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객실 남성 불쑥 들어왔는데…” 호텔 측 “정식 항의해라”

지난 주말 투숙객 “놀란 아내 성적 수치심에 벌벌”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4일, 투숙 중인 호텔 객실 안으로 정체불명의 건장한 남성이 불쑥 들어와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나 호텔 측의 ‘배째라’식 대응이 입길에 올랐다. 해당 호텔에 투숙했었다는 누리꾼 A씨는 이튿날(15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호텔서 자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13일 아내와 함께 인천광역시 중구 소재의 B 호텔에 투숙했다. 이튿날 오전 7시28분경,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 것 같은 느낌에 눈을 떠 보니 A씨 부부 앞에는 처음 보는 건장한 남성이 서 있었다.

그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소스라치게 놀라 ‘누구시냐?’고 물었고 상대방은 ‘문이 열리길래 들어왔다’고만 말하고 다시 돌아나갔다”며 “당시 아내와 저는 알몸으로 이불도 덮지 않은 상태였다. 놀란 가슴과 수치심에 아내는 어쩔 줄 모르며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가 나서 로비로 내려가 호텔 관계자에게 심적 안정을 위해 정식 사과를 요청했으나 배째라는 식으로 일관하며 법적으로 정식 항의를 하라고 했다”고 억울해했다.

호실 주변에 설치돼있는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객실에 들어왔던 남성은 다름 아닌 바로 옆 객실에 투숙했던 남성이었다. ‘직원이 청소하러 들어온 것 같다’는 B 호텔 측의 말에 A씨가 “이른 아침부터 청소하러 오는 게 맞느냐?”고 항의하자 옆 객실의 투숙객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당시엔 해당 키가 마스터키였는지 일반 키였는지는 확인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A씨는 “약 7초 정도 머물다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말문이 막혔다”며 “상식적으로 호텔 직원은 마스터키를 사용해 모든 객실을 출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반 투숙객이 마스터키를 갖고 있던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고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날도 화창하고 따뜻해 모처럼 아내와 주말 힐링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다 모든 것이 망가져 너덜너덜해진 가슴으로 집으로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A씨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호텔 측의 응대 방식이었다. 그는 “호텔 측의 미온적인 태도에 너무 화가 난다. 수치심에 괴롭기도하고 정신적인 충격에 트라우마까지 생긴 것 같다”며 “호텔 측에 제재를 가할 방법을 알려주셨으면 한다”고 회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는 호텔 측에서 공개한 CCTV 영상도 함께 첨부했다.

CCTV 영상에는 파란색 상의를 입은 남성이 카드키를 댄 후 객실로 입장하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남성은 약 7초 후 해당 객실을 나온 뒤 10초가량 문 밖에 서 있다가 복도 반대편의 옆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해당 글에는 “일반인이 마스터키를?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일단 들어온 옆 객실 사람부터 고소하시죠” “들어온 사람은 주거침입으로 신고하고 호텔에는 그 근거를 갖고 민사소송하면 된다. 호텔이 형사법상 (주거침입)문제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정신적 충격이 크시겠다. 병원부터 다녀오셔라” 등의 댓글이 베댓으로 올라 있다.

회원들 상당수는 “딱 봐도 호텔 문제 같다. 불쑥 들어왔던 옆 객실 남성은 거리낌없이 걸어가 당연하게 키로 문 열고 들어갔다가 당황하면서 다시 나와서 문에 있는 객실번호를 보고 있다” “CCTV 보니 객실 착각하고 키 댔는데 열리니 들어갔고, 다시 나와서 확인한 것 같다” “카드키 문제라면 호텔 측에 과실이 있는 거 아니냐?” 등 A씨를 피해자로 보고 있다.


즉, 불쑥 들어간 남성의 잘못보다는 옆 객실의 카드키로 다른 객실의 문이 열렸다는 게 문제로 결국 호텔 측의 잘못이 큰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회원은 ‘원써OOO’은 “수치심, 미온적 같은 글쓴이의 주관적 표현을 제외하고, 사실관계만 정리하면 자는 도중에 옆방 남자가 7초간 들어왔다 나갔고 호텔에 이의제기했더니 법적 대응하라고 하자 보상받고 제재 가할 방법을 찾는 글인 것 같다”며 “정황상 문이 잠기지 않았거나 호텔 측 실수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어떤 객관적 피해가 발생해 보상을 바라시는 것이냐?”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혹여나 보상을 요구해 호텔 측에서 법적으로 대응하라고 한 거라면 피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서 그렇게 하시면 된다”고 조언했다.

