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 가입비’ 연예기획사, 촬영 후 출연료 미정산 입길

보배드림 회원들 “사기당했다” VS “부모 욕심”
사측 “소속생 관리…우리도 제작사서 못받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의 모 연예기획사 아역배우 모집 공고에 합격한 아이(10세)가 엑스트라(보조 촬영) 촬영 후 1년이 넘도록 페이(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지어 아이 부모는 해당 기획사에 프로필 촬영 및 교육비 명목으로 150만원의 가입비까지 납부했다.

지난 28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아역배우 모집 광고 조심’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아역배우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 후 ‘아이 이미지가 좋다.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아 갔는데 합격했다”며 “프로필 촬영, 2시간의 교육(4회) 등 150만원의 가입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가 예뻐서 무조건 촬영할 수 있다고 했다. 유튜브나 영화, 드라마 아역 모집 제작사와 연결해주겠다고 해서 경험이라고 생각해 안일하게 OO엔터테인먼트에 가입했다”고 언급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처음으로 엑스트라 촬영에 들어갔으며,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강행군으로 진행됐다. 촬영을 마친 후 페이는 60일 이내에 지급된다고 했으나, 입금이 되지 않아 기획사에 정산에 대해 문의했다.

당시 A씨는 문의 과정서 ‘요즘 어렵느냐’ ‘6개월서 1년 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다’ 등 기획사 측의 응대로 약간의 언쟁이 오갔다.

A씨는 “아이도 언제 출연료가 지급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1년이 지나서도 정산되지 않아 재차 문의했더니 자기네도 제작사에서 돈을 받지 못했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미정산은 기다리겠지만, 꾸준히 지원해도 촬영에 캐스팅된 적 없었고 ‘신경써달라’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촬영 제의는 앞서 단 한 번 뿐이었다.

이후 지난 27일, A씨는 우연치 않게 촬영 단체 대화방에 기획사 관계자가 자신의 이름을 ‘OOO(모) 또라이X’으로 저장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회사 직원이 A씨 이름을 태그하면서 저장돼있던 이름이 단톡방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었다.

A씨는 “해당 직원과는 대화한 적도 없다. 1월에 입사해 회사 폰이라는데 저장된 이름을 확인하지 않고 태그해 올린 것 같다”며 “제가 ‘또라이X는 뭐냐’고 물으니 본인이 랩을 하는데 무의식으로 써졌다는 핑계를 댔다”고 황당해했다.

그러면서 “저렇게 저장해두고서 배제시킨 줄도 모르고, 꾸준히 (촬영)지원해 온 제가 다 짜증난다. 아이에겐 아끼지 않는 부모 마음을 이용해 가입비 받아 실속 챙기면서 자기네 말 안 듣고 토 달면 저런 식으로 배제시키며 회사를 운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다들 생돈 날리지 마시고 코 베이지 않도록 조심하시라”며 “저는 신고하러 가겠다”고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는 “아역배우, 어린이, 아이돌 오디션, 실버 모델…모두 사기꾼들이다” “예전부터 그쪽 아카데미 사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 아닌가요?” “아역배우 모델 등등 돈 주고 하는 건 다 사기라고 그렇게 얘기하는데도 안 없어지고 있다” “오디션인데 돈 얘기 나오면 무조건 사기다. 저도 당할 뻔했다” 등의 성토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자신을 아역배우 7년 차 아들을 두고 있는 아빠라고 소개한 한 회원은 “저렇게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건 100% 학원비 뜯어먹고 드라마 단역으로 잠깐 2~3초 나오는 역할이 전부”라며 “아역배우 시키려면 전문 아역 연기학원으로 보내셔야 한다. 보통 정산은 늦어도 2~3개월 안에 전부 된다”고 조언했다.


유사 사례를 겪었다는 회원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15년 전쯤, 미끼로 소속비라면서 200만원 내고 교육 몇 번 받았는데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cottOOOO’) “저도 200만원 날렸는데 회사 폐업했다고 해서 환불도 못 받았다”(‘모닝의OOO’) “저도 프로필 촬영 두 번에 150만원으로 당했다. 아이들에게 쓰는 신종사기”(‘다아OO’) 등의 피해 주장이 주를 이뤘다.

회원 ‘쭈니OO’은 “저런 곳은 학원 같은 곳이라서 보통 웬만하면 다 합격했다고 한다. 그리곤 수강비 조로 돈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회원 ‘호OO’은 “이거 애들 사진 보내면 다 합격했다고 오라고 하는데, 사기”라고 조언했다.

