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전문의라며 접근…” 수억 뜯긴 ‘여성 로맨스 스캠’ 피해담

“2000만원 갚고 잠적” 하소연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최근 연애 감정을 이용한 ‘로맨스 스캠’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의사로 가장한 연인에게 수억원을 뜯겼다는 한 여성 사연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1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거액의 로맨스 스캠 사기당하고 억울해서 써봐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처음에는 후배들 소개로 B씨를 만났다. 후배들은 그를 아주 잘나가는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며 “B씨는 본인이 부잣집 아들이며 상위권 의대를 졸업하고 유명 병원서 수련한 전문의라고 자랑했다”고 사건의 발단을 설명했다.

처음엔 B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후배들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과 지속적인 연락에 결국 만나게 됐고, 3번째 만남서 ‘결혼하자’는 말을 들었다.

그는 자신이 서울 한 번화가에 병원을 개원해 동업 중이며, 어머니는 대부업자로 큰 돈을 벌고 있다고 자랑했다. 또 병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진을 보여주며 의료 활동을 꾸준히 보여줬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가 집 근처로 가겠다고 할 때마다 매번 거절하면서 이상함을 감지했으나 이때까지는 크게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후 교제를 시작한 지 몇 달 후 B씨로부터 “사업이 어려워졌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B씨의 집안 배경과 진료 활동을 믿었던 A씨는 총 9차례에 걸쳐 2억원에 가까운 돈을 빌려줬다.

그는 “의사가 맞다면 사실 언제든 봉직의(월급 받는 의사)로 취직해 돈을 벌 수 있고, 취직하면 닥터론(의사를 위한 신용대출 상품)도 받을 수 있으니 믿고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당시 “6개월 만에 갚는다”고 말했던 B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년이 지나도록 남은 돈을 갚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하루에 20~30만원을 주면서 2000만원 정도를 갚은 후엔 A씨 번호를 차단하고 잠적했다.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던 A씨는 직접 해당 병원과 학교에 수소문을 시도했으나, 그 이름의 의사나 졸업생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가 단순히 돈을 안 갚아서 이러는 게 아니다”라는 A씨는 “사랑한다, 나는 의사다. 너를 위해, 너와 잘 살기 위해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계속하던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부러 사기죄를 피하기 위해 일부 소액만 갚았다”며 “요즘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토로했다.

A씨를 기막히게 하는 건 여전히 해당 병원 홈페이지에 그의 사진이 걸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B씨가 실제로 진료를 했는지, 진짜 의사 면허를 갖고 있는지도 의문을 품고 있다. A씨는 사기죄로 B씨를 형사 고소했다.

그는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B씨가 형사처벌이라도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다”며 “제게 저 돈은 큰 돈이고, 정신적·경제적 피해가 너무 크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로맨스 스캠은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호감을 얻은 뒤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속이는 사기 수법이다. 앞서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를 상대로 재벌 3세로 위장해 30억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였던 전청조도 이에 해당한다.

앞서 지난 2월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전청조는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로부터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8월 경찰에 접수된 로맨스 스캠 범죄 발생 건수는 총 920건으로, 피해액은 545억원에 달했다. 로맨스 스캠 범행 특성상 피해자들이 신고를 다소 꺼리는 경향도 있어 실제 피해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적 감정을 이용해 오랜 시간 신뢰를 쌓은 후 벌어지는 범죄라 피해 규모가 크지만, 이렇다할 방지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현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에 따르면 보이스 피싱 사기는 사기죄, 공갈죄로 처벌될 수 있다.

