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객실 남성 불쑥 들어왔는데…” 호텔 측 “정식 항의해라”

지난 주말 투숙객 “놀란 아내 성적 수치심에 벌벌”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4일, 투숙 중인 호텔 객실 안으로 정체불명의 건장한 남성이 불쑥 들어와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나 호텔 측의 ‘배째라’식 대응이 입길에 올랐다. 해당 호텔에 투숙했었다는 누리꾼 A씨는 이튿날(15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호텔서 자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13일 아내와 함께 인천광역시 중구 소재의 B 호텔에 투숙했다. 이튿날 오전 7시28분경,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 것 같은 느낌에 눈을 떠 보니 A씨 부부 앞에는 처음 보는 건장한 남성이 서 있었다.

그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소스라치게 놀라 ‘누구시냐?’고 물었고 상대방은 ‘문이 열리길래 들어왔다’고만 말하고 다시 돌아나갔다”며 “당시 아내와 저는 알몸으로 이불도 덮지 않은 상태였다. 놀란 가슴과 수치심에 아내는 어쩔 줄 모르며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가 나서 로비로 내려가 호텔 관계자에게 심적 안정을 위해 정식 사과를 요청했으나 배째라는 식으로 일관하며 법적으로 정식 항의를 하라고 했다”고 억울해했다.

호실 주변에 설치돼있는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객실에 들어왔던 남성은 다름 아닌 바로 옆 객실에 투숙했던 남성이었다. ‘직원이 청소하러 들어온 것 같다’는 B 호텔 측의 말에 A씨가 “이른 아침부터 청소하러 오는 게 맞느냐?”고 항의하자 옆 객실의 투숙객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당시엔 해당 키가 마스터키였는지 일반 키였는지는 확인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A씨는 “약 7초 정도 머물다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말문이 막혔다”며 “상식적으로 호텔 직원은 마스터키를 사용해 모든 객실을 출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반 투숙객이 마스터키를 갖고 있던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고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날도 화창하고 따뜻해 모처럼 아내와 주말 힐링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다 모든 것이 망가져 너덜너덜해진 가슴으로 집으로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A씨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호텔 측의 응대 방식이었다. 그는 “호텔 측의 미온적인 태도에 너무 화가 난다. 수치심에 괴롭기도하고 정신적인 충격에 트라우마까지 생긴 것 같다”며 “호텔 측에 제재를 가할 방법을 알려주셨으면 한다”고 회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는 호텔 측에서 공개한 CCTV 영상도 함께 첨부했다.

CCTV 영상에는 파란색 상의를 입은 남성이 카드키를 댄 후 객실로 입장하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남성은 약 7초 후 해당 객실을 나온 뒤 10초가량 문 밖에 서 있다가 복도 반대편의 옆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해당 글에는 “일반인이 마스터키를?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일단 들어온 옆 객실 사람부터 고소하시죠” “들어온 사람은 주거침입으로 신고하고 호텔에는 그 근거를 갖고 민사소송하면 된다. 호텔이 형사법상 (주거침입)문제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정신적 충격이 크시겠다. 병원부터 다녀오셔라” 등의 댓글이 베댓으로 올라 있다.

회원들 상당수는 “딱 봐도 호텔 문제 같다. 불쑥 들어왔던 옆 객실 남성은 거리낌없이 걸어가 당연하게 키로 문 열고 들어갔다가 당황하면서 다시 나와서 문에 있는 객실번호를 보고 있다” “CCTV 보니 객실 착각하고 키 댔는데 열리니 들어갔고, 다시 나와서 확인한 것 같다” “카드키 문제라면 호텔 측에 과실이 있는 거 아니냐?” 등 A씨를 피해자로 보고 있다.


즉, 불쑥 들어간 남성의 잘못보다는 옆 객실의 카드키로 다른 객실의 문이 열렸다는 게 문제로 결국 호텔 측의 잘못이 큰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회원은 ‘원써OOO’은 “수치심, 미온적 같은 글쓴이의 주관적 표현을 제외하고, 사실관계만 정리하면 자는 도중에 옆방 남자가 7초간 들어왔다 나갔고 호텔에 이의제기했더니 법적 대응하라고 하자 보상받고 제재 가할 방법을 찾는 글인 것 같다”며 “정황상 문이 잠기지 않았거나 호텔 측 실수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어떤 객관적 피해가 발생해 보상을 바라시는 것이냐?”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혹여나 보상을 요구해 호텔 측에서 법적으로 대응하라고 한 거라면 피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서 그렇게 하시면 된다”고 조언했다.

