는 상태로 출퇴근하셨다는 게 소름이 확 돋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다 못해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까지 없는 셈 치는 게 말이 되느냐? 사방으로 물건을 뿌린 건지 현장 출동했던 경찰분들이 차량서 100m 이상 떨어진 지점서 자격증 및 기타 물품들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술 마시고 남의 차 문 따고 들어가서 물건 훔치고 침 뱉고 훼손하는 게 CCTV에도 다 찍혔는데도 ‘술 마셨다’ ‘기억 안 난다’고 하면 증거불충분, 심신미약이냐?”며 “다 떠나서 술김이든 뭐든, 근본적으로 남의 차에 허락 없이 들어가서 가방 뒤지고 물건 훔치고 침 뱉고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도 되나요?”라고 마무리했다.

A씨에 따르면, 담당 경찰은 사건 접수 후 초반엔 ‘절도미수 및 차량수색’이었다가, 몇 개월 후 ‘절도 및 차량수색’, “친구 차인 줄 알았다”는 범인의 진술을 듣고 ‘고의성이 없어 절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자동차수색 불송치’로 종결했다.

형법 제321조(주거·신체수색)에 따르면 ‘자동차수색죄’는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 수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법조계에선 자동차수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금전 편취, 절도 등의 ‘수색 동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해석이 정설로 통한다. 즉, 차주의 재산이나 재물 피해를 막기 위한 선의의 목적이 아닌 이상 자동차수색죄는 인정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 사례처럼 절도범이 타인의 차량을 허락없이 침입해 수차례 스마트폰 조명으로 차량 안을 비추면서 가방을 뒤졌던 점,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빼내서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선의의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재경 소재의 한 변호사는 “절도는 파손 등의 물적 피해 회복은 물론 차량 파손 시 수리도 해줘야 한다”며 “특수절도의 경우, 피해자의 처벌불원이라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절도죄는 차량 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순간 인정되며, 야간에 문이나 장벽 등 기타 건조물의 일부를 손괴 후 침입했다가 절도를 완성하지 못했다면 특수절도죄 미수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특수절도죄는 1년 이상에서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법무법인 맑음 송심근 변호사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공간이나 자동차를 수색한 사람은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 ‘수색’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자의 적극적인 조사 행위를 말한다”며 “서류를 찾기 위해 남의 자동차 안을 뒤진다든지, 매매계약서를 찾기 위해 남의 방을 뒤지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조언했다.

송 변호사는 “타인의 공간에 허락 없이 들어가는 행위는 주거침입죄,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절도죄로 처벌하는 것과는 별개로, 남의 공간을 뒤지는 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고 있다”며 “대상에 따라 주거수색죄(집), 방실수색죄(방), 자동차수색죄(자동차)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8일, 검찰의 보강수사 지시 통지서를 받았다는 A씨는 “재수사나 조사 또는 증거물 추가 제출 연락만 기다렸는데 갑자기 ‘혐의없음’으로 (사건을)종결한다는 통지서가 날아왔다”며 “동생이 문의했더니 ‘술 마시고 친구 차인 줄 알고 착각하고 들어가 절도할 이유가 없어 보였고, CCTV는 증거가 부족해 아무런 혐의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억울해했다.

범인이 조수석 차 안을 수색하고 차에서 이탈하지 않았는데도, 자격증 등 차량 안의 물건들이 차 외부나 100m가량 떨어진 길에서 발견된 점도 미스터리다.

이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검찰로 한 번 갔다가 돌아왔는데 경찰이 재조사를 위한 연락이나 추가 수사 없이 12일 만에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경찰 조사 때 시간이 오래돼 정확한 시각은 기억나지 않지만, 해 뜨고 나서 파출소로 데려가서 몸수색했다고 담당 형사님께 전해듣기는 했는데(잘 모르겠다)…”며 “100m 떨어진 언덕 아래서도 도난 물품을 발견해 경찰에게 말했는데 같이 수색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심지어 되레 저한테 범인 앞에서 큰소리 치고 화내서 싸우는 상황이 발생해 황당하고 억울한데, 비 맞아가면서 물건 찾아달라고 해도 무시해서 아버지께서 일일이 주으러 다녔는데 보고만 있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당시 자격증 3개 중 1개는 밖에서 찾아서 경찰분께 알려드리고 증거로 남긴 것도 있는데 통지서 내용엔 ‘밖에서 찾은 게 없다’고 적혀 있다”며 “검찰서 보완조사 요구서 받고 폰카 촬영 영상이 있어 제출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혐의없음’으로 사건 종결처리됐다는 통지서 받고 충격 받아 보배에 글을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를 통해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당시 차량 아래 지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A씨 부친의 자격증을 주워드는 장면도 확인됐다.

30일,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지역 관내 파출소에서 출동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사 기록을 찾아보니 현장서 범인의 몸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돼있다”며 “범인의 몸에서 아무런 분실품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범인이 어떻게 차량 문을 열고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차량의 문이 열려져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가 “차량 문을 잠그는 CCTV 영상은 경찰에 제출했다”는 A씨 제보와 함께 해당 영상을 입수했다고 하자 “(차 문)최초 개방 시 범인이 특별히 과한 힘을 쓰지 않는 CCTV 영상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차량을 잠갔지만 오작동 등으로 제대로 잠기지 않았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자동차를 수색하는 CCTV 영상이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종결 처리됐다는 비판에 대해선 “범인에게서 절도 행위가 나타나지 않았고, 차량 안에서 장시간 동안 머물러 있던 점, 수색의 고의성이 없었던 점 등의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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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