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차량 털렸는데 무혐의라네요?” 딸의 하소연

경찰 “음주 상태로 증거불충분”
접수 4개월 만에 통지서 발송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선생님들은 이런 일 당하면 어떻게 하실 거에요?” 지난해 차량털이를 당했다는 한 누리꾼이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게다가 사건 접수 후 4개월 만에 나온 조치였으며 검찰의 보강수사 지시를 받고도 연락이나 추가 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시켰다. 

지난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도와주세요] CCTV 좀 봐주세요. 차량 털렸는데 무혐의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보배 회원 A씨는 지난해 7월16일 새벽 1시59분에 녹화된 CCTV 영상과 함께 “차량은 아버지께서 꿈꿨다가 소유하게 되신 파란색 트럭으로 (범인은)직접 현장서 검거했다”며 “이후 신고했는데 경찰 측 입장은 ‘술을 마셨고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죄가 없다’고 종결했다. 이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차량 안에 있던 월세로 지불하려던 50만원 현금이 든 봉투,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공개돼있는 자격증 두 개, 손 선풍기, 음료수 등을 도난당했다. 하지만 경찰은 차량에 해당 분실물들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OO경찰서는 지난 9일, A씨에게 자동차수색죄, 불송치(혐의없음)라는 내용의 수사결과 통지서(고소인등·불송치)를 보내 해당 사건을 최종 종결처리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수사결과 통지서’에는 “차량 문을 불상의 방법으로 열고 들어가 차량 내부에 보관 중인 현금, 자격증, 기타 잡동사니를 절취하려고 수색하던 중 피해자의 딸이 제지하자 미수에 그쳤다”며 “피의자가 피해자의 자동차를 수색한 점은 인정되나, 출동 경찰관은 사건 현장서 피의자의 신체를 수색했으나 현금이나 건설 관련 자격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적시돼있다.


또 “자동차 내부 및 외부를 확인하는 과정서도 위 피해품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봐 피해자가 없어졌다고 주장하는 피해품이 자동차 내부에 있었는지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피의자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달리 피의사실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A씨는 “새벽에 후미등이 켜져 있는 걸 보고 조수석에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며 “‘동생인가 했는데 문을 열어 보니 가해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가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술이 취했는지 차 안에서 잠들었다”고 주장했다.

‘누구냐’고 묻자 ‘내 차’라는 범인 대답에 A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운전석 쪽 문은 잠겨져 있었던 반면, 조수석은 잠김이 해제돼있었다고 했다. 범인은 반팔, 반바지 차림의 20~30대 남성으로 술냄새를 풍겼고 ‘내 차다, 친구 차다’ 등 횡설수설했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A씨가 경찰에 신고는 과정서 어디론가 가 버렸는데도 범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장을 이탈하지 않았으며 일정 시간 동안 차 안에서 내리지 않았다. A씨가 CCTV 시야에서 사라졌던 약 28초 동안에는 차량서 내린 뒤 내부를 살피거나 주변을 둘러보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수석 문 개방에 대해 A씨는 “차량 문을 잠그는 CCTV 영상은 경찰에 제출했는데 무슨 수로 어떻게 열었는지는 모르겠다”며 “범인 진술은 ‘술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였다”고 말했다. 차량 문이 열려 있는 상태였는지, 잠겨있는 상태였는지에 따라 ‘일반절도’서 ‘특수절도’로 죗값이 상향되는 만큼 잠김 상태 여부가 쟁점이 될 수도 있다.

A씨가 제보 사진에 따르면, 차량 조수석 창문 하단의 고무로 된 도어 가니시에는 임의로 차량 문을 열기 위해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돌출된 형태의 흠집이 나 있다. 그는 “당시 국과수분들이 있을 때 이상한 점 찾아다니면서 찍었다”며 “(고무 부분이)튀어나와 있길래 감식해달라고 요청했더니 비가 와서 해줄 게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사진으로 남겨놨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편 운전석 쪽은 아무런 흠집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을 미뤄볼 때 당시 범인은 조수석 가니시 사이에 특정 도구를 넣어 차 문을 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차량털이범들은 사이드미러가 접혀 있지 않은 차량을 대상으로 범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트럭은 2015년식으로 차량 시동이 꺼지면 자동으로 사이드미러가 접혀지지 않는 차종이다. 다만, 첨부된 영상 속 사이드미러 상태는 운전석 쪽은 펴져 있는 반면, 조수석 쪽은 접혀져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A씨에 따르면, 당시 현장 출동 경찰은 2시간가량 범인과 노상에 있었지만 몸수색을 실시하지 않았다. 추후 경찰 조사 때 인근 파출소로 임의동행해 몸수색을 받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번 사건으로 A씨 부친 차량엔 흠집과 함께 발자국 및 가래침들로 오염되는 피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갔던 그는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달라’는 담당 형사의 요청으로 확인해보니 사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범인이 증거인멸을 위해 계획적으로 메모리카드를 탈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A씨는 “급히 여분으로 사뒀던 메모리카드를 끼웠더니 정상 작동했는데, 그렇게 블박도 작동되지 않는 상태로 출퇴근하셨다는 게 소름이 확 돋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다 못해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까지 없는 셈 치는 게 말이 되느냐? 사방으로 물건을 뿌린 건지 현장 출동했던 경찰분들이 차량서 100m 이상 떨어진 지점서 자격증 및 기타 물품들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술 마시고 남의 차 문 따고 들어가서 물건 훔치고 침 뱉고 훼손하는 게 CCTV에도 다 찍혔는데도 ‘술 마셨다’ ‘기억 안 난다’고 하면 증거불충분, 심신미약이냐?”며 “다 떠나서 술김이든 뭐든, 근본적으로 남의 차에 허락 없이 들어가서 가방 뒤지고 물건 훔치고 침 뱉고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도 되나요?”라고 마무리했다.