제347조(사기)·제350조(공갈)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 및 같은 방법으로 재물을 교부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제 3자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기사건에 휘말렸을 경우 피해자의 요청 즉시 은행이 사기꾼 계좌를 동결할 수 있다. 하지만, 로맨스 스캠의 경우는 이런 지급 정지 제도의 적용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게다가 일반 사기죄로 분류돼 처벌 수위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런 이유로 지난 21대 국회서는 로맨스 스캠과 같은 신종 범죄에 계좌 지급정지 등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는 ‘다중 사기 범죄 방지법’이 발의됐으나 계류하다가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로맨스 스캠 범죄는 다른 사기 사건보다 피해자가 특히 숨게 되는 범죄로 신고에 의해 범죄의 실체를 밝힐 수 있다”며 “피해자들의 신고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장치와 보이스피싱 범죄와 같은 맥락의 사회적 예방 작용이 작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비상계엄 선포’발 윤석열 탄핵 시계

‘비상계엄 선포’발 윤석열 탄핵 시계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6당이 4일, ‘비상계엄령 선포’를 선언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날 탄핵안에 포함된 인사는 윤 대통령 외에도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포함됐으며 내란죄가 적용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김 장관의 건의로 이뤄졌다.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김용현 장관이 계엄을 건의한 게 맞느냐’는 질의에 “맞다”고 답변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됨에 따라 헌법 및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보고 및 표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의결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긴급 의원총회 직후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윤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을 시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부대표는 “오늘 자정이 지난 시점에 국회 본회의를 개의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의원들에게 공지했다. 박 원내부대표는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의결해야 하니 토요일(7일)까지는 비상 대기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탄핵소추안의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으로, 민주당 및 범야권 의석(192석)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가에선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소수 야당들도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만약 국민의힘서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며, 대통령의 직무도 즉시 정지된다. 물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해서 탄핵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정지되며,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헌재 탄핵은 재판관 9인 중 6인이 찬성할 경우 인용되나 현재 6인 체제인 만큼 즉시 탄핵 심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 농단’이 화두가 되면서 인용됐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나오기까지 3개월1일이 소요됐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는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 국가재정을 농락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며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전원을 긴급 소집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한 후 본회의 표결에 부쳐 190명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선포 6시간 만인 오전 4시30분께 전격 해제됐다. 이날 계엄작전은 미리 계획돼있었다는 듯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졌다. 계엄령 선포와 함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으며 11시께 포고령 1호를 발령했다. 포고령엔 국회, 지방의회 등의 정당‧정치 활동은 물론, 파업, 태업, 집회 행위 등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언론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을 것도 명했다. 이날 현장을 찾았다는 시민 등에 따르면, 국회에 투입됐던 경찰 병력은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및 시민들의 경내 진입을 막아섰으나 자리를 지키는 정도로 격렬하게 대응하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간혹 큰소리를 내며 국회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시민을 향해선 ‘지금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니 자제해달라’고 고지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다만 공수부대, 특전사로 구성됐던 계엄군은 국회 본관 내 진입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당직자 등에 따르면, 계엄군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등의 유리창을 깬 후 본관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이들은 국회 및 민주당 당직자들의 거센 저지를 받았다. 이러는 사이 우 의장 직권으로 비상계엄 해제 결의요구안이 본회의서 가결 처리됐고, 계엄군을 막고 있던 이들은 “당신들은 반란군”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자, 윤 대통령도 4시29분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하면서 긴박했던 12·3 비상계엄 6시간은 막을 내렸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이날 계엄군은 경기도 과천시 소재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투입됐다. 매체는 제보받았다는 영상을 근거로 “어젯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청 뿐 아니라 또다른 주요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까지 장악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오늘 새벽 비상등을 켠 버스서 내린 무장 군인들이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로 진입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중앙선관위 청사에 투입된 2~30명의 계엄군은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10시20분경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 국가재정을 농락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자유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 방탄으로 국정은 마비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족대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북한 공산 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며, 이를 위해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 대한민국 의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게 다소 불편이 있겠지만, 자유 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통령으로서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념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워딩 어디서도 의료나 전공의라는 단어는 물론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날 비상계엄 후폭풍의 영향으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 내각 총사퇴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서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을 요청해야 한다”며 “최고위원들도 이 의견에 공감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위기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kangjoom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