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오는 25일부터 신상 공개 대상이 확대되고 머그샷 촬영 및 공개가 강제된다. 범죄자의 인권보다 국민 알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다만 여전히 사적 신상 공개 논란이 남아있다. 개정안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부는 지난 1일 ‘2024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를 통해 범죄자의 머그샷을 공개하는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이하 신상공개법)’이 오는 25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머그샷은 경찰이 체포한 범죄자의 정면, 측면 등을 촬영해 범죄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사진이다.
개정안 보니…
지난해 정유정 살인사건과 신림동 칼부림 등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범죄자의 인권을 중시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연이어 나왔다.
법무부와 국회는 지난해 6월 중대 범죄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해 중대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를 확대하고 수사기관의 머그샷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해당 개선안은 지난해 10월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상 공개가 된 9명의 특정강력범죄자 중 신림동 공원 성폭행 사건의 최윤종만 머그샷 촬영을 거부하지 않았다. 나머지 8명은 신분증 사진 등을 머그샷 대신으로 공개했다. 이에 ‘현재와 너무 다른 모습이라 알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들 중 일부는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서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나오기도 했다.
개정된 신상공개법은 신상 공개 결정 이후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얼굴을 강제로 촬영할 수 있으며 피의자의 전후 30일 모습을 공개하도록 개정됐다. 수사 당국은 모자 또는 마스크 미착용 상태의 중대범죄자 얼굴을 검찰청·경찰청 홈페이지에 30일간 공개할 수 있다.
신상 공개 대상 역시 크게 확대됐다. 기존에는 신상 공개에 관한 법률이 특정강력범죄법과 성폭력처벌법으로 한정돼 매우 제한적이었다. 오는 25일부터는 중상해·특수상해를 포함,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조직범죄, 마약범죄까지로 신상 공개 대상이 크게 늘었다.
아울러 피의자에 한정됐던 신상정보 공개 대상을 피고인까지 확대했다. 수사가 아닌 재판 단계서도 혐의가 변경되면 법원 결정에 따라 신상 공개가 가능해진 것이다.
체포 직후 정면 및 측면 등 촬영
25일부터 신상공개 개정안 적용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재판이 시작된 후 사회적 논란이 일면서 재판 중인 피고인의 신상을 공개할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조치로 보인다.
신상공개법 개정과 더불어 고 이선균 배우를 협박한 혐의를 받는 A씨의 머그샷이 공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상공개법으로 A씨의 범죄 행위가 머그샷 공개 대상인 마약 혹은 조직범죄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유흥업소 여실장(마담) 김씨와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이선균을 협박해 총 3억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지난해 12월28일 구속됐다.
A씨의 신상은 이미 유튜버 ‘카라큘라 범죄연구소(이하 카라큘라)’에 의해 공개됐다. 카라큘라는 A씨의 이름과 얼굴, 나이, 게다가 미혼모라는 사실도 커뮤니티에 올렸다.
카라큘라는 “많은 분께서 이 사건을 유명인들이 연루된 마약 스캔들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마약이 아니라 공갈협박”이라며 “이 공갈협박을 최초로 설계하고 실행한 자는 A씨”라고 밝혔다.
그는 “A씨는 이미 경찰에 체포돼 조사가 이뤄졌던 마약사범이자, 유흥업소 여실장이었던 김씨와 같은 아파트 위치에 거주하고 있던 여성이었다. 둘은 과거 교도소서 같은 방에 수감된 적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95년생인데, 94년생인 김씨한테 자신이 91년생이라고 하며 오랜 기간 언니·동생으로 지냈다”며 “미혼모인 A씨는 그간 만나왔던 여러 남자에게 ‘이 애가 네 애’라고 하면서 양육비를 받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카라큘라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등의 신상도 공개한 바 있다.
이처럼 수사기관도 사법기관도 아닌 유튜버나 언론의 사적 제재는 범죄자 신상 공개서 계속 논란이었다. 사적 제재란,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결정되고 집행되는 모든 형태의 폭력, 유형적 또는 사회적 제재를 말한다.
사적 제재는 사실 혹은 허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함께 개인정보보호법에 해당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70조 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공개된 정보가 허위 사실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해 공개 단 1명
사적 제재 사라지나
전문가들은 사적 제재에 대해 법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있으며 자칫하면 마녀사냥이 될 수 있으며 사법기관과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 진행 중 사적 제재로 인해 모아둔 증거를 피의자가 알게 된다면 더욱 제대로 된 수사가 불가해질 가능성도 있다”며 “사적 제재 이후 무혐의 처분이 나오게 된다면 국민들이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판단을 믿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듯 사적 제재로부터 이어진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개정된 신상공개법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사적 제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철영 대경대 경찰탐정학과 교수는 “개인이 범죄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행위를 통해 얻는 이익이 사적 행위로부터 입는 손실보다 크기 때문에 이뤄지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 있다. 이는 엄연한 불법”이라며 “이런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것에 대한 형벌은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처벌 수위가 높아져야 공적 제재 전에 사적 제재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카라큘라는 A씨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고 A씨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지난 2일 카라큘라는 유튜브 커뮤니티에 “이선균을 공갈협박한 A씨가 변호인을 통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소식을 A씨 지인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카라큘라는 “이선균은 마약 전과 6범 김씨의 진술만으로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과 신상이 공개됐고 경찰의 공개 소환으로 포토 라인에 불러 세워져 온 국민 앞에 쌩 난도질당했다”며 “이것도 모자라 협박범 A씨가 폭로한 자극적인 녹취록으로 (이선균의)불필요한 사생활까지 온통 다 까발려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불신과 불법
카라큘라는 “누구는 천만 배우니까 증거 없이 혐의만으로도 온통 까발려지게 되고 누구는 무명 배우니까 명확한 증거가 차고 넘쳐도 공개되면 안 되는 거냐”면서 “확인 결과 네이버 인물 등록에 협박범 A씨 본인이 자기 얼굴 사진까지 직접 제공해 대중에게 자신을 ‘배우’라고 당당히 밝혔는데 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거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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