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만 채우는’ 경찰서 부실 식단 실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29 11:55:21
  • 호수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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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으로 범인 잡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범죄자는 물론, 경찰에게도 낮과 밤은 없다. 경찰에게 가장 필요한 건 체력으로, 잘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런데 경찰 구내식당이 수상하다. 경찰을 위해 있어야 하는 복지는 사라진 지 오래고, 책임을 져야 할 대표도 없다. 빈자리에 서 있는 영양사들만 고통받는다.

경찰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은 경찰공무원에 대한 보건안전, 복지정책의 수립·시행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경찰공무원의 근무 여건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한다. 경찰이 치안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다. 복지법에 따라 경찰은 경찰복무원을 위해 ▲보육시설·주거시설 ▲수련원 ▲매점 ▲휴게실 ▲주유소 ▲구내식당 등의 복지시설을 설치했다.

수상한
구내식당

특히 구내식당은 경찰 복지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경찰은 내근 부서와 외근 부서로 나뉘는데, 경찰은 3교대부터 5교대 근무까지 소화하고 있어서 24시간 근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내식당은 대부분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책임진다.

하지만 경찰서 구내식당이 경찰의 복지가 아닌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고, 경찰들 역시 ‘돈이 아까워서 먹는’ 지경이다. 맛도 없는데 강제로 돈을 내서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전국의 경찰서는 경찰관과 직원에게 ‘식권 강제 구매’ ‘월급 원천징수’로 구내식당을 유지하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도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결국 기본 복지로 정해져 있는 경찰서 구내식당이 복지혜택서 빠져있는 것을 반증한다.


‘경찰서 복지 예산 기능별 집행 현황’에도 구내식당 내역은 빠져있었다. 복지 예산 현황에는 ▲CCTV 수리 ▲화장실 수리 ▲에어컨 수리 ▲모바일 프린터기 프레임 교체 ▲전기 안전공사 ▲방송 장비 추가 설치 ▲순찰차 수리 ▲사무실 벽지 교체도 있었지만, 구내식당에 대한 예산은 없었다.

반면, 구내식당 운영 내용은 ‘복지위원회 운영 보고서’에 기재돼있다. 여기에는 구내식당 직원 급여, 식재료비 등이 기재돼있는데, ‘직원 식대 공제 수입’ ‘식권 의무구매 외 초과 수입’ ‘유치인 관식’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복지위원회는 뭘까? 복지위원회는 각 경찰서의 소속 경찰관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구내식당, 매점, 자판기를 직영으로 운영해서 서비스 질 향상과 직원들의 사기진작에 기여하기 위해, 해당 경찰서에 재직하고 있는 경찰공무원이 운영한다. 경찰의 기본 복지에 해당하는 내용을 복지위원회로 운영하는 것이다.

‘복지위원회 회의 결과’에는 경찰관들이 산 식권과 원천징수된 금액만으로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상세히 기록돼있다.

여기에는 ‘식권 가격을 5000원으로 인상할 시 원천징수 금액이 기존 1667만2500원서 1852만5000원(285명 기준)으로 증가함에 따라 기존 대비 매월 185만2500원의 추가수익이 발생한다. 식권 가격은 4500원서 5000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나와 있다. 대부분의 경찰서 식권이 5000원으로 정해져 있다.

24시간 근무인데…간신히 끼니만 때워
식권 구매하지 않으면 ‘왕따’되기도

경찰서 구내식당서 발생한 누적적자를 직원들이 책임지고 있는 것인데, 구내식당서 식사를 하고 싶지 않은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경찰서 구내식당은 식단 자체가 맛이 없는 것으로 유명해서, 내근직 직원도 구내식당보다 외부로 나가 식사하는 것을 선호한다.


외근 직원은 경찰서 밖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당연히 구내식당서 밥 먹을 시간이 없다. 외근직 경찰이 경찰서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은 많아봤자 15일 정도다. 이마저도 약속이 있거나, 구내식당 식사가 맛이 없어서 나가서 밥을 먹으니, 강제 구매한 식권은 그냥 사라진다.