다른 회원은 “마스터키 이야기는 너무 나간 것 같고, CCTV 상으로 보면 실수로 옆 객실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옆 객실이 아닌 다른 층 사람이라면 몰라도 옆 객실이라면 실수가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회원도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문 열고 들어온 사람 처벌 얘기하는데, 그게 핵심이 아니라 저런 식으로 관리하는 호텔이 문제인 것”이라며 “문 열고 들어온 남성에게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고, 관리 주체의 과실 여부를 따지면 무조건 잘못한 게 맞다”고 동조했다.

“직원 응대 부분은 양쪽 말 들어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회원 ‘태백산OOO’은 “같은 카드키로 테스트했을 경우 열리지 않는다면 글 작성자가 문단속하지 않은 것이니 거꾸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회원들은 A씨가 이날 가입한 당일 가입한 부분에 대해서도 “당일 가입은 믿고 거른다. 돈독 올라서 돈 뜯어내려고 하는 게 대단하다” “당일 가입, 언플 후 보상 두둑하게 합의 후 글삭튀할 수도” “당일 가입…추운데 이불은 덮었겠지” “무슨 보상? 그냥 돈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세요” 등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결론은 얼마나 받을 수 있나 그게 궁금한 거 아니냐”는 댓글도 달렸다.

이번 사안의 관건은 당시 해당 객실의 문이 제대로 잠겨있었는지의 여부 및 호텔의 운영 부실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건장치의 작동 유무 및 전자키가 호텔의 법적 책임 여부를 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원 ‘보OO’는 “마스터키로 연 게 아니고, 옆 객실 투숙객이 자기 방인 줄 알고 착각하고 들어간 거 아니냐? 마침 옆 객실 문이 열려있었던 것 아닌지”라고 의문을 표했다.

 현직에 종사 중이라는 보배 회원은 “직원이 아닌 옆 객실 투숙객이 마스터키를 갖고 있을 리는 없는 만큼 ‘마스터키 주장’은 글쓴이의 추측일 확률이 크다”면서도 “아마도 문을 안 닫으셨을 확률이 높아 보이며, 옆 객실 투숙객이 방을 착각해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같은 해석에 대해 A씨는 “여러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아내와 호텔에 투숙하면서 잠금장치를 확인하지 않고 주무실 배짱이 있느냐?”며 “묵었던 호텔은 문이 자동으로 잠겨져 시건이 되는 시스템이라 굳이 잠그지 않으려고 해도 자동으로 잠긴다. 이 부분에 대해선 객실을 돌아가며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현재 타 지역서 호텔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다른 회원도 “우선 사실관계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3가지 경우를 언급했다. 그는 다른 방의 객실 키로 방이 열렸을 경우 호텔 업주 과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글 작성자가 문을 제대로 잠궜는지의 여부에 대해선 ‘프런트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던 옆 객실의 남성이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면, 과실 및 형사사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객실의 시건장치 오작동, 호텔 측의 마스터키 관리부실 등의 다양한 의혹들이 갑론을박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해당 호텔서 동일한 피해를 당했다는 회원이 등판하면서 급정리되는 분위기다.

회원 ‘qjdiOOOOO’는 “여기 혹시 영종 OOOO호텔 맞느냐? 지난 3월 말에 저희 부부도 똑같이 당했다. 윗층 객실에 묵은 다른 손님인데 방 배정을 착각해서 객실키를 잘못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희도 처음엔 조식을 무료로 주겠다고 해서 황당했다. 강력하게 항의해서 환불받았는데 이런 경우엔 이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아 ‘뭐 밟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다”고 설명했다.

A씨도 “저도 조식을 무료로 주겠다는데 거절했다”면서도 “환불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보름 전에도 동일 호텔서 같은 사건이 발생했던 점, 호텔 측의 응대 방식이 동일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연스레 시건장치의 문제보단 호텔의 운영 부실 가능성 쪽으로 무게가 쏠린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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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