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10만원이라고?” 자갈치신동아시장 회 바가지 논란

보배드림에 “부산여행 가서 ‘당했다’ 느껴”
‘주작 의심’ 제기되자 이튿날 해명 추가글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가족들과 함께 부산 자갈치시장으로 활어회를 먹으러 갔다가 바가지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한 누리꾼은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부산 자갈치시장서 완전 바가지 맞은 것 같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날 글 작성자 A씨는 “부모님과 와이프, 아이와 함께 기분 좋게 부산여행을 갔다가 마지막 날(지난 22일), 자갈치시장에 회를 먹으러 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느 정도 바가지는 예상하고 갔지만, 저 두 개가 10만원이다. 받는 순간 ‘너무 크게 당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2개의 팩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는 연어 소자였고, 다른 하나는 제철 활어회인 밀치회였다. 게다가 연어는 막 잡은 것도 아닌 냉동 연어였다.

A씨가 찾았던 음식점은 1층서 회를 구매한 후 2층(초장집)서 약간의 상차림비를 받고서 먹는 구조였다. 회 가격이 양에 비해 너무 적다고 생각했던 그는 초장집 사장에게 ‘원래 이 가격에 이만큼의 양이 적당하느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A씨는 “정말 기분좋은 여행이었는데 마지막에 화가 났다”면서도 “그래도 2층 식당 사장님 매운탕은 맛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눈팅만 하다가 너무 화가 나서 이렇게 첫 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을 접한 회원들은 170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추천 버튼을 누르며 자갈치시장의 바가지 회 가격에 대해 동조하는 분위기다.

“그렇게 소래포구(인천), 자갈치시장 등등 가지 말라고 말해도 가셔서…”라는 베스트 댓글 1위에 A씨는 “가기 전에 자갈치는 절대 가지 말라는 말을 들어서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가자고 했다. 눈물을 머금고 갔는데 이렇게 당하고 왔다”고 황당해했다.

한 회원은 “갈 때 가더라도 광어는 얼마, 도미는 얼마인지 정확히 물어보고 결정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자신을 부산 사람이라고 밝힌 ‘먹OOOO’은 “그 XX들, 고기 바꿔치기하고 모자라면 추가하라고 한다. 추가는 전에 잡았던 고기 숨겼다가 준다. 당하지 않으려면 그 자리서 보고 있어야 한다”며 “그 동네 말고 다른 동네 횟집 가서 드시면 더 편하고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른 회원 ‘우OOO’도 “그러길래 왜 거길 가셨나? 자갈치는 원래 횟집이 아닌 시장이었는데 요즘은 횟집으로 완전히 굳어진 분위기”라며 “부산서 회는 동네 로컬로 가는 게 맞다. 바다 보면서 회 먹는 것도 아닌데 자갈치 가셔서 바가지 쓰셨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주작이 의심된다는 댓글도 3위 베스트에 올라 있다. 함께 첨부한 신용카드 매출전표에 금액만 찍혀 있을 뿐, 상세한 품목이 표기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1층서 횟감을 구매했을 경우 스티로폼으로 된 포장용기에 담아줄 리 없다는 주장이다.


자신을 자갈치시장 20년 단골이라고 밝힌 회원 ‘오징OO’은 “자갈치시장은 서울 노량진시장과 다르게 1층서 연어회 취급을 하지 않는다”며 “회는(포장용 용기가 아닌)접시에 담아주고 손님에게 들고 가라고 하지 않고 접시에 썰린 횟감을 2층 직원이 갖고 가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 회원에 따르면, 자갈치시장은 시장 음식점마다 전광판에 활어 가격이 kg당 가격으로 표기돼있으며 5만원어치, 10만원어치씩 판매하지 않고 있다. 또 자갈치시장 조합에 해당 내용을 신고할 경우, 환불이 가능하며 해당 업주는 영업정지 조치를 받는다.

회원 ‘아OOOOO’은 “영수증을 보시라. 뭘 사고 팔았는지 품목이 없다. 처음부터 사기질이다. 뭘 얼마나 팔아 먹었는지 기록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자갈치 인근 수산시장에 근무한다’고 밝힌 한 회원도 “(주작)냄새가 솔솔 난다. 자갈치시장서 저렇게 나오면 번영회서도 난리가 날 것”이라고 의심했다.