건강상의 문제로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건강상 이유로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아 식권 구매를 거부했던 B씨는 “구내식당 음식이 소화가 안 되고, 맛도 없어서 식권 구매를 거부했더니 ‘모두 식권을 사는데 너만 왜 사지 않느냐’고 지적당한 적이 있다. 그래서 한 번도 먹지 않는 구내식당 식권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는 ‘식수 현황’을 올려서 전 직원의 식권을 구매하고 얼마를 사용했는지 상세히 기록해놓기도 했다. 경찰서마다 상황은 달랐지만, 대부분의 경찰서는 경찰관이나 직원에게 식권을 작게는 11개에서 많게는 17개까지 판매했다.

구내식당서 식사하지 않는 직원이 식권 구매를 거부할 경우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심하게는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지역의 한 경찰서는 직원이 식권을 얼마 샀고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공개했다. 예를 들어 직원 이름이 A라면 ‘A의 12월 식권 17개, 중식 10개 사용, 저녁 4개 사용, 미사용 3개’라고 적어놓는 식이다.

해당 경찰서 직원은 총 104명인데, 7명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은 구매한 식권을 전부 소진하지 못했다. 식권을 1개도 사용하지 않은 직원은 10명이나 됐고, 5개 이하로 식권을 사용한 직원은 12명이었다. 그렇다고 사용하지 않은 식권이 다음 달로 이월되는 것도 아니다. ‘기부’나 다른 형태로 식권은 고스란히 사라진다.

먹든지 
말든지

게다가 12월에 구매한 식권을 1월에 쓸 수도 없는 데다, 식권 수보다 식사를 많이 하면 추가 금액을 낸다.

반면, 식권을 환불해 주는 경찰서도 있었다. 서울의 한 경찰서인데, 이곳 복지회 결산에는 ‘식대 환불’ 내용이 있다. 매달 8만원서 10만원 사이의 돈을 직원들에게 환급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경찰청장이 구내식당 적자를 해결하겠다고 직원들에게 강제로 식사를 강요했다. 강요하는데도 못 먹는 상황에서는 식권을 환급해준 것이다. 식사만 강요한 게 아니라 경찰서 내 매점에 빵도 사서 먹으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이 과자를 먹고 싶어도 빵을 사 먹으라고 했다. 생필품도 매점서 사라고 했다. 그렇다고 더 저렴한 것도 아니고 민간위탁이라서 가격은 밖이랑 같다. 지금은 경찰청장이 바뀌어서 환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요시사>는 경찰청 구내식당 관계자에게 왜 경찰관들에게 식권을 강매하거나 월급서 원천징수되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식권 강매는 일부가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경찰서 내 구내식당은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찰청은 의무 식권을 하지 않는데 경찰 관서별로 자체 판단하는 것”이라며 “구내식당을 운영하려면 인건비나 기타 필요한 지출 비용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런 비용 때문에 경찰서에서 판단한 것이다. 식수 인원이 50~100명 정도밖에 안 되는 곳은 운영하기가 어려운데, 구내식당을 없애면 직원 불만이 많을 것이다. 유치인 급식비는 따로 예산이 나온다”고 해명했다.

구내식당 운영비는 예산으로 채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국가로부터 예산을 받아야 하는데 인원이 너무 많다. 경찰관서가 전국에 있다 보니, 이 인원을 공무직 전환하는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에 문의했으나 어렵다는 반응이었다”고 답했다.

전남경찰서 소속 서강오 전남경찰직장협의회 대표는 이와 상반되는 의견을 제기했다.

한끼 5000원
식권 강매

서 대표는 “경찰서 구내식당 운영은 직영으로 직원 월급을 원천징수해서 운영하고 있다. 복지위원회가 논의해서 하는 것인데, 직원은 여기서 식사를 안 할 수도 있고, 맛도 없어서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다”며 “식비가 5000원인데, 이게 식비로만 이용되는 게 아니라 구내식당 운영비로 이용된다. 영양사, 조리원 인건비 등 식비로만 쓰이면 이렇게 부실할 수 없다. 직원들은 경찰 구내식당을 ‘배 채우는 용’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위원회가 법으로 규정돼있는 게 아니니 통일이 안 된다. 복지위원회 규정을 통일해서 운영해야 하고, 구내식당도 국가 예산을 지원받아야 한다. 휴게실, 주유소, 보육시설, 주거시설 등은 모두 국가 예산을 받고 있는데, 특히 노숙인이 유치장에 오면 자비 부담할 능력이 없다”며 “이런 경우 유치인 식사를 수사의 장이 책임지는데, 구내식당 식비만 지원이 되고 인건비는 지원이 안 된다. 결국 구내식당 직원 임금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유치장이 있는 경찰서는 전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복지위원회가 운영하는 구내식당들은 민간위탁이 아니다. 사업자 고유번호증도 ‘83’으로 국가기관으로 비영리법인이다.

