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멍 나는 ‘경찰교육’ 속사정

경찰견 훈련시키다 테이저건 가르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내년 신임 순경 대규모 채용을 앞두고 내부서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신임 순경 교육 기관인 중앙경찰학교의 교육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인재개발원에 손을 뻗어봤지만, 내부에선 달갑지 않은 모양새다. 두 기관의 상이한 교육 과정과 현직 경찰들의 교육 공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26년부터 경찰인재개발원(이하 인재원)서 진행되던 현직 경찰 대상 교육 횟수가 대폭 감축될 예정이다. 경찰청이 중앙경찰학교(이하 중경)의 교육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인재원 교수 요원들을 신임 경찰교육에 투입시키는 방안에 따른 것이다.

공백 우려

최근 명예퇴직자와 휴직자의 증가로 인해 경찰 인력의 공백이 계속 늘어나면서, 중앙경찰학교의 수용 능력만으로는 이를 충분히 충원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결원은 매월 꾸준히 발생하지만, 중앙경찰학교 졸업생은 28주 단위로 한번에 임용되기 때문에, 임용 직후에는 인력이 충분해 보여도 시간이 갈수록 결원이 누적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경찰청은 중앙경찰학교 외의 교육기관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그 대안으로 현직 경찰 교육 기관인 인재원에 협조를 요청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재원 내부에서는 전공과 무관한 과목 배정, 사전 협의 없는 일방 통보, 현직 경찰교육 기회의 공백 등을 이유로 마찰이 빚어졌다.


<일요시사>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경찰청으로부터 인재원 교수요원들에게 신임교육 집중 계획이 전달됐으며, 2026년 3월부터 시행 예정이라는 공문이 내려졌다. 해당 계획은 지난달 18일 본청 회의를 거쳐, 21일 공문으로 하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신임 경찰교육이 시작되는 내년 3월부터 경감 진급자에게 필요한 기본교육을 제외한 대부분의 현직자 직무 교육 횟수가 축소된다는 점이다.

경찰교육은 통상 신임 교육과 재직자 교육으로 나뉘며, 인재원은 현직 경찰 대상의 직무·전문교육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신임 경찰교육으로 인해 경감 기본교육을 제외한 모든 현직 경찰교육이 50% 대폭 축소될 예정이다. 연간 10회 이상 실시되던 과정들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현직 경찰교육의 축소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26년 대폭 축소 예정
현직 교육 횟수 50% 축소

<일요시사>가 만난 인재원 관계자 A씨는 현직 경찰에게 제공되던 실무교육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결국 가장 큰 피해는 현장서 시민을 만나는 일선 경찰과 시민이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교육의 질이 떨어지면 현장 대응력 또한 떨어질 것이고, 이는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을 예상한 것이다.

아울러, 3월 신임 교육 일정 전까지 현직자 직무·강사 양성 과정을 최대한 실시하라는 지침도 내려왔다. A씨는 “이는 사실상 교육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몰아서 교육을 진행하게 될 경우, 추후 일선에 나간 교육생 실무능력이 모두 저하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게다가 인재원 교수들이 전문성이 없는 분야의 강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공문에는 ‘인재원 교수 중 중경 실무융합학과, 현장대응융합학과 강의와 유사한 성격의 강의를 수행하는 자는 내년 중경 신임 교육을 병행’이라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중경 과목과 유사한 성격의 과목을 가르치는 인재원 교수들이 신임 교육을 병행한다는 내용이다.

여기까지보면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자신이 강의 중인 재직자 직무·강사 양성 과정과 유사한 강의가 없는 경우(경찰견 종합훈련센터 등) 테이저, 긴급차량 과정을 맡는 것에 대해 적극 검토’라는 내용이 쓰여있다. 

이는 외사나 정보, 인터폴 등 특정 분야의 전문가에게 체포술, 사격, 테이저건 사용법 등 물리력 중심의 과목이 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인재원 교수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와 무관한 과목을 맡게 될 현실에 처했다.

A씨는 “실무 수사 경험이 전무한 외사 교수에게 범죄사실 작성법을 강의하라고 하는 식”이라며 우려했다. 전문성에 기반한 배치가 아닌 단순 숫자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전문성에 기반하지 않은 교육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견’ 센터 교수가 ‘테이저건’ 강의?
내부선 “사전 협의 없었다” 지적

교육 인력 충원 기관으로 인재원을 택한 것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대학, 수사연수원 등 대체 가능한 교육기관이 있음에도 인재원을 택했다는 것이다.

A씨는 “중경 교육과 성격이 다른 인재원을 활용하는 점이 의문”이라면서 “초등학교 교사가 부족하다고 해서 고등학교 교사에게 초등학생을 가르치게 하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성격이 다른 기관서 교육을 하게 된다면 경찰교육기관 간 기능 구분이 모호해짐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청은 중경의 수용 인원 한계와 교육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인재원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박근혜정부 당시 2만명 증원 때도 중경 내부 인력과 시설로 교육을 소화한 전례가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반박했다. 중경 자체 인력으로 소화한 적이 있음에도 인재원을 택한 이유가 불분명하다며 비판했다.

인재원 내부에서는 이 모든 정책이 사전 협의 없이 통보됐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A씨는 “이번 계획은 공문 하달 전에 어떠한 실질적 협의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현재 인재원 교수들 사이서 내년에 일선 복귀 또는 사직을 검토하는 인원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분위기다.

한편, 경찰청은 아직 이번 계획에 대한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내지 않은 상태며, 향후 어떤 방식으로 교육 체계를 재편할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은 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부터 현직자 교육 감축이 본격 시행되면, 경찰 교육체계 전반의 혼란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A씨는 “이대로라면 경찰교육은 현장 실무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정책은 시민 보호와 인권 존중, 현장 판단력 향상 등 다층적인 역량을 갖춘 경찰을 양성한다는 본래 취지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목소리와 함께, 교육 기회의 공백 외에도 인재원 교수요원의 역할과 전문성, 그리고 경찰교육의 본질을 전반적으로 흔들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확정 아냐”

경찰청 측은 아직 확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교육기획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정해진 건 아니다”라며 “중앙경찰학교는 수용 인원이 많지가 않아 다른 곳에서 교육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횟수 감축 사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안에서 논의한 내용 중 하나”라며 “충원과 재직자 교육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고민 중”이라며 “다른 기관들도 검토 중이며, 협의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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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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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