다른 회원은 “마스터키 이야기는 너무 나간 것 같고, CCTV 상으로 보면 실수로 옆 객실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옆 객실이 아닌 다른 층 사람이라면 몰라도 옆 객실이라면 실수가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회원도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문 열고 들어온 사람 처벌 얘기하는데, 그게 핵심이 아니라 저런 식으로 관리하는 호텔이 문제인 것”이라며 “문 열고 들어온 남성에게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고, 관리 주체의 과실 여부를 따지면 무조건 잘못한 게 맞다”고 동조했다.

“직원 응대 부분은 양쪽 말 들어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회원 ‘태백산OOO’은 “같은 카드키로 테스트했을 경우 열리지 않는다면 글 작성자가 문단속하지 않은 것이니 거꾸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회원들은 A씨가 이날 가입한 당일 가입한 부분에 대해서도 “당일 가입은 믿고 거른다. 돈독 올라서 돈 뜯어내려고 하는 게 대단하다” “당일 가입, 언플 후 보상 두둑하게 합의 후 글삭튀할 수도” “당일 가입…추운데 이불은 덮었겠지” “무슨 보상? 그냥 돈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세요” 등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결론은 얼마나 받을 수 있나 그게 궁금한 거 아니냐”는 댓글도 달렸다.

이번 사안의 관건은 당시 해당 객실의 문이 제대로 잠겨있었는지의 여부 및 호텔의 운영 부실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건장치의 작동 유무 및 전자키가 호텔의 법적 책임 여부를 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원 ‘보OO’는 “마스터키로 연 게 아니고, 옆 객실 투숙객이 자기 방인 줄 알고 착각하고 들어간 거 아니냐? 마침 옆 객실 문이 열려있었던 것 아닌지”라고 의문을 표했다.

 현직에 종사 중이라는 보배 회원은 “직원이 아닌 옆 객실 투숙객이 마스터키를 갖고 있을 리는 없는 만큼 ‘마스터키 주장’은 글쓴이의 추측일 확률이 크다”면서도 “아마도 문을 안 닫으셨을 확률이 높아 보이며, 옆 객실 투숙객이 방을 착각해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같은 해석에 대해 A씨는 “여러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아내와 호텔에 투숙하면서 잠금장치를 확인하지 않고 주무실 배짱이 있느냐?”며 “묵었던 호텔은 문이 자동으로 잠겨져 시건이 되는 시스템이라 굳이 잠그지 않으려고 해도 자동으로 잠긴다. 이 부분에 대해선 객실을 돌아가며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현재 타 지역서 호텔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다른 회원도 “우선 사실관계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3가지 경우를 언급했다. 그는 다른 방의 객실 키로 방이 열렸을 경우 호텔 업주 과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글 작성자가 문을 제대로 잠궜는지의 여부에 대해선 ‘프런트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던 옆 객실의 남성이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면, 과실 및 형사사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객실의 시건장치 오작동, 호텔 측의 마스터키 관리부실 등의 다양한 의혹들이 갑론을박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해당 호텔서 동일한 피해를 당했다는 회원이 등판하면서 급정리되는 분위기다.

회원 ‘qjdiOOOOO’는 “여기 혹시 영종 OOOO호텔 맞느냐? 지난 3월 말에 저희 부부도 똑같이 당했다. 윗층 객실에 묵은 다른 손님인데 방 배정을 착각해서 객실키를 잘못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희도 처음엔 조식을 무료로 주겠다고 해서 황당했다. 강력하게 항의해서 환불받았는데 이런 경우엔 이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아 ‘뭐 밟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다”고 설명했다.

A씨도 “저도 조식을 무료로 주겠다는데 거절했다”면서도 “환불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보름 전에도 동일 호텔서 같은 사건이 발생했던 점, 호텔 측의 응대 방식이 동일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연스레 시건장치의 문제보단 호텔의 운영 부실 가능성 쪽으로 무게가 쏠린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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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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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