서 대표는 이에 대해 “비영리법인인데 위탁업체로 간주했다. 그래서 민간업체를 통해 근로자를 간접 고용해, 직원들은 다 비정규직이다. 국가나 경찰청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채용도 책임지지 않는다. 구내식당 영양사, 조리원의 인건비, 운영비를 자연스럽게 책임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연스럽게 영양사가 겪는 문제점도 있다. 현재 경찰서 구내식당서 일하는 영양사는 의무경찰 영양사로 재직하다가, 의무경찰이 폐지되면서 경찰서 구내식당 소속이 된 경우가 많다. 의무경찰 영양사는 국가 예산을 지원받기도 했고,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도 가능했다. 

없앨 수도…애물단지 구내식당
예산 없어 영양사가 조리까지

하지만 경찰서 구내식당에선 이런 혜택도 없는데, 영양사가 식권도 팔아야 하고 부족한 예산으로 식단을 짜면서 경찰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찰서 구내식당 영양사들조차도 식당 폐쇄가 답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한 경찰관은 “영양사와 조리사의 작품인 건지 구내식당 메뉴 구성도 이상하고 맛도 없다. 식권 가격은 증액하고, 원천징수 식권 매수는 계속 확대하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구내식당서 밥 먹는 것이 고역이다. 음식 만드는 사람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심지어는 밥이 맛없다는 이유로 경찰이 영양사에게 식판을 던지는 사건도 발생한 적 있고, 구내식당 영양사가 경찰들에게 폭언과 왕따를 시달리기도 한다.

경찰관들은 영양사에게 “왕따도 너 책임, 인수인계 안 해준 것도 너 책임, 음료수라도 사가서 싹싹 빌어라” “점심시간도 가지지 마라, 나가지도 마라, 장보러 가지도 마라” “타부서 직원들에게 묻지 마라, 경무계 직원들에게만 물어”라며 2시간 동안 반말을 하며 윽박질렀다. 

이 밖에도 “무기계약직은 해약하면 그만이다” “무식한 ○은 말이 안 통한다” “영양사는 별 것 아니다. 개나 소나 다 하는 것이다” “이 식단 누가 짜는 거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밥에서 돌이 나왔다고 치료비 변상을 요구하거나, 복지위원회서 정한 식권값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병가 중인 영양사의 서랍을 열어서 뒤집어놓기도 했다. 영양사는 항상 짜증과 화가 섞인 말을 들으니 정신병원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없을 정도다.

이경민 경찰청공무직노동조합 위원장은 “경찰서 구내식당 노동자는 경찰서 예산 문제로 언제 해고될지 몰라 매일이 고비다. 예산에 따라 4시간, 6시간, 7시간 등으로 근로를 제공한다. 또 재정의 어려움으로 식단이 부실하니 경찰공무원이 집단으로 영양사에게 폭언과 욕설 또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며 “조리사를 채용해야 하는데 예산 문제로 영양사가 조리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정신병원 
치료까지

이 위원장은 “영양사가 실명 위험이 있는 물품으로 청소하고, 청소하다가 골절상을 입기도 한다. 경찰서는 이들의 퇴직금 등 예산을 절감하려고 6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기도 해, 구내식당 노동자는 실업급여도 못 받는 형편”이라며 “직원이 구내식당을 책임지는 구조인 데다 영양사가 주 업무가 아닌 일까지 하고, 식단이 맛없는 것은 전부 경찰 예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장과 과장에게는 식권 강매를 하지 않는다. 경정 미만에게만 강매한다”고 경찰서 복지위원회를 통해 채용된 노동자들의 애환에 대해 털어놨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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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