부산에 거주 중이라는 일부 회원들도 “저 정도까진 아닌데 (주작이)의심스럽다. 비싸고 양이 적긴 하지만 저 정도까진 아니다” “1층서 회 구매해서 2층 초장집으로 갈 경우 포장용 용기에 나오지 않으므로, 99% 주작 냄새가 난다. 다 먹고 난 다음 남은 거 담은 느낌이 든다. 사실이라면 영수증 상호 공개해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회원 ‘woaOOOOOO’은 “일회용 용기에 담아주는 초장집 대박이다. 가보고 싶은데 어딘지 알려달라. 자갈치시장 활어센터든, 근처 횟집이든 포장이 아닌 이상 일회용 용기에 회 담아주는 곳이 전국에 있나? 조만간 큰일날 듯”이라고 비꽜다.

이 외에도 “이걸 10만원주고 받을 사람이 있나? 왜 그러시는지?” “연어와 밀치가 2팩에 10만원은 진짜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밀치가 아니고 다른 고급 어종이면 가능할 것” “자갈치시장서 연어를 판다고요? 영수증 세부내역이나 가게 파는 생선들 사진 같이 올려달라. 주작인지 몰라서 중립기어 박겠다” “활어회 파는 곳에서 냉동 연어를 판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밀치는 어시장서 가장 저렴한 어종으로 한 팩의 양이 5만원이면 바가지 수준을 넘은 것이라는 댓글도 다수 눈에 띈다. 현직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사진 속의 밀치 양에 대해 “밀치 도매가는 1kg당 1만원 내외인데 0.5kg짜리 한 마리 잡아서 반반씩 담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부 회원들이 해당 업체의 상호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 A씨 입장에선 마냥 쉽게 공개할 수도 없다. 자신이 작성한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로 되레 고소당할 수 있기 때문인 탓이다. 

A씨의 주장과는 달리 자갈치시장이 아닌 자갈치신동아시장으로 확인됐다. 

자신을 자갈치시장 상인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부산엔 그냥 자갈치시장 건물과 자갈치신동아시장 건물 두 군데가 있고, 자갈치시장 근처서 사셔도 자갈치시장이라는 말이 나와 자갈치시장 건물에 있는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자갈치시장 건물은 조합이 잘 형성돼있고 바가지나 저울치기, 바꿔치기 등 민감한 이슈들은 철저히 단속하고 징계가 이뤄지고 있으니 헷갈려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회원도 “상호 오픈하시라. 자갈치시장 상인회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자갈치시장과 신동아와는 엄연히 다른 건물로 상인회도 다르다”고 거들었다.


주작 댓글이 상당수 달리자 A씨는 25일, 두 번째 글을 통해 “언론서 1팩만 나오는데 1팩이 아니라 2팩을 받았다. 오해의 소지가 있게 쓴 점은 죄송하다”면서도 “포장 용기에 대해 말씀이 있었다. 구매처서 자리값 내고 먹고 가라고 했는데 차량 주차한 건물 2층서 먹겠다고 하니 스티로폼팩에 포장해 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갈치시장은 처음이라 같은 건물인 줄 알았으나 2개의 건물이 있었다. 2팩만큼의 연어회 및 밀치회가 5만원씩이라 저는 바가지를 썼다고 느껴졌는데, 신동아시장에선 원래 이 정도 수준의 양인지 의아하다”고 물었다.

아울러 “주작이라는 분들이 많은데 오해가 있어 보이게 글을 쓴 점은 죄송하다”면서도 “글 내용에 하나의 거짓도 없다. 거짓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어떤 벌이든 받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부 언론 매체서 1팩 사진과 함께 회 가격을 10만원으로 보도하자 2팩이었다고 해명한 셈이다.

상인회 홈페이지 안내에 따르면, 매월 둘째주 넷째주 화요일은 휴무로 운영 중이다. 이날 <일요시사>에 “당직 근무 중”이라고 밝힌 해당 상인회 관계자는 “자갈치시장 회 가격 논란은 뉴스로 들어서 알고 있지만, 오늘은 휴무일이고 직원분들이 출근하지 않아서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씨에게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날 해당 판매 업주는 JTBC <사건반장>과의 인터뷰서 “(손님이)‘연어 5만원어치, 밀치 5만원어치만 주세요’라고 해서 연어 가득 담은 도시락과 밀치 가득 담은 도시락(을 드렸다)”라며 “여기서 드시고 가셔도 된다고 했는데 갖고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갖고 가겠다고 하시길래)도시락에 넣어 드렸고 포장해 간다고 했기 때문에 가득 담아서 많이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진을 위에서 보면 세 겹이다. 세 겹이면 보통 가득 담아서 한 접시 나온다. 착착 쌓아 넣었기 때문에 도시락에 담은 걸 접시에 담으면 한 접시가 가득 나온다”고 반박했다. 즉, 포장용 스티로폼 용기에 넣어준 것도 사실이고 “바가지를 당했다”는 A씨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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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