A씨에 따르면, 담당 경찰은 사건 접수 후 초반엔 ‘절도미수 및 차량수색’이었다가, 몇 개월 후 ‘절도 및 차량수색’, “친구 차인 줄 알았다”는 범인의 진술을 듣고 ‘고의성이 없어 절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자동차수색 불송치’로 종결했다.

형법 제321조(주거·신체수색)에 따르면 ‘자동차수색죄’는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 수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법조계에선 자동차수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금전 편취, 절도 등의 ‘수색 동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해석이 정설로 통한다. 즉, 차주의 재산이나 재물 피해를 막기 위한 선의의 목적이 아닌 이상 자동차수색죄는 인정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 사례처럼 절도범이 타인의 차량을 허락없이 침입해 수차례 스마트폰 조명으로 차량 안을 비추면서 가방을 뒤졌던 점,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빼내서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선의의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재경 소재의 한 변호사는 “절도는 파손 등의 물적 피해 회복은 물론 차량 파손 시 수리도 해줘야 한다”며 “특수절도의 경우, 피해자의 처벌불원이라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절도죄는 차량 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순간 인정되며, 야간에 문이나 장벽 등 기타 건조물의 일부를 손괴 후 침입했다가 절도를 완성하지 못했다면 특수절도죄 미수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특수절도죄는 1년 이상에서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법무법인 맑음 송심근 변호사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공간이나 자동차를 수색한 사람은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 ‘수색’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자의 적극적인 조사 행위를 말한다”며 “서류를 찾기 위해 남의 자동차 안을 뒤진다든지, 매매계약서를 찾기 위해 남의 방을 뒤지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조언했다.

송 변호사는 “타인의 공간에 허락 없이 들어가는 행위는 주거침입죄,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절도죄로 처벌하는 것과는 별개로, 남의 공간을 뒤지는 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고 있다”며 “대상에 따라 주거수색죄(집), 방실수색죄(방), 자동차수색죄(자동차)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8일, 검찰의 보강수사 지시 통지서를 받았다는 A씨는 “재수사나 조사 또는 증거물 추가 제출 연락만 기다렸는데 갑자기 ‘혐의없음’으로 (사건을)종결한다는 통지서가 날아왔다”며 “동생이 문의했더니 ‘술 마시고 친구 차인 줄 알고 착각하고 들어가 절도할 이유가 없어 보였고, CCTV는 증거가 부족해 아무런 혐의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억울해했다.

범인이 조수석 차 안을 수색하고 차에서 이탈하지 않았는데도, 자격증 등 차량 안의 물건들이 차 외부나 100m가량 떨어진 길에서 발견된 점도 미스터리다.

이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검찰로 한 번 갔다가 돌아왔는데 경찰이 재조사를 위한 연락이나 추가 수사 없이 12일 만에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경찰 조사 때 시간이 오래돼 정확한 시각은 기억나지 않지만, 해 뜨고 나서 파출소로 데려가서 몸수색했다고 담당 형사님께 전해듣기는 했는데(잘 모르겠다)…”며 “100m 떨어진 언덕 아래서도 도난 물품을 발견해 경찰에게 말했는데 같이 수색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심지어 되레 저한테 범인 앞에서 큰소리 치고 화내서 싸우는 상황이 발생해 황당하고 억울한데, 비 맞아가면서 물건 찾아달라고 해도 무시해서 아버지께서 일일이 주으러 다녔는데 보고만 있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당시 자격증 3개 중 1개는 밖에서 찾아서 경찰분께 알려드리고 증거로 남긴 것도 있는데 통지서 내용엔 ‘밖에서 찾은 게 없다’고 적혀 있다”며 “검찰서 보완조사 요구서 받고 폰카 촬영 영상이 있어 제출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혐의없음’으로 사건 종결처리됐다는 통지서 받고 충격 받아 보배에 글을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를 통해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당시 차량 아래 지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A씨 부친의 자격증을 주워드는 장면도 확인됐다.

30일,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지역 관내 파출소에서 출동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사 기록을 찾아보니 현장서 범인의 몸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돼있다”며 “범인의 몸에서 아무런 분실품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범인이 어떻게 차량 문을 열고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차량의 문이 열려져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가 “차량 문을 잠그는 CCTV 영상은 경찰에 제출했다”는 A씨 제보와 함께 해당 영상을 입수했다고 하자 “(차 문)최초 개방 시 범인이 특별히 과한 힘을 쓰지 않는 CCTV 영상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차량을 잠갔지만 오작동 등으로 제대로 잠기지 않았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자동차를 수색하는 CCTV 영상이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종결 처리됐다는 비판에 대해선 “범인에게서 절도 행위가 나타나지 않았고, 차량 안에서 장시간 동안 머물러 있던 점, 수색의 고의성이 없었던 점 등의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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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