다른 회원 ‘MOO’은 “옛날 고등학교 때 교문 앞에서 명함 받고서 호기심에 오디션 보러 갔다가 프로필 사진 찍고 아무 감정도 없이 국어책 읽듯이 대본 읽어서 ‘무조건 망했구나’ 싶었는데 합격이라고 했다”며 “이후 월 110만원 정도 비용을 내면 교육 및 방송에 출연시켜준다길래 의심스러워서 바로 접었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놨다.

반면, “자기 딸은 자기 눈에만 이쁘지,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지 않다. 그저 돈에 눈이 멀어서 아이 광대 만드려다 실패한 케이스”라며 모집공고에 지원했던 A씨를 지적하는 댓글도 달렸다. 해당 댓글엔 “차분한 클레임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대댓글도 달렸다.

이 외에도 “아이들은 공부해야 할 때 공부시켜야 한다. 전 국민이 유튜버고 연예인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분들 아이들 보면 연예인 외모가 아닌 경우가 태반이다” “아니, 모집공고에 돈을 왜 지불하느냐? 그냥 집에서 즐거운 학창시절 보내게 하셔라. 요즘 죄다 연예인 만드려고 난리” 등의 비판적인 댓글도 눈에 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쪽에서 돈 달라고 하는 곳은 무조건 사기라고 보면 된다. 보통 계약금을 받는 쪽은 아이”라고 조언했다. 

다른 관계자도 “엔터테인먼트 간판을 걸거나 로드 캐스팅으로 이뤄진 경우는 대부분 학원으로 보면 된다. 그렇게 길거리 캐스팅해서 수강료 받아먹는 것이고 가끔 단역 촬영 나갈 경우, 거의 엑스트라급에 준하는 출연료를 받는다”면서도 “그마저도 부모에겐 ‘더 많은 출연을 원하면 돈 받을 거 생각하지 마라’며 암묵적으로 (출연료를)잘 지급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엔터테인먼트라면 그 회사에서 투자하고 관리하지, 부모에게 돈 내라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회원 ‘월드OOO’은 “회사는 먼저 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미성년자의 경우, 밤샘 촬영 시 부모 동의서 작성했느냐”며 “동의서 없이 촬영했으면 부당노동으로 신고하셔도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임금채권 소멸시효는 3년으로 계약 당사자가 회사면 회사가, 촬영 원청서 돈을 받든, 받지 않든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언 댓글에 A씨는 가타부타 이렇다 할 댓글을 달지는 않았다.

지난 2013년 12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2조에 따르면, 15세 미만 청소년이 용역을 제공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35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용역을 제공받을 수 없다.

다만, 15세 미만이라고 해도 다음 날 수업이 없는 경우, 당사자 및 친권자 또는 후견인 등의 동의가 있을 시 자정까지는 허용된다.


동법 23조에선 15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는 일주일에 40시간 넘게 일할 수 없고, 역시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원칙적으로 일을 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동법 25조(청소년 대중문화예술용역보수의 청구)엔 청소년은 독자적으로 대중문화예술용역보수를 제작업자 또는 기획업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보수청구권이 친권자 등 법정대리인에게 있다는 계약이 있더라도 해당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보수를 지급해야 계약상의 보수지급 채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있다.

29일,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기획사는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디션 모집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A씨 주장처럼 가입비가 150만원이 아닌 175만원을 받고 있었다.

이날 기획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출연료 미지급 주장에 대해 “(출연료는)제작사로부터 받은 금액의 30%는 제한 뒤 70%를 아역배우에게 지급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적게는 2~3개월, 많게는 6개월서 1년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즉, 기획사도 제작사 측에서 출연료를 받지 못해 해당 아역배우에게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오디션 합격 시 카메라 테스트를 진행하고, 5년에 175만원의 가입비를 납부하는 계약자에 한해 2시간씩 4회 연기수업을 받게 되며, 아이는 회사 소속생 신분이 된다”며 “회사는 제작사, 방송사, 유튜브 등 다양한 곳을 통해 프로필 홍보권을 따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각의 ‘연예기획사가 아닌 단순한 연기 아카데미(연기학원)가 아니냐’는 의혹엔 “그렇지는 않다. 따로 연기수업을 받으며, 스튜디오 프로필 및 영상 촬영 전에 의상 및 메이크업 지원 등의 관리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위반’(밤샘 촬영) 의혹에 대해선 “이쪽 업계에선 법적인 부분이라 아역배우들에 대한 야간 촬영은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설령, 부득이하게 촬영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현장서 아이 부모님에게 동의서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회사 측에서도 촬영이 길어질 것 같으면, 아예 현장으로 내보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해당 기획사는 ‘수많은 아이들 중 진정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를 발굴해 원하는 방향성에 길을 잡아주고 한걸음 더 나아가 끊임없는 도전을 시켜줘 k-culture에 있어 새로운 비전을 창조해나가는 매니지먼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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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